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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시오 베우둠(사진출처=UFC 공식 홈페이지)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중국의 유명한 속담이 있다. 젊은 세대가 구세대를 밀치고 새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뜻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말이 무색한 무대가 있으니 다름 아닌 UFC 헤비급이 바로 그곳이다.

최근 UFC 헤비급에서 가장 핫한 파이터로는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38,브라질)을 필두로 안드레이 알롭스키(36,벨라루스), 알리스타 오브레임(35,네덜란드), 스티페 미오치치(33,미국) 등을 들 수 있다.

베우둠은 올해의 헤비급을 평정한 사나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헤비급은 케인 벨라스케즈(33,미국)의 독무대였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에 이어 황제 칭호를 이어받은 그는 상대를 절망에 빠뜨리는 극강의 괴물이었다.

‘최강의 2인자’로 불리던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1,브라질)와의 1차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맞고 패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후 2-3차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정신을 똑바로 차린 벨라스케즈를 이길 자는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베우둠은 그러한 벨라스케즈의 전설을 부숴버렸다. 강하기는 했지만 최고로 불리기에는 어딘가 모자람이 있어보였던 그는 헤비급 왕국의 까다로운 재상 정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며 결국 무적으로 불리던 황제를 상대로 완벽한 반란의 깃발을 꽂았다. 과거 산토스와 달리 경기 내내 타격과 그라운드를 섞어가며 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베우둠 만큼은 아니지만 알롭스키와 오브레임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헤비급 판도를 뒤흔들었다. 알롭스키는 한때의 슬럼프를 딛고 부활의 날개짓을 활짝 펼치며 노익장을 과시 중이다.

UFC 재입성 당시만 해도 선수층이 얇은 헤비급의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평가절하에 시달렸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특유의 노련미로 베테랑의 진면목을 뽐내고 있다. 안토니오 실바, 트레비스 브라운, 프랭크 미어 등 다양한 스타일의 상대를 잡아내며 다시금 상위권 도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오브레임 역시 제대로 반등 중이다. 브록 레스너와의 UFC 데뷔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이후 가진 4경기에서 1승 3패로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3연승으로 다시 일어났다. 약한 체력과 맷집을 다양한 옵션과 경기운영으로 보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는 산토스를 넉 아웃으로 격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미오치치를 제외한 베우둠, 알롭스키, 오브레임은 이른바 밑바닥을 경험해본 올드보이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30대 중반 이상인 이들은 과거 프라이드가 인기를 끌던 시절부터 활약하던 노장들이다. 그 외 불혹을 넘긴 마크 헌트(41,뉴질랜드)는 한창 좋았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특유의 한방파워를 앞세워 꾸준히 중위권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올드보이가 있으니 세르게이 하리토노프(35,러시아)가 그 주인공이다. 탄탄한 맷집과 돌주먹을 바탕으로 스탠딩에서의 파괴력만큼은 헤비급 상위권인 하리토노프는 UFC, 벨라토르, 글로리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라운드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했던 헌트의 반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대로 준비하고 적응만한다면 충분히 복병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 올드보이들인 베우둠, 알롭스키, 오브레임을 모두 꺾은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확 바뀐 헤비급 구도에서 올드보이들의 활약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UFC의 신선한 관전포인트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