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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239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2.15 07:00
조회
345
추천
6
글자
12쪽

8. 꿈꾸는 베르

DUMMY

“그... 지금 데스티니 노래로 각성을 시킨다는 거 아니었어요?”


“뭐? 노래만 듣는다고 각성이 되는 거면 난리가 나게? 오히려 반대야. 각성을 진정시키는 거지. 그리고 적합한 수준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는 거야.”


뭔가 설명이 어지러운데.


“각성자는 현실에서는 상당히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지. 환각을 보든, 환통을 느끼든, 또는 어긋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야. 그걸 각성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이 세계에서는 그저 ‘병신’ 취급받으면서 끝나겠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그럼 바넘님도...”


“님은 무슨. 그냥 바넘이라고 불러.”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인데 할머니한테 그냥 어떻게 부릅니까.


“나도 별 다를 바 없어. 예전이었다면 신내림이니 뭐니 무당 취급 당했겠지.”


아. 그렇구나.


“내가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냐. 답은 추측하는 거지. 내가 아는 건 ‘해야 하는 행동’이다.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결과지. 그 행동이 의미하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지금껏 그것을 따라서 행동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어.”


바넘도, 그리고 춘봉어르신이나 만운어르신도 아마 긴 세월을 그렇게 싸워오셨을 거라고 생각하니 새삼 존경스러웠다.


나는 환각과 환통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다. 아니. 사실 그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런 나 자신이 주변을 괴롭게 만든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사실 웹소설 판타지를 즐겨봤던 이유도, 황당하지만 차라리 그렇게 된다면 싶었던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세계로 날아거나 환생버스에 치인 건 아니지만 나의 세계는 변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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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데 아파트 아주머니들을 마주쳤다. 마음 같아서는 인사도 하기 싫었지만 그런 것을 핑계로 뒷말 듣는 게 싫어서 고개를 꾸벅하고 지나쳤다.


“저기. 얘! 저번에 방송에 나오지 않았어?”


전에는 뒤에 숨어서 같이 웅성거리던 아주머니 중 한 분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방송?


“그 데스티니 인가 뭔가 하는 걸그룹 백댄서로 나왔다고 우리 애가 그러던데.”


데스티니가 그리 유명 그룹도 아니고... 내가 백댄서로 나왔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는 건 좀 신기하네.


뭐 그건 그렇고... 뭐라고 하지?


“네. 잠깐 나왔어요.”


몇 번 뛰었는데 대부분 작은 공연이었지만 그중에 지방 방송에 나온 무대가 하나 있다고 들었다.


“그럼 연습생 하고 있는 거야?”


“네.”


역시. 어쩌고 저쩌고 하는 웅성거림은 예전과 달랐다.


빨리 여기서 사라져 주기를 바라던 그 웅성거림이 거짓말 같이 바뀌었다.


이전과 다른 그런 시선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기분이 나쁘게 느껴졌다.


자기들끼리 뭐라고 얘기하는 그들을 놔두고 나는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오빠! 어서 와! 고생 많았어!”


원래도 나에게 잘하던 여동생이지만 내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부쩍 더 나에게 잘해주고 있다.


“그래. 다녀왔어.”


“밥은?”


“먹었어. 너는?”


“나는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무슨...”


머리를 한 번 헝클여 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여동생이 뭐라고 입을 부풀린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침대에 몸을 눕히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아... 씻지도 않았는데.’


그 생각을 끝으로 잠이 들었다.


-------------------------------


“그걸로 되겠어?”


꿈속에 내가 있었다.


“고작 그 정도라면 내 ‘왼팔’을 쓸 필요도 없겠군. 아니. 오른팔도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여전히 꿈속의 나는 싸가지(?)가 없었다.


그리고 꿈속의 내가 상대하는 것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악마.


“악마라고? 그건 아니지. 그리고 악마 같은 건 문제도 아니야.”


내가 그들의 존재를 몰랐을 때는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보인다.


