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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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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192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2.25 07:20
조회
213
추천
5
글자
14쪽

17. 구출은 했지만...

DUMMY

“제길...”


베르의 문제는 체력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인간으로 보이는 적을 이렇게 많이 상대한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거리낌이 있어서 밀어내는 방향으로 처리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베어버리거나 찢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베르에게는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심지어는 그 광경을 만들고 있는 게 자기 자신이라니.


계속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으면서 싸우고 있었다. 언제까지 밀려드는 놈들을 상대해야 하는 걸까?


악마와 싸울 때는 겁은 났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폭력적이라거나 잔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상대가 인간이라면 다른 이야기였다. 아무리 자이가 상대가 인간일 리가 없다고 이야기해 줬더라도 겉보기에는 인간일 뿐이었다.


“... 아직 멀었어요?”


베르는 잠시 짬을 내서 자이를 보았다.


자이와 서큐버스는 마주 보고 있을 뿐 서로 아무런 물리적인 충돌을 하고 있지 않았다.


“엥...?”


뭐야. 나만 죽어라 싸우고 있는 건가?


“정신계 싸움이라 보이지 않는 거다.”


자이가 눈살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


“신경 쓰이니까 일단 적들부터 처리해 줘.”


“... 네.”


정신계 싸움이라니. 어떤 거지? 서큐버스와 정신계 싸움이라고 생각하니 별별 망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집중 좀 해. 너 그러다 죽는다.”


약간 멍한 채로 막다가 달려드는 놈한테 한 대 맞은 베르를 보고 자이가 말했다.


“네가 죽으면 나도 안전하지 않다고. 신경 좀 써라.”


“... 네.”


-------------------------------


소라는 머콘을 끌고 이동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너무 힘이 없었다.


‘나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그래도 나름 각성자가 되고 나서 각성계에 들어오고 훈련하면서 자신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방어뿐 아니라 공격까지 할 수 있도록 연습하면서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다. 소극적이던 자신을 내던지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적극적이고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생각뿐이었어.’


무엇과 싸웠는지도, 아니 싸우려고 했는지도 깨닫지 못했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큰 파동과 같은 움직임에 휩쓸렸고, 소라는 거기에 반응해서 세상이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으음...”


머콘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끌려갔던 그곳에서 소라는 머콘과 데스티니 2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데스티니 2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마도 그건 자신이 바라던 무언가를 담아서 만든 정신계가 아니었을까.


“데뷔... 좋겠다.”


소라는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의 말에 깜짝 놀랐다.


물론 데뷔하고 싶긴 하지만 이렇게 쉽게 마음이 움직일 상황은 아니었다. 자신이 스트루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언니. 정신 차려요.”


소라는 머콘이 지쳐서 쓰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혼자 있으면 자신이 스트루프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빨리 나가던지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만 했다.


-------------------------------


“진짜 많이 늘긴 했구나?”


백야는 순수하게 설단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아직 멀었어.”


설단은 이를 갈고 있었다. 아무리 해도 자신과 백야는 차이가 있었다. 그나마 저번에 ‘벼락 맞은 박달나무’가 박살 나서 이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는 거였다.


누가 그 사이에 박달나무를 갖다 주지 않았다면 사실 자기가 충분히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현실계’의 누군가가 백야에게 새로운 박달나무를 주었다.


“아니. 진심이야. 갖고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해봤자 비슷한 수준이군.”


백야는 진심이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뭐 나는 시간만 끌어줘도 되긴 하는 거지만.”


그게 문제였다. 설단은 지금 여기 묶여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숫자가 좀 늘었다고 너무 안심했던 것일까.


“나 말고도 구하러 올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글쎄다~.”


대체 춘봉형님과 만운형님을 뭘로 붙잡아 놓았길래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까.


“우리 그냥 쉬고 있지 않을래? 어차피 싸워봤자 서로의 공격력으로는 서로 방어를 못 뚫을 것 같은데?”


사실이었다.


