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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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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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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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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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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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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4쪽

25. 또 하나의 베르

DUMMY

하얀 정장을 입은 손은 검은 병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젠 적응해 버렸지만 처음엔 스트루프가 참 힘들었지.”


분명 검은 병에서 따랐지만 뭔가 파란 액체가 흘러내렸다.


백야는 그걸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이젠 이게 콜라라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계에서는 이걸 ‘간장’이라고 불렀어.”


백야의 앞에는 백야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백야는 상대가 대꾸하지 않자 웃으면서 병을 내려놨다.


“자. 그래서 부탁한 건 어떻게 되었지?”


“충분히. 갔다. 왔다.”


뭔가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기계음은 아니었지만 억양이 밋밋한 이상한 소리였다.


“너희는. 이상하군.”


“뭐가?”


“굳이. 이. 공간에서도. 인간형을. 유지하는. 이유는?”


백야는 상대의 물음에 잠시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 뭐 사실 이제 의미 없긴 하지. 하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잖아. 그걸 잊지 않으려면 인간형을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


“그런가.”


“그보다, 부탁했던 현실계 정보 건을 먼저 들어보자고.”


“알았다.”


백야의 맞은편에 있는 상대의 모습은 흐릿했다. 검은 안개 같은 형체를 하고 있을 뿐, 딱히 고정된 모양은 아니었다.


“일단. 코드명. 바넘부터. 염탐했다.”


“... 염탐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악당 같잖아? 그냥 감시 정도로 해 두자고.”


“쓸데없는. 참견.”


“아아. 그래 알았어.”


“바넘의. 회사는. 컴퓨터를. 활용하고. 뭔가. 숫자가. 있는.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음... 아마도 바넘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그건 투자회사일 가능성이 높군. 뭐 점집보다 더 많이 벌 가능성이 높긴 하니까.”


“그건. 나는. 모른다.”


“괜찮아. 내가 인간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이유가 현실계의 기억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거니까. 이쪽으로 건너온 지 꽤 되긴 했지만 충분히 판단할만한 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그럼. 계속.”


“그래. 바넘은 점집을 때려치우고 투자회사를 한다고 치고, 그럼 설단 녀석은 대체 뭘 하길래 직원을 쓴다는 거지?”


“설단은.”


상대의 이야기가 잠시 멈췄다.


“설단은. 좁은. 방에. 여자애들. 춤추고. 노래한다.”


“... 뭐?”


백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이 미친놈이 점집을 때려치우고 한다는 게 그런 거야?”


“가끔. 남자도. 춤추고. 노래. 부른다.”


“하... 뭐 하긴. 무속인도 그리 인정받는 직업은 아니었다지만... 그렇다고 그런 선택을 할 줄은...”


“밤을. 새는. 사람도. 있다.”


“원래 거기는 밤에 더 활발해.”


“거울도. 있다.”


“얼씨구. 변태새끼들이 진짜 별별 걸 다 해놨네.”


백야는 설단을 혐오하게 되었다.


-----------------------------------


“귀가 간지러운데?”


설단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자. 그래서 다시 3명이 같이 다니는 걸로 됐어. 그리고 이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신저항력이 올라갈 거다.”


다들 헤드셋을 처음으로 착용하는 것은 아니라서 익숙하게 착용했다.


“나름 비싼 거라서 흔들거나 과격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빠지지는 않는다.”


“좀... 디자인이 올드하네요.”


“이게 얼마인 줄 알면 올드하다는 말 대신 고풍스럽다고 할 거다.”


대체 얼마이기에? 하는 얼굴로 베르가 설단을 쳐다봤지만 설단은 가볍게 무시했다.


“자. 그럼 오랜만이니까 오늘은 내가 같이 따라가기로 하지. 다들 각성의 주문을.”


“나를 둘러싼 악운의 구름이여. 지금 여기서 나와 너의 운명을 뒤집어 나의 살길을 찾는다. 시련을 받은 이에게 축복을.”


머콘은 오랜만이었지만 별로 망설임이 없었다. 이어서 소라도 주문을 외웠다.


“나를 믿는 힘은 나를 지키는 힘이니 내 신념의 인도자여. 나의 뼈가 되고 나의 살이 되어 나의 의지를 받을지어다. 나는 틀리지 않는다.”


