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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니 특성 쩔더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최근연재일 :
2019.12.10 04:0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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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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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563

작성
19.11.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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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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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

DUMMY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6]


“후우···.”


끝났다.


얼굴이 부서져 최후를 맞은 코너의 시체를 보면서 세건이 심호흡을 했다.


사람을 죽였다.


비록 마지막에 자신에게 총을 겨누긴 했지만, 그동안 별로 감정을 품지도 않은 하급 헌터들까지.


그러나 충격은 예전에 상상했던 것처럼 크지 않았다.


겨우 껄끄러운 일을 하고 말았다는 느낌.


예상보다도 무덤덤한 감정에 세건 스스로 이상하게 느낄 정도였다.


“전부 해치운 거야···?”

“끝났어.”


상황이 끝나자 수레 뒤에 숨어있던 테리가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세건, 대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갑자기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주변에 흩어진 시체들을 힐끔 살핀 테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타르킨의 괴력으로 때려죽인 탓에 헌터들 시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세건을 바라보는 테리의 눈에 공포가 섞여 있었다.


“이번에 마법을 쓸 수 있게 됐거든.”


자신에게 겁먹은 친구를 보자니 입맛이 썼다.


그러나 세건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대답했다.


“마법? 진짜 마법사가 된 건가···. 저기, 내가 아는 세건··· 맞지?”

“그럼 넌 내가 몬스터로 보이냐?”


평소처럼 농담을 던지는 세건을 보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테리가 겨우 긴장을 풀었다.


“후우···. 갑자기 모르는 놈이 된 것 같아서 쫄았어.”

“멍청한 놈.”


겨우 여유를 되찾은 테리를 보고 세건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죄다 죽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일단 도시로 돌아가야겠지.”

“도시로···?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


다시 한 번 시체들을 본 테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원정대가 전멸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지만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한동안은 원정을 기획한 스폰서들이 달라붙어 원인을 밝혀내려 애쓸 것이 확실했다.


만약 주범을 알아낸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


“어차피 집에 딱히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아깝긴 해도 그냥 다른 도시로 나르는 편이 낫지 않아?”


수레에 실린 물건과 시체들의 장비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테리가 제안했다.


이 물건들을 모두 처분하면 다른 도시에서 새 출발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 길도 있겠지만···. 난 오르기스 상회에 볼 일이 있어서.”

“오르기스라면··· 널 동면에서 깨웠다던 그 놈들?”

“그래.”


세건의 대답에 테리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오르기스 상회는 도시의 물류 절반을 장악했다 할 정도로 한 손에 꼽히는 대형 상단이다.


“오르기스 상회한테 볼 일이 뭔데···?”

“놈들한테 내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내야겠어.”


테리를 마주보는 세건의 눈빛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이 세계에서 동면자의 대우는 미묘했다.


동면자 자체를 배척하진 않았지만 정작 동면자가 들어있는 동면 캡슐은 상품으로 취급된다.


언제든 열어볼 수 있고 안에 누가 있을지 모르는 랜덤 박스.


딱 그런 인식이었다.


때문에 동면 캡슐 거래는 끊이질 않았다.


굳이 노예 상인이 아니라도 고대 기술자처럼 유용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조건이었으니까.


오르기스 상회 역시 종종 동면자를 각성시켜 유용한 인재를 찾곤 했다.


가족과 함께 동면에 들었던 세건은 홀로 깨어났다.


세건을 각성시킨 오르기스 상회는 세건의 가족들 행방에 대해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쓸모없다고 판단한 세건을 가차 없이 슬럼가로 내쫓았을 뿐.


“으음. 놈들이 순순히 알겠다고 하진 않을 거란 건 알지? 오르기스 놈들 엄청 거만하잖아.”

“그럼 대답할 때까지 조금 강압적으로 물어봐야겠지.”


마법사가 된 세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마력이 전신을 순환할 때 느껴지는 그 전능감을 떠올리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황무지와 도시는 다르다지만 결국 이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약육강식(弱肉强食).


힘만 있다면 강제로 대답을 받아내는 것 정도는 별 것도 아니었다.


“마법사가 되면 맛이 간다더니···. 오르기스 상회와 싸우겠다니 제정신이야?”


테리가 머리카락도 없는 머리를 벅벅 긁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강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시선에 불과했다.


도시만 나가면 몬스터와 도적이 들끓는 세계에서는 자위를 위해서라도 무력을 가지는 것이 필수였다.