설단도 강화계다 보니 공격력보다는 방어 쪽이 더 강했고, 백야도 그냥 박달나무로는 공격이 충분하지 않았다.


“웃기지 마. 내 소중한 직원들이다.”


“점집 직원?”


“점집 때려치운 지 오래됐다니까?”


“그럼 요새는 대체 먹고사는 거야?”


“... 그런 게 있다.”


백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음에 알아봐야겠군.”


그때 갑자기 주변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


설단과 백야는 동시에 놀랐다. 그런데 서로의 표정이 달랐다.


“졌어?”


“이겼다고?”


백야는 서큐버스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졌다는 것에 충격받은 듯했다.


“뭐야? 왜 애송이 두 놈을 못 잡은 거야? 것도 피가 철철 끓는 사내놈들인데.”


설단은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긴 했는데 그건 자기도 궁금했다. 베르의 정신방어가 그리 강할 것 같진 않고, 자이는 아직 각성계가 익숙한 정도는 아니었다.


“너도 슬슬 모아놓은 게 떨어지지 않았을까? 한동안은 간섭하기 쉽지 않겠는걸?”


설단은 한결 여유를 찾았다.


“하! 그 피라미들이 여기 찾아온다고 해도 어차피 너희들로는 나를 어떻게 못할걸?”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 근데 너 왜 계속 반말이냐. 내가 너보다 훨씬 선배인데?”


“스트루프는 현실계랑 상관없잖아? 넌 이제 현실계의 인물도 아닌데?”


“... 너 정말로 현실계가 뭔지 모르는구나?”


백야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 간섭력이 정말로 바닥났군. 고작 이 정도로...”


백야가 뒤로 물러서는 걸 보고도 설단은 가만히 있었다.


사실 설단도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고 있었지만 이미 슬슬 한계에 다가가고 있었다.


“너는 처음 들어왔을 때도 그랬지만, 귀여운 구석은 없구나. 나중에 보자. 박수무당.”


“... 점집 그만둔 지 오래라니까?”


“그러든가 말든가. 한번 무당은 영원히 무당이지.”


약 올리면서 사라지는 백야를 보면서 설단은 백야가 각성자를 포기한 것은 무속인 취급받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바넘과 자신이 지금처럼 엔터산업으로 바꾼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아이돌이 무속인보다는 쉽게 받아들일 거 아닌가.


설단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베르와 자이가 향한 방향으로 향했다.


-------------------------------


베르와 자이가 이긴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긴 것도 아니었다.


서큐버스와 대치중이던 자이는 갑자기 어디선가 강렬한(?) 여성체를 소환하여 오히려 역으로 서큐버스에게 매혹을 걸었다.


서큐버스는 매혹에 걸리진 않았지만 당황했다.


“너는 왜 매혹을 쓸 수 있지? 인큐버스 계열인 거야?”


“인큐버스가 여성체 소환하는 거 본 적 있냐?”


“... 너 서큐버스야? 그런데 왜 기본이 남성체로 되어 있는...”


말을 하던 서큐버스는 갑자기 충격받은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설마? 남자를 먹는 인큐버스냐?”


“... 뭔 소리야?”


“아니. 난 너 같은 녀석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 히이익! 변태!”


서큐버스 주제에 변태를 따지다니... 당최 알 수 없는 반응을 남기고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베르는 자이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야. 장난하지 말고 이리 안 와?”


“... 형. 진짜 아닌 거죠?”


“아니라니까?”


“그럼 방금 그건 뭐였어요...?”


“정신 방어.”


“정신 방어가 왜 그런...”


자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내 능력이 뭔 줄 아니?”


“아뇨.”


“내 능력은... 아니다. 설명하기 좀 그렇군.”


베르가 다시 자이에게서 떨어졌다.


“역시 그럼...?”


“그런 건 아니라고!”


투닥거리는 사이에 서큐버스가 만들어놓은 세계가 무너져 내리고 우리는 이제는 바람이 그쳐버린 각성계 벌판에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쳐서 웅크리고 있는 소라와 머콘이 있었다.


