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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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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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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79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2.14 07:00
조회
397
추천
6
글자
13쪽

7. 불행의 아이콘

DUMMY

잭나이프를 꺼내든 설단의 모습에 머콘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 그 얼굴 그 덩치로 칼을 빼들면 딱 조폭이라고.


설단은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자. 혹시 모르니까 일단 회복계인지 봅시다.”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던 머콘이 그제야 설단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섰다.


“그... 괜찮으세요?”


“뭐 아프긴 한데, 이 정도는 가벼운 거라서.”


설단은 머콘에게 팔뚝을 내밀었다.


“사실 나도 보조계라 대충 발현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면, 한번 이 상처에 뭔가 의지를 집중을 해봐요.”


애매모호한 설명이었지만 머콘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설단의 팔을 살짝 잡았다.


머콘의 몸에서 빛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오오... 저게 ‘힐러’라는 건가?


“음...”


결론적으로 상처는 낫지 않았다.


“회복계는 아닌 거 같고, 버퍼나 디버퍼, 또는 감지계 같은 거일 수도 있으니 한번 여러 가지로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네요.”


한참을 거친 확인 후에야 머콘의 능력을 대강이나마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위협감지. 정확히는 부정한 느낌을 감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기 방어 능력이었다.


다만, 나와는 다르게 본인이 집중해야 발생하는 능력이었고, 대신 전신을 방어하는 기운이 발생하는 형태였다.


“음... 머콘이 감지로 적을 식별하고 베르가 타격하는 방향으로 가야겠군.”


“엑? 그렇게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머콘은 방어를 가동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너는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있으니까. 당연히 네가 공격담당인거지.”


그러고 보니 설단도 보조계라고 했던가.


“대표님 능력은요?”


“나는 버퍼다. 능력 강화 보조형이지.”


아까 공격하는 거 보면 공격계라고 해도 믿겠던데?


“어차피 공격이든 방어든 익숙하려면 몸을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야 하니까. 너에게 댄스 연습을 시키는 것에는 그런 의미도 있어.”


아. 그런 거였나?


당연하지만 나의 몸은 예전과는 달랐다. 몇 달 되지 않는 기간이었지만 조금은 근력도 붙었고, 동작도 빨라졌다.


“자. 그럼 오늘은 이 정도 하지.”


경계를 빠져나오자 약간의 어지러움과 탈력감이 느껴졌다.


“어?”


전에 각성계에 들어갔을 때는 없던 느낌이라 당황했다.


“아. 그것도 스트루프의 일종이야. 각성계에서 능력을 사용하면 현실계로 돌아왔을 때 반동이 오지.”


“전에 선배님들은 아무렇지 않으시던데.”


“그분들이야 오랫동안 해오셨으니까.”


결국 돌아오자마자 지쳐 쓰러져서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밥은 먹었니?”


“아직이요.”


“그래. 금방 해줄게.”


일단 방 침대에 털썩 쓰러지자 좀 살 것 같았다.


경계를 넘어서는 일은 상당히 피곤했다. 저번이 정말로 ‘견학’이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아직도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왼팔을 들어 바라보았다.


그저 붕대로 감은 못생겨져 버린 왼팔이지만 그 안에 각성계에서의 ‘가능성’이 들어있었다.


물론 악마는 무서웠고, 실제로 싸우게 된다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다리에서 아래 강물을 내려다보던 자신의 상황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습생에 아이돌을 선배로 두고, 사고로 잃어버렸던 왼팔도 제 기능이 아니라 넘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봤을 때는 각성했다는 것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했다.


‘히어로... 같은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엄마가 깨우기 전까지 침대에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


‘이상한 기분이었어.’


머콘은 타인들과 손발을 맞춰서 일하는 게 어색했다. 특별히 뭔가 한 건 아니었지만 팀이라는 것을 입에 담는 것도 어색했다.


