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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과학자

이기적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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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0.05.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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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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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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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선을 공격한다 -5-

DUMMY

찰스 엘리엇이 저번에 다녀간 때문인지, 아니면 청국에서 선빵을 얻어맞은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국인들은 호의적이었다. 그들은 오는 길에 격침했다는 청국 배로부터 입수했다는 청국 황제의 서신을 내게 건네주었고, 청국 고위 관료도 배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내게 “seed plant, two bombs and a star”가 무엇인지도 물어보았다.


나는 일단 청 황제의 서신을 읽어본 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급히 그 입수했다는 글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저번 밀사단이 이야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그 어조가 훨씬 강경하고 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줄을 잡을지 빨리 선택하라는 일종의 최후통첩인 것일까.


무제한으로 해 주는 인력과 자본, 자원의 공급이라는 청 황제의 제안은 분명 솔깃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황제가 요구한 것은 핵개발이었다. 그것도 대놓고 조선을 합병한 후, 조선 땅에 핵 시설을 만들고 그곳에서 양탄일성(两弹一星), 원폭과 수폭을 뜻하는 두 개의 탄과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로켓 하나를 만들어 낸 후, 그것으로 세계정복을 하자는 것이었으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제안이었다.


게다가, 나는 물리학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고, 핵물리학이라면 더더욱 아는 바가 없었다.


프로토콜이 있고 거의 자동화되어있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있어 이 배의 원자력 발전소를 돌리고,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이나 중성자를 이용한 멸균이나 생물 시료의 가공 등등이 가능하긴 했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혹여 내가 기억을 좀 더 되찾는 와중에 관련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재처리되는 연료는 최대한 발전에 써서 버텨야지, 핵실험을 하겠답시고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정제해서 밖으로 빼내는 짓거리는 하기 힘들었다. 핵융합 발전이 가능할 때 까지 테크를 올리거나, 최소한 20세기 수준의 화력,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저 원자로만이 유일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점들만 고려하더라도 이 제안은 거절해야 할 제안이었다. 게다가 이 근처에 핵 시설을 짓고 여기서 개발을 최대한 빠르게 해서 제품을 만들어 쏴보자는 것은 더더욱 마음을 굳히게 만들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여기서 빠져 나가야 되겠어.


나는 마음을 굳혔다. 저번에 찰스 엘리엇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영국도 못 믿을 족속이기는 했으나, 적어도 걔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기는 했다. 바로 옆집 개새끼보다는 지구 반대편 개새끼들이 위험성은 좀 덜하겠지.


박규수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병법36계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나라와 손을 잡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은 춘추시대로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유용함이 익히 입증된 계책이지요. 또한, 이렇게 된 이상 청국 오랑캐를 저 영길리 오랭캐로 하여금 견제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이제이(以夷伐夷)라 할 수 있으니, 그들을 적당히 움직여 청국을 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싸우지 않고 이길 수도 있으니 상책 중 상책으로 여겨집니다.”


이이제이와 원교근공.


청은 이미 침략을 시작했고, 청의 전령은 영국이 오다가 털어먹었으니 이제 당분간 청 황제와의 연락도 끊긴 셈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살아남고 가능하다면 여기 사람들과 기반 시설들도 지킬 수 있을 만큼은 지켜보면서 영국과 손을 잡는 방법이 나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면, 박규수의 말대로 당분간은 영국측과 좋은 관계로 지내면서 그들더러 청국을 견제하게 하는 것도 좋은 의견이겠다.


문제는 영국도 지금 선빵을 맞고 이쪽으로 도망왔다는 것인데... 과연 영국이 청국을 상대할 수 있을까? 나는 일단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부터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이 글자 ‘핵(核)’을 seed로 이해하셨었나 보군요. 이것은 nucleus에서 따온 말입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마약을 생산하는 식물은 아니고, 기존에 알려진 어떤 방법과도 다른 방법으로 열에너지를 얻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을 평화롭게도 쓸 수 있고, 혹은 강력한 폭탄을 만드는 데에도 쓸 수 있죠.”

“그게 얼마나 강력하길래 세계 정복을 언급할 정도입니까?”


나는 어떻게 설명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이 배의 핵연료 재처리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이 배를 1년동안 전속력으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핵연료가 약 4톤 정도인데, 그 중 실제로 열을 내는 부분은 120~150kg정도 될 겁니다.”


그러자 그들은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질문했다.


“그게 파운드로 따지면 어느정도입니까?”

“어...”


그것 때문에 놀라는 것이었냐.


“대략 270~330파운드정도 될 겁니다.”

“이 배는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1억 6천만 파운드가 조금 안되겠군요.”


그들은 잠깐 무언가 생각해보는 것 같더니, 이해는 안가지만 납득한 얼굴로 다시 이야기했다.


“강력하군요. 그럼 그 star는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 폭탄을 쏘아 보낼 수 있는 로켓을 뜻합니다.”

“아, 그 콩그리브 로켓같은 것을 크게 만든 것인가보군요. 청나라가 로켓을 가장 최초로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청국 관리 여럿으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이미 로켓은 있으니, 폭발물을 좀 쎈 것으로 달고 싶었나보군요?”


