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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177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11 07:50
조회
147
추천
4
글자
13쪽

34. 두 번째 능력

DUMMY

좀처럼 마음을 정리하기 어려웠다. 설대표님께 하루 쉬겠다고 연락하자 어르신이 미리 연락을 해둔 탓인지 별말 없이 그러라고 했다.


심지어 밤에는 혹시라도 어제처럼 머콘이나 소라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느라고 잠이 오지 않았다. 베르는 그렇게 하루를 꼬박 보냈다.


“하아...”


“뭐야? 왜 또 땅 파고 들어갔어?”


평소라면 이 녀석이랑 노닥거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 말 걸지 마라. 지금 고민 중이다.”


“얼씨구. 갑자기 뭔 자아성찰이라도 하냐?”


... 농담이 아니라 자아성찰이라는 게 문제란다.


“그냥 그런 게 있다.”


“제일 속 편한 놈이 뭘 그러고 있어?”


친구 녀석이 혀를 찼다.


“뭔 소리야?”


“야. 주변을 좀 둘러봐.”


베르는 뭔 소린가 해서 교실을 둘러봤다. 그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거나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주변이 뭐?”


“다들 뭐 하고 있냐?”


“... 그냥 있는데?”


“저기 포기한 놈들이야 그렇다고 치고. 다들 수능 보는 거 하나밖에 없으니까 거기에 매달려서 공부하고 있잖아. 너는 기획사 들어가서 아이돌을 하려고 결정이 되어 있으니까 자아 성찰 같은 속 편한 소리 하는 거지. 너 대학은 안 갈 거 아냐?”


“... 내가 대학을 갈지 안 갈지 네가 어떻게 아냐?”


“뭐? 수능을 치겠다고? 너 공부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는데?”


뼈아픈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어라우절에 들어간 이후로 베르는 별 고민이 없었다. 그저 아이돌 연습하고 각성계에서 구르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학가도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이야. 그래도 너는 연예기획사에 빨리 들어가기라도 했는데 뭐가 고민이냐? 설마 포기하고 다시 공부하려고? 그건 진짜 아닐 것 같은데?”


왠지 맞는 말 같지만 좀 떨떠름해졌다.


“... 너 왜 이렇게 진지해졌냐?”


갑자기 녀석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요새 열심히 이터니티 활동을 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져서... 용돈이 감봉됐어...”


“그것 참 안 됐구먼.”


“너는 그냥 연습만 하러 가도 데스티니를 보러 갈 수 있지만 나는 공부를 해야 데스티니 굿즈라도 산단 말이다.”


“... 아 그게 목적이었냐?”


“당연하지.”


뭐... 인생의 목적은 다양하니까...


“여하튼 별 거 아닌 걸로 죽을상 하고 있지 마라. 너는 매일 데스티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는 거니까.”


“... 매일은 아니거든.”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까?


“그리고 너 자신을 깨닫고 싶다면 데스티니의 신곡을 들어야지! 크... 이번 싱글은 두 곡 다 명곡이라서. 우리 데스티니가 음원 1위 찍은 거 실화냐?”


... 그거 원래 내 노래인데...


그러고 보면 내가 힘들 때 나를 잡아 준 것은 데스티니의 노래였다. 왠지 모르게 저 녀석의 말이 일리가 있게 들리는 건 내가 이 녀석이랑 너무 오래 친구라서 그런 건가?


베르는 헤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Animal side’는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서 ‘Be the one’을 듣기로 했다.


“Be the one~. Be the only one. 누구도 널 대신할 순 없어~!”


단디의 시원한 후렴구가 머릿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확실히 데스티니의 목소리가 나를 안정시키는 힘이 있구나. 아니 노래에 있는 건가?


뭐가 됐든 베르의 마음속에 다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도 몰라주면 어떠냐. 나는 각성자이자 아이돌을 꿈꾸는 자. 나보다 뛰어나든 말든 누가 나를 대신해주는 건 아니리라.


베르는 흠칫했다. 방금 생각 너무 중2병 같았는데?


그때 베르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붕대로 감은 왼팔.


