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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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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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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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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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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70화 법 없이 사는 사람들

DUMMY

470화 법 없이 사는 사람들


“어엉?”


밭 갈러 가는 산둥 농민 공씨는 가는 길에 있던 관청 앞이 부산한 것을 보고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물론 관청이라 함은 보통 소를 들어서 판단하는 일이며 사람을 부려서 역을 부과하고 세를 걷는 장소이니 부산하여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헌데 그 부산함의 주체가 평소와 많이 달랐다.


보통은 아랫사람들이나 농민들이 모여서 부산함을 보이나 오늘 관청 앞에 모인 이들은 아쉬울 거 하나 없는 지역 유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떠나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간 받은 게 있으면 뭐라도 줘야지, 이렇게 그냥 떠나?”

“사람이 상도덕이며 인정이라는 게 어찌 이리 없단 말이오!”

“지현께서는 당장 나와 사정을 설명하시오!”


하나 같이 얼굴에 분노와 걱정 그리고 두려움이 가득한 게 공씨의 눈에도 보일 정도라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이들이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나 싶었다.


‘설마 오랑캐들이 이리로 오나?’


얼마 전에 산해관에 있었다는 자들이 지나가는 걸 멀찍이서 구경한 바가 있던 공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을 먹었다.


그런 그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정 알려주는 이가 있었다.


“공씨, 밭에 가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살피니 거기에는 그와 사정이 그리 다르지 않은 농민 묵씨가 보였다.


“그럴 생각이었지.”

“흐흐, 그 마음은 잘 알지. 나도 여기서 한참 보고 있었거든.”


묵씨는 재밌다는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목에 힘 팍팍 주고 다니던 우리 지현 나으리가 새벽에 몰래 떠나려다가 걸렸다네.”

“엥? 지현 나으리가 왜 새벽에 몰래 떠나고, 그걸 또 왜 저들이 막아?”

관리와 지역 유지들은 물과 기름과 같아서 어울리기 어렵지만 재물과 이득이라는 소재만 있다면 아주 잘 어우러져서 저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척척 만들어 나누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서로가 견제하여야 하는 데다가 서로 욕심을 내어서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필요하면 손을 잡되 평시에는 서로 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관리가 떠나는 걸 이렇게 막아서다니, 공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심쟁이 지현이 저들에게는 무얼 잔뜩 베풀었나 싶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지현이 더 머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새로이 올 지현을 구슬릴 생각을 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고 싸게 드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저기 순씨네 집처럼 당장 급한 소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저럴 필요가 있나? 맨날 지현 나으리 불평이나 하던데.”

“다음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게 뭔 소리야?”


다음이 없다는 말에 공씨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 묵씨는 낄낄거리며 말을 던졌다.


“지금은 조금 진정해서 저러고 있는데, 아침에는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새로 관리가 오지도 않는데 저만 홀로 쏙 병졸들과 나가면 다냐, 사람들은 두고 가라 등등 말이야.”

“엥?”


다음 지현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야기가 지역 유지들 입에서 나왔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나 묵씨야 대단한 거 없는 농민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저기 모여서 목소리 높이고 있는 이들은 이곳에 그치지 않고 사방에 연줄이 있었다.


‘어이쿠, 정 대인도 계시잖아?’


공씨는 개중에 가장 목소리 높이는 이가 평상시에는 점잖아서 목소리 크게 내는 일이 드물다는 정 대인이라는 걸 알고 크게 놀랐다.


저런 사람이 앞뒤 가리지 않고 외치는 걸 보니 무언가 제대로 터지긴 터졌나 보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 꼴 좋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나름대로 심각한 얼굴로 관청 앞을 살피던 중 공씨는 묵씨가 아닌 새로운 목소리가 비웃는 말을 들었다.


새롭다고는 하지만 오늘 듣는 것이 처음이지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익숙한 목소리라 공씨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서 인사를 건넸다.


“순씨, 관청에 오늘은 안 가나?”

“가서 뭐가 되겠나? 오지도 않을 다음 사람 타령이나 하는데 말이야.”


관청을 증오스럽게 노려본 순씨는 이어서 지역 유지들을 보며 비웃었다.


“개자식들. 내가 그렇게 말하며 한번 도와달라고 할 때는 개무시하고 도움도 안 주더니 말이야. 이제야 알고 발등에 불 떨어진 꼴 보니 아주 속이 다 시원하다, 아주 시원해!”

“뭔 소리야?”


잘 이해가 되지 않은 말에 공씨가 물으니 순씨는 저들이 있는 쪽을 향해서 침을 한번 탁 뱉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전에 곽씨랑 물자리로 다툰 거, 알고 있지?”

