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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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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81
추천수 :
1,400
글자수 :
203,563

작성
19.11.13 21:24
조회
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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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2쪽

15

DUMMY

세건은 약간 긴장한 모습으로 헌터 길드에 들어섰다.


테리는 다른 볼 일을 보러 떠났기에 혼자만 남은 상태였다.


그동안 근처를 지나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직접 건물 안까지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능력도, 무기도 보잘 것 없던 고철꾼 시절에는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었다.


‘과연 안은 어떠려나.’


세건은 기대감에 찬 눈으로 길드 안을 살폈다.


동면 하기 전 읽었던 소설들을 보면 보통 이런 곳은 술집을 겸하는 떠들썩한 장소인 경우가 많다.


길드에 발을 내딛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을 얕보고 시비를 걸어오는 모험가, 아니 헌터들.


주인공은 시비를 걸어온 헌터들을 손쉽게 꺾어버리고···.


‘이런. 공상이 지나쳤네.’


세건은 혼자서 피식 웃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있으면서 모험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이나 하고 있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이야기였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른 걸.’


아무튼 예상과 달리 헌터 길드 안은 의외로 은행처럼 깔끔했다.


건물 안쪽에는 창구들이 늘어섰고 벽면에는 소파 대신 고철꾼이 주워온 녹슨 파이프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전체적으로 두어명의 헌터만 파이프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 한가한 분위기였다.


“신삥?”

“네?”


의자에 몸을 파묻고 파이프 담배를 뻑뻑 피우던 접수원이 다가온 세건을 눈치 채고 물었다.


접수원 역시 소설과 달리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가 아니라 헌터 못지 않게 날카로운 인상의 노인이었다.


어쩌다가 잃었는지 왼쪽 눈에는 검은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새로 가입할 거냐고.”


말귀를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세건을 향해 접수원 노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로 등록하고 싶은데요.”

“흠. 글은 쓸 줄 아나?”

“예. 알고 있습니다.”


노인의 질문에 세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명과 함께 무너진 교육제도는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요새화된 도시 안에서 대재앙 이전의 문화를 누리는 소수의 시민이라면 몰라도 황무지에 사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몰랐다.


“좋아. 그럼 거기 적힌 대로 작성해.”

“이름, 나이, 전투방법···. 전투 방법은 뭔가요?”

“총을 쏘면 총이라고 적거나 마법사라면 마법사라고 적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응대였지만 현대 서비스란 게 원래 이 모양인 경우가 많았다.


아까 들렸던 무기점 같은 곳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였다.


세건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서류를 슬쩍 한눈으로 훑어본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곁에 있는 기계에 집어넣었다.


“좋아. 잠시만 기다려. 곧 헌터증이 발급될 테니.”

“···이게 끝입니까?”


마력 측정용 수정구··· 같은 걸 바라지는 않았지만 벌써 끝났다는 말에 세건이 약간 맥빠지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뭘 바랐는데? 헌터가 되고 싶으면 헌터가 되는 거지.”

“뭔가 헌터가 될 만한지 확인하는 시험 같은 건 없나요?”

“시험? 푸하하하하하!”


노인이 갑작스레 큰 소리로 웃어젖혔다.


잠시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곧 모두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다.


“여기가 무슨 요새도시들도 아니고··· 시험은 무슨 시험이야?”

“그래도··· 아무나 헌터가 되겠다고 하면 좀 곤란하지 않나요?”


몬스터를 사냥한다고 해서 헌터란 이름을 얻게 되었지만, 사실 헌터가 하는 일은 훨씬 다양하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에서 유물을 찾기도 하고,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를 노리거나 상품 운반이나 호위를 맡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직업이었다.


‘의뢰를 중개하는 길드로써도 아무나 헌터랍시고 설치면 곤란할 텐데···?’


헌터들이 의뢰를 실패하게 되면 그만큼 헌터 길드의 신뢰도도 낮아지게 된다.


세건의 질문에 노인이 피식 웃었다.


“굳이 돈 들여서 시험 같은 걸 볼 필요가 없지. 어차피 어중이떠중이는 황무지에서 죽으니까.”