“괜찮아?”


자이의 목소리에 소라가 고개를 들었다.


“도와주세요. 머콘언니가...”


“다친 거야?”


“다친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마도 힘을 다 쓴 것 같아요.”


자이의 표정이 굳었다.


“왜 그래요? 뭐가 많이 안 좋아요?”


베르는 이전에 각성계에서 악마한테 뱃가죽을 뜯긴 적도 있었다. 그래서 지쳐 쓰러진 거면 그냥 쉬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자이가 너무 심각한 표정이었다.


“각성계는 자아를 유지해야만 스트루프에 저항이 가능해. 그런데 탈진하면 그 저항력이 현저히 줄어들지. 지금 당장 현실계로 나가야 해.”


“그럼 제가 가서 설단을 불러올게요.”


“거기 싸움이 끝났는지 모르는데?”


그 말에 달려가려던 발걸음이 멈칫했다. 베르는 백야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었다.


“그...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때 목소리가 먼저 도착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리고 곧 설단이 날아오듯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머콘과 소라의 상태를 살폈다.


“바로 나가야겠군. 일단 내가 강제로라도 출구를 열 테니 나가자.”


결국 설단이 억지로 만들어 낸 균열의 단차로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난 소라와 머콘을 바넘에게 데려가마. 자이와 베넘은 좀 쉬어두렴.”


“네.”


갑작스러운 출동에 난리를 겪다 보니 피곤이 몰려왔다. 베르는 자이와 헤어져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기절하듯이 자버렸다.


-------------------------------


“오빠! 밥 먹어!”


동생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어우... 죽겠네.”


스트루프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몸살이 있었다.


‘아니지. 어제 싸운 악마 숫자가 몇인데...’


그러고 나니 그 사람인지 좀비인지 알 수 없는 악마들과 싸웠던 것이 떠올랐다.


그나마 좀비처럼 이지가 없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만일 그냥 사람처럼 보였다면 과연 자신이 각성 능력으로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예전에 백야를 상대했을 때도 자신은 막기만 했지 공격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들과도 싸워야 하게 되지 않을까?


“오빠! 밥 먹으라고!”


동생이 다시 소리쳤다.


“어! 알았어!”


일단 먹고 보자. 배가 너무 고팠다.


-------------------------------


몸은 학교에 갔지만 정신은 딴 데 가 있었다. 이번 일은 베르에게도 꽤나 충격이었다.


베르와 소라는 경쟁하듯이 각성계에서 연습 중이었다. 이번에는 소라가 걸려들었지만 자신이 걸려들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특히 이번처럼 서큐버스가 자기 혼자 있을 때 나타났다면 자기는 꼼짝없이 당할 것 같았다.


끙끙거리고 있으려니 이터니티 활동을 하는 친구가 찾아왔다.


“야. 너 혼성그룹으로 데뷔한다며?”


“... 아닌데?”


“홈피에 루드가 올린 거 보면 여자 연습생 들어왔다던데?”


“들어오긴 했는데, 혼성은 안 해. 둘 다 따로 연습해서 언젠가 데뷔하겠지.”


“어? 그래? 하~ 아깝다.”


“뭐가?”


“이번에 들어온 연습생, 소라던가?”


아니 어떻게 이름까지 아는 거냐?


“저번에 데스티니가 후배라고 또 같이 올렸어.”


아니 너는 어떻게 내 생각을 읽는 건데?


“니 얼굴에 써져 있어.”


아니 거기까지 읽지 말라고...


“이쁘게 생겨서 너랑 혼성으로 데뷔하면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려나 했지.”


“... 너 이터니티 아니냐?”


“애초에 이터니티는 너 때문에 들어간 거였는데?”


“그리고 걔 성격 엄청 나빠.”


“너만큼?”


왜 맨날 이놈이랑은 멱살을 잡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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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1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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