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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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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626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2.12.23 20:48
조회
64
추천
2
글자
5쪽

21. 거위와 농부

DUMMY

농부가 가계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가 키우던 거위가 와서 제안했다.


“오늘부터 황금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아 주겠노라. 대신,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말지어다.”


농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다음 날부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거위가 정말로 하루에 한 개씩 황금알을 낳은 것이다!

황금알을 판 덕분에 농장 사정은 금세 좋아졌다. 거위는 헛간의 가축들에게 영웅으로 추대받으며 평화로운 나날을 이어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농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려 했다.


***


달조차 추악한 탐욕에 질려 구름 뒤로 숨은 늦은 밤.

이날을 위해 경신공(輕身功)과 운신대법(雲身大法) 등, 조용히 몸을 움직이기 위한 여러 기술을 습득한 농부는 어둠을 틈타 헛간에 숨어들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지푸라기 위에서 곤히 자고 있었고, 위로 들어 올려진 부엌칼의 칼날이 한기를 머금고 스산하게 빛났다.

건곤일척. 기세를 살린 일검이 휘둘러졌다!


“아니잇!”


이럴 수가! 거위의 배는 갈라지지 않았다!

무쇠 그 자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금강불괴(金剛不壞)를 대성한 고수였다!

살생 실패. 농부의 참격은 털을 베고 살을 취하는 대신, 거위 털을 조금 그슬리는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농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물러날까 보냐. 끌어올린 내공을 휘감은 식칼이 다시금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느리구나.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아니이이잇!”


칼이 닿기도 전에 거위의 신형(身形)이 자취를 감추더니,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이것은 신선의 환술인가? 농부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뒤를 돌아봤다. 거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뒤에 있었다!


“본녀는 그대에게 찬스를 주었건만, 그걸 제 발로 차버리는구나. 아니. 스스로의 배를 갈랐다고 함이 옳은가?”

“참으로 요망한! 어쩐지 황금알을 낳는다 싶더니, 요물도 보통 요물이 아니었구나!”

“본녀는 영물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느니라!”


헛간이 터져나가고 지푸라기가 흩날렸다! 높게 비상하여 초식을 겨루는 농부와 거위!

기세가 어찌나 질풍이고 노도였는지, 달조차 흥미를 느끼고 구름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부리가, 칼날이 궤적을 그린다! 불꽃이 튄다! 풀밭 위로 인간의 땀과 거위 털이 흩날렸다!

영원처럼 이어질 것 같았지만 모든 싸움엔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자웅은 두 생물이 지상에 내려앉는 순간 가려졌다.


“크흡!”


거위가 각혈! 양질의 거위 기름이 섞인 한 줌 피가 풀 위에 흩뿌려졌다.

그렇다면 이 승부, 농부의 승리인가?


“큭······.”


물음에 답을 하자면.

농부의 승리는 아니다.


“크아아아아아악!”


일천 방울의 물방울은 바위도 뚫는 법. 꾸준히 단련해온 거위와 농부 사이에는 그 일천 방울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모든 내공을 소진해 훨씬 많은 토혈을 흩뿌리며 쓰러진 농부는 씩 웃으며 말했다.


“큭큭큭, 졌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을 품어버린 게로군.”

“후회하는가.”

“아니, 궁금할 뿐이다. 너는 어째서 나에게 황금알을 준 거지? 이렇게 강하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갔을 텐데?”

“후후, 귀공은 본녀에게 그런 말을 시키는 건가.”


농부의 가슴 위로 올라온 거위는 순백의 날개를 활짝 펼쳐 그의 목 아래를 감싸 안았다.


“본녀는 그대가 가꾼 농장을 좋아한다. 그 손이 일군 모든 것을, 그대를 좋아하느니라.”

“ ”

“그대여. 아직도 본녀를 죽이고 싶은가.”

“아니. 그럴 수도 없겠군.”


농부는 뜨거운 열기를 두른 거위 털 안으로 손을 넣으며 답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거위를 죽이려고 한 내가 바보였다. 염치없지만, 앞으로도 나를 위해 알을 낳아 주지 않겠나?”

“후후후. 그대가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는 다면야. 음, 아니지. 본녀에게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녀는 부리를 농부의 입술 위에 겹친 뒤에 말을 이었다.


“그대도 ‘우리’가 되면 그만인 일 아닌가?”


농부의 첫키스에서는 오리의 피냄새가 났다.


***


얼마 후, 인류왕국 기사단이자 1등 언론사 튜버 타임즈의 뉴스에 관련 기사가 작게 실렸다.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신종 거위 수인 발견···고블린 학회 관심 급증]


한편, 옆 마을에 살던 마법사 농부는 그 기사를 읽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댔다.


“어휴, 할 사람이 없어서 거위하고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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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행복 22.12.14 111 3 3쪽
5 5. 악마의 열매 +1 22.12.13 142 3 4쪽
4 4. 마왕 +2 22.12.13 134 1 2쪽
3 3. 비스트 테이머 22.12.12 157 3 2쪽
2 2. 회의 +1 22.12.12 209 5 4쪽
1 1. 폭풍우 치는 밤에 +4 22.12.11 401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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