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43,809
추천수 :
1,400
글자수 :
203,563

작성
19.11.07 07:00
조회
1,570
추천
51
글자
12쪽

10

DUMMY

“제기랄···!”


홀로 앉아 생각에 잠긴 세건을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저 새끼가 절반을 챙긴다고? 말도 안 돼!’


자리에 앉아 혼자 히죽이는 세건을 보는 테일러의 눈이 위험한 색을 띠었다.


세건이 코너에게 반항하는 동안 테일러도 곁에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순히 부품들을 내놓지 않은 순간 세건을 아예 처리할 생각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경멸과 탐욕이 뒤섞인 눈으로 세건을 노려보며 테일러가 천천히 다가섰다.


“응···?”


멀리서 긴급 수리키트로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몸을 떼우고 있던 코너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망원렌즈가 접목된 의안이 확대되며 테일러를 비쳤다.


살기에 젖어 번들거리는 눈을 본 순간 코너는 테일러가 흉심을 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 소리쳐서 말려야 할 상황.


그러나 코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도 나쁘진 않지···.’


배신이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당장 평판이 나빠지면 헌터 일을 하는데도 지장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걸 걱정하기에는 당장 돈이 여유롭지 않았다.


만약 세건이 죽는다면 나머지 부품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 뒤 형식적으로 테일러를 꾸짖기만 하면 다른 하급 헌터들은 순순히 입을 다물 터였다.


돈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


악명은 테일러가 뒤집어쓰고 돈은 모두가 나눠 갖는다면 나쁘지 않았다.


코너는 세건의 죽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뭐야!?”


새로 얻을 특성을 고민하던 세건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테일러?”


씨익.


추악하게 일그러진 테일러의 미소를 본 순간, 세건은 놈의 생각을 깨달았다.


‘씨발!’


“죽어!”


테일러의 손에서 불덩어리가 쏘아진 순간 세건은 땅바닥을 뒹굴어 간신히 공격을 피해냈다.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화염이 땅에 꽂혀 타올랐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길은 아무 것도 없는 땅 위에서도 거칠게 타올랐다.


“테일러, 이 새끼가! 이게 무슨 짓이야!?”


세건은 최대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테일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미 무슨 속셈인지는 짐작이 갔지만 아직 마력을 다루는데 미숙했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세건이 마법사란 사실을 모르는 테일러는 세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로 잡도록 내버려두었다.


“크크크크. 그러게 형님 말대로 순순히 물건들을 넘기지 그랬어? 건방지게 뭐? 절반?”


비열한 의도가 들통났지만 테일러는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단 사실에 눈썹을 치켜 올렸을 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황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


힘이 약한 이가 뭐라고 짖든 결과는 바꿀 수 없다.


세건이 무얼 하더라도 테일러는 언제라도 태워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네놈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미친 새끼.”


마치 자신이 피해자라도 된 것처럼 적개심을 드러내는 테일러에게 세건이 욕설을 내뱉었다.


‘언제 한 번 손을 봐줘야 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뒤통수를 쳐?’


태연자약한 테일러를 노려보며 세건이 이를 갈았다.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쓰레기 같은 놈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놈들은 뭐하는 거야?’


세건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코너와 다른 헌터들을 곁눈질했다.


원정대 전체가 배신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하급 헌터들의 총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여럿이 달려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다행히 모두 갑작스러운 사건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상태였다.


오직 코너만이 그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그러나 세건과 눈이 마주친 코너는 테일러를 제지하는 대신 못 본 척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명백한 묵인이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 절반 준다니까 배신을 해?”

“뭐···? 쓰레기? 감히 버러지 주제에···!”


감히.


이만큼 테일러의 심정을 잘 표현한 단어도 없었다.


슬럼 출신 버러지라고 밖에 여기지 않은 세건에게 욕설을 들은 테일러는 자신의 행동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폭발했다.


격분한 테일러의 감정에 호응하듯 손에서 거센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세건도 완전히 마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상대의 패를 아느냐, 모르느냐.


마법사들 사이의 전투에서 그 틈은 치명적이었다.


테일러가 손을 뻗기도 전, 세건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너···!?”


일반인에게는 불가능한 속도.


순식간에 접근한 세건에게 당황한 테일러가 뒤늦게 불길을 쏘아 보냈다.


그러나 급하게 발사하느라 제대로 조준하지 못한 마법은 세건을 스치고 허공을 갈랐다.


뻑!


가까이 접근한 세건이 있는 힘껏 테일러의 얼굴을 후려쳤다.