하아... 다들 주문을 외우고 있는 순간 베르는 아뿔싸 하는 심정이었다.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충성스러운 왼팔을 빌어 어둠의 지식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나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길이며 나의 말이 곧 진언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흑염룡이 너의 등뒤를 쫓는다.”


주문이 이어지는 동안 머콘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윽고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소라는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 이럴 것 같더라니.


“그... 주문이 어떻게 된 거야?”


머콘이 웃음을 겨우 참고 물었다.


“... 중2병이 강화됐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는 게 가장 처참한 부분이다.


“... 어째서?”


“글쎄요. 그러면 더 세진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다. 너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저 길고 긴 대사를 낮 두껍게도 한 번에 외울 수 있다는 거지.]


“아- 깜짝이야.”


“응? 뭐가?”


“아... 아닙니다.”


그러자 소라가 머콘의 귀에 속닥거렸다. 머콘이 흠칫 놀라더니 안쓰러운 표정이 됐다. 아니 그거 아니라고 다 설명했잖아.


“... 흑염룡이 말을 해서요.”


“... 그래.”


“... 진짜예요.”


“그... 그럼.”


“왜 저랑 눈을 안 마주치시고...?”


“자. 얼른 들어가죠.”


머콘은 나를 피해서 재빨리 들어가 버렸다. 저도 상처받는데요...


[사람들이 너를 피하는 게 드문 일도 아닌데 뭘 그러고 있어?]


“... 너는 대체 누구 편이냐.”


[너의 멘털을 관리해주고 있는 거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옆에서 혼잣말을 지켜보던 설단이 혀를 차고는 말했다.


“그만하고 들어가자.”


“... 네.”


------------------------------------


분노한 백야는 당장에 설단과 그의 일당(?)들을 토벌할 생각이었다.


“진정해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단 이 미친놈이 선을 넘었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을음’이 보고 온 건데 거짓말일 리가 없잖아?”


그을음은 각성계에서 현실계를 드나들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자였다.

백야의 분노를 진정시키던 사람은 갸웃거렸다.


“노래를 부르는 거면 여전히 굿 같은 것을 하는 게 아닐까?”


“그럼 거울은 뭔데?”


“... 음... 새로운 의식?”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그런다고 설단 녀석이 아무리 미쳤기로 ‘포주’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말이 되지 않겠어?”


“원래 착한 척하던 놈들이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는 법이야.”


“아니 그리고 거기 여자애 하나는 고등학생이었다면서?”


“그러니까 미친놈이지.”


“... 그런가?”


상대방은 자기도 모르게 백야에게 설득되고 있었다.


“남자 녀석들도 어쩐지 좀 반반하게 생겼더라니.”


“엉? 남자들도 설마?”


“남자들도 춤추고 노래한다던데?”


“... 와 진짜 악마가 따로 없구먼.”


이제는 상대방도 백야에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설단이 그렇게 미쳐 날뛰면 현실계가 더 빨리 무너지는 거 아니야?”


“... 나는 현실계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합쳐지길 바라고 있는 거야.”


“그게 그거지 뭐.”


상대방이 빙긋 웃었다. 아니. 상대방의 가면이 빙긋 웃었다.


“현실계에 있는 종으로서 나도 설단은 용서할 수 없군. 내 나름의 방식으로 설단에게 접근하겠네.”


“나는 그쪽에서 거미줄에 걸려들기를 기다리겠어.”


“저번에 한 번 놓쳤는데 그렇게 쉽게 다시 들어올까?”


그 말에 백야가 픽 웃었다.


“각성자가 각성계를 안 들어오면 어쩔 건데? 결국 안 들어와도 스트루프, 들어와도 스트루프야. 그들이 하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셈이지.”


“그리고 너는 흐름에 적응을 했고 말이지.”


그 가면 쓴 남자의 말에 백야는 자신의 하얀 정장을 내려다봤다. 한동안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며 말이 없던 백야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결론이 정해진 것을 돌릴 수는 없으니까. ‘불멸’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와아악!”


베르는 엉망이었다.


“어떻게 된 게 이전보다 더 안 좋아 보이는데요?”


머콘이 베르를 보며 설단에게 말했다.


