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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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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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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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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78화 화복

DUMMY

478화 화복


지역 유지 곽봉이 그날 깨어 있었던 것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가장 먼저 체면이며 자존심 내려놓고 관청에 다녀온 덕에 누구보다도 먼저 치러야 할 대가를 안 그다.


모르지는 않았지만 막상 인정하고 호적한 후에 느낀 것은 바로 ‘도둑놈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제길, 소작료가 상한이 걸린 데다가 토지세는 전부 이쪽에 부담이라니. 조선 놈들은 죄다 도둑놈뿐인가?”


그나마 소작인을 관청을 통해서라도 구했으나 가진 땅은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허나 앞으로 나가야 할 돈이 전에 비하면 적어도 반 배, 솔직히 말하자면 두 배나 세 배는 되는 기분이며 수익은 반토막이라는 말이 어울릴 지경이니 여간 속이 쓰린 게 아니었다.


그래도 호적하는 기간을 넘겨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이것도 차라리 나은 편이라는 걸 그의 이성이 나직이 알려주었다.


“빌어먹을.”


그걸 알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기는 했으나 입이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욕이며 거친 말은 어쩔 수 없는 게 사람이라, 곽봉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내 머리를 뜨겁게 하는 열을 달래고 있었다.


“대, 대인!”

“응?”


그러던 중 이미 밤이 깊은 시각임에도 바깥에서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곽봉은 의아함 반, 짜증 반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기분, 괜한 화풀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문을 벌컥 연 그는 대뜸 호통을 쳤다.


“오밤중에 왠 소란······으응!?”


그러나 그도 잠시, 멀리서 어두운 하늘을 밝히고 있는 불길을 본 곽봉은 두 눈을 크게 하며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이 사실을 알리러 왔던 하인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근방은 아니지만 불이 일고 있습니다! 가, 가서 도울까요? 아니면 집안 문을 걸어 잠글까요?”


하인이 하는 말에 곽봉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이에 하인은 제가 그리 말한 이유를 입에 담았다.


“저, 저기는 오늘 알려주신 소작인들이 사는 곳입니다. 사람을 쓰기로 하셨다고 하니 가서 돕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전처럼 소란을 틈타는 도적들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을 걸던가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닌가 싶어서요.”


말이 이어가면서 자신을 잃었는지 하인의 말은 다소 어색하게 변했다.


동시에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하인을 보며 곽봉은 그제야 상황을 온전히 알았다.


“끄응. 이런 일에 손 하나 안 벌려주면 나중에 또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른다. 당장 하인들을 깨워서-.”


아악!


사람을 조금 보냄이 낫겠다고 여긴 곽봉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둠을 틈타고 멀리서 사람 비명이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린 순간 곽봉이며 하인은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낯빛을 굳혔다.


“대, 대인? 지금 소리, 반대쪽입니다요.”


하인이 두려워하며 이르는 말에 곽봉의 머리에 전에 있었던 일, 정립의 집에 불이 나고 농민 몇이 도적질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와 비슷하다면 이거 설마······.’


혹시나 하지만 아니라고 무시하기에는 걸린 게 너무나도 많았다.


더불어서 아직 정립도 호적을 마치지 않은 상황이라 곽봉만 사실상 이곳에 있는 호적한 사람이다.


호적한 사람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을 저울질하자면 당장 전자로 저울이 손쉽게 기울 것이며, 심지어 그 사람들이 지금껏 적대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보였다.


“당장 하인들 깨워라! 전부!”

“예! 예!”


곽봉이 외치는 말에 하인은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 뒤를 보면서 곽봉은 다급한 어조로 다시 외쳤다.


“그리고 발이 빠른 것들을 서넛 불러라! 불을 끄러 갈 놈도 서넛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용케도 이야기를 들은 모양인지 하인이 대답하는 말이 돌아왔다.


그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으나 이내에 귓가에 한 소리가 더 울리니 곽봉은 한층 더 걱정하게 되었다.


타앙!


“조, 조총!?”


전에 조선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겨누던 것과 비슷한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히니 곽봉의 눈이 여지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전에 들은 소리에 비하면 부족하기 짝이 없으나 기억은 확실하게 그 소리가 맞다고 알려주고 있으니 곽봉은 애써 떨리는 다리를 진정하고자 기둥을 부여잡았다.


‘제발, 제발!’


여러 감정을 담아서 기둥을 부여잡고 외치길 얼마인가 있으니 하인이 여럿 모아 오는 게 보였다.


다가온 하인들을 본 곽봉은 인사도 받지 않고 곧장 외쳤다.


“거기 넷은 가서 불 끄고, 나머지 넷은 관청으로 가라! 여기에 난리가 났다고 말이다! 어서 서둘러라!”



***



“지루하군.”

“초관 나으리, 그래도 그저 시간만 보내면 되니 좋지 않으십니까?”