“잘 알지.”

“그거 해결해달라고 관청에 말했더니 뭐라고 했는지 알아?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청하라고 하더군.”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관리들은 흔히 하는 말이었기에 공씨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말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그는 크게 당황했다.


“좀 억울했지만 나도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쩔 수 없겠거니 했어. 그래서 물었지. 다음 나으리는 언제 오시냐고. 그랬더니 뭐라고 했는지 아나?”

“조정에서 정할 일이다?”

“아니, ‘모른다’고 했네! 조선에서 언제 사람을 보내올지 모른다고 말이야!”

“조, 조선? 조선이 뭔 상관인데?”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서로 오가는 길로 이용하곤 하였으니 산둥에 사는 이들 가운데 나이 좀 찼다 싶은 이들은 조선이 어디인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조선에서 다음 사람이 올 거라는 말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낸들 아나. 하지만 심상치 않다고 여겨서 다시 묻고 슬쩍 정 대인이며 평소 콧바람 좀 낸다는 분들께 다 찾아갔어. 그런데 하는 말이 하나 같이 날 미친놈 취급하는 것뿐이었다고!”


그간 쌓인 울분이 상당했는지 순씨는 이를 갈며 유지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나 들은 척도 하지 않겠다고 하듯 관청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그러게 내가 이상하다고 할 때 진즉에 알아봤어야지.”


순씨는 그렇게 말하며 한껏 비웃었는데, 그 모습에 공씨는 고개를 흔들며 몸을 돌렸다.


“가게?”

“좀처럼 보지 못할 구경거리긴 한데,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묵씨가 묻는 말에 대꾸한 공씨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서 가던 길을 마저 가시 시작했다.


그런 공씨를 보며 묵씨는 다소 묘한 얼굴이 되어서 입술을 달싹였는데, 소리는 나오지 않고 그 달싹임마저 금세 사라졌다.


“······나중에 다시 보자고.”


묵씨의 말을 뒤로 하고 밭으로 간 공씨는 그날 저녁, 유지들의 눈을 피하여 지현이 몰래 빠져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



지현이 없다는 현실은 소동이 그렇게 일어난 것치고는 의외로 대단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지역 유지들이 저마다 쑥덕거리며 회동하는 모습이 간간히 보였지만 그것이 다로, 적어도 농민인 공씨가 느끼기에는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하루 땅을 파며 사는 나날은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허나 오래지 않아서 공씨는 자신이 크게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



“부, 불이야!”

“불!?”


오늘도 힘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뉘었던 공씨는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기겁하며 일어났다.


화급히 문을 열고 나오지 마을을 온통 돌아다니며 외치는 이가 있어 살피니 그는 정 대인이 부리는 하인이었다.


그 하인이 하는 말에 공씨는 그 큰 집이 불타고 있다는 걸 알고 고개를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해가 졌는데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큰 불길이 있었다.


“부, 불이다!”


저만한 불이면 나서서 돕지 않으면 마을로 옮겨서 큰 재난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긴 공씨는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는 달렸다.


그리고는 정 대인 집 앞에 도착한 그는 이내에 비슷한 생각으로 모인 이들이 이미 물이며 흙을 나르고 있는 걸 보았다.


“목씨!”

“공씨, 손이 부족한데 마침 잘 왔어!”


가장 익숙한 얼굴을 향해 외치자 곧장 대답과 함께 물동이 하나가 그에게 쥐어졌다.


“가서 뿌려!”

“알았어!”


그렇게 정신없이 화재 진압에 매달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얼굴은 물론이고 온몸에 검댕이 묻은 공씨는 여럿이 노력하여 불길이 잦아드는 걸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허나 그도 잠시, 공씨는 연기 나는 정 대인 저택을 보다가 안에서 몇몇 사람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걸 보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허다? 사람들은 모두 나왔다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멀리 망연히 있는 정 대인이며 그 주변을 살피니 그가 아는 정 대인 일가는 모두 거기에 있었다.


‘귀, 귀신인가?’


의아하게 여기던 중에 그나마 떠올릴 수 있는 답을 낸 공씨는 두려움을 품은 채로 슬금슬금 물동이를 쥐고 다가갔다.


이윽고 저들이 아직 모른다고 여긴 공씨는 물을 뿌리며 크게 외쳤다.


“거기 뉘요! 사람이면 썩 나오고 귀신이면 제삿밥 차려 줄 테니 썩 물러가!”

“앗 차거!”

“제길, 들켰다!”

