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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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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214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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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추천
4
글자
13쪽

33. 고립

DUMMY

교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현우를 누군가가 톡톡 어깨를 건드렸다.


“누구...?”


돌아본 현우가 깜짝 놀랐다.


“반장?”


“어... 공부는 잘 돼?”


현우는 반장과는 거의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딱히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기회 자체가 없었다.


현우가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던 시점에는 거의 조용하게 지냈고, 연습생이 된 이후에는 바빠서 학교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어... 뭐... 그런데 무슨 일이야?”


혜리...였나? 이름이.


“아. 그... 뭐 별 건 아니고...”


반장인 정혜리는 딱 모범생이었다. 안경을 쓰고 평범한 단발머리에 약간은 소심해서 말을 그렇게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에 반장을 할 때도 본인이 어필해서 반장을 했던 것이 아니라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떠밀려서 했던 기억이 있었다.


“요새 연습하느라 많이 바빠?”


“딱히 그런 건 아닌데...”


현우는 거짓말을 했다. 연습이 바쁜 건 둘째치고 각성계와 연습생 신분을 오가려다 보니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현우는 자신이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부탁이 하나 있는데...”


“어. 그래.”


데스티니 사인이라도 받아다 달라는 걸까?


“잠깐 귀 좀...”


여자애가 가까이 다가오니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만...”


귓가에 여자애의 달콤한 숨결이 와서 닿았다.


“나랑 놀래?”


고막을 간지럽히는 느낌과 함께 현우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깜짝 놀라서 얼굴을 확인하니 자신한테 말을 건 것은 반장이 아니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금발에 하얀 피부. 평소의 따듯한 미소가 아니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머콘이 거기 있었다.


“어떻게 여기에... 아니 잠깐...”


머콘을 보는 순간 베르는 깨달았다.


“꿈... 인가?”


저번에 꿈속에 등장한 이후로 한동안 머콘이 꿈에 나오지 않았다. 긴장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던 베르였지만 오늘은 또 다른 충격 때문이었는지 뒤척이다 조금 빨리 잠이 들었다.


“머콘...?”


하지만 현우는 꿈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꿈인 줄 알고 각성계를 돌아다닌 전적이 있으니까.


“안녕? 오랜만이야.”


“... 괜찮은 거예요?”


눈앞에 있는 머콘의 모습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늘 따뜻하고 힘없어 보이던 미소만 장난스러운 미소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현우는 아직도 머콘이 스트루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럼~. 너무 괜찮아.”


“지금... 설마 각성계인 건가요?”


“아니? 그러면 네 왼팔이 반응하지 않았을까?”


그건 그랬다. 자신의 말로는 말이 없다던 ‘페이’는 막상 각성계에서 불러내면 거의 잔소리꾼에 가까웠다.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었다면 반드시 잔소리를 했겠지.


“그럼...”


베르는 자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정말로 서큐버스가 된 거예요?”


머콘은 장난스럽게 웃고만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정신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음악을... 어?’


베르는 자고 있을 뿐이었다. 정상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서 헤드셋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낭패한 표정의 베르를 보고 머콘이 한 발 다가섰다.


“왜? 뭐 원하는 게 있어?”


머콘이 한 발짝 다가오자 베르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덜컹!


뒤에 있는 책상에 부딪혔다.


“아... 아니 그게...”


“흐응~? 베르는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구나?”


아니 그런 건 아니었다. 항상 누나처럼 의지했을 뿐이지 머콘을 그런 눈으로 본 기억은 없었다.


... 맞겠지?


머콘은 평소의 자신 없고 어깨가 내려간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바라보며 가슴을 내밀고 걸었다.


“괜찮아. 꿈이잖아?”


턱.


뒤에 벽이 와서 닿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지금 머콘을 공격하는 게 맞을까? 아니 일단 ‘페이’가 반응하지 않는데?


천천히 다가와서 베르를 벽에 밀어붙이고 다시 귓가에 속삭였다. 베르는 완전히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즐겨 봐요. 우리.”


머콘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겹쳐서 들렸다. 그 순간 정신이 든 베르는 머콘을 양팔로 붙잡아 밀어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기가 밀어낸 사람은 머콘이 아니었다.


검은 단발머리.


하얀 피부에 무표정해 보이는 얼굴.


언뜻언뜻 푸르게도 보이는 갈색 눈동자.


적당히 아담한 키에 선이 얇은 몸매.


소라가 거기 서서 웃고 있었다.


-----------------------------------


“헉!”


베르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었다.


“소... 소라?”


머콘의 서큐버스 꿈에서 이젠 소라가 나오다니. 자신은 둘 다 연애의 대상으로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심지어 데스티니도 안 나오는데 머콘과 소라라니...


베르는 불현듯 의심했다.


자신은 아직도 그때의 서큐버스에게서 못 빠져나온 것이 아닐까?


소라와 머콘을 구하러 간 시점에서 서큐버스에 붙잡혀서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걸까?


-----------------------------------


“... 위험하군.”


바넘은 ‘요구하지 않은 예지’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바넘의 사무실에는 오랜만에 이춘봉과 박만운이 와 있었다.


“베르의 스트루프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베르가?”


박만운이 혀를 찼다.


“그거 봐라. 내가 그런 방법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지? 결국 머콘도 그렇게 보내고 이제 베르까지 보내면 할망구랑 단이 놈이 헛짓한 거 아녀!”


“... 우리 사람 어쩌고 하더니.”


