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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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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0.05.20 17:38
최근연재일 :
2022.04.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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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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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쪼개지는 청나라 -5-

DUMMY

The Plague, 혹은 Plague라고도 하는 검은 전염병(black plague), 흑사병.

쥐나 쥐벼룩, 혹은 그 쥐를 잡아먹은 개나 고양이, 혹은 다른 포식자라면 무엇이건 매개로 하여 전염될 수 있는 그 병은, 쥐와 벼룩이 흔하고 야생동물도 많은 지금 시기에는 한번 발병하면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는 병이었다. 그리고 일단 증세가 한번 나타나면 길어야 일주일, 짧게는 여섯 시간 안에 사람을 까맣게 만들고, 걸린 사람 중 반수 이상을 죽이는 무서운 병이었다.


영국 해군기지 중 하나인 웨이머스 항에는 지금도 관련 동판이 남아 그 무서움을 알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 내용인즉슨,


“흑사병이 1348년 이 항구를 통해 영국에 유입되었다. 이 병으로 국민 전체의 30%에서 50%가 사망했다. The ‘BLACK DEATH’ entered England in 1348 through this port. It killed 30~50% of the country’s total population.”

였다.


그나마 당시에는 지금보다 인구 밀도가 적었고, 상대적으로 물동량이나 인구 이동이 적었기에 절반만 죽었지, 지금처럼 먼 거리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접촉하는 시기에 유행하였다면, 인구 절반이 아닌 인류 멸망각도 재어 볼 만한 피해가 나왔으리라.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흑사병을 잡을 수 있다는 신비한 약이 청국과 전투를 벌이는 중인 영국군들에게 지급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덤으로 당시에는 뱃놈들 사이에서 꽤나 심각했던 봉와직염이나 폐렴은 물론, 임질과 매독 등등도 이 약을 몇 번 먹으면 씻은 듯 나아지곤 했던 것이었다. 물론 약값은 만만치 않았고, 지켜야 할 사항도 상당했지만, 병 걸려 객사하는 것만 막아주는 것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했다. 심지어는 고향에 돌아가서 약 장사를 한다거나, 병으로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 쓴다고 급료를 타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지급된 가루약을 사서 모으는 자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줌은 왜 저 병에다가 싸서 모으라는겨?”

“안 그러면 병이 도져 뒤진대잖어. 싸라면 싸는거지.”

“병 걸린 놈 격리하는거야 그러려니 하지만...”


바로 약을 먹는 자들의 오줌을 저 투명한 재질의 병에 싸서 모으라는 것과, 주어진 약은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치되었다고 생각되더라도 끝까지 먹을 것, 그리고 약 먹는 동안에는 금주라는 것이었다.


물론 사영은 가능한 한 최대로 배양 용기를 늘리고, 기초적인 생물학과 화학을 가르친 인원들을 육성하여 스트렙토마이신을 포함한 여러 항생제의 생산량을 늘리고자 애쓰고 있었으나, 수요가 너무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오줌으로 빠져 나오는 스트렙토마이신을 회수도 할 겸, 혹시 생길 수 있는 내성균의 출현을 어떻게든 늦춰보기도 할 겸사겸사 오줌을 모으라고 한 것이었다.


청국군이 흑사병에 걸린 사체를 이용해 공격을 진행하는 것이 확실해진 지금, 영국군 지휘부는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하달했고, 흑사병의 무서움을 잘 아는 해군들 또한 이 명령을 잘 따랐다.


적어도 첫 한두달 간은 말이다.


전쟁이 길어지고, 청국의 해상 봉쇄를 위해 영국군이 청국 해안 도시를 초토화시키면서 다니던 때였다.


산둥 반도 북쪽, 새로운 황하의 하류 근처에 구축된 해안 요새 성벽에서 묘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올라가! 올라가라고!”


굴비 엮듯 둘둘 묶인,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완연한 청국인들을 청국군이 한 다섯 자는 될 듯한 기괴할만큼 긴 창으로 쿡쿡 찔러가며 성벽 위로 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뒤로 보이는 바다 저 편 수평선에서는 희뿌연 연기, 혹은 시커먼 연기를 뿜어올리는 영국 선단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흑사병에 걸려 죽은 시체나 흑사병 환자를 투석기나 대형 새총 등으로 영국군 함선에 던져 넣는데 성공하면, 그 배는 뒤로 빠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던 청국 노농적군은 그 전략에 재미를 들렸다. 특히 남부에 비해 흑사병이 창궐하던 북부에서는 흑사병 환자가 구하기 쉬운 생물병기로 취급되었다. 그들은 흑사병 환자나 흑사병 환자가 발생한 집에 사는 모든 사람, 혹은 더 나아가 흑사병 환자가 소속된 집단농장이나 집단급식소 인원들을 해안 요새 가까운 곳에 격리하였다. 그 후 적절한 치료가 이어졌으면 좋았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중국 의학의 한계로 약초를 달여 먹거나 침을 놓거나 하는 것으로는 흑사병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죽은 피를 제거하기 위해 검게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한 부위를 절개하여 사혈을 시도하다 추가 감염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중국 전통 의술을 행하던 자들이 먼저 죽어나가기도 하던 터였다.


