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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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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07
추천수 :
1,400
글자수 :
203,563

작성
19.11.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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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

DUMMY

눈을 뜨자 세계가 멸망해 있었다.


깨어난지 1년이 지났지만 이 꿈은 도통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쉴 새 없이 얼굴을 때리는 모래바람에 세건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300년 만에 깨어난 세계는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모든 것이 녹슬어버린 세계.

인간이 떠나간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방치된 도로에는 균열이 가득 내달렸다.


한떄 인류의 번영을 상징하던 고층건물들은 모조리 부서져 먼지나 만드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더럽게 힘드네.”


세건이 나아가는 옛 도시의 유적에는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중이었다.


눈앞에 자욱한 먼지 탓에 불과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데 고철이 된 자동차들을 피해가며 무거운 수레를 끌려니 세건은 죽을 맛이었다.


190cm 장신인 세건에게도 쉽지 않았다.


‘젠장. 마법사까지 되었는데 겨우 수레나 끄는 신세라니.’


세건은 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특권층이라고 불리는 마법사였다.


마법사.

소수의 선택된 자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존재.


이 얼마나 감미로운 단어인가.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못했다.


“상태창.”


====

[이세건]

[레벨: 1]

[근력: 0]

[민첩: 0]

[방어력: 0]

[체력: 0]

[마력: 1/1]


[스킬]

*일반마법: 방어막 (Lv.1)

*고유마법: 정수흡수 (Lv.1), 정수강화 (Lv.1)


[보유 정수: 없음]


====


“하아···.”


눈앞의 반투명한 글자들을 보며 세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1년 전 눈앞에 갑자기 반투명한 글자들이 떠올랐을 때만해도 세건은 감격했다.


다른 마법사들에게 상태창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아무튼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곧 마법사가 되었다는 뜻이었으니까.


마법사란 무엇인가?


일반인과 차원이 다른 신체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물리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상능력까지 가진 초인.


마법사가 되었다는 것은 굳이 싸움에 강해졌다는 뜻일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을 향한 보증수표를 손에 넣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태창을 봐도 짜증만 날 뿐이었다.


‘왜 능력치가 전부 0이야?’


마치 예전에 했던 게임처럼 보이는 상태창의 능력치들.


차라리 게임이었다면 5든 10이든 기본 능력치라도 주어졌을 텐데.


현재 세건의 능력치는 마력을 제외하면 모조리 제로인데다 그마저도 1에 불과했다.


‘마력이 없어서 마법을 쓸 수 없다니···.’


똥망겜.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능력치를 올려보기 위해 일부러 온갖 일을 다 해봤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다.


혹시 이상한 글자가 눈앞에 보이는 게 세건의 마법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하아···. 개 같은 모래 같으니.’


수레를 끌던 세건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또다시 내쉬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거슬거슬한 느낌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베두인족처럼 몸을 두꺼운 천으로 꽁꽁 감쌌지만 모래는 아랑곳 않고 파고들었다.


심지어 속옷 안까지도.


땀과 엉겨 붙은 모래가 살에 눌릴 때마다 따끔거렸다.


“이 새끼, 왜 이렇게 늑장이야?”

“윽!”


퍽!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한 세건이 신음을 흘렸다.


휙 고개를 돌리자 며칠 전부터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귀찮게 구는 헌터가 서 있었다.


‘테일러. 이 새끼가···’


껄렁껄렁한 그 얼굴을 보자마자 짜증이 치솟았다.


세건과 달리 제대로 된 마법사인 테일러는 일종의 선민사상에 빠져 있었다.


때문에 슬럼가에서 사는 세건이 서포터로 고용되자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며 손을 드는 일이 잦았다.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놈이···.’


울컥해서 눈을 치켜떴던 세건은 테일러의 어깨에 걸린 자동소총을 보고는 조용히 분을 삭였다.


“예예.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분통이 터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마법뿐만 아니라 단순한 무기에서도 세건과 테일러 사이에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었다.


고대 도시 유적은 위험한 장소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격 더러운 헌터와 잘못 엮였다가 ‘불운한 사고’로 실종되었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하여간 슬럼 새끼들은 게을러서 못 써먹겠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이자 테일러가 침을 뱉고 세건을 지나쳤다.


‘젠장! 슬럼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냉동 수면에 들기 전만해도 세건의 집은 나름 잘 사는 축에 속했다.


300년 전이었다면 깔보는 사람은 서로 반대가 되었으리라.


아무리 잘 나가는 헌터라도 고대 문명에 살던 시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있다.