한마디로 황무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시험이란 뜻이었다.




기계에서 소리가 울렸다.


노인이 무심하게 작은 카드를 뽑아 세건에게 건넸다.


“나왔군. 이제부터 헌터다.”

“이거··· 진심입니까?”


카드를 받아들었던 세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헌터가 되었다니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카드가 문제였다.


F 랭크란 문자가 주황색으로 선명히 새겨진 카드에는···.


“이름은 이세견으로 되어 있고, 나이는 34세에 마펍사? 뭡니까, 이건.”

“그러게 글씨를 똑바로 썼어야지.”


기계가 낡아서 서류의 글씨를 잘못 읽었는지 카드에 적힌 내용들은 오타가 가득했다.


세건이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계속 노려보자 노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재발급은···.”

“신삥은 안 돼. 나중에 F급에서 벗어나면 바꿔주지. 그 전에는 그대로 써.”

“살아남으면 말이죠?”

“그래. 살아남으면.”


시험이 없느니 뭐니 했지만 결국 검증되기 전에는 제대로 헌터라 인정해주지 않겠단 뜻이었다.


세건은 어쩔 수 없이 엉망인 카드를 받아 넣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의뢰는 어떻게 받나요?”


세건이 어쩔 수 없이 카드를 받고 질문했다.


굳이 헌터 길드에 가입한 이유는 길드의 의뢰를 받기 위해서였다.


드넓은 황무지에서 원하는 몬스터를 찾기 위해서는 헌터들의 정보가 모이는 길드에 가입하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


“F급 헌터는 개인 의뢰 못 받아. 저기 게시판에 있는 공용 의뢰 중에서 찾아와.”


세건은 잠자코 노인이 가리킨 벽면의 보드에 다가갔다.


보드에는 일일이 손으로 직접 쓴 짧은 의뢰서들이 붙어 있었다.


적지 않은 수였지만 몬스터 사냥 의뢰만 추리자 남은 건 세 개 뿐이었다.


====

-요새게

의뢰: 요새게 시체 전체를 상납.

보상: 10억 그렛

추천 랭크: A~S 다수


-살인새우 사냥

의뢰: 살인새우 10마리 단위로 구입

보상: 10마리당 150만 그렛

추천 랭크: F랭크


-돌거미 마석 수집

의뢰: 돌거미 마석 무제한

보상: 개당 100만 그렛

추천 랭크: C~B랭크

=====


보드 여기저기 종이를 뜯어낸 자국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의뢰서를 뜯어냈다.


‘요새게처럼 말도 안 되는 괴물은 아무리 나라도 무리지. 이제 와서 살인새우 같은 잡몹을 사냥한다는 것도 웃기고.’


세건이 당장 필요로 한 건 강해지는데 도움이 될 몬스터의 정수였지 돈이 아니었다.


살인새우는 몸 길이 1미터에 새우를 닮은 변이체였다.


종종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인간의 음식이 되는 일이 훨씬 잦은 약해빠진 몬스터.


결국 남은 건 돌거미 의뢰 하나뿐이었다.


“골랐나?”

“혹시 의뢰를 받는데 랭크 제한 있어요?”


만약 그렇다면 겨우 F랭크에 불과한 세건이 의뢰를 받을 수 없었다.


“공용의뢰에 랭크 제한 같은 게 있을리 없지. 그냥 직원들이 괜히 죽지 말라고 나름 신경 쓴 내용일 뿐이야.”

“그럼 F랭크여도 받아도 된다는 거죠?”

“헌터가 멋대로 죽든 말든 우리가 알 바는 아니지.”


노인의 말은 어디까지나 건조했다.


그러나 세건을 보는 노인의 눈은 이미 없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아무 흥미도 없었다.


“어디 보자···. 여깄군. 이걸 가져가면 돼. 자세한 내용은 거기에 다 있고.”


세건은 말없이 노인이 준 종이 한 장을 챙기고 헌터 길드를 나섰다.


****

돌거미.


이름 그대로 돌로 이루어진 거미를 닮은 듯한 몬스터였다.


