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20. 게임판타지에서 흔?한

“지각이다 지각!”

놀라울 정도로 뻔한 멘트와 함께 아침을 시작한 그녀에게 여유시간이란 없었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독신의 아침은 늘 전쟁터다. 전날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렇다.

“인벤토리!”

서둘러 준비하면 어떻게든 늦지 않을 시간. 인벤토리를 소환한 그녀는 서둘러 잠옷을 해제하고 출근용 복장을 장비했다.

너무 서두른 탓에 코트가 셔츠 아래 장비되는 버그가 일어났지만, 그정도는 집을 나서면서 수정해도 될 일이었다.

움직일 수만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출근길에 필요한 건 퀄리티가 아니니까. 스파게티 코드가 되더라도 골치가 아파지는 건 미래의 자신이지, 지금의 자신이 아니었다.

“지난번엔 엘리베이터에서 루프가 걸려서 큰일이었지.”

아뿔싸! 그녀는 무심코 나온 말을 어떻게든 삼켜 보려고 했지만 때는 늦었다. 발동된 이벤트 트리거는 안 그래도 부족한 메모리를 억지로 끌어와 예전 이벤트를 재생했다.

***

- 그렇다. 그것은 1주일 전······.

“아아악! 스킵! 스킵하라고!”

- 플레이어에 의해 이벤트가 스킵되었습니다.

***

“아침부터 이게 무슨 꼴이람.”

레트로풍 쓰레기통을 부숴서 나온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고 버스에 올라탔을 때, 그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워인데도 버스에 자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그럭저럭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안일했다. 그녀는 너무 빨리 안심했다. 세계는, 서버는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기대를 박살 내버렸다.

“잠깐만! 버스 탈게요!”

“노약자와 아이에게 자리를!”

“놓칠 수 없지, 이 빅 웨이브를!”

“아직이다! 이 버스엔 아직 더 탈 수 있어!”

“이 버스 만렙까지 가나요?”

“Da wae? do you know the wae(길을 아시나요)? do you know the wae?”

“으아악! 죽은 밈을 쓰는 공포의 관심종자다!”

“1호선으로 꺼져. 이 시대착오적인 자식!”

대혼란. 끝없이 들어오는 승객.

불온한 조짐을 느낀 그녀는 버스를 포기하고 탈출하려 했지만, 때는 너무 늦은 뒤였다.

“아. 아. A. 아. ㅇㅏ-안-대-.”

렉이었다. 사람이 한계 이상으로 몰리면서 발생한 지독한 렉에 버스 주변의 시간만 급격히 느려졌다.

***

“조, 좋은 아침이에요 부장님.”

“늦었군. 40분 지각일세.”

“윽.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부장은 레어 아바타인 날개를 번쩍이며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뒤에 대화를 이었다.

“쓸데없는 변명이 없어서 좋군. 출근길에는 버스를 탔나?”

“마침 돌고 있는 기사님이 계셔서······.”

“사회초년생에게는 흔히 있는 실수지. 오늘은 괜찮으니, 다음부터는 렉이 걸릴 것까지 예상해서 출근하게.”

“아, 넵!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로 출근 1주일째였지? 이건 출근 로그인 보상일세.”

“와! 보석을 이렇게나! 괜찮은 건가요?”

“우리 회사의 복지는 세계의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 있으니 말이야. 출석 보상이야 당연한 거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 후, 그녀는 품에 가득한 보석을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로 향했다.

2주 후의 월급 가챠에서 한 달 급료 대신 바나나를 뽑고 오열하게 되는 그녀지만-

뭐, 그건 2주 후의 이야기이고.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행복했다.

[whitefog..]

저런

[왕당파기사]

게임판타지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