당연히 오르기스처럼 거대한 상회에는 마법사도 여럿 소속되어 있었다.


고작 무소속 마법사 한 명이 귀찮게 굴어봐야 눈 하나 깜짝할 놈들이 아니란 뜻이다.


“흥. 너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젠장. 네가 싸우면 놈들이 난 가만히 놔둘 것 같아?”


테리는 인상을 쓰며 투덜댔다.


오르기스 상회처럼 힘 센 조직이 적대자의 주변인들을 가만 내버려 둘리 만무했다.


어차피 테리는 슬럼 거주민.


시민권도 없으니 본보기 삼아 처형해도 별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난 절대 반대지만···. 아무튼 일단 짐부터 챙기자. 너무 오래 있었어. 이러다가 몬스터 오겠다.”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선 테리가 가까운 시체에서 무덤덤하게 장비를 벗겨내려 애썼다.


“잠깐 비켜봐. 편하게 마법 좀 써줄 테니까.”

“마법을?”


마법이란 말에 테리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시체에서 떨어졌다.


그동안 테일러의 마법을 봐왔지만 세건의 마법은 어떤 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정수 흡수.”


[정수를 흡수합니다.]

[인간: 1]


세건에게 정수가 빨려나간 시체가 그대로 말라붙어 먼지로 변했다.


“우왓! 이게 뭐야!?”


바람에 휩쓸려가는 먼지를 올려보며 테리가 기겁했다.


멀쩡하던 시체가 갑자기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버리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라 뭔가 했더니···.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복수라도 하려고?”


테리가 소름끼친다는 표정을 짓자 세건이 헛웃음을 지었다.


“복수라니. 그냥 네가 하는 일 좀 편하게 하란 거지.”


시체가 먼지가 되었기 때문에 힘들게 장비를 풀 필요도 없었다.


그냥 먼지 더미에 파묻힌 장비들을 주우면 끝이었다.


시체가 변한 먼지라니, 약간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리고 겸사겸사 죽은 사람한테 힘도 좀 빌리고.”

“힘을 빌린다니? 네가 죽여 놓고 무슨 헛소리야. 저주라도 안 받으면 다행이지···.”


테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일단 죽으면 되거든. 별로 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정수만 있으면 되니까.


세건이 씨익 웃었다.


아직도 주변에는 정수를 흡수할 시체들이 남아 있었다.


하급 헌터들의 시체에서 정수를 모두 흡수한 세건은 테리가 장비를 챙기도록 내버려두고 코너를 향했다.


‘사이보그 특성도 가질 수 있으면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세건이 기대감을 품고 코너에게 정수흡수를 사용했다.


[신체가 부족해 정수를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뭐야?”


세건은 혀를 찼다.


코너의 육신은 먼지로 변했지만 사이보그 의체는 멀쩡하게 남았다.


던전의 로봇들을 흡수한 경험 때문에 코너도 가능할 거라 믿었지만 기계는 흡수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실망했던 세건은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아직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남았으니까.’


세건의 눈이 마지막까지 남겨둔 테일러의 시체를 향했다.


‘재수 없는 새끼였지만··· 마법은 쓸 만했지. 만약 마법을 흡수할 수 있다면 대박인데.’


최후의 순간 보여준 불의 검도 대단했지만 테일러가 평소에 쓰던 불덩어리도 나쁘지 않았다.


한 번 붙으면 꺼지지 않는 화염구를 쏘아내는 마법이라니.


유일한 문제는 과연 마법도 특성으로 인정 되느냐는 것 뿐이었다.


이게 가능하다면 앞으로 세건이 성장할 수 있는 길도 훨씬 넓어질 터였다.


“정수 흡수.”


꼴 보기 싫은 테일러의 얼굴을 응시하며 세건이 조용히 내뱉었다.


[정수를 흡수합니다.]

[마법사: 1(테일러)]


“테일러 정수 장착.”


====

[테일러]

특성: 체력(Lv.1), 사격술(Lv.1), 도발(Lv.1), 마법: 화염마법(Lv.2), 마력조작(Lv.1), 방어막(Lv.2), 마력(50)

=====


[마력을 흡수하면 최대 마력량이 오릅니다.]

[테일러의 정수를 장착하시겠습니까? 능력을 선택하세요.]


“됐다···!”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화염마법을 선택했다.