“아무리 험한 전장도 나에겐 놀이터니까.”


어우 소름 돋아. 내 얼굴로 그런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런데...”


갑자기 꿈속의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넌 괜찮겠어? 너한테는 정글일 텐데?”


나한테 말하는 건가?


그 순간 기이한 느낌이 몸을 휘감았다. 이건 마치...?


-------------------------------


정신이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자동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각성계다.


지금 자신은 각성계에 와 있었다.


잠시 뇌가 정지했다. 어째서?


잠결에 주문이라도 외웠나?


아니면 그냥 계속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아니?”


누군가의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왔냐?”


춘봉어르신이 거기 있었다.


보는 순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과,


왜 여기 있는가 하는 불안감이.


“어... 저는...”


대답하려는 찰나에 춘봉어르신의 모습이 흔들렸다.


콰직!


춘봉어르신이 있던 자리가 박살 났다.


그 자리에는 본 적 없는 악마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강렬한 악마의 돌진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팔을 올려 막았다.


슈우우욱!


“네 상대는 이 쪽이지!”


악마의 옆구리를 춘봉 어르신의 검이 베고 지나갔다.


쾅!


그와 동시에 내 팔과 악마의 공격이 충돌했다.


쾅?


눈을 떠보니 내 왼팔에서는 이미 검은 기운이 나와서 꿈틀대며 악마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음성이 울렸다.


‘잊지 말라고. 이 따위 전장은 너에겐 놀이터야.’


아직 꿈이 덜 깼나?


‘너는 아직 네 힘을 전혀 모르고 있어.’


아니 이거 분명히 내 목소린데.


‘기회는 한번뿐이야. 너의 능력을 보여주지.’


그 말과 함께 뭔가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내 몸의 제어를 빼앗겼다. 뭐랄까. VR을 보는 느낌?


“큭. 아예 단련이 안 됐구먼. 뭐 어차피 준비운동 정도니 상관없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으려니 몇 번에 접전 끝에 악마를 쓰러트린 춘봉 어르신이 가까이 왔다.


“괜찮으냐?”


“아 뭐.”


가까이 오던 춘봉어르신은 이상함을 느끼고 멈춰 섰다.


“아. 이런. 베르 너 재킷을 안 입고 왔구나.”


그 말에 나 아닌 내가 씨익 웃었다.


“덕분에 좋은 구경 하실 겁니다.”


“뭐라고?”


당황하는 춘봉 어르신을 뒤로하고 나의 몸이 솟구쳤다.


“자... 그럼.”


시선의 저 멀리에 악마의 형체가 걸렸다.


“어디 한번 놀아볼까?”


-------------------------------


머리가 어지러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아침이었다. 잠을 잤는데 잠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왜 이렇게 피곤한 거지?’


그때 뭔가 어렴풋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꿈을 꿨던 기억이.


‘맞아. 또 그 중2병 녀석이 나왔었지?’


거기다 이번엔 꿈속에서 각성계를 돌아다니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팔이 저릿저릿한 것 같기도 했다.


“뭐야 이거.”


그러고 보니 왼팔의 움직임이 상당히 돌아와 있었다. 이제 거의 제대로 움직인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


“무슨 일이야? 대체.”


멀리서 주문으로 속박인을 돌리고 있던 박만운은 이춘봉을 다그쳤다.


“베르가 왔었다.”


“베르가? 단이도 안 불렀는데 걔가 어떻게 왔다는 거야?”


“어디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구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이춘봉은 날뛰던 베르를 떠올렸다. 베르는 압도적인 ‘폭력’이었다. 휘몰아치는 왼팔은 공방일체의 병기에 가까웠다.


매개체인 검이 있어야 하는 자신에 비해서 유리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눈으로 보니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베르는... 스트루프가 꽤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어.”


분명 날뛰던 베르의 모습은 각성계에 너무도 익숙해 보였다. 그것은 마냥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강한 힘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각성계에 많이 잠식당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할멈한테 가봐야 하겠네.”