머콘이 되기 전, 김지희로 살아오던 시절이 얼마 전인데 벌써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지희는 자신을 ‘불행의 아이콘’이라고 불렀다. 뭔가 자신이 노력을 하면 그건 꼭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발버둥의 결과는 비참했다.


‘진짜 재수 없네.’


‘좀 떨어져 줄래?’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너무 노력하지도 않게.


지희는 그렇게 살아왔다. 자신은 절대로 앞에 나서면 안 되는 타입이었다. 자신이 대표로 나서거나 앞에 있으면 그 불행의 결과로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


지희의 그런 성향 때문에 지희는 언제나 남들이 뭔가를 시키기 전에 눈치를 살펴서 일을 처리했다. 시켜서 하는 일을 망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니까.


자신이 뭔가 하려고 하는 순간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고 일을 망쳐버린다.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살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조용히 지방의 행사장에서 보조로 잡일을 담당하며 살아가던 그때 갑자기 공연하는 노랫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놓았다. 그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걸그룹의 오그라드는 노래일 뿐인데 왜 자신은 이리 감동을 받는 걸까.


그리고 그녀의 시야에 이상한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붉은색.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


그 뒤로는 정신이 없었다. 그 행사에 왔던 기획사 대표가 갑자기 찾아왔고, 지희는 얼떨결에 또 거절하지 못하고 어느 중소기업의 회장실에 들어와 있었다.


“마셔요.”


푸근해 보이는 인상의 할머니가 커피를 줬다. 역시 회장실이라 그런가 향부터 너무 좋은 커피였다.


“당황스러울 거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리고 괴롭다는 것도 알고 있고.”


뭐가 괴롭다는 거지? 왠지 자신의 마음 안쪽을 비집고 들여다보려는 것 같은 말에 지희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희 씨는 나와 같은 계열의 능력인 것 같으니까.”


“능력이요?”


“그래요. 그건 능력이죠.”


바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지희 씨처럼 뭔가 다른 것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각성자’라고 부르는데... 사실 예전에는 우리를 ‘무당’이라던가 ‘도사’라고 불렀죠.”


“... 저기 신내림 같은 건 안 받을 건데요.”


지희는 딴에 용기를 내서 말했다. 사실 거절을 잘 못하는 타입이라 ‘도를 아십니까’하는 도인들에게도 자주 끌려가곤 했다.


“아. 신내림 같은 건 아니... 음. 이미 신내림을 받은 상태라고 해야 하나?”


잠시 바넘이 고민을 했다.


“따로 뭔가 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이제 각성이 열려버려서 통제가 좀 필요할 거예요. 계속 눈앞에 이상한 현상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지희는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그럼 할... 아니 사장님도...”


“그냥 바넘이라고 불러요.”


“바넘이요?”


외국사람이었나?


“그럼 바넘님도 저처럼... 계속 불행한 일을 겪으신 건가요?”


“아니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고 각성마다 능력이 달라요. 그리고 불행한 일을 겪는다는 것과 그걸 ‘보게 된 것’은 또 다른 일이죠.”


그러고 보니 그 뒤로 시야에 이상한 색을 보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있었다.


“각성 능력을 ‘이쪽 세계’에서 마구 뿌려대면 각성계로 끌려가서 침식당하겠죠. 그래서 그걸 막아주려고 하는 겁니다.”


“... 설명이 너무 부족해요.”


“그래요. 좀 긴 설명이 되겠군요.”


바넘의 이야기는 베르가 듣게 되었던 ‘각성자와 각성계의 이야기’와 같았다. 그리고 지희의 각성명이 ‘머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머피의 아이콘. 뭐 그런 건가요?”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천히 알게 되지 않을까?”


지희는 당장에 믿기가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각성이니 각성계니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직을 권유했을 때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자신이 그런 ‘불행의 아이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이직을 권유한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결국 지희는 ‘어라우절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동안 지희의 실수를 난감해하면서도 자르지 않았던 착했던 이벤트회사 사장님은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지희를 보내줬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베르’라는 고등학생을 처음으로 소개받았다.


“안녕하세요. 베르입니다.”


