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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152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2.16 07:00
조회
322
추천
6
글자
13쪽

9. 쉽지 않은 데뷔전

DUMMY

바넘은 탁자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이춘봉의 물음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의심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군.”


박만운은 뭐가 불만인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미 베르는 우리 사람이야. 위험한 건 용납할 수 없네.”


“우리 사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이춘봉의 말에 박만운이 노기에 찬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그래서 저 어린아이를 의심해서 어쩌자는 건가? ‘내가 각성계 스파이요’하는 소리라도 나올 때까지 두들겨 패겠다는 건가?”


“필요하다면 해야지.”


둘의 감정싸움이 심해지려는 찰나에 바넘이 끼어들었다.


“영감쟁이들이 나이가 먹고 좀 점잖아 지기는커녕 드잡이 질만 늘었구먼. 우리끼리 싸워서 해결될 일이 아니야.”


여전히 이춘봉과 박만운이 으르렁 거리고 있었지만 바넘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


“일단은 실전 연습이 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아직은 끌어내는 것이 서툴잖아?”


설단은 우리를 다시 한번 각성계로 데리고 들어갔다.


“여기는 어딘가요?”


“음... 저번에 거기가 통로였다면 여기는 DMZ쯤 되려나?”


“DMZ요?”


“비무장지대... 아 너 아직 군대 안 갔다 왔지?”


아니 이 양반이 고등학생한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래도 각성계의 느낌을 보려면 조금은 직접 악마와도 맞닥뜨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벌써요?”


머콘은 갑자기 동요하기 시작했다. 머콘이 너무 동요하는 바람에 베르는 동요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이래 봬도 각성자가 된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 그럼 대표님 나이가...?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고 있자니 설단이 주문을 외라고 재촉했다. 이제는 머콘도 대놓고 내 주문을 흥미진진하게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하... 될 대로 돼라.


“어둠에서 깨어나는 나의 왼팔이여. 춤추듯이 부르는 나의 부름을 받아 여기 지금 명하노니, 깃들어라! 흑염룡!”


... 이젠 나도 이게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익숙해져 가네... 이게 스트루프 아닌가?


혼자 뒤돌아서 웃고 있던 머콘은 이내 집중하면서 자신의 주문을 외웠다.


“나를 둘러싼 악운의 구름이여. 지금 여기서 나와 너의 운명을 뒤집어 나의 살길을 찾는다. 시련을 받은 이에게 축복을.”


음... 확실히 내용만 보면 이것도 중2병이 맞는데 이상하게 내 거보다는 좋아 보인단 말이야. 저 오오라 색깔 때문에 그러나?


“자자. 이제 얼른 들어가자고.”


설단의 재촉에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


“엥? 이게 뭐예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이없게도 주차장이었다.


“차는... 없나?”


실내라서 그런가 딱히 스트루프라고 느껴질 만한 것이 보이질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설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네?”


“에?”


설단의 말에 우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여기도 상당히 오랫동안 고정된 지역이었어. 그래서 DMZ라고 불렀던 거지. 그런데 바뀌었다면...”


설단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아니야. 그건 아니지.”


계속 혼잣말을 하는 설단을 보자 우리가 불안하다. 그제야 우리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설단이 머쓱해했다.


“어이쿠. 이런. 너희들이 있는 걸 깜빡했군.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 원래는 DMZ라서 악마를 끌어내 볼 생각이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곳이라 어떤 악마를 마주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런 것뿐이야.”


... 아닌 것 같은데.


“자. 일단은 움직이자. 이런 곳은 들어오는 곳과 돌아가는 곳이 다르니까.”


뭐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머콘과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우리가 처음 들어온 곳을 돌아보았다.


균열의 단차가 안 보인다!


그곳에는 방금 우리가 타고 들어와서 보여야만 했던 균열의 단차가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는 열려있는 통로였고, 그전에 들어갔을 때는 균열을 닫는 시점이라서 이런 경우는 처음일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균열은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이 다르지. 아니 사실 같은 곳인데 접혀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뭐 복잡한 이야기니 그건 잊어버려도 된다.”


... 생명에 직결되면 복잡한 이야기라도 듣고 싶은데요.


“일단 이동해야 해. 우리가 각성능력을 켜고 들어왔기 때문에 어차피 악마의 ‘어그로’가 우리한테 끌릴 거다.”


그 말에 우리는 재빨리 설단을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설단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이동 중에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주차장을 벗어나니 도시 한복판이었다. 여기는 무슨 도시일까? 설단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골목으로 들어설 때였다.


갑자기 머콘이 발걸음을 멈췄다.


“앞에...! 있어요.”


설단이 멈칫했다.


“... 뭔지는 알 수 없는 거지?”


“네...”


설단이 눈을 감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모두 준비해라. 머콘은 본인을 챙기는 것 위주로 최대한 피해 있어. 그리고 베르는 틈을 보다가 달려들어라.”


설단은 고개를 좌우로 꺾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와... 아무리 봐도 조폭 각인데.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아. 얼굴에 보였나.


“그래도 긴장한 것보다는 낫군.”


“.... 감사합니다.”


그때 골목 저편에서 ‘위화감’이 커졌다. 그리고 곧 그 위화감이 얼굴을 내밀었다.