“이젠 가망이 없어.”

“치료를 포기합니까?”

“치료는 포기하고 다른 수를 써야지.”

“다른 수가 있습니까?”

“...그들의 죽음이 그들의 삶보다 가취있게 해 주자고.”


그래서 그들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대신 이제 영국군을 상대로 되도 않는 포격전을 하느니 환자들을 이용해 세균전을 벌이기로 한 것이었다. 어차피 저들이 올 때쯤이면 해안요새 외벽은 흑사병에 오염된 시체나 시체가 될 환자들만 그득할 것이었다. 그 요새를 점령하고 나더라도, 요새부터 그 안쪽까지 상당한 부분은 돈이 될 만한 것도,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것을 몇 번 겪고 나면 양이들도 그냥 물러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고대부터 내려오던 청야전술에 세균전을 더한 고육지책이었다.


“Bloody Hell! Corpse again!”

“Black dead bodies everywhere!”


벼라별 전장을 다 겪어 온 영국 해군들도 시체‘만’있는 요새를 접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총알도, 포탄도 한 발 날아오지 않는 요새를 접수하기는 쉬웠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던 것이었다.


그 곳에는 오직 오염된 식수원과 시체, 혹은 곧 시체가 될 자들 외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다. 보통은 요새를 점거한 후 기능을 회복시키면서 전진기지로 써먹는 방법이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영국군의 병력과 자원이 너무 적었다. 청국의 해안선은 길고, 때려야 할 목표는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충 불 지르고 떠난다!”


명령은 그렇게 떨어졌으나, 수병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요새 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바로 술을 찾기 위해서였다.


흑사병 공격에 대해 스트렙토마이신을 받으면서 동시에 금주령이 떨어졌고, 영국 해군에게는 늘 지급되던 럼주 탄 물, 그로그조차 지급이 끊어진지도 어언 한달여. 그 동안 그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왔다. 그 대신 그들에게 지급된 것은 멸균된 오크통 안에 들어있던 멸균된 물과 함께 특수한 효모 추출물로 만들었다는 효모장이었다.


“이게 알콜 의존증에서 벗아나게 하는데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아울러 괴혈병도 막아줄 것이구요.”


사영이 소개한 그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윤활유 같은 그것을 처음에는 영국 해군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냄새는 조선에서 많이 쓴다는 그 간장과 비슷한 것에다 맛은 조선식 된장 스프에 소금을 잔뜩 넣은 것을 졸인 것처럼 짜고 미칠 듯이 띵하고 느끼할 정도의 감칠맛이 휘몰아치는 때문이었다. 그러나 럼의 배급을 중단한 3일 후, 영국 해군은 사영이 제시한 금액의 두 배를 주고 효모장을 사들이게 되었다. 바로 선내에서 알콜 금단현상을 보이는 자들이 속출하며 사고사례가 연달아 났던 때문이었다.


차라리 귀신을 본다고 우는 자는 다행이었다. 갑자기 솟구치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탄약 푸대를 끌어안고 불 붙여 자살 시도를 하다 진압되는 놈도 있었고, 산탄총을 연달아 쏘아대며 춤을 추고 울다가 억지로 손가락을 입에 넣고 미소를 짓는 자도 있었다.


“육체와 영혼이 따로 뜯어진 느낌입니다. 씨발!”

“으하하하! 내가 미친놈이었는지, 아니면 세상이 미친건지!”

“죽어! 죽어! 죽어!”

“죄송합니다. 저는 기분과 상관없이 갑자기 웃는 병이 생겼어요.”

“럼을 주세요. 럼이야말로 내 육체와 정신이 함께 붙어있게 해주는 것이에요.”


속에 든 것을 계속 게워내다 피를 토하고, 그 피로 얼굴에 스마일을 그려넣는 자도 있었으니, 마치 그 풍경이 대 조커 시대가 열린 것 같았던 것이었다. 그나마 강제로라도 저 효모장을 쳐 넣고 끓인 급조 스프나 빵에 효모장을 발라 쳐 먹이거나 했더니, 사영의 말마따나 대부분 상태가 호전되었기에 급히 그것을 사들인 것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럼의 지급이 끊어지고 흑사병도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였기에 수병들이 술을 찾아 눈이 벌겋게 돌아다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청국군이 작정하고 청야전술을 펼쳐 둔 요새 안에 술이 있을 리 만무했고, 물조차 얻기 힘들었다. 곧 시체가 될 환자들이나 시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요새에서 영국군은 실망했다.


“불이나 지르고 얼른 떠나자고.”

“불 지르는데 쓸 기름도 아깝네. 이거나 쳐먹어라.”