“이만하면 충분해! 어서 가자고!”


불행 중 다행으로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었는지 젊은 목소리 여럿이 재빨리 달음질하는 게 보였다.


이제 좀 개이기 시작한 연기 너머로 그들을 본 공씨는 다들 하나 같이 입가에 천을 하나 대고 있는 걸 보고 정체를 짐작하고 외쳤다.


“도, 도둑이다!”


불난 집에 도둑질이라니, 이런 염치가 없는 짓이 어디가 있나 싶어서 공씨는 있는 힘을 다해서 소리쳤다.


그런 공씨를 향해 그들 가운데 하나가 슬쩍 고개를 돌리더니 천을 내렸다.


“공씨, 나야!”

“순씨!?”


얼마 전에 유지들을 보며 한껏 욕하고 비웃던 그라는 걸 안 공씨는 크게 놀랐다.


그런 공씨를 향해서 순씨는 손에 든 주머니에서 패물 하나를 꺼내어 던지고는 몸을 돌렸다.


“산둥 땅에서 대대로 살았지만 이제 글렀어. 자네도 그거 챙겨서 어서 도망가라고!”


대답도 듣지 아니하고 달리는 순씨 일당을 보면서 공씨는 두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저리 말함도 그렇지만 그가 왜 도적질을 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툼이 있어도 욕은 할지언정 주먹 다툼은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이런 일을 하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달아나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무언가를 바닥에 던지니 무심코 그것을 눈으로 살핀 공씨는 더욱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건 기름을 잔뜩 먹인 목봉이었으니, 이 화제를 저들이 일으켰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대체 왜? 순씨, 자네 무슨 일이 있어도 대화로 절차를 거쳐서 하자고 누누히 말하지 않았나. 그래서 전에 그 일도 지현 나으리에게, 지현 나으리에게······.”


말을 중얼거리던 중 공씨는 불현듯 깨달았다.


순씨가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에, 어떠한 사실에 기인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게, 이게 정말 맞나?”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여긴 공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서 자리를 떠났다.


던진 패물에는 손 하나 대지 않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순씨 일당이 불을 내고 훔친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것이니, 뒷정리를 하던 정 대인 일가가 그 일을 알기란 어렵지 않았다.



***



“아이쿠!”

“너, 순가 놈이랑 친했다며!”

“아이고, 대인! 저번에 제가 불 끄느라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대하시다니요!”


하인 여럿을 이끌고 와서 대뜸 자신을 겁박하는 정 대인을 보며 공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 대인은 아랑곳하지 않으니, 그는 공씨가 생전 처음 보는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흥! 그러면서 패물이며 은을 도적질 하지 않았더냐!”

“저는 아닙니다요!”

“호오, 그러면 누가 했는지 안다?”

“순씨가 그랬지 않습니까?”


당연한 사실, 공씨에게 있어서는 믿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진실이었다.


그러나 정 대인은 이 말을 믿을 생각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었다.


“흥! 그놈들이야 담이 작아서 도망한 것이고, 네놈들도 한몫 거들었을 거 아니냐! 아니면 놈들이 그 불길을 뚫고 어떻게 재물을 도적질하고 무사히 눈에 띄지 않고 도망하겠느냐!”

“아니, 그런 억지를 부리셔도 저는 정말 하나 가진 게 없습니다! 그저 배곯지 않을 쌀이 답니다요!”

“그러면 쌀이라도 내놔라! 네놈들이 축낸 내 재산, 도로 채워야겠다!”


시커먼 속내를 가리지 않고 드러낸 정 대인은 곧장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여봐라, 이 집에서 쓸만한 건 모두 꺼내라!”

“예!”

“분부대로합죠!”


하인들이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들어서자 공씨는 기겁하며 외쳤다.


“아니, 대명천지에 어디 이런 법이 있습니까!”

“대명은 개뿔. 명나라는 이곳을 포기하지 않았더냐! 이제 내가 이곳을 다스릴 것이니,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굴어라!”

“어찌, 어찌 그럽니까요!”


전에 불 끄는 일도 도와준 바가 있건만 돌아오는 건 오로지 이런 대접이니 공씨는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정 대인, 적당히 하쇼!”


그러던 중에 한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며 막아서니, 거기에는 묵씨가 마을 장정 여럿과 함께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이 천한 놈들이 감히!”

“재물 잃고 남한테서 뺏으려는 천하긴 더 천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적당히 하고 가쇼. 우리한테 지랄하지 말고.”

“작당한 놈들의 말을 내가 어찌 믿을까!”

“믿기 싫으면 여기서 아랫것들하고 같이 대가리가 터지시던가.”