‘조금 얕았나···.


주먹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세건이 혀를 찼다.


일격에 머리통을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덩어리를 피하느라 자세가 흐트러진 탓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타르킨의 괴력은 단순히 팔힘만으로 테일러의 얼굴을 강타했다.


우드득!


테일러의 이빨이 우수수 허공을 날았다.


마법사의 강인한 육체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목이 부러졌을 것이다.


“끄아악!”


테일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마, 마법사란 사실을 숨겼다고···?”


테일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세건은 대답하는 대신 숨통을 끊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놈의 가슴을 짓밟은 세건은 차가운 눈으로 테일러를 내려 보았다.


이빨이 부러진 통증 탓에 테일러의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법사라고 뻐기던 이전의 모습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작··· 이런 놈이었나? 나는 이런 놈한테 무시당하고 있었던 거야?’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이런 놈에게 벌벌 떨고 있었다니.


세건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그동안 좆같이도 굴었지. 이젠 끝이다.”

“아, 안 돼···! 내, 내가 너 같은 놈한테···!”


뒤늦게 죽음이 성큼 다가온 사실을 깨달은 테일러가 공포에 질려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주먹을 치켜든 세건이 멈칫햇다.


‘제기랄.’


고철꾼 같은 험한 일을 오래하면서 몬스터를 죽인 적은 많았지만 같은 인간을 죽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살인의 중압감이 세건을 무겁게 짓눌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약육강식과 함께 황무지를 지배하는 두 번째 규칙이자 철학이었다.


자신을 죽이려한 상대를 용서해선 안 된다.


지난 1년 동안 이 세상에서 구른 세건은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22년 동안 살인을 저질러선 안 된다고 주입된 평화로운 세상의 윤리가 세건의 손을 붙잡았다.


여기서 죽는 것은 테일러뿐만이 아니다.


평화로웠던 자신의 인생도 함께 끝나버릴 거라는 사실을 세건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래도 죽여야만 해.’


만약 조금만, 아주 약간의 시간만 주어졌다면 세건은 직접 테일러의 숨통을 끊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무지에서 단련된 테일러는 세건이 찰나의 순간 보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나운 야성이 폭발하며 지금까지 테일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강력한 마법을 만들어냈다.


“죽어어어어어엇!”


테일러의 손에서 뻗어 나온 불길이 하나로 응축되면서 면도날처럼 얇은 검이 나타났다.


‘이건 위험하다!’


마법사로 각성하면서 예민해진 오감이 맹렬하게 위험을 호소했다.


세건은 마무리를 짓는 대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이 세건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불타는 검의 사정범위에서 벗어나기 직전, 검 끝이 세건의 얼굴을 스쳤다.


“끄아아아아!”


강철 몸 특성을 얻은 뒤 어지간한 물리 공격은 통하지도 않는 몸이 되었지만 불타는 검은 차원이 달랐다.


초고온으로 타오르는 칼날은 스친 세건의 얼굴을 불태우며 살을 갈랐다.


세건의 얼굴에 오른쪽 이마부터 눈을 가로지르는 긴 상처가 새겨졌다.


“크하하하! 어떠냐!”


회심의 반격을 가한 테일러는 크게 웃었다.


입에서 피거품이 끓어올랐지만 마법사를 행동불능에 빠트리기엔 약간 부족했다.


“크크크크···. 꼴좋다. 감히 버러지 주제에 나를···.”


세건을 노려보며 비웃는 테일러의 눈에는 지독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마주보는 세건의 얼굴도 타오르는 통증에 일그러졌다.


‘내가 물렀어. 이런 세상인 걸 알고 있었는데.’


어리석었다.

적을 눈앞에 두고 주저하다니.


“기분이 어때? 다 이긴 줄 알았다가 한 방 먹으면.”

“덕분에 얼굴에 좀 개성이 생겼군.”


테일러가 세건을 향해 불타는 검을 겨눴다.


새로 얻은 이 힘이라면 무엇이든 잘라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토막을 내··· 쿨럭! 쿨럭!”


자신만만하게 한 발을 앞으로 내딛은 순간, 테일러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게 무슨···?!”


극한 상황에서 한계를 넘어 마법을 발동한 탓에 반동이 몸속의 에테르 회로를 파괴한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테일러의 몸속은 만신창이나 마찬가지였다.


손에 쥐어졌던 불타는 검이 줄어들더니 휙 꺼졌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테일러는 너무나 허무하게 쓰러진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세건은 그런 테일러를 향해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


“이럴 순 없어! 나, 나는 마법사다! 끄아아아악!”