훈련도감 초관 이계영이 당직의 지루함을 토로하자 곁에 있던 병졸 하나가 헤실거리며 말을 건넸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기는 했다.


당직을 서던 그가 지루하지 않다면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말이고, 그게 무엇이든 한바탕 정신없이 움직여야 할 게 뻔했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인명 상하는 일도 있을 수 있으니 병졸의 말이 아주 옳았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옳은 말을 들었다고 바로 수긍하기 쉽지 않은 법이니 이계영은 괜히 심통을 부렸다.


“어허, 그저 시간만 보내다니! 이게 다 사방이 평화롭도록 지키는 일이다! 그걸 그저-.”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름이 없는 일이었기에 병졸 역시 이후에 이런 말이 나올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제 이계영이 훈계하는 말을 적당히 듣는 척하고는 ‘소인이 주제도 없이 엄한 말을 하였습니다’라고 하거나 ‘역시 초관 나으리는 다르십니다’라고 하면 끝날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일이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


“초관 나으리, 산둥 병졸이 급히 고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응?”


산둥 병졸이라는 말에 잠시 당황하였던 이계영은 그게 이곳 출신 병졸을 뜻한다는 걸 뒤늦게 알아듣고 옆에 있던 병졸을 바라보았다.


“저, 저를 보셔도 무슨 일인지 모릅니다.”


대답을 구할 장소가 잘못되었다는 걸 뒤늦게 안 이계영은 헛기침으로 무안함을 달래며 입을 열었다.


“험험, 대체 무슨 일이냐?”

“그, 그게 저로서는 말을 알아듣기가 조금 부족하여서 잘은 모릅니다.”


의정부 주부 정연이며 초관 이계영, 정부현은 산둥에 파견되며 뽑힌 이들로, 당연히 명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이 이끄는 훈련도감 병졸들 가운데 얼마도 그런 재주가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오늘 당직을 서던 이가 그런 쪽에 속하는 이인 모양이었다.


하여 병졸에 대해 한숨짓기도 잠시, 이어지는 말에 그는 그럴 때가 아님을 알고 크게 놀랐다.


“다만 화재라는 말은 알아들었습니다.”

“당장 안으로 들여라!”


이계영의 외침과 함께 훈련도감 병졸과 함께 묵씨가 얼굴을 비치니, 묵씨는 이계영을 보자마자 바로 엎드렸다.


“대인, 지금 마을에 큰 화재가 났습니다! 당장 불을 끄지 않으면 전부 홀라당 타버릴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사람 하나가 이르길, 이는 도적들이 틈타고자 벌인 일이라고 합니다!”


다급히 고하는 묵씨의 말에 이계영은 듣고도 믿기가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화재와 도적이라고!?”

“그렇습니다!”

“이런 젠장.”


지루하기 짝이 없던 밤이 아주 화끈하고 바쁜 밤이 되게 생겼다는 걸 직감한 이계영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병졸들을 모으고 주부 나으리와 정부현, 그 친구에게 사람을 보내라!”

“나으리, 곽봉이라는 자가 부리는 하인들이 와서 급히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령을 받은 병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또다시 병졸 하나가 달려와서 아뢰니 이계영은 먼저 곽봉이 누구인가 생각했다.


‘아.’


그리고는 그 자가 유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이쪽에 따르기로 한 이, 당장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떠올린 이계영은 돌연 불길함을 느꼈다.


그 불길함에 묻고 싶지 않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그럴 수도 없으니, 이계영은 제발 작은 일이기를 빌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저마다 말이 중구난방하여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데, 조총 쏘는 소리가 집 근방에서 났다고 합니다!”


조총 쏘는 소리라는 말에 이계영은 조금 전에 묵씨가 고한 말을 떠올렸다.


화재와 도적.


‘하, 도적놈들이 양동을 펼치고 조총까지 쏜다고?’


사실이라면 평범한 일이 아님에 더해 도적들도 제법 귀찮은 존재들이라 여긴 이계영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미치겠네.”


도적들이 습격하는 게 다른 놈들이라면 그냥 호적하기 전임을 들어서 무시하면 그만이나 곽봉이라는 자는 이쪽에 따르고자 한 이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상상 이상으로 바쁘고 소란스러운 밤이 될 것이라 여긴 이계영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모두 그가 정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계영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졌다.


“훈련도감 별정군은 가운데 정부현이 이끄는 초에 소속한 이들은 모두 화재 진압, 내가 이끄는 초에 속한 이들은 완전 무장하고 도적들을 잡으러 간다! 주부 나으리와 정부현 초관에게도 그리 일러라!”



***



“흐흐, 이거 너무 쉬운데?”

“수확도 두둑합니다요.”


