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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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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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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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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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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69화 고뿔과 등창

DUMMY

469화 고뿔과 등창


“좋은 대답은 들으셨습니까?”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초청을 받은 양친왕 아이신기오로 와극달은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돌아왔다.


그러함을 읽고 예부 승정 하다나라 만다르한이 물으니 와극달은 주변을 보더니 안으로 들어가자는 손짓을 보냈다.


이윽고 안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만 자리하니 와극달은 제가 들은 말을 입에 담았다.


“그, 결과적으로는 바라는 대로 되었다고 하면 맞을 거 같습니다.”

“되었으면 되었고 맞다면 맞지 무슨 말씀이신지 저로서는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일단 들은 대로 말하자면 옛 왕조의 소생이 심양에 오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잘된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잠시 와극달이 덧붙인 말에 만다르한은 혼란을 느꼈다.


“다만 본디 속세를 등졌던 자라 환속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환속하면 작금 일본왕의 딸로 들여서 보낸다고 합니다.”

“수양딸로? 굳이 말입니까?”


당황하여 묻는 말에 와극달이 고개를 말없이 끄덕이니 만다르한은 황망함이 가중하는 걸 느끼며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돌아왔는데, 최대한 빨리 저들에게 이쪽 패를 제시해야 합니다. 예부 승정께서는 어찌함이 옳다고 보십니까?”

“어려운 문제로군요.”


쇼군의 친딸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 고려했던 대로 선대 황상의 소생, 홍타이지가 남긴 아이들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그만이었다.


나이를 생각지 않으면 적당한 사람이 여럿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상대가 제시한 건 본래에 부합하는 듯하면서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드니 그대로 따르기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나로서는 이게 제대로 된 상대인지도 다소 의심스럽습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기는 한데, 그건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심이 옳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본왕이 제 딸로 들여서 내어준다고 한 것이니 어느 정도는 보장한 셈입니다.”

“멀리 가는 딸을 들여서 전한다니, 영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가만히 고민하던 만다르한은 마침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일이라 함부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가 아니랍니까.”

“그러니 아는 이에게 물어보고 정함이 어떠하십니까?”

“아는 이? 일본인들에게 말입니까?”


물어본다고 제대로 대답을 줄까 싶었던 와극달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그런 와극달을 이해한 만다르한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을 믿음이 어렵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굳이 우리를 속이려고 들 필요가 적은 이들이 여기서 좀 멀기는 해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있습니까?”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두 눈이 동그랗게 되어서 물은 와극달은 돌아오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저 아래 시마바라라는 곳에 조선인들이 거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물으면 어느 정도 사정은 알겠지요. 전에 느린 행렬이 가는 것도 쉬는 것을 제하면 열흘 남짓이었으니 팔기라면 물을 건너야 함을 고려하여도 보름, 아무리 늦어도 이십일이 지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오오!”


만다르한이 내민 제안에 와극달은 그럴듯하다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하여 여럿 배에 실어서 가져온 바가 있으니 팔기 얼마간을 다녀오게 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전에 그곳을 들리며 여러 일을 겪은 바가 있습니다. 일본왕에게 전에 있던 일을 기억하여 잠시 알아보고자 한다고 하며 두루뭉술하게 후보를 늘어놓으십쇼. 나이가 어리거나 다소 격이 부족한 아이부터 하나씩 소개하여 고르게 하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것은 내가 맡을 테니 예부 승정은 동행한 팔기들에게 명하여 주십쇼.”



***



장담한 것이 부족하지 않게 바람과 같이 달린 팔기들이 시마바라에서 예상한 시간을 넘기지 않고 와극달이며 만다르한이 알고자 하던 것들을 알아내서 돌아왔다.


중간중간 바닷길을 이용해야 했음을 고려하면 가히 엄청난 속도라고 할 수 있으나 다녀온 이들이며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이를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전에 있던 의정부 검상 이만영이라는 이미 조선으로 돌아가서 만나지 못하였으나 다른 이들이 그 일을 기억하고 있어서 쉬이 이야기를 나누고 올 수 있었습니다.”


앞장서서 말하는 이는 전에 함께 시마바라에 있었던 이로, 보국친왕 아이신기오로 예부슈의 물건을 노린 도적을 징치한 팔기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하는 말에 만다르한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전에 심양으로 갔다고 들은 바가 있다. 나참, 늙으니 편한 기억만 하고 그 외에 것은 점차 뒷전으로 두니 큰일이다.”


작게 푸념한 만다르한은 곧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서, 옛 왕조와 막부의 관계는 어떠하며 여기서 들은 간에이라는 여성은 무엇을 하는 자인지 알아내었느냐?”