“끄응... 저게 생각보다 밸런스가 많이 망가지는군.”


베르는 폭주하는 왼팔에 휘둘리고 있었다.


[왜? 이 몸의 능력을 한 번 보여주라고 한 거 아니었어?]


“... 너 몸 아니라 팔이라고.”


[그놈의 아재개그 때려치우지 않으면 넌 평생 혼자 살 거다.]


“대체 네가 날 왜 저주하는데?”


[왜냐고?]


금방 대답할 것 같았던 페이는 입을 다물었다. 응? 왜 대답이 없지?


“뭔데? 정말로 이유가 있는 거였어?”


[... 스스로 생각해 봐라.]


“아니 생각이 났으면 처음부터 너한테 말했겠지.”


[닥쳐. 난 너랑 말하지 않겠다.]


“아니 대체 뭐냐고!”


멀리서 보던 머콘이 다시 설단에게 말했다.


“저 왼팔이랑 뭔가 원만한 합의를 보기 전까지는 베르는 좀 힘들겠네요.”


설단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이 베르! 헤드셋의 음악을 켜봐라. 데스티니의 노래가 발동해서 나아질지도 몰라.”


“오. 그러네요. 정신저항력이면 상관이 있을지도...”


머콘은 자신의 헤드셋을 켜봤다. 자연스럽게 데스티니의 노래가 나오면서 뭔가 몸속에 고양감이 발바닥부터 천천히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어...?”


베르도 헤드셋의 버튼을 눌렀는데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하? 이게 뭐야?”


“왜 그래? 또 그 흑염룡이 문제냐?”


“아- 아닙니다.”


그 순간 머콘이 설단의 팔을 붙잡았다.


“응?”


“저거...”


“뭐가?”


“베르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설단이 재빨리 다시 베르를 돌아봤다. 베르는 자신의 팔을 보더니 히죽거리고 웃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오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베르. 정말로 괜찮냐?”


설단은 조용히 주먹을 말아 쥐었다. 베르의 ‘밥맛모드’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예전에 이춘봉의 영상을 통해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조용히 넘어갔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아. 괜찮습니다. 다만...”


베르는 휘휘 둘러보더니 소라와 머콘을 바라보았다. 소라와 머콘은 둘 다 뭔가 소름이 등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 꽃밭이라니. 부러운 녀석.”


방금의 그 대사로 확실해졌다. 저건 베르가 아니라 ‘밥맛모드’였다.


“너... 누구냐?”


설단의 물음에 베르가 소라와 머콘에게서 눈길을 떼고 설단을 바라봤다.


“저요? 저는 베르죠. 베르가 저고.”


“너는 왜 베르에게 들어와 있는 거지?”


“베르에게 들어와 있는 건 이 녀석이죠.”


베르가 왼팔을 들어 보였다. 방금 전까지 날뛰던 왼팔이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너는... 베르의 이중인격인 건가?”


“아니 베르 맞다니까요?”


설단은 이 선문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우리 편인 것 같기는 한데... 한번 붙어볼까? 아니 그러다 지면 좀...’


“근데 놈들도 없는 곳에 왜 들어온 거예요?”


“... 너와 소라, 그리고 머콘의 적응이 필요하니까.”


그러자 갑자기 베르가 멈칫했다.


“머콘...?”


머콘은 자신을 부르는 베르의 목소리에 몸을 한번 떨었다.


“소라에 머콘이라... 재밌는 짓을 해놨군. 내 입장에서는 나쁘진 않지만.”


다른 의미로 이번의 베르도 혼잣말을 하는 것은 같았다.


“머콘.”


베르가 머콘을 불렀다.


“네...?”


“뭐가 네야. 네가 더 누나 아냐?”


“... 맞는데요...?”


분명히 베르보다 누나긴 했지만 도저히 지금의 베르에게는 반말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두려움 같은 게 피어올랐다.


“나중에 각성계에서 나가면... 각성명에 대해서 한번 잘 알아봐. 그게 너희를 구할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으니까.”


“... 네?”


“노래가 끝나가는군. 그럼 다음에 보자고. 이쁜이들.”


“어...? 노래?”


그리고 베르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멍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 뭐야 방금!”


“... 저건 베르군.”


설단은 쥐었던 주먹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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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8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4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0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3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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