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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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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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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0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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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563

작성
19.11.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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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

DUMMY

“뭐든지 하나 들어준다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세건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소원을 들어준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설마 이걸로 20억 그렛을 퉁치려는 건 아니겠지···?’


세건의 태도를 본 노인이 손짓하자 호위가 들고 있던 묵직한 가방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돈을 안 준다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게. 20억 그렛은 물론 자네의 소원도 한 가지 들어준다는 소리니까.”

“으음. 소원을 들어준다니···. 좀 과한 말 아닌가요?”

“나는 엔트위프의 부시장, 로버트 필건이네. 어지간한 건 모두 들어줄 수 있다는 뜻이지.”


로버트 필건.

엔트위프의 부시장.

그 단어는 엄청난 무게를 지녔다.


엔트위프에서 민주주의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전통의 껍데기에 불과했다.


정치권력은 귀족이라 할 수 있는 1급 시민들이 독점한 상태였다.


1급 시민들은 크게 두 파벌로 나뉘어 있었는데, 부시장은 도시의 확장을 꾀하는 확장파의 대표격이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보수파의 중심인 시장보다는 약하지만, 부시장이 가진 권력만으로도 도시를 지배하는 두 왕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셈이었다.


“그 말은···.”

“만약 자네가 원한다면, 2급 시민권이라도 주겠네.”


시민권.

그것도 3급이 아니라 2급이다.


세건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돈을 줘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3급 시민권뿐이었다.


사실상 도시 성벽 안에서 거주만 허락 받았을 뿐인 외부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


2급 시민권자라면 별도로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고 복지제도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고철꾼으로 폐허들을 뒤지면서 세건이 얼마나 시민권을 꿈꿔왔던가.


지금 세건이 입만 열면 동면에서 각성한 이후 그렇게 간절히 바라왔던 문명의 안락함을 되찾을 수 있다.


너무나 큰 유혹.


“시민권도 매력적이지만···. 한 가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라···. 그게 뭔가?”


그러나 세건은 유혹을 떨쳐냈다.

가장 중요한 건 시민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가족이었다.


“저는 동면자입니다.”

“오기 전에 이야기는 들었네. 그래서 직접 만나기로 마음먹었고. 문명을 세웠던 고대인이 황무지 야만인들과 함께 살다니 안타까운 일이지.”


슬럼가에 직접 발을 옮기긴 했지만 과연 시민답게 부시장의 말에는 황무지인에 대한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오르기스 상회가 저를 각성시켰습니다만···. 함께 동면했던 제 가족들이 없더군요. 제게 알려주지도 않았고. 혹시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시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오르기스 상회와 싸울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른다.


세건 혼자라면 무시당했겠지만 부시장의 말은 차원이 다를 테니까.


그러나 부시장은 오르기스란 상회란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오르기스··· 하필 오르기스 상회라.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네.”

“예? 부시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닌가요?”


설마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 세건이 눈을 깜빡였다.


도시의 절반을 지배하는 부시장의 권력이 겨우 상회 하나에서 그 정도도 못한 단 말인가?


“잠깐 모두 나가게.”


말없이 세건을 바라보던 부시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말없이 서서 대기하던 헌터 길드 직원들은 즉시 방을 나섰지만 부시장의 호위들은 난감해 했다.


“부시장님. 죄송하지만 이자는 헌터입니다. 아무 호위도 없이 함께 계시는 건 위험합니다.”

“됐어. 그는 내 은인이야.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나가서 기다리게. 아무도 엿 듣지 못하게 막고.”

“···알겠습니다.”


결국 윗사람의 말을 이기지 못한 호위들이 방을 나섰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도시 밖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르기스 상회야말로 진짜 엔트위프의 지배자나 마찬가지네.”

“예···?”


아무리 크다지만 겨우 상회 하나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오르기스가 도시 물류의 절반을 쥐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네. 그리고 엔트위프에는 항상 식량이 부족하지. 만약 놈들이 숨통을 조인다면 도시는 끝장이야.”

“하지만···.”

“엔트위프의 시장이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가 오르기스 회장의 남동생이기 때문이네. 시장의 권력과 오르기스의 돈이 합쳐졌으니··· 부시장이라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소리지. 가족과 헤어진 건 안타깝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네.”


예상보다 큰 오르기스 상회의 실체에 세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럼 만약 오르기스 상회에서 누가 난동을 부린다면 어떻게 될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르기스 상회와 싸울 생각인가?”


세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없이 세건의 눈을 마주보던 부시장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난동이라. 오르기스 상회는 감히 자신들에게 이빨을 드러낸 사람에게 본보기를 보이려 할 거야. 경비대 대신 사병을 동원하겠지.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나?”

“아니오. 잘은 모릅니다.”

“헌터, 용병, 경비대. 인근에서 뛰어나기로 소문난 실력자들만 모아서 만든 사병 집단이네. 대부분은 마법사이기도 하지.”


부시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놈들은 문제가 아니야. 진짜 문제는 사이먼 쇼어지. 자네도 들어는 봤겠지?”

“예. 직접 봤습니다.”

“사이먼을 봤는데도 자신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가족 때문에 무모하게 행동하는 건가?”


‘청소부’ 사이먼.

엔트위프 최강의 마법사.

