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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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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75
추천수 :
1,400
글자수 :
203,563

작성
19.11.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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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4

DUMMY

“오르기스 상회···?”


어째서 오르기스 상회가 우리 집에 왔지?


오르기스와 싸운다는 계획은 오직 세건의 머릿속에만 있는 정보.


테리 외에는 말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고민하던 세건이 결국 문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겨우 열어주시는군요.”


문밖에 선 중년 남성이 정중하게 목례했다.

빈틈.


순간 중년인을 공격하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지만 세건은 꾹 억눌렀다.


‘다짜고짜 공격할 수는 없지.’


대신 세건은 초조한 눈으로 남자의 말을 기다렸다.


“이세건 씨와 테리 씨, 맞습니까?”

“맞는데···. 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세건의 말투에 중년인이 살짝 미소지었다.


“저는 오르기스 상회에 고용된 마법사, 사이먼 쇼어입니다. 편하게 사이먼이라 부르시죠.”

“당신이 그 사이먼···!?”


뒤늦게 돈 주머니를 품에 숨기던 테리가 깜짝 놀랐다.


“알아?”

“엔트위프에서 ‘청소부 사이먼’을 모르는 놈이 어딨어!”


세건에게 외쳤던 테리는 순간 사이먼의 눈치를 살폈지만 사이먼은 못 들은 척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사람이야?”

“오르기스 상회의 해결사야. 문제가 생기면 저 사람이 짠하고 나타나서 다 없애버리는 거지. 싹 쓸어버린다고 해서 별명이 청소부야. 엔트위프에서 한 손에 꼽히는 마법사라고.”


세건에게 다가선 테리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도시 최고의 마법사라.


세건은 조금 더 긴장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우리한테는 무슨 용무입니까.”

“그전에··· 잠깐 안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앉아서 얘기하고 싶군요.”

“···들어오시죠.”


내키진 않았지만 세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연하게 집안에 들어온 사이먼은 조금 전 세건이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았다.


더럽고 검게 변색한 식탁이었지만 사이먼은 조금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세건과 테리가 뒤따라 앉자 사이먼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입니까?”

“원정대 관련 일입니다.”


원정대?


세건이 그때서야 사이먼이 가족을 되찾으려는 계획 때문에 온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두 분은 임시 서포터로 원정대에 참가하셨죠?”


사이먼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희 상회도 이번 원정대에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요?”

“투자라고 해도 저희에게 그리 큰 금액은 아닙니다. 다만 상회에도 체면이란 게 있어서요.”


사이먼이 굳게 입을 다문 세건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원정대가 전멸했다면 그냥 어쩔 수 없는 일로 끝났겠지만···. 누군가 그 원정대 물자를 빼돌려서 장난을 친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으음···.”


마치 곁에서 지켜본 것처럼 정확한 사이먼의 말에 세건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이미 다 알고 왔습니다.”


단호한 사이먼의 말에 세건이 인상을 썼다.


‘발뺌해도 소용은 없겠군···.’


일부러 시선을 피해 황무지를 지나왔는데 기껏 한 고생이 소용없는 일이었다니.


맥이 탁 풀렸다.


“어떻게 알았죠? 나름 조심해서 움직였는데···.”

“암시장에서 물건을 팔려고 하셨죠. 거기 주인이 저희 쪽 사람인 건 모르셨나 보더군요. 덕분에 오늘 당직인 제가 나서게 됐습니다.”


세건이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살려둬선 안 됐나···.’


만약 노인과 제이드를 살려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좀 더 오래 숨길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일단 원정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어쩌면 뭔가 참작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건···.”


세건은 가능한 평정을 가장하면서 진실을 섞어 각색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야생 로봇들의 공격을 받은 원정대.

세건은 우연히 로봇 부품을 찾았다.


원정대는 로봇들 공격을 받아 전멸했지만 전투에 나서지 않은 두 사람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임시 서포터들은 자신들이 찾은 물건이 빼앗길까봐 두려워 몰래 도시로 돌아와 암시장을 찾았다···.


귀찮아질 수 있었으므로 유적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다지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크게 다른 내용도 아니었다.


“흠. 그렇군요.”


그러나 정작 이야기를 들은 사이먼의 반응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다른 물건들은 몰라도···.”

“죄송하지만, 로봇 부품은 원정대와 상관이 없어서 여러분 소유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아시겠죠?”

“······.”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건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튼 돈을 내라는 거군. 그래서 오르기스 상회는 얼마를 원합니까?”

“4억입니다.”

“4억!? 무슨 말도 안 되는···!”


세건이 막 입을 열기도 전에 테리가 식탈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4억이라니.


