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18. 마신

“온 하늘을, 우주 끝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어요.”

“소원을 이루어 주마. 대가는 거울을 통해 너의 평생을 구경할 권리다. 하지만 이루어진 소원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명심하도록.”

소녀 시절부터 별을 동경해온 소녀는 역경 끝에 사악한 마신을 만나 소원을 빌었고, 마신은 역경을 헤치고 찾아온 그녀의 소원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온갖 부와 영예를 누릴 기회를 걷어차고, 우주를 눈에 담는 계약이 성립되었다.

평생의 꿈을 이룬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아아! 보여요. 우주가 노래해요! 세상이!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워!”

몽환적인 가스와 얼음 꼬리로 긴 호선을 그리는 혜성, 반짝이는 물의 별과 현란하고 기하학적인 별의 신비로운 운동이 그녀를 반겼다.

“아아, 아아아아······.”

그러나 하늘에는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 아, 아아······.”

아름다운 성운의 뒤로 흉측하게 일그러진 대지와 숲이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원히 흘러내리는 고름에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우주 짐승. 암석을 잘게 쪼개 집어삼키고 빛을 토해내는 블랙홀. 그리고 수많은 문명이 우주의 냉혹함 앞에 덧없이 사라지는 모든 순간이 그 눈에 새겨졌다.

“아아악! 우주가! 우주가 노래한다! 멈추지 않고! 내게 들어오고 있어! 감정이, 공포가! 빛이 불타오른다. 어둠에 삼켜진다! 이 저주받은 세계에서! 우주는 너무 어두워! 우리는 사라질 거야. 아아, 받아들일 수 없어!”

***

한편, 마신은 갓 튀긴 팝콘을 씹으며 그녀의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매분 매초를 만끽했다.

“몇 번을 봐도 즐겁다니까. 준비도 안 된 자가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저렇게 되는 법이지.”

감상을 마친 마신은 콧노래를 흥얼대며 새로 생긴 컬렉션을 진열장에 장식했다.

거기엔 그와 계약한 사람들의 거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기 마음대로 세계를 휘두르려다 권총으로 자기 목숨을 끊은 독재자.

사거리의 악마와 거래해 전설적인 실력을 얻었지만,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단명한 기타리스트.

고대신을 이기기 위해 전 인류의 의식을 강제로 통합시켰다가 더 큰 재앙을 만들어 버린 소녀.

모든 시간대와 모든 우주에서 모아온 비명이 진열대에서 이루는 하모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장가였다.

잠시 후, 꼼꼼하게 양치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마신은 그 자장가를 들으며 다시 잠에 빠졌다.

자기 수준에 맞는 건전한 생활 습관과 충분한 수면시간. 그리고 자신의 욕망과 시련에 맞서는 사람들의 비명 약간.

그게 사악한 마신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왕당파기사]

악신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