테일러가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이미 끊어진 에테르 회로는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찢겨나간 회로로 마력이 새어나가 신경을 찢어놓았다.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진 테일러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세건을 올려보았다.


“아, 안돼···. 살려줘! 미안해! 내, 내가 잘못 했으니까···!”


세건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쿵!


땅까지 부술 듯 내려찍힌 발이 테일러의 갈비뼈를 부러트리고 가슴 깊숙이 파묻혔다.


“꺼억···!”


테일러는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마력을 흡수했습니다.]

[현재 마력: 32/139]


“젠장.”


발을 뽑아낸 세건은 불쾌한 감촉을 털어내려는 듯이 땅에 신발을 비볐다.


“이, 이럴 수가! 테일러!”


상상도 못했던 광경에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던 코너가 비명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설마 테일러가 당하다니.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며 나름 동생처럼 여기던 테일러가 죽자 코너도 격분했다.


“이, 이 개새끼···! 모두 쏴! 멍 때리지 말고!”


멀쩡한 상황이었다면 헌터들도 주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던 헌터들은 오랫동안 훈련 받은 대로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


“이 새끼들이! 무슨 짓이야!”


얼이 빠져 있던 테리도 정신을 차리고 권총을 뽑아들어 헌터들을 향해 발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헌터들이 반격하자 황급히 수레 뒤에 숨어 얼굴도 내밀지 못했다.


“총을 쐈다는 건··· 적이란 뜻이지?”

“이세건, 이 개자식! 죽어!”


그걸로 원정대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저벅저벅.


세건이 차가운 얼굴로 헌터들을 향해 똑바로 걸어 나갔다.


총탄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강철 몸 특성 덕분에 단단해진 몸뚱이에는 생채기 하나 입지 않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괴, 괴물!”


총이 먹히지 않는 것을 본 헌터들이 주저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인이 마법사의 발걸음을 따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주먹 하나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


“살려줘···!”


헌터가 총을 내던지고 목숨을 구걸했지만 세건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잠시 뒤.


원정대에서 살아남은 것은 코너 단 한 명뿐이었다.


“크윽···! 왜 마법사란 사실을 숨기고 있었지?”


녹이 슨 것처럼 삐꺽이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자세를 취한 코너가 두려움 섞인 눈으로 세건을 노려보았다.


긴급 수리키트를 사용했지만 워낙 손상이 큰 탓에 의체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냥 절반 받은 걸로 만족했다면 살았을 텐데. 아쉽게 됐군요, 코너 씨.”


푸쉬이이이


압축 공기가 흘러나오며 코너의 주먹이 세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손상된 의체로는 제 성능을 온전히 낼 수 없었다.


뒤늦게 공포를 느낀 코너가 입을 연 순간, 세건의 주먹이 코너의 얼굴을 짓뭉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니 특성 쩔더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19.12.14 233 0 -
36 36 +3 19.12.10 424 18 13쪽
35 35 +3 19.12.09 418 25 11쪽
34 34 +2 19.12.08 467 22 11쪽
33 33 +3 19.12.07 511 25 11쪽
32 32 +1 19.12.06 546 27 11쪽
31 31 +1 19.12.02 639 31 13쪽
30 30 +3 19.11.30 706 31 11쪽
29 29 +4 19.11.29 712 35 12쪽
28 28 +3 19.11.28 790 31 11쪽
27 27 +1 19.11.27 827 34 12쪽
26 26 +2 19.11.26 851 36 11쪽
25 25 +2 19.11.25 840 37 12쪽
24 24 +2 19.11.23 930 36 12쪽
23 23 +2 19.11.22 944 38 11쪽
22 22 +3 19.11.21 986 39 11쪽
21 21 +1 19.11.20 979 38 12쪽
20 20 +2 19.11.19 1,013 36 12쪽
19 19 +1 19.11.18 1,018 36 11쪽
18 18 +6 19.11.16 1,097 41 14쪽
17 17 +7 19.11.15 1,108 40 12쪽
16 16 +4 19.11.14 1,132 38 11쪽
15 15 +2 19.11.13 1,201 37 12쪽
14 14 +10 19.11.12 1,379 39 18쪽
13 13 +5 19.11.11 1,405 41 15쪽
12 12 +6 19.11.09 1,523 39 11쪽
11 11 +5 19.11.08 1,580 44 13쪽
» 10 +2 19.11.07 1,571 51 12쪽
9 9 +9 19.11.06 1,614 44 12쪽
8 8 +3 19.11.05 1,641 5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