분노한 수병들 중 일부가 성벽에 올라 숨만 깔딱거리는 흑사병 환자들에게 오줌을 싸갈겼고, 그 후 기름도 제대로 붓지 않은 요새에 대충 불 지르는 시늉만 하고 그들이 떠났다.


그리고, 요새에 남아 있던 그 숨만 깔딱거리던 환자들 중 몇 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에 생기가...생기가 돌아온다!”


제대로 된 물조차 남아 있지 않던 요새에서 강제로 성벽에 떠밀려 올랐던 환자들 중 소수가 그 오줌이라도 마셨는데, 그렇게 오줌을 받아 마신 자들 중 몇몇이 잠시 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복용한 스트렙토마이신은 대부분 신장을 거쳐 오줌으로 빠지는데, 그 고농도의 스트렙토마이신이 들어간 오줌이 다시 환자의 몸 속 'Yersinia pestis' 즉, 흑사병의 원인균을 조져준 때문이었다.


“양인의 오줌이 특효약인가보다!”


그렇게 살아 돌아온 사람은 강제로 격리되었던 자들 백명 중 채 서넛도 되지 않았으나, 그들이 퍼뜨린 소문은 퍼지고 퍼져 청국 북부를 진동시켰다. 물론 내용은 소문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살이 붙고 와전이 되기도 하고 하면서 다양하게 바뀌어갔다.


“오줌이 특효약이래요!”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의 오줌이 특효라는데?”

“오줌을 썩혀서 먹으면 흑사병이 떨어진대요.”

“흑사병에 걸렸다 나은 자의 오줌을 먹으면 된다던데?”

“양이의 체액이 특효래요!”


그리고 그 소문의 여파로 수많은 사람들이 낚여 죽어가기도 했다. 그 중 제대로 된 소문을 들은 자들은 목숨을 걸고 영국 수병들과 접촉하기 위해 애썼고, 그 중 몇몇은 진상을 들을 수 있었다.


“공충도에 흑사병 특효약을 파는 자가 있다더라.”


그 이야기를 들은 청국 북부의 지방 권력자들이나 숙청에서 비껴간 자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를 깨달은 자들이 공충도로 사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헛소문에 낚인 자들 중, 양이의 체액설을 믿는 자들은 대담하게도 프랑스 상인이나 독일 선교사, 미국 상인이나 기타 해적 혹은 그냥 피부가 하얀 사람들을 납치해서 거꾸로 매달아 목을 따고 피를 받던 자들도 생겨났다. 오줌설을 믿는 자들은 영국 수병들과 몰래 뒷거래로 소변 병을 받은 후, 거기에다 자신의 오줌이나 소금물을 타서 양을 수백배로 늘려 유통시키는 자들도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오줌약은 다시 다른 전염병을 퍼뜨리는 매개체로도 쓰였다.


그렇게 청국은 대혼란의 와중에 또 다른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아울러, 청국에 갔다가 약으로 쓰이게 된 사람들의 본국에서는 자국민의 실종에 대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니, 이들도 곧 청국에 한 발 담그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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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0 페퍼로니즘
    작성일
    20.12.26 17:30
    No. 1

    진짜 나중에 이쪽 지구 역사서 한번 보고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0.12.30 15:11
    No. 2

    매우 대략적인 연표는 써 둔 상태이긴 합니다만, 매우 대략적이라 쓰는 도중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네요ㅋ 일단 명나라가 부활하고 일본도 쪼개집니다. 러시아가 남하하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쥬논13
    작성일
    20.12.26 19:18
    No. 3

    아 다리달린건 다 먹는다는 식인의 민족이
    약에쓴다고 지들 죽이러 온 영국군인까지 납치하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madscien..
    작성일
    20.12.30 15:13
    No. 4

    책걸상은 못 먹지만 그 외에는 다 먹는다는 나라이니... 약에 쓴다면 양인들정도는 당연히 먹어줘야겠죠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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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쪼개지는 청나라 -2- +4 20.12.05 570 10 10쪽
70 쪼개지는 청나라 +8 20.12.01 616 11 11쪽
69 반격 -4- +5 20.11.25 696 8 15쪽
68 반격 -3- +8 20.11.21 597 11 14쪽
67 반격 -2- +2 20.11.13 605 11 9쪽
66 반격 +2 20.11.11 697 11 9쪽
65 조선을 공격한다 -조선 원정의 끝- +5 20.11.06 754 11 12쪽
64 조선을 공격한다 -6- +2 20.10.26 590 7 10쪽
63 조선을 공격한다 -5- +4 20.10.24 548 7 11쪽
62 조선을 공격한다 -4- +6 20.10.22 574 8 9쪽
61 조선을 공격한다 -한편, 공충도에서는- +8 20.10.15 591 9 9쪽
60 조선을 공격한다 -3- +11 20.10.13 594 12 9쪽
59 조선을 공격한다 -2- +8 20.10.10 60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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