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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바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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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7.01.02 00:10
최근연재일 :
2017.02.0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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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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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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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1회차 - 동전 뒤집기 (17)

DUMMY

철배도 자신이 고른 상대방의 카드로 상대방과 맞붙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태왕이 고른 자신의 카드가 무엇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효 카드를 양쪽에 두었기 때문에 태왕이 고른 자신의 카드가 무효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철배 역시 결국은 아무거나 고르는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규칙으로 했든, 아무거나 고르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갑자기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자 괜히 신경쓰여 일이 틀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각자 상대방이 낼 카드를 고른 둘은 상대방이 골라 준 카드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뭐 그럼 동시에 까요? 아니면 뭐 어떻게 해야 하지."

"선공인 태왕이부터 까야지. 게임 이름이 '시간차 가위바위보'잖아."

"아 맞다."



이제 아예 진행을 지로가 담당해서 하고 있었다. 지금의 바뀐 규칙은 지로가 아예 정해둔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물어보는 것조차 내레이션이 있을 화면 쪽이 아니라 지로에게 하고 있었고, 지로 역시 자연스럽게 자신이 답해주었다.


지금의 모습은 10명의 참가자들이 동등한 조건에 서바이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로가 진행자인 익숙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듯 했다. 그리고 철배와 태왕은 마치 도중에 벌칙을 정하는 복불복 게임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태왕이 카드를 펼치자 주먹이 튀어 나왔다. 어차피 무효가 아니라면, 자신이 고른 철배의 카드가 무엇인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카드가 무엇인지는 철배도 지금 아리까리해서 확실하지가 않아 모두가 철배의 카드를 숨죽여 지켜보았다.


확실히 머리를 하나도 안 쓰는 어이없는 게임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긴장감 하나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무엇이 됐든 결판이 날 것이기 때문에 이 지루한 서든 데스의 끝이 드디어 보여지는 순간이라 모두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지로의 규칙으로 바뀌면서 카메라도 제대로 설치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진들마저도 도대체 누가 여기에서 이기고 질지를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온 철배의 카드는 보였다.



"으아아아악악!"



철배는 자신의 가위를 보자마자 절규했다. 처음에는 이 긴 긴 싸움의 끝에 이겼다는 기쁨에 넘친 환호성이었지만, 이내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이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슬픔의 절규로 뒤바뀌었다.


심지어 처음 둘이 생각했던대로 자신이 고른 상대방의 카드로 승부하는 방식이었다면 자신이 졌을 것이기에 급조된 규칙에 더더욱 어이가 없어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영원히 계속되었을 수도 있는 이 승부를 나름대로 끝마쳐준 지로를 전면에서 원망할 것은 아니었지만, 괜스레 지로 때문에 이런 상황에 놓이게만 된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든 판을 이끌어왔다고 생각한 철배는 그렇게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하고 '바보 게임'에서 명예롭게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표면상의 모습이었고, 지켜보는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쯤되자 이 곳에서의 1등을 해 나가는 것은 사실상 패배해서 탈락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하루라도 빨리 1등을 노려 나가고픈 형영이나, 애초부터 1등이 목표였던 네온은 살짝 생각이 다르긴 했지만, 그들 역시 철배가 딱히 1등을 하고싶어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ㅡ최종 우승자는 박철배 씨, 최하위자는 최형영 씨로 되었습니다. 우승자인 박철배 씨는 기본 상금 100만원에 900만원의 상금을 얹힌 총 1000 만원의 우승 상금을 가지고 '바보 게임'을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갑자기 천 만원이라고 하자, 철배는 그나마 위안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액수 자체는 어쩌면 점점 사람이 줄어드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상 1화에서 떨어지는 것이 가장 상금이 높을 수도 있겠으나 그에게는 지금 천 만원의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이제 막 예능에 들어선 문화평론가 철배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 프로그램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 '바보 게임'에 섭외된 이유는 단 하나, 약 1년 전 출연한 이런 두뇌 게임 서바이벌에서 1화에서 내내 어리둥절하는 모습만 보여주다 처참하게 바로 떨어졌었기 때문이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떨어진 후 나름대로 지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어설픈 허풍쟁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워낙에 그 1화에서 어이없게 떨어진 덕분에 자신의 주 분야가 아닌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몇번 불려나갔었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그는 이제 그 이미지를 오히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로 여기에까지 섭외가 된 것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1화에서부터 하차를 해야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불러모은 예능에 고정으로 출연하게 된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당당하게 1등을 해버리고 말았다.