“조선 사람들에게 물으니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사방에 살피고 일러주었는데, 옛 왕조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또한 따로 조정을 차리고 있으나 실권이 없다고 합니다.”

“허수아비로구나.”

“다만 그 혈통이 한 번도 끊이지 않고 내려온 것은 사실이니, 예로부터 일본은 그자들을 위에 세우고 장식으로 삼은 모양입니다. 그런 일이 천년도 넘게 지속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장식으로 삼았다는 말에 만다르한의 머릿속에 당금 청나라 구조가 떠올랐다.


순치제 아이신기오로 푸린이 권세가 없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푸린이 지닌 권위는 오로지 청나라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합의로 인한 것임을 만다르한은 잘 알고 있었다.


“닮았군.”

“예?”

“아니, 그렇지도 않은가.”


팔기가 당황하여 물었지만 만다르한은 그 물음에 대답지 않고 생각을 거듭했다.


‘황상께서 성인이 되어 친정하시면 누구나 따를 것이나, 이미 천년도 넘게 허수아비 짓을 하면 누가 그들 나서는 걸 반기겠는가? 그들 본인을 제하고는 없겠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니 만다르한의 머릿속에서 이에미츠가 제안한 일들이 얼추 짜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구나. 수고했다.”


말이 다가 아니라 미리 준비한 재물들을 내려준 만다르한은 이들을 물렸다.


“오고가느라 적잖이 피곤할 터, 오늘은 아무런 일도 없을 터이니 이만 물러가서 쉬어라.”

“감사합니다!”


대표로 나서서 보고하던 이가 외치는 말에 팔기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이들이 물러난 후에 잠시 생각하던 만다르한은 와극달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서 지친 얼굴을 한 와극달이 돌아왔다.


“예부 승정, 이제 좀 확실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슬슬 제대로 된 사람을 일러주고 있는데, 속도가 빨라서 이대로는 곧장 선황의 자식들 이야기를 하게 생겼습니다.”

“그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팔기들이 돌아와서 보고하였습니다. 안에서 자세히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만다르한이 하는 말에 와극달은 적잖이 반색하며 걸음을 안으로 옮겼다.


이윽고 자리한 와극달에게 만다르한은 그가 알아낸 사실을 알려주었다.


“옛 왕조라는 건 사실상 실권을 잃은 황제고, 막부는 권신이라는 구도였습니다.”

“실권을 잃었다? 그럼 옛 왕조가 아니라 그냥 허수아비 왕조가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 혈통은 오래전부터 이어졌으니 천년은 가벼이 넘었다고 합니다.”


만다르한은 그렇게 말하고는 입가에 짙은 웃음을 띄우며 말을 덧붙였다.


“일본왕이 우리에게 말하길 제 딸로 삼아서 보낸다고 하였으니 이는 분명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오래도록 위에 둔 허수아비가 다시 사람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 말입니다.”

“호오.”

“그리고 하나 더. 일본왕은 이 일에 다소 진심으로 보입니다. 속임이 아니라 견제하며 굳이 제 딸로 삼으니 그만큼 더욱 대우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들었는데, 조카에 해당하는 이를 딸로 들인다고 들었소.”


옛 왕조 혹은 이름만 있는 자들과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임을 와극달이 논하니 만다르한은 한결 확신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허면 더 의심하는 것도 이상하겠습니다. 전혀 관계가 없다면 그저 훼방하는 것에 그칠 것이나 처음부터 혈연이 있다면 저들에게 우리 청나라와 통하며 이득 얻는 관계를 내어주고 싶지 않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 사실상 일본왕, 이들이 말하는 쇼군의 딸로 취급될 것이고 그렇게 함이 옳다?”

“예. 처음에 고려한 가장 높은 바를 논함이 적당할 거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만다르한은 확실하게 하겠다고 하듯 준비한 후보 가운데 가장 지체 높은 이들을 입에 담았다.


“황녀 전하들을 내세우시지요.”

“내세우는 건 어렵지 않으나 이걸 바라실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직 혼인하지 않은 홍타이지의 소생이 몇인가 있으니 소개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들의 부모는 여전히 힘이 있는 이들이니 그 가운데 둘은 각각 순치제의 적모인 보르지기트 저르저르, 생모인 보르지기트 붐부타이였다.


붐부타이에 비하면 나섬이 적다고 하나 저르저르 역시 황태후로 인정되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일을 어그러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와극달은 영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만다르한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후보를 논하고 비슷한 시기에 신부를 교환하면 됩니다. 각국에서 가장 권세 있는 이들의 결혼이니 어찌 하루 이틀에 정하여 하겠습니까? 마땅히 그만한 조율이며 논의가 필요합니다.”