바넘이 박만운을 흘겨보자 이춘봉이 입을 뗐다.


“베르 녀석은 넘어간 거야?”


“아니. 아직.”


“그럼 뭐 하는가? 얼른 가서 데려와야지.”


“그런 문제가 아니야.”


이춘봉은 서둘러 일어나려다 멈췄다.


“아마 각성계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뭐? 또 현실계에서 스트루프 된다고?”


“아마도.”


“대체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바넘도 곤란했다.


“우리도 다 한 번쯤 겪었던 일이지.”


“... 동료를 잃는 것 말인가?”


“아마도 그 영향이 가장 클 것 같아.”


“... 사내놈이 그거 하나 못 버텨서.”


“그냥 동료를 잃었으면 상관없는데... 거기에 다른 감정이 끼어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무슨...”


바넘이 기가 막혀했다.


“고등학생만큼 피가 끓어 넘치는 나이가 어디 있겠나? 늙더니 그저 꼰대짓만 늘어서...”


박만운이 끼어들었다.


“베르가 머콘에게 그런 감정이 있었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정도로 흔들릴 녀석도 아니었고.”


“다 늙은 늙은이들이 젊은 애들 감정을 어떻게 알아?”


발끈해서 박만운이 외쳤다.


“내가 소싯적에는 강북의 카사노바라고 불리던 사람이야!”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지금 그걸 내세울 때야?”


이춘봉이 다시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아직 베르는 넘어간 건 아니라는 거지?”


“아마도. 미래에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은 아닐 거야.”


“그럼 우리끼리 이렇게 앉아서 무얼 해결하겠나? 가서 만나야지.”


이번엔 바넘이 말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할망구는 안 가?”


“... 오히려 이번 일엔 내가 도움이 안 될 거야.”


“알겠네. 그럼.”


바넘이 다 생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춘봉은 쿨하게 투덜거리는 박만운을 끌고 나가버렸다.


-----------------------------------


베르는 지금 자기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 두 분이 여기 어쩐 일이세요??”


이춘봉은 그 길로 박만운을 끌고 베르의 학교로 찾아왔다.


“요새 뭔 일 없냐?”


베르는 직감적으로 바넘이 무언가를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자리를 좀 옮기시죠.”


어떻게 조퇴 핑계를 댈까 걱정했지만 꼬장꼬장 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먼 친척이라면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자 학교에서는 쉽게 보내줘 버렸다.


베르는 이야기할 장소로 어라우절 사무실이 아니라 카페를 택했다. 왠지 지금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 무슨 일인 게야?”


베르는 고민했지만 일단 대충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것 같았기에 더듬더듬 이야기를 했다.


물론 소라에 대한 이야기나 특히 머콘 서큐버스(?)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얼버무렸다.


듣고 있던 박만운이 입을 열었다.


“고립이군.”


“네?”


박만운이 말했다.


“우리가 스트루프 되는 건 결국 현실을 부정하고 동떨어지기 때문이야. 지금 네가 흔들리는 것도 아마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지기 때문이겠지.”


베르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원인이 아마 베르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것 같구나. 이건 여자 문제나 동료를 잃은 상실감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박만운이 고립이라고 했다.


“꿈에 학교 반장인 여자애가 나왔다 그랬지?”


“... 네.”


정확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 있기에 베르가 민망해하면서 대답했다.


“너는 아직 어리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적도, 너의 일로 완전하게 인정받은 것도 없지. 거기다 각성계의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이건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틀어지는 일만 잦을 뿐이지.”


베르는 박만운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별로였겠지만 이제 와서 다시 공부를 해도 잘 하긴 어려울 테고... 당장 연습생을 하고 있지만 몇 달 동안 연습한 것을 들어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친구한테 밀리고 있고.”


“... 네.”


뼈를 때리는 말들이었다.


“지금껏 이룬 게 없으니 불안하겠지. 그 상황에서 단번에 그걸 따라잡는 사람이 있으니 허무하기도 할 게야.”


베르는 박만운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박만운이나 이춘봉에게는 이야기하기 좀 그래서 소라와 티그가 끌어안고 있던 이야기는 뺐다. 그것도 그저 고립이었던 걸까?


“우리가 이것을 고립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각성계에 들어갔을 때 스트루프 때문에 이상하다는 감각과 편안하다는 감각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지.”


박만운이 베르를 바라보았다.


“베르야.”


“네?”


“네가 각성계로 도망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베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외면받고, 충분히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들로부터 도망쳐서 각성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냐는 말이다.”


“저는...”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박만운의 말을 곱씹어 볼수록 자신이 그런 ‘현실의 벽’을 느끼고 있는 것은 맞았다.


“너와 스트루프의 경계는 거기에 있다. 현실을 마주하고 현실의 자아를 받아들이는 것에 말이다.”


베르는 목이 조여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정말 자신은 ‘진현우’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긴 현우를 두고 박만운이 이춘봉을 끌고 일어났다.


“단이한테는 내가 말해놓으마. 지금의 너는 불안정해서 각성계에 의존하면 안 된다. 한동안은 각성계를 들어가지 말고 연습생 생활만 해.”


박만운은 나가면서 덧붙였다.


“적어도 꿈속의 너는 내가 봤을 때도 강력하니까 당장에 꿈속에서 네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그게 단번에 위험해질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그러니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선배들이 가버리고 베르는 고민에 빠졌다. 현실의 자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뭘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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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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