솜씨 좋게 유지들 가운데 하나가 사는 집 담을 넘어서 습격한 배원창 무리들은 사방에 피 냄새가 가득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패물이며 비단 등을 보고 즐거워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배원창은 아직 살아있는 유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래, 어디 비밀 창고 같은 건 없어?”

“그, 그런 건 없-.”

“아, 그럼 됐고. 다음 집에는 있겠지.”


아쉬움 하나 없는 말과 함께 배원창은 유지의 목을 베어버렸다.


유지는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그대로 몸을 가로누이니, 그가 본 마지막 광경은 배원창이 그에게서 몸을 돌리며 집에 불을 놓는 모습이었다.


“아니, 벌써 태웁니까?”

“하인들도 제법 귀하게 입은 걸 보니 뒤지면 쏠쏠할 거 같은데.”

“대장, 이거 좀 아깝잖아요.”


부하들이 아쉬움에 저마다 말을 내었지만 배원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부스러기 주워먹어서 뭐 하게? 니들이 들고 있는 만큼 다음 집에서도 얻을 거다. 그러니 저기 불나는 곳에 진정하기 전에 빨리빨리 돌고 크게 가져야지.”


배원창이 하는 말에 부하들은 아쉬움을 접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들이 수긍하는 걸 확인한 배원창은 가만히 주변을 보다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요것 봐라?”


분명 이곳에 진입하기 전에는 사방에 불빛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적었는데, 다음 목표를 물색하려고 하니 어느 한 집은 불빛이 환하여 제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고 있었다.


“귀 밝은 놈이 있었나?”


제법 소란이 일었기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리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사방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불빛을 비추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허세일 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배원창 보기에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음은 마찬가지니, 그는 마뜩잖은 얼굴로 그 집을 잠시 바라보았다.


영리하게 굴자면 저 집을 피해가는 게 정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게 현명한 일이었다.


허세든 아니든 대비하고 있을 게 분명했으니, 저런 곳을 털고자 하면 귀찮은 소동이며 소음이 일어 힘이 배는 들 것이 확실하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이치를 배원창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다음에 습격할 집으로 불이 환히 밝혀진 집을 노리고자 했다.


‘이 시간을 지배하는 건 나다! 나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내가 왕이란 말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솓구치는 욕망에 따라 마음을 온전히 정한 배원창은 지금 환한 집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흐흐, 어디 무얼 얼마나 믿는지 볼까. 얘들아! 다음은 저기다!”


작가의말

[연재 재개합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땅늘보님, kkatnip, ageha19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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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 480화 잡탕군 +5 24.02.01 192 15 14쪽
480 479화 때로는 서로 간절하다 +2 24.01.31 176 15 13쪽
» 478화 화복 +3 24.01.30 183 15 12쪽
478 477화 황충 떼 +5 24.01.26 200 14 13쪽
477 476화 나쁜 예감 +3 24.01.25 196 14 13쪽
476 475화 궁한 사람들 +4 24.01.24 195 17 12쪽
475 474화 조선의 의무 +3 24.01.23 224 14 15쪽
474 473화 경자유전 +6 24.01.22 192 15 12쪽
473 472화 땅의 주인 +3 24.01.21 191 16 14쪽
472 471화 불문불권 +4 24.01.20 209 15 13쪽
471 470화 법 없이 사는 사람들 +3 24.01.19 213 14 16쪽
470 469화 고뿔과 등창 +2 24.01.18 194 15 11쪽
469 468화 그녀의 이름은 +2 24.01.17 207 15 12쪽
468 467화 가장 달콤한 말 +3 24.01.16 205 13 13쪽
467 466화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 +2 24.01.15 209 14 12쪽
466 465화 쇼군의 가족 +3 24.01.14 216 16 12쪽
465 464화 옛 왕조 +5 24.01.13 217 13 14쪽
464 463화 쌍방의 관계 +2 24.01.12 209 13 13쪽
463 462화 태종대왕의 훌륭함 +4 24.01.11 230 15 15쪽
462 461화 멀리 보아야 유연하다 +4 24.01.10 201 14 11쪽
461 460화 귀한 피 +2 24.01.09 207 12 13쪽
460 459화 우위에 서는 수단 +3 24.01.08 211 16 12쪽
459 458화 죽은 사람의 소원 +3 24.01.07 220 11 11쪽
458 457화 인륜지대사 +4 24.01.06 226 15 12쪽
457 456화 사방의 괴로움 +4 24.01.05 211 12 12쪽
456 455화 황하의 분노 +2 24.01.04 194 15 12쪽
455 454화 거북이와 겁쟁이 +3 24.01.03 197 13 13쪽
454 453화 사람을 움직이는 힘 +3 24.01.02 196 14 13쪽
453 452화 보신을 위한 지혜 +7 24.01.01 211 17 12쪽
452 451화 공백 +8 23.12.31 218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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