애초에 일할 때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천지차이다.


‘돈만 아니었어도 이딴 일을 하는 게 아닌데···.’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이유는 간단했다.


돈.


세상이 망한지 300년이 지났지만 돈의 가치는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으리라.


복지 시스템이 존재하던 옛날에는 돈이 없다고 목숨까지 오갈 일은 없었으니까.


“세건아. 괜찮냐···?”


세건과 조금 떨어져서 수레를 끌고 있던 거구의 흑인, 테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이게 괜찮아 보이냐···? 널 믿은 내가 잘못이지.”

“아, 미안하다니까. 나도 이런 놈들일 줄은 몰랐지.”


세건이 눈을 흘기자 테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몇 없는 친구인 테리가 가져온 ‘좋은 일거리’를 덥석 문 것이 실수였다.


사실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세건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튼 테리에게 한 마디라도 뭐라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뭐? 끝내주는 일이라고?”

“그, 그래도 주는 돈은 확실히 괜찮잖아?”

“우리가 하는 일에 비하면 푼돈이지.”


헌터 대신 잡일을 처리하는 임시서포터.


처음 들은 이야기로는 그리 어려울 것 없어 보였다.


헌터들이 쓸 식량이나 탄약이 담긴 수레를 끄는 게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그 외에는 몇 가지 ‘사소한 잡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으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이건 노예 계약이었지.’


돈에 혹해서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지원한 것이 실수였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잡일이 문제였다.


사실상 사냥을 제외한 모든 일을 가리키는 단어였던 것이다.


-서포터!

-세건!


헌터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서포터를 찾았고, 심지어 계약에 없던 불침번까지 모조리 떠넘겼다.


헌터들이 돌아가면서 휴일을 즐기는 동안 세건과 테리는 매일 2시간씩 무조건 불침번을 서야만 했다.


‘그런데도 쌩쌩하게 수레를 끌길 바란다니. 미친놈들.’


물론 세건의 불만과 달리 헌터들, 특히 테일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코너 형님! 제가 서포터만큼은 제대로 고용하자고 했잖아요! 저거 봐요. 수레도 제대로 못 끌고 있다니까요?”


테일러의 불평에 선두를 이끌고 있던 헌터 팀의 대장, 코너가 고개를 돌렸다.


사이버네틱 시술을 받아 신체 대부분을 군용 의체로 대체한 코너는 테리에도 뒤지지 않는 거구를 자랑했다.


“임마. 전문 서포터 고용하려면 돈이 얼만데. 게다가 그 새끼들이 얼마나 깐깐해. 차라리 아무나 고용하는 게 더 맘 편하지.”

“그럼 차라리 일반인을 고용하지, 왜 굳이 저런 슬럼가 놈들을···.”

“슬럼이고 자시고, 저런 덩치들 구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코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강철을 덧붙인 턱으로 세건을 가리켰다.


영양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현대에서 세건이나 테리 같은 장신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누가 황무지까지 따라와? 그나마 고철꾼이니까 온 거지. 저 녀석들 구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해라.”

“고철꾼 같은 놈들을 서포터라고 데리고 다녀야 되다니.”


테일러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불만을 멈추지 않았다.


고철꾼이란 유적에서 몬스터를 피하며 아직 쓸 만한 잡동사니를 주워다 파는 직업이다.


몬스터와 싸우는 대신 도망친다는 점만 제외하면 헌터와 하는 일 자체는 거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헌터들은 고철꾼을 쥐새끼라 부르며 경멸하는 풍조가 강했다.


‘니들도 300년 만에 깨어나봐라.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세건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300년 전, 아직 문명이 멀쩡한 시대의 사람이 멸망한 세계에서 깨어난다면 대단히 유용할 것 같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특별한 기술이나 학문을 쌓은 것도 아니었던 세건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나마 고대 물건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살려 고철꾼이 되는 것 뿐이었다.


그러면서 황무지의 위험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아무리 보수가 좋더라도 헌터를 따라다닐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어쩔 수는 없지만···. 그런데 형님, 계속 가실 겁니까? 이제 슬슬 쉴 때 되지 않았습니까?”

“뭐? 돈은 땅 파서 나오냐? 오늘 할당치를 못 벌었으면 끝까지 가는 거야, 임마. 할 말 더 없으면 네 자리로 돌아가.”


이젠 쉬고 싶다는 테일러의 은근한 제안에 코너가 코웃음을 쳤다.


이정도 헌터 원정대를 꾸리는 데에만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먹고 마시는 것은 공짜가 아니니까.