조금 쎈 폭발물정도로 이해한 모양이다. 하긴, 나도 정확하게 설명을 하자면 일단 핵분열부터 설명을 해야 하고, 핵분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 단위와 그 구성 단위를 이루는 원소로서의 성질을 가진 가장 기본적인 최소입자, 그리고 그 기본적인 최소입자를 이루는 양전하를 갖는 핵자와 전하를 띄지 않는 핵자까지 설명을 해야 할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나는 그 설명에 시간을 쏟는 대신, 그들의 허실을 알아볼 겸 조금 긁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전에 청국 황제가 보낸 전령도 이미 비슷한 제안을 저에게 해온 바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기로는 귀국이 힘은 강력하나 문화는 미개하기 이를 데 없어 청국의 차와 비단, 도자기에 환장하여 그것들을 사들이는데 천만 은을 쓰고 있다고...”


“확실히 청 황제라면 매우 오만하고 예의를 모르는 자이니 그렇게 이야기 했을 수 있었겠지요.”


“문제는 영국이 청국에서 사가는 것은 많은데, 영국의 물산은 질이 좋지 않고 먹는 것들도 쓰레기 같은 것들만 먹고 마시는 터라 청국에 팔 수 있는 것이 없어 고민하다 마약을 풀고 사기를 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영국 음식은 욕할 수 있소.”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웨스커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는 참을 수 없겠군요. 그래서 그 다음에 뭐라고 하던가요?”


“그래서 조만간 일전을 벌여 청국 내 영국인들을 다 쳐 죽이고 정의구현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더 나아가, 영국이 비록 천하에 힘을 과시하고 있으나 그 숫자는 한 줌도 되지 않으니 청국의 인원과 이 곳의 기술력을 합하면 능히 동양에서 양이들을 몰아내고 더 나아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확실히 엘리엇 경이 귀하와 접촉한 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긴 합니다. 청 황제가 귀하에게 그런 제안을 했었다면, 그 다음 우리가 귀하와 접촉한 것이 두렵기도 했었겠군요.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입막음도 하고 시간도 벌 겸 우리를 기습해서 저 바다에 묻어버리려고 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잠시 실례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웨스커는 양해를 구한 후,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잠시 후, 웨스커의 배 안에서 마치 사람을 산 채로 갈고리에 꿰어 걸기라도 한 것처럼 처절하고 긴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다시 돌아와 말했다.


“귀하의 말이 거의 사실인 것 같더군요. 청국 황제가 무제한적인 인력과 예산, 자원 지원도 약속했다고 하면서 그 여러 가지 기술을 제공받고 개발하기로 한 것도 사실이라는 것을 저 청국 전령이라는 자가 좋은 방법으로 확인해줬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일단 찰스 엘리엇 경도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고, 곧 인도에 도착할테니 조만간 청국을 응징하기 위해 동인도 회사 소속 선단과 여왕폐하의 해군이 청국을 응징하기 위해 출발할 것입니다. 저도 마카오에서 우리 상인들을 구조하는데 성공했고, 일단 청국 해역에서 벗어났으니 당분간 환자들을 치료하고 물자를 재보급하며 배를 좀 수리했으면 하는데, 지원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귀하의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다 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도 지금 청국이 침략해왔다고 하고, 청 황제의 목표가 조선 뿐 아니라 여기까지인 것이 확실하니, 그쪽과도 협상을 진행하여 평화롭게 전쟁을 끝내는 방안이 있습니다만?”


청이 꼬운건 꼬운것이고, 일단 딜은 딜이다. 기왕 청국과 척을 져야 한다면, 그에 준하는 합당한 무엇인가를 영국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것인데.. 게다가 사람들을 날로 먹겠다는 심사가 눈에 훤히 보여 매우 불쾌했다.


“청 황제가 무제한적인 인력, 자금, 자원 지원을 해 주고, 이곳에 그 폭탄 시설을 세우겠다고 하셨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이야기를 꺼냈다.


“어차피 청이 조선을 먹고, 여기까지 내려오면 귀하도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귀하와 귀하의 배야 청국의 무기로는 흠집도 나기는 얼벼다고 해도”


어디 맨입으로 먹튀를 시도하려고.


“저야 청 황제가 탐내는 기술이 있으니 크게 곤란한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혹여 귀하와 귀국의 함선에 지원을 해 주었다가 귀국이 청국 전령과 전령선을 해한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 후폭풍이 더 두렵군요. 차라리 그 전에 귀하를 체포하여 청 황제에게 곱게 바치는 것은 어떨까요?”


그는 마침내 손을 들고 말았다.


“저는 그리 큰 권한이 없습니다. 부디 인도적인 측면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물자를 재보급하며 선박 수리를 지원해주십시오. 저도 귀하의 전쟁 준비를 돕고, 전쟁에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청국과의 전쟁 이후 배상에 대해서도 협상하여 문서로 남겨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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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반격 -2- +2 20.11.13 605 11 9쪽
66 반격 +2 20.11.11 697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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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조선을 공격한다 -6- +2 20.10.26 590 7 10쪽
» 조선을 공격한다 -5- +4 20.10.24 54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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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조선을 공격한다 -한편, 공충도에서는- +8 20.10.15 591 9 9쪽
60 조선을 공격한다 -3- +11 20.10.13 594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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