“... C형이군.”


설단은 안도한 듯한 얼굴이었다. 아니 그보다 그 ABC형이 뭔지 알려주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준비해라. 아마 저쪽이 먼저 오겠지만.”


“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전에 본 적이 있는 형태다. 그때 이춘봉 어르신을 기습했던...?


쾅!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 녀석이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달려들었다.


“컥!”


다행히도 왼팔이 정상적으로 반응해서 막긴 막았는데 압력에 밀려나 버렸다.


“크악!”


어라? 설대표님?


기습적인 공격에 설단이 날아가 버렸다. 이 녀석과 1대 1이라고? 장난이지? 눈앞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베르는 뭘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그때 꿈속에서도 왼팔이 자동으로 막았을 뿐이지 자신은 그 악마의 움직임을 보지도 못했다. 한껏 웅크리고 왼팔에 의지해서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크윽... 베르! 공격을...”


설단이 쓰러진 곳에 머콘이 어느새 달려가 있었다. 설단은 길게 찢어진 상처를 부여잡고 있었다.


베르는 답답했다. 아니 사실 답답하다는 것을 느낄 수도 없었다. 그저 웅크리고 이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꺄악!”


이 악마 녀석은 내가 반응이 없으니 머콘과 설단에게 달려들었다.


“방어! 방어막!”


베르가 소리쳤지만 머콘은 반쯤 넋이 나가있었고, 쓰러졌던 설단이 공격을 튕겨내긴 했지만 아예 대자로 뻗어버렸다.


“제길!”


뭐라도 해야 했다. 베르는 왼팔을 있는 힘껏 휘둘러서 악마를 공격했다.


슈아악!


“키억!”


순간 본능적으로 뒤로 피했지만 복부가 불로 지진 것처럼 뜨겁다. 피가 솟구치는 건가. 망할 스트루프... 피도 파란색으로 보이네...


어이없게도 방금 격돌로 내 단점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났다. 공격이던 방어이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헉... 헉...”


설단은 쓰러져있고, 머콘은 넋을 놨고... 아니 이렇게 끝난다고?


-------------------------------


“어때?”


“음... 아무리 봐도 저 정도에도 안 나오면 고의적으로 숨기는 건 아니겠지.”


“그것 봐라. 우리 사람이야. 우리 사람.”


“그놈의 우리 사람 소리! 그러다 보낸 게 한두 놈이어야지!”


이춘봉은 여전히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일단 베르에게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로 했다.


“설단 녀석 이제 엄살 그만 부리고 해결하라고 해. 저놈도 운동부족이야. 엔터테인먼트니 뭐니 한다더니 연기만 늘었구먼.”


박만운은 그렇게 얘기하고 돌아섰다. 이춘봉은 혀를 몇 번 차고 뭔가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누워있던 설단은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눈을 번쩍 떴다.


‘다행이군.’


이춘봉 선배와 박만운 선배가 베르를 각성계의 간자로 의심했을 때만 해도 당황했다. 베르가 직접 자신에게 꿈에서 들어가게 된 것이라 이야기를 먼저 해줬다고 항변했지만 오랜 기간 의심만 늘어버린 선배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음...”


몸을 일으키자 넋을 놓고 있던 머콘이 깜짝 놀랐다.


“괜찮으세요?”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머콘만 괜히 말려든 셈이라 새삼 미안해졌다.


“아. 괜찮은 것 같아.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베르가 위험하니까 말이지.


설단은 본인에게 강화를 걸면서 베르를 공격하던 악마의 측면을 강타했다.


쾅!


꽤나 강력한 일격에 악마가 저만큼 나가떨어졌다.


“괜찮냐?”


“... 하나도 안 괜찮은데요... 이거 실전훈련 뭐 그런 거였나요?”


힘없는 목소리로 베르가 대답했다.


“애초에 실전훈련이라고 했잖아.”


“... 일부러 연기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으으...”


베르는 자신의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푸른색 피를 만져보았다.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설단이 잠시 손을 대자 피가 멎었다.


“어...?”


“말했잖아. 나도 보조계라고.”


힐러라고는 안 했잖아요.


“일단 저 녀석을 처리하고 다시 봐주마.”


설단의 자신 있는 모습에 나는 겨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죽는 줄 알았네.


‘진심’인 설단에게 C형의 처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지 보조계 버프를 두른 것으로 저런 괴물과 공방이 가능하다니... 생각보다 강하다. 하긴. 그러니 계속 살아남은 거겠지.


“상처는 어때?”


어느새 악마를 때려눕혀(?) 버리고 온 설단이 물었다. 상처에 손을 대보니 피는 안 나는데...


“아따따따!”


아프다.


“음. 내가 완전히 회복계는 아니라서... 그 정도가 한계다. 일단 현실계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봐주마.”


하긴.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게 어디야. 머콘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놀랬을 테지.


막 머콘에게 말을 꺼내려는 순간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조심해!”


머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리에게 뭔가 그림자가 드리운 느낌이 들었다.


“저건...?”


거대한 바위?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럼 우주선? 각성계에 우주선이라고?


“피해!”


설단이 머콘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한쪽으로 벗어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만 빼고...


나도 무의식적으로 피하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반대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거대한 물체(?)가 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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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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