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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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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553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2.12.23 23:35
조회
64
추천
2
글자
8쪽

22. 슈퍼 트롤리 딜레마

DUMMY

어느 날, 인류왕국의 여왕은 이세계의 전생자들이 풀 수 없는 철학적 문제를 여럿 알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가끔은 머리를 쓰는 것도 좋겠지. 적당히 하나 데려와 보도록 하여라.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전생자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인류왕국의 시골 영지 특산물은 석재와 락 페스티벌, 전생자였으니까.


***


“수수께끼라 하신다면······.”


전생에 공학자였다가 치킨을 잘못 튀겨 일어난 화재로 불타 죽었던 전생자는 어렵지 않게 트롤리 딜레마를 떠올렸다.


“철로 위를 제어가 안 되는 기차가 달리고 있습니다. 아, 기차란 강력한 동력을 만드는 기관을 써서 지정된 길을 달릴 수 있는 운송 수단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대강 이해했다. 계속 말해보도록.”

“그 앞에는 두 개의 노선이 있습니다. 기차의 진행 방향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묶여 있고, 다른 노선에는 한 명만 묶여 있습니다.”

“호오, 노선을 바꿔서 어느 쪽을 구할지 선택하라는 건가?”

“바로 그겁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에 개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것이 트롤리 딜레마입니다. 항상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지배자에게 어울리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좋다. 바로 시험해 보도록 하지. 우선은 실물이 필요하겠구나. 그대는 기술자들과 함께 기차라는 것을 만들도록.”

“예?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증기기관이라도 개발해야······.”

“그 모든 걸 일임하겠다는 거다.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도 아니니, 인력과 돈이 충분하다면 만들 수 있을 터다. 그리고 우리에겐 돈도 사람도 있느니라.”

“어, 음. 기관은 그렇다 쳐도, 여왕님,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만? 단순히 토론 정도로 끝낼 일 아닙니까?”

“그 또한 걱정 없느니라.”


여왕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선왕이 언제나 옳은 선택을 했다면, 나는 언제나 모두를 구할 것이니. 게다가 사람을 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로다.”

“ ”


공학자 처지에서는 영문 모를 답이었지만, 그걸 트집 잡는다고 해서 여왕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여왕의 권위는 막강했고, 그녀는 거부할 수 없는 만큼의 돈을 제시했으니까.


***


여왕의 억지로 수도 성벽 밖에 연구소가 세워지고, 수많은 기술자가 집합했다. 그중에는 인류왕국에서 독립한 광부들이 만든 드워프 공화국의 기술자들도 초빙되었다.


***


그리고 수개월 후.


“훌륭하다. 실험을 시작하라!”


여왕의 호령에 선로에 묶인 사람들은 기겁했다. 물 밖에 던져진 고기처럼 펄떡거렸지만, 여왕은 신경 쓰지 않았다.

호령에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건 발차 역할을 맡은 귀족도 마찬가지였다. 실험이 잘못되면 살인자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선로에는 여섯 명이 묶여 있고, 그 앞을 여왕이 가로막고 있었다.

물러나면 왕명불복.

나아가면 국왕시해.

어느 쪽을 택해도 기관차에 실린 석탄 빛 미래밖에 안 보이자, 귀족의 머릿속은 딜레마로 가득 찼다.


“못 들었나? 기차를 발차시키라고 하였다!”


당길 것인가. 말 것인가.

귀족은 고민 끝에 레버를 당겨 기차를 발차시키고는 서둘러 뛰어내렸다. 겁을 먹어서 도망친 것만은 아니었다. 탈출까지 포함한 게 왕명이었기 때문이다.

기차가 새카만 연기를 뿜으며 전진하고, 커브를 돌며 점차 가속했다. 여왕 앞에 올 때 즈음엔 최고속도에 도달했다.


“여왕님! 피하십시오!”

“흐읍!”


모두가 비명을 질렀지만, 여왕은 피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던 레버를 당기지도 않았다.

대신 두 발의 간격을 어깨만큼 넓게 벌렸다. 대지에 뿌리를 내린 듯한 자세. 근육이 부풀고, 혈류는 가속했다.

정지해 있으면서도 초음속!

이것이 인류왕국의 왕이 고안한 궁국의 무공인 패왕류인가?

아니, 다르다!

이것은 패왕류의 모든 기술을 타격기로 한정해 재구성한 여왕의 고유 무공, 프린세스류(流)이니!


“초식에 이름을 달자면, 그런가. 기차 떨구기가 좋겠군.”


명명과 동시에 뻗어내는 왼팔.

주먹은 아니다. 손바닥을 편 장타(掌打)다!

모두가 무모하다며 비명을 질렀다! 골절로 끝날 일이 아니었기에 뒷일을 상상한 일부는 이미 실신!

그러나 모두가 두려워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왕의 뒤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던 사람들은 똑똑히 보았다.

내뻗은 손으로 기차를 정면에서 막아내고 있는 자신들의 여왕을!