마법에 관한 다른 능력들도 흥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테일러의 마법 자체가 탐났다.


[마법: 화염마법을 선택했습니다.]

[마법은 한 가지 능력으로만 제한됩니다. 비슷한 계열의 정수를 사용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

불타는 주먹(Lv.1): 열정에 불타는 복서인 당신은 마침내 불꽃 펀치를 손에 넣었습니다. 주먹으로 때릴 때마다 작은 폭발이 일어납니다.


파이어볼(Lv.1): 화염법사의 기초! 폭발하는 불덩어리를 느릿느릿 발사하세요!


화염방사(Lv.1): 당신은 살아있는 화염방사기입니다. 손으로 짧은 범위의 불길을 뿜어낼 수 있습니다.


화염검(Lv.1): 검? 이젠 불검이다! 초고온으로 압축된 불의 검을 휘둘러보세요. 화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뒤이어 나타난 상태창에 세건이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이 이름들은 누가 짓는 거야?’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스킬 이름들의 통일성이었다.


영어로 할 거면 하고, 아니면 마는 거지 이것 저것 뒤섞여 있으니 보기 좋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쓸 수 있는 마법 종류는 하나뿐인가.”


테일러는 상황에 따라 불 자체를 자유롭게 구사했지만 세건은 그 중 하나만 사용할 수 있었다.


비록 나중에 화염마법을 익힌 마법사의 정수로 사용폭을 늘리거나 강화할 수 있긴 했지만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전부 나쁘진 않지만···.’


세건은 과감하게 머릿속 후보에서 불타는 주먹과 화염검을 제외했다.


블랙스톤 던전에서 느꼈지만 현재 세건의 전투는 근접전에만 치중되어 있었다.


아예 근접전 특화를 노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화염방사는 범위 공격이란 점은 괜찮지만 거리가 너무 짧아. 원거리 공격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거지···.’


결국 고민하던 세건은 결국 파이어볼을 선택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파이어볼 마법의 사용법이 떠올랐지만 이제 익숙해진 느낌이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은 건 인간 정수인데···. 당장은 필요 없겠지.’


인간 정수로 얻을 수 있는 특성은 대체로 레벨이 낮은데다 마법이나 몬스터들 특성에 비하면 특별히 유용하지도 않았다.


결국 세건은 인간 정수는 나중에 필요하거나 정수 칸이 늘어날 때까지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야! 세건! 좀 도와줘! 죽겠다!”

“응?”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있던 세건은 다급한 테리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테리가 수레를 옮기느라 낑낑대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왜 하나에 전부 몰았어?”

“내가 끌던 수레는 아까 총에 맞아서 부서졌어. 바퀴도 나갔고, 아예 원판이 깨져서 저건 못 써.”


세건은 질린 눈으로 물건이 산처럼 쌓인 수레를 올려보았다.


아무리 타르킨의 괴력을 가진 세건이라도 장시간 끄는 건 꿈도 못꿀 정도로 물건이 쌓여 있었다.


“그렇다고 이걸 다 가져간다고?”

“헉헉···. 그럼 이걸 다 버려? 그건 너무 아깝잖아.”

“욕심도 적당히 부려야지···. 돈이 안 되거나 필수적인 물건이 아니면 버려.”


세건의 말에 테리가 울상을 지었다.


“그러지 말고 다 가져가면 안 될까?”

“그럼 네가 혼자 끌던가.”

“젠장···. 알았어.”


단호한 세건의 말에 테리가 어쩔 수 없이 수레에서 물건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을 하나 꺼낼 때마다 한숨을 내쉬며 필사적인 눈으로 가격을 따지는 모습을 보니 물건을 고르는데에만 한참 걸릴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침내 테리가 식량과 음료수를 수레에서 꺼내기 시작하자 보다 못한 세건이 수레를 빼앗았다.


“기다려! 차라리 내가 굶을 테니까···! 아니, 그건 안 돼! 비싼 거라고!”

“못 버리겠으면 저리 비켜!”


한참을 아웅다웅한 끝에 마침내 세건은 테리를 떨쳐내고 수레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여전히 수레는 혼자서 몰기에 무거웠지만 잠시라면 테리도 충분히 끌 수 있을 정도로 부피가 줄어들었다.


“아아···. 저게 다 돈인데···.”

“입 다물고 따라와.”


여전히 아쉬운 눈으로 수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테리를 내버려두고 세건이 사막을 향해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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