“후우···. 알겠습니다.”


한숨을 내쉰 테일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일행의 최후미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세건을 지나갈 때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젠장. 테일러, 저 새끼도 도시 외곽에서 살면서 왜 저리 유세야? 슬럼가나 거기나. 헌터면 다냐?”

“몰라. 내 면상이 마음에 안 드나보지.”


테일러가 분통을 터트리자 세건은 무기력하게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이 진짜! 뭘 속닥거리고 있어! 주둥이 놀릴 힘 있으면 수레나 끌어!”


둘이서 소곤거리는 것을 본 테일러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세건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개자식! 누군 마법사 아니냐? 젠장, 내가 마법만 쓸 수 있었어도···.’


세건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 다짐했다.


마법만 쓸 수 있게 되면 저 놈을 묵사발 내겠다고.


“그 얼굴은 뭐야? 불만이라도 있···.”


똥 씹은 표정이 된 세건을 보고 테일러의 얼굴이 일그러진 순간.


-끼에에에에에!


보이지 않는 먼지 너머에서 찢어지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뒤이어 앞서 가던 정찰조의 다급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 전방 몬스터!”“드디어 사냥 시간이군!”


주먹을 움켜쥐고 세건에게 다가서던 테일러가 화들짝 놀라 앞에 적당히 몸을 숨길만한 벽을 가리켰다.


“저 벽 뒤로 가!”

“예!”


세건과 테리도 군말 없이 테일러의 명령대로 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도로의 균열에 걸릴 때마다 수레바퀴가 부서질 듯이 흔들렸다.


정말로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는 수레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허억··· 허억···.”


벽 뒤에 도착한 세건은 거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군데군데 무너진 허름한 콘크리트 벽 뒤에 이미 몸을 숨긴 헌터들이 보였다.


“조준!”


코너의 명령대로 헌터들이 뿌연 먼지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긴장한 헌터들이 방아쇠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한 순간.


“쏘지 마! 기다려! 사람이다!”


모래 먼지를 헤치고 검은 인영들이 뛰쳐나왔다.


“빨리 들어와!”


허겁지겁 달려온 정찰대원들이 무너진 벽 사이로 구르듯이 들어왔다.


“내가 마지막이야!”

“수레로 막아!”


마지막 정찰대원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테일러가 외쳤다.


세건과 테리는 명령대로 무너진 틈 사이에 수레를 쑤셔 넣었다.


쿵!


보강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조잡한 방식이었지만 뻥 뚫린 틈새로 몬스터가 들어오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무슨 몬스터야?”

“타르킨 셋!”

“타르킨! 귀찮은 것들을 데려왔군. 모두 준비해! 교활한 놈들이니 무슨 수를 쓸지 모른다!”


간신히 숨을 고른 정찰대원이 외치자 코너가 혀를 차며 헌터들을 지휘했다.


“후우···.”


이제 할 일을 모두 마친 세건은 전투에 휘말리지 않도록 헌터들과 멀찍이 물러섰다.


세건에게도 무기가 있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호신용이었을 뿐 몬스터와 싸우기 적합한 물건은 아니었다.


“뭐 이 총으로 헌터 흉내는 무리니까···.”


허리에 찬 벨트에서 권총을 뽑아 쥔 세건은 혀를 찼다.


대장간에서 고철과 잡동사니를 조잡하게 엮은 ‘고철총’.


강선조차 없어 명중률이 최악인 물건이었다.


그나마 맞출 수만 있으면 몬스터에게도 어느 정도는 먹힐 정도로 위력이 강한 것이 장점이었다.


제일 큰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점이었지만.


어쨌든 만약의 사태에 세건이 믿을 수 있는 것은 고철총 한 자루 뿐이었다.


헌터들과 떨어진 세건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약간 느긋해진 심정으로 헌터들을 살폈다.



“쏴!”


마침내 검은 형체들이 모래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코너가 외쳤다.


타다다다!

타다다다!


헌터들이 자동소총을 갈기기 시작했지만 달려오는 몬스터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젠장.”


놈들이 가까워지면서 드러난 흉측한 형상을 보고 세건이 자신도 욕설을 내뱉었다.


인간과 곤충을 뒤섞은 것처럼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었다.


물에 젖은 것처럼 번들거리는 검은 피부는 고무처럼 매끄러웠고 팔은 네 개나 달려 있었다.


납작한 타원형 얼굴에는 눈도, 코도 없었으며 커다란 입만이 얼굴 절반을 차지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줄선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왔다.


‘저게 타르킨이란 놈인가···.’