"야. 축하한다. 역시 똑똑하구만. 바보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 친구야."

"진짜 철배 형이 1등할 줄 알았어요. 딱 하시네."



다른 참가자들은 위로 아닌 위로, 놀림 아닌 놀림, 축하 아닌 축하를 그에게 해주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놓으려던 그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철배에게 지고 살아남은 태왕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물론 1화에서 떨어지고 싶지않은 마음은 그도 마찬가지였지만, 철배가 본격적으로 패배를 향해 대놓고 질주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그에 따라 지기 위한 싸움에 동참하기는 했으나 설마 자신이 철배를 꺾고 질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애초에 승부가 결정난 마지막 게임은 단순한 복불복 게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놀라울 것도 없었지만 오늘 게임 내내 뭔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던 철배가 이렇게 골로 가버리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철배와 같은 연합이긴 했으나, 철배와 연합이었든 형영과 연합이었든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계속 자기 마음대로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철배의 탈락이 결정되고나서도 그다지 아쉬운 느낌은 없었다.


나애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배가 그녀를 1등으로 올려 탈락시키려고 했다는 것까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그래도 그의 말에 그대로 따르기 싫어 게임 중반부터 그녀 마음대로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었다.



ㅡ그리고 2등을 하신 강태왕 씨에게는 200 만원의 상금을, 공동 3등인 권나애 씨, 네온 씨, 박대가 씨, 유자 씨, 최희요 씨, 황철도 씨에게는 각자 20 만원의 상금이 적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최하위자인 최형영 씨는 가지고 계신 100 만원의 상금이 몰수되었습니다.



어차피 가상의 돈인데다, 이런 식으로 쌓여가는 식이라면 1화에서의 기본 상금을 몰수당하는 것은 그다지 큰 패널티가 아니었으나 형영은 꼴등이 된 것이 너무 억울하고 짜증이 났다.


당장 다음 2회차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자신의 상금이 이제 0 원이었기 때문에 800 만원만 얻고 나가는 것이긴 했지만, 기를 쓰고서라도 나갈 생각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바보들만 우글거리는 곳에서 굳이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이번 게임에서는 자신이 봐준 셈 치고, 이제 봐주지않고 진심을 다해 어떻게든 이길 작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서든 데스 게임에서 거의 진행을 도맡아하던 지로는 마지막 엔딩 멘트까지 자연스럽게 맡아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데에 나섰다. 물론 최연장자인데다 수많은 예능에 출연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진행을 하는 것 자체가 큰 무리는 아니었으나 지로는 이러면 이럴수록 점점 참가자들 중 하나가 아니라 MC로써의 역할이 두드러져갔다.



"가장 브레인이었던 박철배 씨가 우승을 해서 탈락을 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해요."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든 있는 우승자 소감 발표 시간이 왔지만, 여기에서의 우승은 탈락이나 마찬가지라 패배자의 항변을 듣는 것에 불과해 보였고 철배 자신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1등을 한 데에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순 없었기에 그는 최대한 밝게 보이려 애를 쓰며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진심이라고는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우승 소감을 발표했다.



"치열했던 승부였고요. 많은 사람들과 많은 것들을 배워가게 되었습니다.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부모님과 그리고 저를 뒤에서 도와준 친구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요. 제 인생에 "

"이제 1화 했는데 무슨 별 걸 다 배워가네요. 아무튼 수고하셨어요. 그럼 다음 주는 9명으로 바보들의 치열한 게임, 바보 게임을 마저 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뵈요!"



원래는 내레이션이 해야 할 대사였지만, 지로는 아예 중앙에 서서 엔딩을 내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웠던 탓인지, 이대로 방송은 종료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철배는 쓸쓸히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퇴장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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