한마디로 수레에 실린 물건들을 전부 내놓으란 말이나 다름없었다.


‘암시장 그 노인도 그랬지만··· 오르기스 상회 놈들도 완전 날강도군.’


비록 암시장에서 10억을 챙기긴 했지만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액수였다.


“못 준다면?”


그 순간 사이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동시에 엄청난 기운이 세건과 테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큿···!”

“끄어어···.”


어마어마한 마력이었다.


같은 마법사인 세건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정도였지만 곁에 있던 테리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방금 그 말로 두 배 추가입니다. 8억.”


사이먼이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금액을 두 배로 올렸다.


‘젠장···! 이게 도시 최고의 마법사인가···?’


세건이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호오.”


세건과 사이먼의 두 눈이 마주쳤다.


필사적인 세건과 달리 사이먼은 살짝 감탄했을 뿐 태연한 자세였다.


“싸워보시겠습니까?”

“아니··· 돈을 내지.”


세건이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이길 수 없다.


얼마를 요구하든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허억··· 허억···.”


숨통을 조여 오던 사이먼의 기세가 갑자기 사라졌다.




의자에 바짝 달라붙어 있던 테리가 바닥에 쓰러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세건은 잠자코 테리의 품에 든 지갑을 꺼내 천천히 돈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행이군요. 일이 거칠어지지 않아서.”

“그런 힘이 있으면 그냥 죽이고 가져가도 될 텐데···. 왜 굳이 번거롭게 협박을 하는 거지?”


세건의 질문에 사이먼이 다시 싱긋 웃었다.


“저희는 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회니까요. 전부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이 장사 못하죠. 게다가··· 이런 푼돈에 죽으면 그쪽도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푼돈이라···.”


그 돈마저 뜯어가는 놈들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세건은 더 말하지 않았다.


“총 8억 그렛. 확실히 받았습니다. 이걸로 저희 사이는 더 이상 문제가 없습니다. 아, 그리고···.”


돈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선 사이먼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세건 씨, 제법이더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할 말을 마친 사이먼이 집을 나섰다.


완전히 위에서 내려다 본 시선.


세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이, 세건. 괜찮아···?”


테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젠장···.”


세건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동안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기세만으로 눌려버리다니.


아직 부족했다.


“더 강해져야겠어.”

“어떻게···?”

“일단은 사냥을 해야겠지. 그러려면···.”


헌터가 되어야 했다.


****


엔트위프의 헌터 길드는 슬럼가에 위치해 있었다.


슬럼가의 빈민들 사이에서 헌터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강인한 전사들이었다.


하지만 도시 입장에서는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불온분자에 불과했다.


그것도 무장한.


치안 악화 요인 중 하나인 헌터들은 도시가 아니라 슬럼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헌터가 된다면서 여긴 왜 온 거야?”


테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세건을 바라보았다.


헌터 길드를 중심으로 세워진 작은 상점가.


세건과 테리는 그 중 제일 크고 비싸 보이는 무기점 안에 있었다.


“일단 무기가 있어야지. 언제까지고 맨손으로 싸울 수는 없잖아.”


물론 강철이나 다름없는데다 타르킨의 괴력을 가진 세건의 몸은 그 자체로 흉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맨몸으로 공격하기 불편한 상대도 있으니까.’


이를 테면 어제 싸웠던 제이드의 스피릿.


만약 무기가 있었다면 양손이 붙잡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뭘 사려고? 역시 검?”


테리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법사는 일반적으로 총 같은 원거리 무기를 잘 쓰지 않는다.


어지간한 상대는 근접 무기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사의 상대는 주로 같은 마법사이거나 강력한 마물처럼 방어막을 지닌 상대들.


그렇다면 근접 무기를 갖고 2미터 안에서 공격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글쎄. 일단 여기 점장한테 물어보고 결정···.”

“오! 저를 찾으셨나요?”

“응? 아, 예.”


갑자기 나타난 무기점 점장에 세건이 약간 당황하며 대답했다.


‘음. 직접 무기를 만드는 곳은 아닌가 보군.’


그동안 세건이 이용했던 대장간의 주인은 한 눈에 대장장이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떡 벌어진 근육질 남자였다.


반면 이 무기점의 주인은 배가 불룩 나온 넉넉한 몸집이었다.


“흠···.”


슬쩍 세건과 테리의 행색을 살핀 점장은 가장 싼 물건들이 있는 진열대를 가리켰다.


“이쪽은 어떻습니까? 저렴하지만 쓸 만한 무기들입니다. 일단 이 검이랑 창은 프로쉬패니언 사(社) 제품들입니다. 중부에서 들여온 건데 저렴하면서도 신뢰도가 높지요. 물론 무슨 명검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헌터들이 사용하기 나쁘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이 산탄총은 텐드라 사의 ‘트라이곤’이란 건데, 탄환 세 발을 한 번에 발사할 수 있습니다. 장전이 오래 걸리긴 하는데 그만큼 끝내주는 화력을···.”