“들으니 딴에는 또 그렇군. 허면 그렇게 하고 일단 시일만 확정하면 되겠지?”

“그것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것만 정하면 이 일은 성공입니다. 남은 일은 소소한 일이니 섭정친왕회에서도 할 도리는 다하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섭정친왕회에서 더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와극달은 적잖이 마음에 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허면 저들에게는 그 옛 왕조의 사람을 받아오고 우리는 선황의 소생을 내어준다. 이 조건으로 길한 일을 확실히 매듭짓도록 하지.”

“그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세세한 것은 황태후께서, 아니 그분들께서 마무리 짓게 함이 낫습니다.”


만다르한은 그렇게 말하고는 온화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은 제게 선택권이 있다고 여기면 싫어하지 않습니다.”



***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교토와 에도를 흔들었으니 사실상 일본 전체를 흔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하여 다이묘는 물론이고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이 일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참으로 큰일이 일어 세상이 흔들렸다고 여겼다.


허나 그것은 일본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이니 바다 건너 대륙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달랐다.


언제나 그렇듯 남의 등창은 내 고뿔만 못한 법.


소식이 전해지기에 먼 것도 그렇지만 일본에 사는 이들이 놀란다고 하여 다른 곳에 사는 이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고 당장 닥칠 변화가 더욱 중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그 변화가 전에 없던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니, 산둥에 사는 사람들이 딱 그러했다.


작가의말

[첨언 - 조선이 아는 천황]

천황과 쇼군의 관계는 일본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실태가 외국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조선에서는 가장 가까이서 살피었기에 이러한 구조를 금방 알았는데, 여기에는 조선 초기 신숙주가 일본 등지를 살피며 기록한 해동제국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 조선 전기 학자인 성현이 저술한 용재총화라는 책에도 조선이 일본의 실상을 알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나 있는데, 여기에는 이유도 없이 떠받들어지는 사람을 두고 니가 왜황이냐?’고 놀리는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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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1.18 21:09
    No. 1

    그러고 보니 산동 자유구역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려나? 조선은 최소한의 지원과 모니터링만 하고 있을테고 중요한 건 현지인들이 각자도생 중일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굼bang
    작성일
    24.01.19 00:28
    No. 2

    드디어 산둥이나오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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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477화 황충 떼 +5 24.01.26 198 14 13쪽
477 476화 나쁜 예감 +3 24.01.25 195 14 13쪽
476 475화 궁한 사람들 +4 24.01.24 194 17 12쪽
475 474화 조선의 의무 +3 24.01.23 219 14 15쪽
474 473화 경자유전 +6 24.01.22 192 15 12쪽
473 472화 땅의 주인 +3 24.01.21 190 16 14쪽
472 471화 불문불권 +4 24.01.20 207 15 13쪽
471 470화 법 없이 사는 사람들 +3 24.01.19 211 14 16쪽
» 469화 고뿔과 등창 +2 24.01.18 193 15 11쪽
469 468화 그녀의 이름은 +2 24.01.17 206 15 12쪽
468 467화 가장 달콤한 말 +3 24.01.16 204 13 13쪽
467 466화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 +2 24.01.15 208 14 12쪽
466 465화 쇼군의 가족 +3 24.01.14 216 16 12쪽
465 464화 옛 왕조 +5 24.01.13 217 13 14쪽
464 463화 쌍방의 관계 +2 24.01.12 208 13 13쪽
463 462화 태종대왕의 훌륭함 +4 24.01.11 230 15 15쪽
462 461화 멀리 보아야 유연하다 +4 24.01.10 201 14 11쪽
461 460화 귀한 피 +2 24.01.09 207 12 13쪽
460 459화 우위에 서는 수단 +3 24.01.08 210 16 12쪽
459 458화 죽은 사람의 소원 +3 24.01.07 220 11 11쪽
458 457화 인륜지대사 +4 24.01.06 225 15 12쪽
457 456화 사방의 괴로움 +4 24.01.05 211 12 12쪽
456 455화 황하의 분노 +2 24.01.04 193 15 12쪽
455 454화 거북이와 겁쟁이 +3 24.01.03 195 13 13쪽
454 453화 사람을 움직이는 힘 +3 24.01.02 195 14 13쪽
453 452화 보신을 위한 지혜 +7 24.01.01 210 17 12쪽
452 451화 공백 +8 23.12.31 218 18 12쪽
451 450화 기대 +3 23.12.30 219 17 12쪽
450 449화 쥐기 위해서는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5 23.12.29 204 15 12쪽
449 448화 호의의 뒷면 +1 23.12.28 209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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