“... 안녕하세요.”


지희는 자신의 세계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머콘으로 살아간다면 ‘불행의 아이콘’이었던 지희와 결별할 수 있는 걸까?


-------------------------------


어라우절 엔터 사무실은 상당히 들썩들썩하는 분위기였다.


데스티니의 신곡 ‘somebody already’는 차트 20위권 내에서 2주 넘게 버티고 있었고, 그 여파로 각종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무실의 톱 아티스트가 잘 나가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나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데스티니 팬인 나로서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노래 정말 좋은데?”


노래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한 가지 의미를 더 가지고 있었다.


“각성 예비군들이 노래를 듣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거지.”


만족한 얼굴로 차를 마시며 바넘이 얘기했다.


“그럼 또 각성자가 나온 건가요?”


각성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게 바넘이었다.


바넘은 여유 있게 차를 한 모금 더 마신 후에 내려놓았다.


“아직은.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사무실에 와보니 설단은 안 보이고 바넘이 와 있어서 얼떨결에 바넘과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그보다 각성계에 갔다 왔다면서?”


“네.”


“기분은 어때?”


바넘의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고민할 필요 없어. 어차피 각성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숫하니까.”


바넘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안다는 듯 이야기했다.


“나도 처음에 각성계에 발을 디뎠을 때는 내가 미친 줄 알았거든. 현실감각도 없는 곳에 무서운 악마들을 보게 됐는데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공포가 아니라 흥분이었지.”


“...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말했잖아. 다들 비슷하다고.”


“저는 좀 뭐라고 해야 하지... 편안하다고 느꼈어요.”


바넘이 약간 몸을 뒤로 뺐다.


“편안하다라... 그건 좀 위험한데.”


“네?”


“우리는 스트루프를 겪잖아. 사실 스트루프가 당연한 거야. 각성계랑 현실계가 다르니까. 스트루프가 옅어지면 옅어질수록 각성계에 적응을 한다는 이야기지.”


“어... 적응을 하면...?”


바넘이 말을 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뭔가 말보다 무서운 미소였다.


“새로 들어온 머콘은 어때?”


아. 그때 직접 데리러 가서 만나봤다고 했지?


“음... 어떤 면에서는 저보다 적응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뭐 각성자끼리는 경쟁하고 말 것도 없으니 서로 보완되는 특성이 있으면 더 좋은 거야.”


왠지 다 알면서 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도 혼자인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 그것도 그렇지.”


바넘은 나의 마지막 말에 잠시 고민에 잠긴 듯 보였다.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고민이 길어지자 약간 어색한 침묵이 길어졌다.


“그... 이번에 각성한 머콘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 건가요?”


“음? 아아 대충.”


“저... 안녕하세요?”


그때 머콘이 왔다. 양반은 못 되는 군.


“오. 왔어? 잘 지내는 거지?”


“네.”


머콘은 공연 스탭 출신이라 엔터에도 직원으로 들어와 있었다.


“몸은 좀 어때?”


바넘의 물음에 머콘이 슬쩍 내 눈치를 보고 나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 뭔가 있는 건가 싶기는 하지만, 굳이 내가 파고 들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 한동안은 그냥 연습 삼아서 가볍게 다녀도 될 거야. 어차피 늙은이들 할 일도 없는데 그런 거라도 하라지.”


“네. 알겠습니다.”


“잊지 마. 각성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무슨 정의의 용사가 되려고 하는 게 아냐. 우리 각성자는 각성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그게 아니면 자신을 지킬 수단이 없으니까 각성을 하는 것뿐이야.”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황당한 말에 쉽게 수긍하며 따라오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만일 각성자가 각성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각성하지 않는다? 아니지. 각성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게 맞는 말이지.”


어? 내가 들었던 거랑 설명이 약간 바뀐 거 같은데?


작가의말

머콘의 일러를 올렸는데 삭제했습니다. 괜히 일러를 올리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 같아서 이게 맞나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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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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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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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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