“그 할망구라고 뭐 별 수 있겠어?”


만운은 투덜거렸지만 자신들보다는 아는 바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춘봉을 따라나섰다.


-------------------------------


오전부터 설단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에 와서 앉아있었다.


“한동안은 아이돌 연습보다는 각성계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설단은 조금 서두를 생각이었다.


“저는 공연 준비가 있는데요...”


머콘의 말에 설단이 머리를 긁적였다.


“요새 데스티니가 행사가 많아지긴 했지. 그래도 우리가 진행 주체는 아니니까 내가 부탁해서 빼도록 할게.”


정말 덩치가 아깝게도 항상 설단은 직원에게는 쩔쩔 메고 있었다. 나한테만 빼고.


“어제도 대규모 균열이 생겼는데, 선배님들이 잘 처리했다고 해. 슬슬 균열이 열리는 속도가 감당이 안 되니까 베르와 머콘도 도와주는 수밖에 없어.”


대규모 균열이 있었다고? 그 말을 듣자 어제의 꿈이 생각났다. 그건 정말 꿈이었을까? 살짝 물어보기로 했다.


“꿈에서 각성계로 넘어갔다고?”


나는 그저 신기한 이야기인 것처럼 전달했지만 설단은 심각하게 듣고 있었다. 곧바로 설단은 이춘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선배님. 접니다.”


설단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으며 서성거렸다.


별생각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머콘이 내쪽으로 몸을 숙이며 작게 말했다.


“학교 안 가?”


“연습생이잖아요.”


나도 모르게 똑같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가서 조퇴하는 거랑 안 가는 거랑 달라. 잘 확인해보고 해야 해.”


“아- 그런가?”


머콘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보기보다 불량학생이었구나.”


“네? 제가 어딜 봐서요?”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러고 보면 이 기획사는 사실 야매라서 관리에 좀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학교에 확인을 좀 해볼까.


“네.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설단은 전화를 끊고서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잠시 나갔다 올 일이 생겼다고 했다.


“각성계 적응 연습은 잠시 중단이다. 머콘은 부서로 복귀하고, 베르는 학교에 얼굴이라도 비추고 와.”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들었나 보네.


-------------------------------


오랜만에 간 학교지만 별 변화가 없었다.


“오~ 연예인!”


그나마 뻔뻔하게 계속 다가오는 친구는 데스티니 팬클럽인 ‘이터니티’ 소속인 이 녀석뿐이었다.


“잘 지내냐.”


“그럭저럭. 그러고 보니 이제 백댄서 안 서냐?”


“어. 그때 한 번 서고 나서는 곡도 바뀌었고, 나도 바빠서...”


“하긴 지금 데스티니가 좀 잘 나가야 말이지.”


정말이었다.


데스티니는 폭망 했던 데뷔앨범과는 다르게 유행하는 장르의 비트 위에 깔끔한 여성 보컬을 얹은 곡들을 선보였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공은 전부 자이의 몫이었다.


그러고 보니 항상 사무실은 가는데 요새는 자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앨범을 내고 있긴 했지만 여러 명한테 곡을 받아서 굴리고 있진 않기에 쉽지 않았다.


“너는 데뷔 안 해?”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거냐?”


“그래도 대충 그런 분위기나 이런 건 있을 거 아냐?”


“아직 멀었지.”


사실이었다.


아직 남자그룹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없을뿐더러 그 뒤로 들어온 각성자는 자이와 머콘이었는데, 둘 다 연습생이 아니라 직원으로 들어왔다.


“일단 멤버가 있어야 뭐라도 하겠지.”


“하긴... 네가 솔로를 뛰기엔...”


“뛰기엔 뭐?”


오랜만에 우정을 다지는 헤드락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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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두 번째 능력 23.03.11 148 4 13쪽
34 33. 고립 23.03.10 145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2 4 13쪽
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69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6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1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3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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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설마 혼성그룹? 23.02.18 297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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