헤드폰을 끼고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음악을 즐기는 자.


... 저건 그냥 중2병 그 자체인데?


[조건이 충족 됐다.]


“뭐?”


[네가 나를 불러냈잖아.]


“뭔 소리야?”


베르는 아차 싶었다. 여긴 학교인데.


“... 헤드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네?”


괜히 아무 문제없는 헤드폰을 벗어서 툭툭 털었다.


“... 뭔 소리야. 어떻게 된 거냐?”


베르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말 그대로야. 너는 방금 각성 조건을 채웠다.]


“... 여기 각성계가 열린다는 이야기야?”


[아니. 내 각성의 조건을 채웠다고.]


“???”


[이 페이로드님의 두 번째 능력이 개화한다는 소리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


최대한 페이로드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 야. 그런데 이거 어떻게 푸냐?”


그러고 보니 흑염룡 페이를 각성시킨 이후에 각성계에 들어가지 않은 게 처음이었다. 보통은 각성계 앞에서 들어가기 전에 주문을 외웠으니까. 갔다가 나오면 해제가 됐고.


[걱정 마라. 타인에게 나는 안 보이니까.]


“... 안 보이는 거 맞지?”


[그래. 그것보다 혼잣말 좀 그만해. 옆에서 이상하게 보는 거 안 보이냐?]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베르가 불안해할 정도로 왼팔에서는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전에 각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 근데 각성의 조건이 뭐였어?”


[그건 나도 모르지.]


“본인 각성 조건도 모른다고?”


[너도 주문을 남한테 받지 않았냐?]


“...”


할 말이 없었다.


“그럼 각성된 능력은 뭔데?”


[...]


“야.”


“야?”


엉?


선생님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차. 학교였지.


“... 쟤 방금 왼팔이랑 혼잣말하는 거 봤어?”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


선생님도 어이없다는 듯이 보다가 한숨을 쉬셨다.


“현우야. 수업에 집중하자?”


“... 네.”


그래도 예전처럼 무턱대고 야단맞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냐. 연습생이 된 이후로 가장 좋은 점이었다.


-------------------------------


“2차 각성?”


“... 저는 그렇게 말 안 했는데요?”


“왼팔이 두 번째 능력을 각성했다며.”


“그럼 원래 그런 말이 있는 거예요?”


“아니. 내가 방금 만들었는데?”


“...”


설대표님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새로운 능력은 뭔데?”


“그게 아마도...”


페이가 명칭은 말해줬다.


“‘활로추적’ 이라던데요.”


“활로추적?”


“네... 저도 듣기만 한 거라.”


설단은 매우 궁금한 표정이었다.


“하... 춘봉선배랑 만운선배가 너를 각성계 데려가지 말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가서 확인해 보는 건데.”


“... 현실계에서도 쓸 수는 있다는데요?”


“아니 쓸 수는 있는데 스트루프가 문제지...”


설단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나저나 저 계속 각성상태로 있어도 되는 건가요?”


“엥? 왜 그러고 있어?”


“... 한 번도 각성계를 안 들어가고 각성을 해제한 기억이 없는데요...?”


“아. 그건 그렇겠네.”


설단은 잠깐 고민했다.


“전에 점 볼 때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


“네.”


몸을 비틀어서 각성계에 넣는다던가... 뭐 그런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비슷해. 신체 일부를 각성계에 비틀어서 넣었다 빼야 해.”


“... 그게 가능해요?”


“일단 각성계 간섭부터 할 수 있어야지.”


“그니까 그걸 어떻게...”


“음... 이게 감각적인 부분이라... 아! 혹시 너의 흑염룡한테 물어보면 어때?”


“... 왼팔 말이죠?”


“그래. 의사소통이 된다며?”


아까 물어봤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똑똑하군. 당연히 내가 알고 있지.]


야 인마. 아까는 대답을 안 해준 거 같은데?


“... 아까 학교 있을 때 내가 어떻게 푸냐고 안 물어봤냐?”


[내가 걱정 말라고 했지 모른다고 안 했던 거 같은데?]


하아... 이 자식을 그냥...


