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11. 달의 피

연금술사는 물질의 화학반응을 연구했던 만큼, 기본적으로 많은 물건을 취급했다.

유황, 황산, 납, 석회.

비명 지르지 않는 만드라고라 뿌리, 유부녀에게 집착하는 유니콘의 뿔.

가끔은 구미호의 간이나 공청석유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연금술사의 작업을 보조하는 제자 역시 필연적으로 만물의 진리에 다가가게 된다.

나름대로 오래 보조했지만 역시 아직은 제자라는 걸까. 그는 스승이 채집하라 시킨 리스트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스승님. 달의 피는 대체 어떻게 구해야 하는 겁니까?”

“아, 알려주는 걸 깜빡했네. 이건 특별한 마법진이 필요하단다.”

“특별한?”

“마침 오늘 블러드문이 뜨는 날이니 잘 됐구나.”

연금술사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일러스트레이터를 소환해 땅에 그림을 그리게 시켰다. 땅에 뭔가를 그리는 건 일러스트레이터도 해본 적이 없었는지 처음에는 반색했지만, 과연 프로는 프로. 충분한 돈이 쥐어지자 그는 스승의 지시를 최대한 반영한 마법진을 그려냈다.

그리고 저녁을 지나 밤이 되었을 무렵, 마법진 위로 달의 피가 쏟아졌다.

“스승님, 대체 어떤 마법진을 그린 겁니까? 또, 왜 굳이 일러스트레이터를 소환해야 했던 건가요?”

“그야 커미션 받는 그림쟁이들은 마법사들보다 꼴리는 포인트를 더 잘 잡아내니까.”

“녜?”

“제자야. 급한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란다.”

***

후일, 연금술사의 제자는 마법진이 정령이나 초월적 생물체를 타겟으로 삼는 그림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은어를 알고 사용법을 익힌 뒤에도 달의 취향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혜성 충돌이 왜 피를 쏟을 만큼 흥분되는 건데······? 운석소환은 왜 우주적으로 금지된 마법이고?”

[whitefog..]

이건 저쪽 용어를 알아야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