묵씨는 농담이 아니라고 하듯 나무 몽둥이를 단단히 쥐고 들었는데, 함께한 장정들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고 하듯 비슷하게 굴었다.


“으으음. 내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시던가. 지현도 없고 병졸도 없이 뭘 하실지 참 궁금합니다그려.”


숫자가 불리함을 헤아린 정 대인이 체면 살리며 물러나니 묵씨도 지지 않고 이죽였다.


이윽고 정 대인과 그 하인들이 물러나자 집안 집기들이 상한 걸 본 묵씨는 안쓰러운 얼굴로 공씨에게 다가갔다.


“공씨, 괜찮나?”

“대체, 이게 대체 무슨 변고인지 모르겠네.”

“무책임한 명나라 관리 새끼들이 벌인 변고지 뭐. 그리고 제 욕심 빠르게 챙기고자 한 순가놈이 벌인 짓이기도 하고. 퉷.”


말하는 것도 더럽하고 하듯 침을 뱉은 묵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당장은 이렇게 넘겼지만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법이 없으니 저마다 좋을대로 굴기 시작했어.”

“자네는 좀 다른 거 같은데.”

“방향만 다르지 마찬가지야. 그리고 이것도 솔직히 안 좋아.”


묵씨는 그렇게 말한 후에 이미 멀어진 정 대인과 그 하인들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나라면 저놈들 대가리 깨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하겠지. 근데, 그러면 나아질 게 뭐가 있을까?”

“뭐든 나아지겠지.”

“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자네의 순수함이 부럽군. 기억하게. 뭐든 더 나빠질 수도 있네.”


묵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을 장정들과 함께 정리를 도왔다.


제 집이니 제가 나서는 것이 맞다고 여긴 공씨 역시 손을 움직였는데, 그런 그의 귀에 묵씨가 한탄하는 말이 들렸다.


“관리 같은 것들을 좋게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런 건 상상도 못 했어. 더 악화되기 전에 어떻게든 되었으면 좋겠는데.”


묵씨가 하는 말에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인 공씨는 간절히 바랐다.


이런 꼴을 다시는 볼일이 없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 그의 소원을 조금이나마 이루고자 함인가, 달이 지나기 전에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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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477화 황충 떼 +5 24.01.26 198 14 13쪽
477 476화 나쁜 예감 +3 24.01.25 195 14 13쪽
476 475화 궁한 사람들 +4 24.01.24 194 17 12쪽
475 474화 조선의 의무 +3 24.01.23 220 14 15쪽
474 473화 경자유전 +6 24.01.22 192 15 12쪽
473 472화 땅의 주인 +3 24.01.21 191 16 14쪽
472 471화 불문불권 +4 24.01.20 208 15 13쪽
» 470화 법 없이 사는 사람들 +3 24.01.19 212 14 16쪽
470 469화 고뿔과 등창 +2 24.01.18 193 15 11쪽
469 468화 그녀의 이름은 +2 24.01.17 206 15 12쪽
468 467화 가장 달콤한 말 +3 24.01.16 204 13 13쪽
467 466화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 +2 24.01.15 208 14 12쪽
466 465화 쇼군의 가족 +3 24.01.14 216 16 12쪽
465 464화 옛 왕조 +5 24.01.13 217 13 14쪽
464 463화 쌍방의 관계 +2 24.01.12 209 13 13쪽
463 462화 태종대왕의 훌륭함 +4 24.01.11 230 15 15쪽
462 461화 멀리 보아야 유연하다 +4 24.01.10 201 14 11쪽
461 460화 귀한 피 +2 24.01.09 207 12 13쪽
460 459화 우위에 서는 수단 +3 24.01.08 210 16 12쪽
459 458화 죽은 사람의 소원 +3 24.01.07 220 11 11쪽
458 457화 인륜지대사 +4 24.01.06 225 15 12쪽
457 456화 사방의 괴로움 +4 24.01.05 211 12 12쪽
456 455화 황하의 분노 +2 24.01.04 193 15 12쪽
455 454화 거북이와 겁쟁이 +3 24.01.03 195 13 13쪽
454 453화 사람을 움직이는 힘 +3 24.01.02 195 14 13쪽
453 452화 보신을 위한 지혜 +7 24.01.01 210 17 12쪽
452 451화 공백 +8 23.12.31 218 18 12쪽
451 450화 기대 +3 23.12.30 219 17 12쪽
450 449화 쥐기 위해서는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5 23.12.29 204 15 12쪽
449 448화 호의의 뒷면 +1 23.12.28 209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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