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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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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210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13 07:50
조회
135
추천
4
글자
13쪽

38. 포위

DUMMY

베르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들이 전달해 주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가정해야 그걸 믿는 거지. 목자들이 어디까지 각성계를 들어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주를 마주할 수 있는 수준의 각성자는 없...”


설단을 말을 하다가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없... 지는 않지만 거의 없는 것에 가깝지.” “... 저는 아닌데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아채긴 했지만 그건 자신이기도 했고 자신이 아니기도 했다.


자이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


“그럼 그 ‘주’가 창조주면... 세계를 창조한 건가요?”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창조주면 이 세상을 창조한 걸까? 아니 잠깐만...


“이 세상의 범위가...?”


“꽤나 예리한데...”


설단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확한 것까지는 우리도 모르지만... 하나는 알고 있어.”


설단이 말했다.


“창조주는 있다.”


네? 갑자기 창세신화라고요?


“내가 아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다 이야기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창조주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야.”


“... 그러니까 그 창조의 범위가 어딘 거죠?”


설단은 어쭈? 하는 표정으로 베르를 쳐다봤다.


“‘현실계’를 말하는 거지.”


역시. 그렇지 않을까 했다.


“그럼 각성계에서 ‘현실계’를 만든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만든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창조주는 존재한다는 거지.”


“...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음... 그 과정은 좀 복잡해서.”


자이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럼 그 창조의 범위에 ‘우리’도 들어간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다시 설단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걸 몰라.”


“네?”


“사실 창조의 범위가 애매하다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창조주가 있는 건 확실한데, 일단 전지전능한 그런 것은 아니고, 창조를 한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는 거지.”


오히려 이해가 가긴 했다. 애초에 신이 전능하다면 그냥 행복하게 살게 만들었겠지.


“어후... 머리가 아프네요. 여하튼 그럼 그 창조주와 ‘주’는 같은 건 아니라는 거죠?”


“그건 몰라.”


설단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둘이 동일인물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어. 그런데 저번에 만나봐서 알게 됐지만 일단 ‘주’라고 불리는 자는 엄청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설단이 베르를 쳐다봤다.


“이 세계의 신의 파편이라고 불렸다는 것.”


아니 그렇게 보셔도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보다 베르가, 아니 ‘또 하나의 베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거지.”


아.


“... 그럼 페이가 알고 있을 수도...”


말을 해놓고도 아차 싶었다. 평소에도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녀석인데 협조해 줄 리가 없지.


-----------------------------------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래도 한동안 각성계를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다.


솔직히 피해 다녀도 자꾸 끌려가는 입장이라 소용이 있겠나 싶지만.


“안녕하세요.”


“아. 왔어?”


티그는 연습실에 늦는 법이 없었다. 제일 바쁠 것 같은 사람이 제일 먼저 오는 군.


“우리 데뷔하려면 사람이 더 들어와야 하는 거였지?”


“... 그렇죠? 아마도 한 3명은 되어야 데뷔할 것 같으니.”


가장 큰 이유는 둘이 데뷔하면 당신 혼자서 노래를 불러야 하니까...


“대표님이 다음 사람을 뽑으실 일정이 없으신 걸까?”


“글쎄요?”


티그가 음 하는 낮은 소리를 냈다.


“난 그래도 베르가 대표님하고 좀 더 자주 보는 것 같길래... 한 번쯤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


갑자기 문득 궁금해졌다.


“티그는... 아이돌이 원래 꿈이셨나요?”


“아니.”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잘하는데.


“그럼 결국 각성 때문에 어라우절 엔터에 들어오시게 된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데뷔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으시길래...”


“음... 그래도 하고 있는 일을 잘하게 되는 건 중요하지 않을까?”


그 말에 베르는 뜨끔했다. 자신은 사실 각성 이후로 학교생활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 그럼 학교도 잘 다니고 계신 거군요.”


“그럼. 우리 학교는 잘 다니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곳이라...”


티그의 쓴웃음을 보자 기억났다. 이 양반 S대였지.


“힘들... 지 않으세요?”


티그는 무슨 소리 하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 안 힘든 사람이 있어?”


“...”


베르는 아무 말도 대꾸할 수 없었다.


-----------------------------------


베르는 그 뒤로 티그와 소라가 신경 쓰였지만 그 뒤로 딱히 더 친해졌다든가 사귀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없었다.


“... 정말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고 있군.”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다.


소라가 누구랑 사귀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이 너무 좋아하거나 사귀고 있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흔들고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설단이 세 명을 한자리에 호출했다.


“... 일단 어쩔 수 없어. ‘균열’ 쪽을 선배님들이 맡아주고 있다 보니 단차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났다.


“... 그 주의 목자라는 사람들은 균열이나 단차는 신경 쓰지 않는 건가요?”


“아니. 그들도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우리가 전국을 엄청 헤매고 다니지 않았을까?”




그럼 우리가 이렇게 나서지 않아도 가만히 기다리면 대신 처리해 주는 거 아닌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는 나를 보고 설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이 말했다.


“뭐 맡은 구역이 있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봤을 때는 위험한 것들은 우리한테 돌아온다고 봐야지.”


“... 왜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니까.”


“...”


“크게 보면 그 세력과 우리는 공생관계야. 거기도 원하는 건 현실계의 삶에서의 행복이지.”


“... 그럼 더더욱 신경 쓰지 않고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설단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베르 너만 해도 이번에 목자가 되라는 권유를 받았지?”


“... 네.”


“각성자가 현실계에 살고 있으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전의 삶을.


