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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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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520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2.12.13 23:48
조회
139
추천
3
글자
4쪽

5. 악마의 열매

DUMMY

그 귀족은 어린 시절 들었던 믿지 못할 한 마디를 늙어서도 기억하고 있었다.

악마의 열매를 먹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 그건 그에게 꿈을 심어줬고, 늙어서까지 악마의 열매를 확보할 수 있는 상인을 찾아 거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주문하신 물건입니다. 여기 도둑 길드의 품질보증서도 있으니 같이 확인해 보시죠.”


국가에서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악마의 열매. 들킨다면 아무리 그래 해도 한 번에 작위를 빼앗길 터다.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돈이 얼마가 든다 해도 먹고 싶었다. 평생 동경했던 열매였으니까.

먹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과 기대 등의 온갖 감정이 섞인 채, 귀족은 악마의 열매를 베어 물었다.


“···음. 맛있구먼.”

“물론이지요. 악마가 갈 수 있는 험지에만 자생하는 열매니까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은?”

“그거 굉장히 오래된 광고멘트입니다만, 아직 기억하시는 분이 계셨을 줄이야.”

“광고멘트라고?”

“예. 그리고 과장광고여서 벌금까지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런. 그거 때문에 평생 먹고 싶었는데.”

“가끔 있죠. 어렸을 때는 전설이고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 찾으면 시시한 물건이었을 경우가요.”

“그런데 이게 왜 금지 품목인지 모르겠군. 그냥 맛있는 과일일 뿐인데.”

“아, 그게 말입니다······.”


***


100년 만에 악마의 열매가 열렸다는 소식에 어미 악마는 견디기 힘든 용암길과 얼어붙은 골짜기, 독기가 가득한 늪을 건넜다.

악마의 열매란 그 험난한 길 끝에 있는 나무에서 아주 조금만 열리는 과일로, 그 맛 때문에 너무 남획되어 지금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 악마나 드래곤처럼 국가에 속하지 않은 소수민족에게만 채집이 허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왔을 때, 열매를 한 아름 안겨주겠다 했던 어미 악마는 빈손이었다. 늙은 귀족의 의뢰를 받은 상인이 숲에 잠복해 있다가 열매를 훔쳐 갔기 때문이다.


“엄마! 열매는? 열매는?”


어미 악마는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기대감 하나로 며칠이나 참은 아이에게 말해주기엔 현실이 너무 잔혹했다.

열매로 가득했어야 했던 식탁에는 몇 조각의 콩이 올려진 게 다였다.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확신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탓이었다.


***


광고의 악마는 어린 악마가 우는 장면에서 화면을 멈춘 뒤에 말했다.


“보셨습니까? 우리가 배부를 때에도 저 아이는 굶주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선의가 저 어린 악마를 배부르게 먹일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 지금 전화해 주세요.”


인간에게 해로운 악마와 물욕에 찌든 인간 중 나쁜 건 어느 쪽일까. 영화나 볼까 해서 TV를 틀었던 사내는 팝콘을 내려놓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확실한 건 이 광고로 돈을 번 광고의 악마가 불우이웃을 도울 리 없다는 사실이다.

늦은 밤, 간만의 ‘큰일’을 마친 광고의 악마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포대에 가득 담긴 금화를 욕조에 쏟고, 그 안에 들어갔다.

여기서 광고 수익은 얼마 없었다.

어미 악마에게 악마의 열매가 있는 위치를 팔고, 상인에게 그 어미 악마의 동선을 팔아넘겨서 벌어들인 금화. 그리고 도둑 길드를 통해 밀거래한 악마의 열매 판매금이 광고보다 훨씬 많았다.

그는 가장 빛나는 금화 한 닢을 우아하게 들고, 버터 쿠키처럼 깨물어 먹으며 악마다운 미소를 지었다.


“아, 돈이란! 남의 피와 땀과 노력으로 자란 돈이야말로 최고의 열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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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전설의 무기 22.12.22 70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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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취직 +1 22.12.15 83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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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행복 22.12.14 111 3 3쪽
» 5. 악마의 열매 +1 22.12.13 140 3 4쪽
4 4. 마왕 +2 22.12.13 134 1 2쪽
3 3. 비스트 테이머 22.12.12 155 3 2쪽
2 2. 회의 +1 22.12.12 209 5 4쪽
1 1. 폭풍우 치는 밤에 +4 22.12.11 400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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