“잠깐, 잠깐만요.”


갑자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점장의 말에 멍하니 듣고 있던 세건이 기가 질린 표정으로 서둘러 대화를 끊었다.


“예.”

“그, 제가 그동안 권총 이외에 무기는 써본 적이 없어서요. 그래서 조언을 좀 구하려고 하는데···.”


사실 정수를 사용하면 세건도 총이든 근접 무기든 제법 숙련된 솜씨로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정수칸은 아직 고작 넷.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데 대단하지도 않은 무기 숙련도 때문에 정수를 사용하기에는 아까웠다.


때문에 가능하면 무기는 세건 본인의 실력으로 다룰 생각이었다.


“오! 훌륭한 생각입니다! 성심성의를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직접 써본 적은 없지만 이론은 빠삭하거든요. 무기점을 하기 전에는 나름 도장도 아니고 무기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했었죠. 그런데··· 혹시 예산이 어떻게 되십니까?”


빠르게 말을 이어나가던 점장이 문득 세건의 옷을 보고 말을 멈췄다.


“2억입니다.”

“세건!”


얻은 돈을 전부 무기 하나에 쏟아붓겠다니.


테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붉게 물들었다.


“어허! 임마, 투자한다고 생각해.”

“아니, 그래도 2억을 전부 꼴아박겠다고?”


세건이 태연하게 타일렀지만 테리의 얼굴은 도통 밝아지지 않았다.


“호오. 2억이라. 나쁘지 않군요. 진짜 제대로 된 무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역시 억대는 되야죠. 그런데··· 권총 이외에는 써본 적 없다고 하셨는데 진짜 없습니까? 무기술 익힌 게 있다거나···.”

“없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점장이 가게 2층으로 세건을 데려갔다.


“보통 헌터 분들은 검을 많이 구입하시는데··· 사실 생각처럼 쓰기 쉬운 무기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죠. 아니, 어느 무기라도 그렇긴 합니다만 제 말은 조금 어렵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초보시라면 차라리 창이나 둔기 같은 걸 추천드립니다.”


세건은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점장의 말을 곱씹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부엌칼 이외의 날붙이는 한 번도 쥐어본 적 없었다.


그렇다고 단검을 무기로 삼기에는 미덥지 못했다.


세건의 속에서는 단검이나 맨손이나 거리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여기 있는 무기들 뭘 사셔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진열대에서 몇 개 무기를 꺼내온 점장이 세건 옆에 차례로 늘어놓았다.


첫 번째는 검신이 50cm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칼이었다.


“응? 검은 아까···.”

“이건 모톨라 사에서 만든 소닉 블레이드입니다. 구하느라고 고생했죠. 여기 뒤에 엔진이 달려 있는 게 보이죠? 그냥 휘두르면 에테르 엔진이 분사되면서 시속 200km 쯤 되는 속도로 베어버립니다. 검술이니 뭐니 필요도 없어요. 그냥 에테르만 충전해주면서 휘두르면 그만이죠. 어지간한 몬스터, 아니 로봇도 그냥 베어버립니다. 가격은 1억 7천 그렛입니다.”

“으음···.”


세건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자 점장이 곧장 옆에 있던 짧은 막대기를 쥐었다.


“엔트위프의 하이퍼스미스, 툴라 씨가 만든 마법무기 랑그나입니다. 여기 버튼을 누르면 에테르가 주입되면서···.”

“오!”


샥!


순식간에 막대기 양쪽 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1.5미터 정도 되는 단창으로 변했다.


세건은 새삼 놀란 눈으로 막대기에서 변한 창을 살폈다.


“가변형 무기라서 걱정되실 수 있지만, 여기 창신 전체에 뭔가 기호들이 조각되어 있죠? 강도를 늘려주는 룬입니다. 덕분에 어지간한 무기보다도 튼튼하죠. 2억 3천인데 특별히 세일해서 2억에 드리겠습니다.”


점장에게 창을 건네받아 가볍게 자세를 취해본 세건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가벼워.’


괴력을 가진 세건에게는 창이 너무나 가벼웠다.


그럼 빠르게 휘두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는 무기를 믿을 수 있을지 미심쩍었다.


“제겐 좀 가벼운 것 같은데··· 적당히 무게가 있는 건 없을까요?”

“조금 묵직한 걸 원하시나 보군요. 그런데 가볍다고요? 이건 꽤 무거운데···. 얼마나 가볍게 느껴지십니까?”