“우리가 지금 최대한 잊어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우리끼리 뭉쳐있기 때문이고, 우리끼리 뭉쳐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쪽에 간섭력이 뭉쳐있다는 이야기야. 결국 균열이나 단차가 이 근처에 열리는 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지.”


설단이 베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베르 너는 우리 때문에 벌어진 일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길 생각이냐?”


“... 아니오.”


“그래. 뭐 여하튼 혹시라도 베르 같이 뭔가 궁금하거나 답답한 게 생기면 물어봐. 티르나 소라도.”


그 말에 티그가 입을 열었다.


“저. 대표님.”


“어?”


“저희 데뷔조 나머지 멤버는 언제 뽑습니까?”


“어?”


설단은 그 질문이 나올 거라고 예상은 못한 듯했다.


“... 알잖아. 우리 사무실 특성상 공채오디션이 아니라 사실상 낙하산으로 돌려야 하는 거.”


“그럼 다음 멤버가 언제 들어올지는 사실상 미지수군요...”


“그렇게 서둘 거 없어. 베르도 들어온 지 꽤 됐지만 이 바닥에서는 3년 5년쯤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니니까.”


“... 네.”


“자. 더 이상 이야기가 없으면 단차 처리를 좀 해줘야겠어. 부탁하지.”


-----------------------------------


단차로 가는 내내 소라는 말이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조용한 것 같았다.


“... 무슨 일 있어?”


아차차 또 오지랖을 부리고 말았군.


“아니. 없어.”


의외로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몸은 좀 괜찮아?”


“... 어?”


나도 모르게 반문하고 말았다. 애가 나한테 이런 걸 물어볼 애가 아닌데?


“어... 뭐 괜찮지. 어디가 딱히 아팠던 것은 아니라서...”


분위기가 더 어색해진 것 같은데... 뭐라고 입을 더 떼고 싶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대로 단차에 도착한 우리는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주문을 외우고 단차로 들어갔다.


“그런데 왜 베르의 주문은 길어진 거야?”


티그가 합당한 의문을 던졌다.


“... 바넘이 주문을 ‘강화’한다면서 길게 다시 주셨어요.”


“아... 그런 거야?”


티그는 흐음 하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주문을 좀 더 길게 하면 강화되려나...”


엑. 저 중2병 주문을 스스로 더 길게 하고 싶다고요?


“온다.”


소라가 낮게 말했다.


티그가 색적계이긴 했지만 감지계는 아니라서 우리는 조금은 원시적으로 시야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단차로 들어온 장소가 조금은 황량했지만 우리는 꽤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은폐 엄폐물이 많으면 불리한 건 우리 쪽이었으니까.


“뭔데 이거...?”


하지만 이런 건 예상 못했다.


“... 도망쳐야 하나?”


내 물음에도 둘 다 아무런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나타난 악마들은 키가 초등학생쯤이나 돼 보일 정도로 작았다. 노란색이 아니라 초록색이었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고블린을 떠올렸을 만큼.


하지만 일행이 당황하고 있는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그 숫자가 수백이 넘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 일단 후퇴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안타깝게도 들어온 단차와 나가는 단차가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아까는 고마웠던 황량함이 도망치기 어려워 보이는 개활지가 되었다.


“... 일단 한 번 부딪혀 보는 건 어떨까?”


소라는 몽둥이를 바로 잡으면서 말했다.


“... 선택지가 없잖아.”


“패턴을 모르니 조심해 보도록 하자.”


티그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니었다.


“우왁! 이거 어떻게 좀!”


이미 싸움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되어 버렸다.


“둘러싸여 버리니까 방법이 없는데?”


우리는 ‘광역기’가 부족했다.


“베르 네 왼팔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착실하게 박살 내주고 있는데 왜 나한테 책임을 떠 넘기냐?]


사실 이야기를 하고는 있었지만 다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작고 노란 악마들은 정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었다.


“윽!”


우리끼리 뭉쳐있다고 하지만 한 명씩 커버해야 되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 게다가 다행히도 자기 몫을 하고 있었지만 티그는 원래 전투계열이 아니었다.


“괜찮아?”


“... 괜찮아요.”


소라가 옆구리에 상처를 입으면서 우리는 밀리기 시작했다.


“뚫고 일단 도망가자. 안 그러면 방법이 없을 것 같아.”


“... 어느 쪽으로?”


“베르 네가 뚫어야 하니까 네가 있는 방향으로 뚫어야지.”


아. 제가 뚫는 거였군요.


생각해 보면 지금 베르 이외에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일행이 아주 급박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베르에게 ‘보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좋아. 그럼 뚫겠습니다.”


베르는 오른손의 검을 고쳐 잡았다.


사실 베르는 다수와의 전투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큐버스와의 전투에서 한 번 있었지만, 그때는 건물의 좁은 통로를 끼고 한 싸움이라서 유리한 점이 있었다.


‘방어능력을 믿는 수밖에...’


“페이. 방어를 온전히 너한테 맡긴다. 나는 오른손으로 뚫기만 할 거야.”


[... 알았다.]


베르의 검이 하얀 궤적을 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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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길 잃은 어린 양? 23.03.12 135 4 13쪽
37 36. 의외의 만남 23.03.12 143 4 13쪽
36 35. 엇갈린 습격 23.03.12 137 5 14쪽
35 34. 두 번째 능력 23.03.11 148 4 13쪽
34 33. 고립 23.03.10 144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2 4 13쪽
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68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5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1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2 5 12쪽
13 12. 저항하는 각성자들 +1 23.02.20 283 5 15쪽
12 11. 설마 혼성그룹? 23.02.18 297 5 14쪽
11 10. 위기 탈출 23.02.17 312 6 13쪽
10 9. 쉽지 않은 데뷔전 23.02.16 32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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