헌터들이 쉬지 않고 탄환을 퍼부었지만 그때마다 놈들 앞에서 빛이 번쩍이며 총알이 튕겨나갔다.


“뭐야? 왜 헌터들 총이 안 통하지?”

“마물이야.”


곁에서 함께 구경하던 테리가 당황하자 세건이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 세계에서 몬스터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마물은 초자연적인 능력, 즉 마법이라 불리는 힘을 지닌 몬스터들을 가리킨다.


“브리핑 때 들었잖아. 마물 중에는 방어막 쓰는 놈들도 있다고. 기억 안나냐?”

“아니, 어차피 내가 몬스터를 상대할 건 아니니까···.”


세건이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보자 테리가 멋쩍게 말을 흐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사태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각자 쏘지 말고 오른쪽 놈한테 화력을 집중해!”


코너가 오른쪽 타르킨을 가리키자 집중 사격이 쏟아졌다.


마물의 방어막은 튼튼하지만 결코 무적은 아니다.


급에 따라 다르긴 해도 한계 이상 충격이 누적된다면 파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끼에에에에!”


탄환들을 튕겨내며 빛이 빠르게 점멸하더니 곧 방어막이 파괴되면서 오른쪽 타르킨은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여전히 두 마리나 되는 타르킨이 방어막도 멀쩡한 채 남은 상황.


순식간에 접근하는 타르킨을 보면서 세건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래서 그렇게 마물이 위험하다고 하는 거구나.’


총을 막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물은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테일러, 따라와!”


타르킨이 지나치게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코너가 사격을 멈추고 테일러와 함께 앞으로 달려나갔다.


“흐압!”


먼저 다가선 코너가 타르킨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치익!


강철로 이루어진 군용 의수가 압축 공기를 뿜으며 폭발적인 어퍼컷을 날렸다.


“키약!”


문자 그대로 작렬한 철권(鐵拳)이 타르킨의 턱을 깨부수고 2미터가 넘는 괴물을 허공에 띄웠다.


“하하핫!”


뒤이어 테일러가 홍소를 터트리며 남은 타르킨을 향해 다가갔다.


대낮에도 테일러의 두 눈이 이글거리며 빛났다.


“불타라, 이 괴물아!”


테일러가 손을 휘두르자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타르킨은 아랑곳 않고 팔을 뻗었지만 그것은 마법의 불길이었다.


순식간에 옮겨 붙은 불이 전신으로 번지자 타르킨은 그대로 움직이는 장작으로 전락했다.


‘저게 마법사···!’


세건은 눈을 크게 뜨고 감탄했다.


자신처럼 아무 능력도 없는 얼치기와는 차원이 다른 전투능력.


테일러는 비록 쓰레기 같은 놈이었지만 그 힘만큼은 마법사다웠다.


‘젠장. 난 언제쯤 되어야 저런 마법을 쓸 수 있지?’


“크아아아아!”

“우왓!?”


마법을 보고 이를 깨물었던 세건은 갑자기 타르킨 한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뛰어들자 기겁했다.


먼지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한 마리가 더 있었던 것이다.


1미터도 되지 않는 벽은 타르킨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뒤! 뒤!”

“한 마리 더 있다!”


갑자기 벽을 넘어온 타르킨을 보고 헌터들이 서둘러 총을 겨눴으나 타르킨이 한 발 더 빨랐다.


긴 팔을 번개처럼 뻗어 헌터 한 명을 낚아챘다.


“로드니!”

“끄···!”


타르킨에게 붙잡힌 불운한 헌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순식간에 헌터를 끌어당긴 타르킨이 그 커다란 입으로 목덜미를 물어뜯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

“이건···.”


기회다.


테리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지만 세건은 도망치지 않았다.


몬스터를 사냥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것은 이 세상에서 절대적인 척도나 다름없었다.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할 수 있어.’


마물의 방어막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브리핑 때 헌터들이 말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이유는 몰라도 2미터 안에서는 방어막이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미친 짓이었다.


몬스터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신체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2미터 안까지 접근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도 먼저 죽을 확률이 높으리라.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선 타르킨은 등을 보이고 있었다.


‘가능해.’


긴장 때문에 손이 떨렸다.

만약 빗나간다면?

타르킨이 죽지 않는다면?


세건의 머릿속에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할 수 있어···!’


세건의 눈에 열기가 감돌며 떨림이 멎었다.


조심스럽게 타르킨의 머리를 겨냥한 세건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을 천천히 당겼다.


거센 바람 소리를 가르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쏙독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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