크기는 개체별로 다양하지만 2~4미터 정도쯤 자란다.


평소에는 바위로 위장해 꼼짝도 하지 않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덮쳐 잡아먹는다.


황무지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몬스터도 아니었다.


“다만 전부 매복하고 있으니 찾아내는 게 일이겠어.”


노인이 건네준 종이에는 돌거미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황무지를 이동하면서 종이를 몇 번이고 읽은 세건은 주머니에 종이를 쑤셔 넣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더 이상은 필요 없었다.


세건이 올라선 작은 언덕 아래 넓은 바위 밭이 펼쳐져 있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이곳이 바로 돌거미들의 서식지였다.


‘확실히 구분 못하겠는데···.’


바위들 사이에 돌거미들이 숨어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건이 주의 깊게 널려 있는 바위들을 살폈지만, 마법사의 눈으로도 돌거미와 바위를 구분해 낼 수 없었다.


강철 몸 특성이 있으니 매복 걱정 없이 직접 다가가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일일이 바위들을 뒤지는 건 비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힘들게 찾아낼 필요는 없지.’


마법사에게는 마법사의 방식이 있는 법.


세건은 언덕 위에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마력 121/121]


“파이어볼!”


마력을 확인한 세건이 바위 밭을 향해 파이어볼들을 연달아 발사했다.


총 10발.


바위 밭을 둘러싸듯 원형으로 넓게 뿌려진 파이어볼이 폭발하며 불길을 일으켰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길은 바위도 아랑곳 않고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아!


갑자기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 밭이 불바다로 변하자 당황한 돌거미들이 의태를 풀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돌거미들의 껍질이 진짜 바위처럼 단단하다지만 불에 타더라도 멀쩡하단 뜻은 아니었다.


“크. 잘 타는군.”


언덕 위에 선 세건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바위 밭을 둘러싼 불길 때문에 놈들이 달아날 곳은 세건이 서있는 언덕 아래 밖에 없었다.


사실 세건의 파이어볼이 그리 촘촘하게 발사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군데군데 빠져나갈 공간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돌거미들은 불길 사이를 통과하는 대신 본능적으로 불이 없는 방향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


그 모습은 한 마디로 광란이었다.


혼란에 빠진 돌거미들은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가며 주변의 동족들을 밀쳐냈다.


종종 서로 공격하거나 난데없이 동족을 잡아먹는 놈들도 적지 않았다.


미친듯이 달려오는 3미터의 거대한 돌거미를 바라보던 세건이 천천히 허리에 찬 메이스를 뽑아들었다.


매끄러운 가죽이 세건의 손에 착 달라붙었다.


아다만다이트의 특징은 묵직한 무게도 더없이 믿음직스러웠다.


“일단 한 놈!”


언덕 위에서 뛰어내린 세건이 막 아래를 지나던 돌거미의 등을 메이스로 내리 찍었다.


콰아앙!


타르킨의 괴력으로 휘두른 순 아다만다이트 메이스의 위력은 엄청났다.


몸속까지 울리는 굉음과 함께 돌거미가 산산조각 나며 사방에 녹색 피를 흩뿌렸다.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광경이었다.


“정수 흡수.”


[정수를 흡수합니다.]

[마물: 돌거미 x1]


====

[돌거미]

특성: 바위껍질(Lv.1), 의태(Lv.3)

====


“꽝이군.”


나름 쓸모 있는 특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정수를 흡수해보니 보잘 것 없었다.


“흐압!”


그러나 실망할 여유가 없었다.


뒤이어 몰려든 돌거미들이 앞길을 막는 세건을 향해 사납게 덤벼들었다.


돌거미의 날카로운 앞발이 몇 번 세건의 몸을 스쳤지만 오히려 자신들의 앞발만 손상되었을 뿐이었다.


“두 놈!”


파각!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인 돌거미의 머리가 으깨졌다.


‘괜찮은데?’


마치 야구공을 제대로 때린 것 같은 느낌.


게다가 세건이 잡아야 할 돌거미들은 아직도 잔뜩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휘두를 수 있지?’


기분 좋은 손맛에 세건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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