그 이름은 도시를 넘어 지역 전체에 알려져 있다.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부시장의 눈빛에 세건은 잠시 침묵했다.


‘싸울 자신이 있냐고···?’


그와 싸우기 위해서 지난 시간 동안 모든 노력을 집중해 정수를 흡수해 왔다.


그리고 지금 현재 자신이 가능한 최강의 정수 조합까지 완성이 끝났다.


“이길 수 있습니다.”


짧지만 확신이 어린 대답.


그 말을 들은 순간 부시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자신이 있다···. 사실 이번 만남은 내 원수를 갚아준 자네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였네.”


잠시 말을 고르던 부시장이 회한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이먼 쇼어가 없다면 오르기스 상회는 오른팔이 잘린 거나 마찬가지지. 놈들을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생기는군.”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 대신 권력을 붙잡을 기회를 발견한 탐욕스러운 정치인의 눈이 세건을 향했다.


“자네를 돕고 싶네.”

“어떻게 말입니까?”

“도시에 들어와서 오르기스 상회까지 가게 해주지. 그리고 만약 정말로 오르기스 상회를 뒤집는다면··· 뒷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거부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다.

어차피 세건은 가족의 행방만 알아내면 그뿐이었으니까.


“다만 그 전에 자네가 정말로 그만큼 강한지 확인해야겠네. 말 한 마디만 듣고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확인할 생각이죠?”


힘을 증명하라.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주문이었다. 그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세건의 질문에 부시장이 속삭였다.


“요새게. 지금까지 사이먼 이외에는 아무도 혼자 잡지 못했지. 혼자 요새게를 사냥한다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하겠습니다.”


요새게라.


세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어제 듣기로는 혼자서 사냥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 노인이 말한 대로 헌터 길드에 왔던 세건은 당황했다.


길드 앞에는 소대 규모의 중무장한 용병들이 검은 양복과 함께 세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저 혼자서 지켜보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니까요. 그래서 용병들을 불렀습니다.”


검은 양복이 가운데 주차되어 있던 버기카의 문을 열며 설명했다.


“사이먼 쇼어도 황무지에서 이동할 때는 헌터들과 함께 움직였습니다. 요새게를 만날 때까지는 이 사람들이 몬스터를 상대할 겁니다. 이세건 씨는 요새게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세건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 황무지를 가로질러 요새게를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호위들까지 붙는다면 황무지에서 이동하는 것도 훨씬 편할 터였다.


‘깔끔하게 요새게를 잡을 수 있나 없나 하나만 보겠다는 건가? 생각보다 기대가 큰 모양인데.’


버기카를 본 세건은 예상보다 부시장이 훨씬 많이 투자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슬럼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폐차 직전인 고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들이었다.


세건이 탑승할 버기카 한 대와 호위용 무장 트럭 두 대.


모두 낡았지만 대재앙 이전에 도로를 달리고 있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된 모습이었다.


‘아니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딴 게 대재앙 전에 있었을 리가 없는데.’


차체 위에 기관총이 설치된 트럭을 본 세건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고 버기카에 탑승했다.


잠시후 차량들이 일제히 출발했다.


“그런데 요새게가 어디 있는지 압니까?”

“요새게는 엔트위프의 골칫거리니까요. 비시민에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서식지 주변은 출입금지 대상입니다. 그 근방으로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겠죠.”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검은 양복이 대답했다.


요새게는 움직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려드는 곤란한 본능이 있었다.

도시에서 해당 지역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정보까지 굳이 숨기다니··· 뼛속까지 차별주의자인 건가.’


누가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닌데 시민 이외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니 세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침묵 속에서 버기카는 아무 일 없이 황무지를 달려 나갔다.


가끔 몬스터들이 나타났지만 대단한 놈들이 아닌 탓에 호위들의 총격을 받고 그대로 피를 흩뿌리며 사라졌다.


그렇게 나아가길 수 시간.


“응?”


갑자기 밝아진 것을 느낀 세건이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두에 달리던 트럭이 빛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아무 전조도 없이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앙!


“이게 대체···!? 꽉 잡으십시오!”


폭발한 트럭에서 날아오는 파편을 피해 버기카의 경로가 휙 꺾였다.


다행히 검은 양복의 운전 솜씨가 뛰어난 덕분에 버기카는 용케도 무사히 폭발한 트럭을 벗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검은 양복이 당황하는 동안 세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전방에서 거대한 바위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뭔가 보이는 것 없습니까?”

“저것 같은데···. 저게 뭐지?”


세건이 가리킨 바위를 바라본 검은 양복이 탄식했다.


“저건··· 아, 세상에. 여긴 아직 서식지 부근이 아닌데···!”


바위라고 생각했던 껍질이 위로 솟구치면서 땅속에 파묻혀 있던 붉은 껍질이 드러났다.


주변 건물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거체.


집채만한 껍질에 붙은 무수한 무기들.

강철도 손쉽게 찢어버릴 수 있는 거대한 집게발.


요새게(Fortress crab)였다.


작가의말

1시간 지각했습니다 ㅠㅠ

4시간 안에 한 편을 써야 되는데... 쉽지 않네요.

시간에 쫓겨 점점 더 글이 엉망이 되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제 능력 부족을 절감하게 되는 또다른 하루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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