그리고 놀라움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하하! 예상대로 훌륭한 게 만들어졌지 않은가!”


기차를 막은 장타 옆으로 무쇠와 같은 주먹이 직격!

이것이야말로 여왕의 전신전령(全身全靈)이었으니.

급조한 기계 따위는 여왕의 기풍을 당해낼 수 없음이니!

힘의 격류에 휘말린 기차는 수직으로 치솟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잔해 없음. 완전 격파!

인간을 초월한 막강한 무공 앞에 만백성이 환호했다!


“보았는가 백성들이여. 극에 달한 수행은 역경을 넘어서는 법이니!”


한편, 이를 본 공학자는 머리를 싸매쥐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러니까 그러라고 만든 딜레마가 아니라고······.”


***


그런 소란이 있던 날의 밤.

여왕은 이번 실험을 취재한 튜버 타임즈의 기사단장을 조용히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음! 내일 나갈 기사는 다 작성되었겠지?”

“작성은 되었습니다만, 저는 반대입니다. 폐하.”

“어째서인가?”

“그건 오히려 제가 여쭙고 싶습니다. 폐하를 무력만 앞세우는 광인으로 호도하라뇨?”


그는 무례임을 알면서도 언성을 높이며 여왕을 나무랐다.


“이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번에 진짜로 한 일은 왕국에 증기기관 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거다! 시대의 막이 바뀐다. 앞으로 왕국의 산업은 그 궤가 완전히 달라질 터! 만민은 당신이 역사를 바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장이여.”


여왕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기사단장은 그 미소에서 현자들을 몰살시킨 선왕의 그림자를 보고 흠칫 떨었다.


“그걸 백성이 알아서 어디에 쓰겠는가? 짐의 업적을 칭송하면 식탁의 빵이 더 부드러워지기라도 하는가?”

“그건······.”

“하물며 그렇게 보도를 하면 타국이 우리의 기술력을 경계할지도 모르지. 그건 좋지 않다. 외교에 불필요한 긴장감이 생길 뿐이야.”

“하지만 당신이 원한 기사는 당신을 바보로 만들 뿐이다!”

“단장. 자네의 일은 튜버 타임즈의 편집장인 동시에 왕의 직속 기사단이다. 기사단의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당신을 지킨다! 그것이 기사의 본분일 터!”

“아니. 너희는 나의 검이다. 방패이고 철퇴이며, 활과 화살이자 창이고 도끼다.”

“윽······.”

“그대는 내가 검도 못 다루는 한심한 여왕이라고 말하고 싶은 겐가?”

“···언행에 실례되는 부분이 있었음을 사죄드립니다. 폐하.”

“괜찮다. 오히려 기쁘구나. 선왕께 그대 정도의 직언을 할 사람이 더 있었으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


여왕과 기사단장의 비밀대화가 있은 후, 기사는 여왕이 원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채 발행되었다.


[현자 몰살 선왕 재림인가? 실험 중 철마 폭발···범인은 ‘여왕’]


기사가 나가자 현장에 없던 사람들은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믿었다. 증기기관의 가치를 파악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덕분에 여왕은 세간에 힘만 아는 바보로 비쳤으나, 신기술을 경계한 다른 국가가 인류왕국을 경계하며 군비를 늘리는 일은 없었다.

모든 게 여왕의 의도대로 흐르자, 기사단장은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모두를 지켜내시기는 했군요. 요령 없는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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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적성 22.12.24 60 2 2쪽
23 23. Cool 22.12.24 62 2 1쪽
» 22. 슈퍼 트롤리 딜레마 +3 22.12.23 65 2 8쪽
21 21. 거위와 농부 +2 22.12.23 64 2 5쪽
20 20. 게임판타지에서 흔?한 +2 22.12.22 67 2 4쪽
19 19. 전설의 무기 22.12.22 70 1 3쪽
18 18. 마신 +1 22.12.21 66 1 3쪽
17 17. 귀족 영애 22.12.20 70 3 3쪽
16 16. 무사고 +2 22.12.20 81 1 5쪽
15 15. 채소를 먹도록 하렴 +1 22.12.19 87 2 4쪽
14 14. 여자아이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1 22.12.18 110 3 2쪽
13 13. 약점 22.12.18 81 2 3쪽
12 12. 추리소설에서 흔한 22.12.18 84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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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세계 차이 +1 22.12.16 77 2 2쪽
9 9. 곰 +1 22.12.15 84 4 3쪽
8 8. 취직 +1 22.12.15 83 2 3쪽
7 7. 좀 많이 미운 오리 새끼 +2 22.12.14 100 3 2쪽
6 6. 행복 22.12.14 111 3 3쪽
5 5. 악마의 열매 +1 22.12.13 140 3 4쪽
4 4. 마왕 +2 22.12.13 134 1 2쪽
3 3. 비스트 테이머 22.12.12 156 3 2쪽
2 2. 회의 +1 22.12.12 209 5 4쪽
1 1. 폭풍우 치는 밤에 +4 22.12.11 401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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