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전설의 무기
“가자! 마왕의 방은 이 앞이다!”
모든 여정에 끝이 있듯, 마왕을 토벌하기 위한 그들의 모험도 어느덧 막바지였다.
두려운 것은 없었다. 용사는 자신의 동료를 믿었고, 드래곤에게 받은 신비로운 망치의 힘을 믿었다. 망치 끝의 투명한 병 안에는 용의 피 같은 붉은 액체가 노을빛을 받고 장엄하게 빛나고 있었다.
“크으윽, 왔구나 용사여. 그 실력을 높이 사 세계의 반을 줄 테니 내 부하가 되지 않겠나?”
“자질구레한 관용구는 집어치워라! 오늘, 싸움의 막을 내리겠다!”
마왕이 짧게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최후의 전투가 시작됐다. 검의 궤적이 노을을 가르고, 불과 번개가 춤췄다. 화살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마왕의 술수를 차례차례 꿰뚫었다.
물론, 용에게 받은 전설적인 망치도 활약했다.
뽕!
가장 끝에 매달린 병이 그 소리를 내며 망치에서 뽑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뽕?”
“뽕······?”
전장보다는 주방에 어울리는 소리에 마왕을 포함한 모두가 움직임을 멈춘 그때, 병에 새겨진 마법진이 작동했다.
드래곤이 병에 새긴 마법은 두 개였다.
하나는 내용물이 흘러넘치지 않게 하는 부유 마법. 다른 하나는 열리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불러내는 소환 마법.
최후의 전장에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은 용맹한 포효를 내지른 후, 조심스레 병을 끌어안고 싱글벙글 웃었다.
“이야~ 드디어 열렸네. 마침 스파게티 중이었는데 잘 됐지 뭐야.”
“스파···녜?”
용사는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영리했다. 스파게티가 언급된 시점에서 병의 내용물이 뭔지 대강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마왕도 마찬가지였다.
“이 강렬하면서도 톡 쏘는 특유의 향은, 토마토······. 아니, 살사소스인가.”
“맞아. 할머니가 200년 전에 만든 전설의 소스인데, 뚜껑을 어찌나 세게 닫아두셨는지 도저히 열리지 않았거든. 그래서 망치에 묶어 두고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열리게 만들어 놨지!”
용사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한 채 물었다.
“그러면 드래곤님. 전설의 무기라 하셨던 건······.”
“틀린 말은 안 했어. 전설의 소스가 달린, 아주 단단한 무기.”
“ ”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아무튼 수고했다. 병따개는 너 줄게. 나 간다! 수고!”
드래곤은 그 말을 남기고는 빛과 안개가 되어 자취를 감췄다.
한편, 용사는 마왕을 무찌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역사는 그를 이렇게 기록했다.
< 인류 최초, 병따개로 마왕을 쓰러트린 자. >
역사서에는 남는 건 모험가의 영예였으나, 용사는 자기 아들이 역사서를 들이밀 때마다 좀 많이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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