“거의 무게가 안 느껴집니다.”


점장의 표정이 흥미롭게 변했다.


“무게가 거의 안 느껴진다···. 힘이 대단하신가요? 흠. 그러면 어지간한 무게가 아니면 안 될 텐데···.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사람처럼 점장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젠장. 이게 2억이라고?”


뒤따라온 테리가 랑그나를 들어본 뒤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에 혀를 차며 원래 있던 장소에 되돌렸다.


“부피가 줄어든 건 좋은데···. 무게가 이렇게 무거우면 휴대성은 꽝이잖아.”

“그런가? 나한텐 너무 가볍게만 느껴지던데···.”


세건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테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무언가 무거운 물건이 바닥을 굴러오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땀범벅이 된 점장이 작은 카트에 상자 하나를 싣고 오는 중이었다.


“후우! 오랜 만에 힘을 쓰려니 힘들어죽겠군요. 제가 이래보여도 소싯적에는 동네에서 장사라고 소문나고 사람도 번쩍 들어 올리고 그랬는데. 나이는 못 이긴다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점장이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이건··· 메이스?”


상자 속 물건을 본 세건이 약간 실망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메이스는 통째로 금속으로 되어 있었는데 손잡이에는 가죽이 둘러져 있었고 둥근 머리는 주먹보다 조금 큰 정도라 약간 작아 보였다.


세건의 목소리를 들은 점장이 서둘러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인류 최초의 무기가 뭔지 아십니까? 잘은 몰라도 분명히 둔기일겁니다. 땅에 떨어진 돌멩이였겠죠. 그 말은 즉! 둔기야말로 가장 사용하기 쉬운 무기란 뜻입니다. 손님처럼 무기술을 익히지 않은 분들은 쉬운 무기를 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흐음···.”


고민하던 세건이 허리를 숙여 메이스를 집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점장의 얼굴에 살짝 놀라움이 스쳤다.


너무 무거워 간신히 내려놓은 물건을 저렇게 쉽게 들어 올리다니.


“괜찮군요.”


메이스를 손에 쥔 세건도 감탄을 흘렸다.


나름 고급 가죽인지 손에 쥐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작아도 묵직한 무게가 믿음직스러웠다.


“이건 얼마죠?”

“그건···. 으음. 사실 2억에 팔 물건이 아니긴 한데···.”


가격을 묻자 점장이 갑자기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몇 겹이나 되는 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에 팔려고 저러는 거야?’


세건이 미심쩍은 표정을 짓자 점장이 갑자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진 돈은···.”

“이것도 인연이겠죠. 단돈 2억에 드리겠습니다.”

“2억···? 좀 비싼 것 아닙니까? 생긴 것도 영···.”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테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다른 물건들은 억대 무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메이스는 영 볼 품 없는 생김새였다.


“이거 생긴 건 이래도 굉장히 비싼 겁니다. 이래보여도 손잡이부터 머리까지 통짜로 아다만다이트로 이루어졌거든요. 대신 그만큼 엄청나게 무겁지만···. 사실 이 정도 아다만다이트면 녹여서 합금 재료로만 팔아도 2억보다 더 받을 겁니다. 그래도 무기로 만들어졌으니 한 번은 누가 써줘야 할텐데, 너무 무거워서 그동안 쓰려는 분이 없었죠. 아무래도 이 녀석이 손님을 기다렸던 것 모양입니다. 손님에게라면 특별히 2억 그렛에 팔겠습니다.”


점장이 쉴 새 없이 떠들었지만 세건의 머릿속에는 하나 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다만다이트.


세건이 알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였다.


대신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세건의 힘에는 딱 적당했다.


“사겠습니다.”

“오. 호쾌하시군요! 아, 그렇지. 지금 사시면 이 전용 벨트도 드립니다. 무게가 상당해서 이게 아니면 차고 다니기 어려울 겁니다.”


세건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렇게 딱 맞는 무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아무 흥정도 없이 세건이 구입을 결정하자 점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돈 주머니에서 네모난 그렛 화를 꺼낸 점장이 빠르게 셈을 마쳤다.


“이제 그 메이스는 손님 겁니다. 참! 본사는 규정상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은 받지 않습니다. 그럼 손님, 안녕히 가세요!”


한 순간에 2억짜리 거래를 마친 상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마지막까지도 빠르게 입을 놀리는 점장의 모습에 피식 웃은 세건이 메이스가 꽂힌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드디어 헌터 길드에 갈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또 늦어서 죄송합니다.

흥에 겨워 쓰다보니 글자수가 늘어나고 올리는 시간도 늦고 말았습니다.

매일매일 글이 쉽지 않다는 걸 배우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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