[듣기 싫어?]


“... 어떻게 하는 건데?”


[간단해. ‘나’를 써서 공간을 찢고 그 안에 나를 넣었다가 빼면 된다.]


“... 너를 어떻게 쓰는데?”


[... 아직도 날 쓸 줄도 모른다고?]


당연하지... 거의 오토사냥 아니었냐고.


“잘 모르겠는데?”


[하... 이런 거한테 맡겨놔도 되는 거야?]


“... 이런 거는 너무 하지 않냐?”


옆에서 보다 못한 설단이 말했다.


“각성계 간섭은 보통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각성능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 베르 너 같은 경우는 사실 한눈에 봐도 어디로 해야 할지 알 수 있긴 하지.”


“문제는 그걸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흑염룡이 뭐라고 했는데?”


“자기를 써서 공간을 찢으라고요.”


“... 그럼 찢으면 되는 거 아냐?”


“... 이렇게요?”


왼팔을 뻗어서 공간을 휘저었다.


[... 너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 어쩌라고.”


설단이 옆에서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찢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해. 전에 바넘한테 듣지 않았어? 각성계에서 강해진다는 것은 자아가 강해지는 거라고.”


또 자아야? 하...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갑자기 왼팔이 왜 업그레이드(?) 된 건지도 모르겠고.


“할 수 있다고 믿는 힘이라는 건가요?”


“아니 믿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어야 돼.”


“??”


이건 또 무슨 선문답이야?


“믿는다는 의식이 있으면 발동하지 않을 걸?”


거참 복잡하구먼.


“그래서 강렬한 자아가 필요한 거지.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하니까.”


“... 확신하기만 하면 가능하다는 건가요?”


“엥? 그러면 신이게?”


신이라는 말에 문득 각성계가 신계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바넘의 말이 떠올랐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격이군.]


“갑자기 또 뭔 소리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는 왔다는 소리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선문답만 해대고 있네.


“... 혹시 신의 힘을 빌려 쓰는 건가?”


“베르... 교회 다니니?”


“... 아뇨.”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각성계는 비틀리지 않았다.


“음... 그냥 오늘은 내가 열어줄 테니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렴.”


“... 네.”


업그레이드되면 뭐가 좋아졌을 줄 알았더니 딱히 달라진 게 없네.


설단은 집중하고 손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고 보니 기억났다. 처음 어라우절 엔터테인먼트에 온 날도 이렇게 설단이 손가락을 튕겨서 각성계를 불러냈던 기억이 있었다.


“각성계를 들여다본다고 했었죠?”


“오. 그걸 기억하고 있군.”


두 명이 있으니 각성계를 들여다보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었지? 아마.


“자. 집어넣었다가 힘을 한번 터트리고 빼면 될 거다.”


“... 그것도 뭔가 절차가 있었군요.”


“아니. 넣으면 알 거야.”


각성의 단차가 크지 않게 발생했다.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좀 작은 정도로.


“그럼...”


베르가 팔을 집어넣으려는 순간이었다.


키이이잉!


눈앞에 붉은색이 확 튀었다.


“왁! 뭐야!”


갑자기 세상이 붉은색으로 덮이고 눈앞의 각성의 단차가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건 뭔데?”


[활로 추적이다!]


갑자기 페이가 검은 오오라로 거대한 양팔을 만들어 내더니 각성의 단차를 양쪽으로 잡아서 벌리기 시작했다.


... 저렇게 찢어내는 거였구나.


“어? 뭐 하는 거야?”


설단은 갑자기 능력을 발휘해서 단차를 더 벌려버리는 베르를 보고 당황했다.


[들어가 멍청아! 설단도 데리고!]


“어? 뭐라고? 왜?”


[감이 없냐? 녹색이 활로라는 소리다!]


그 순간 녹색이 조금씩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늦으면 활로가 닫힌다!]


“활로 추적이요!”


다급한 페이의 목소리에 베르는 페이의 검은색 오오라를 발톱처럼 뻗어서 설단을 낚아채서 각성의 단차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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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고립 23.03.10 14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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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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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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