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약점
도시의 경비병 중 상당수는 전직 모험가. 무릎을 다쳐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면서 경비대에 입대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이를 곰곰이 검토한 도적 두목은 이게 유용하다 판단하고, 실제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회는 도적 두목이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
“무릎이다! 무릎을 공격해라! 약점을 맞으면 퇴물 모험가들 따위는 쫓아오지 못하겠지!”
저택에 잠입해 훔칠만한 물건을 모두 훔쳐 달아나던 중 경비대가 눈치채고 쫓아오자, 도적들은 두목의 지시를 따라 무릎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두목의 예상과 달리 화살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유독 가죽과 철판을 많이 덧댄 무릎에는 단 한 발의 화살도 박히지 않았다.
“하! 어설프기는. 설마하니 약점을 언제까지고 방치할 거라고 생각했나?”
“크으윽! 이 동네에 경비병한테 쓸 돈이 그렇게 많았나?”
“아니! 그래서 무릎 보강하는데 다 썼다고!”
그 말을 들은 도적 두목은 고개를 갸웃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팔꿈치를 향해 화살을 쐈다.
푸욱.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갑옷을 뚫었다.
“ ”
“ ”
“···영주 새끼가 예산을 줄여서 그만······.”
“그, 그렇군. 고생이 많네. 우리 그만 도망가도 될까? 너희가 놓친 걸로 치고.”
“그러던가. 팔꿈치에 화살을 맞았으니 이제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에이, 설마 화살 좀 맞았다고 영주가 쫓아내겠냐.”
***
며칠 후. 범죄자들만 모이는 비밀주점.
“그러면 다음 곡입니다. ‘팔꿈치에 화살을 맞았네’. 저기 제 경비병 생활을 망쳐주신 산도적 두목 나으리께 바치도록 하죠.”
“ ”
전직 경비병 4인조로 구성된 유랑밴드 ‘팔꿈치에도 화살을 맞았네’의 연주가 시작됐다.
“낭만을 쫓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 무릎에 화살이 날아오기 전까지는♬”
베이시스트가 코러스를 붙였다.
“팔꿈치에도 화살이 날아오기 전까지느으은♬”
“영주는 말했지♪ 보험은 적용되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일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해고통지서가 날아오기 전까지느으으은♬”
“팔꿈치에도 화살이 날아오기 전까지느으은♬”
“아직 죽지는 않을 거야♪ 오늘은 그날이 아니니까♪”
범죄자들에게 어울리는 엉망진창인 멜로디가 주점의 흥이 끌어올리는 가운데, 드러머와 아코디언도 화음을 맞춰 절정부를 열창했다.
“아직 머리에 화살을 맞지 않았으니까♬”
“아직 머리에 화살을 맞지 않았으니까♬”
가사가 자신의 유일한 약점인 양심을 후벼파는 가운데, 도적 두목은 몹시 불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경청했다. 그리고는 그들을 위해 금화 한 닢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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