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60,947
추천수 :
1,451
글자수 :
316,817

작성
18.05.10 21:31
조회
972
추천
22
글자
12쪽

적자생존(10)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질병통제센터를 방문한 WHO의 역학조사관 카를로스는 그간 여러 나라에서 전개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처음부터 우려했던 대로 감염자와 이미 좀비로 각성한 자들을 모두 완벽히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인류는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포식자로 돌변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경험도 가져본 적이 없으며,

당연히 어떠한 대비도 해보지 못했다.


감염자가 출현한 중국, 일본, 캐나다, 한국, 시에라리온은 지도자나 행정부,

그리고 실제로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전문가들조차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조류독감이 홍콩에 유행했을 때, WHO의 전문가들은 상당히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새가 치명적인 독감을 퍼트린다면 새를 모조리 죽이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만약 인류와 새 중에 한쪽만 살아남아야 한다면, 당연히 인류가 우선이라는 간단명료한 논리였다.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이라면 그런 결정은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우왕좌왕하다가 사망률 75%의 치명적인 전염병을 확산시켰을지 모른다.

그러나 홍콩은 가금류의 대대적인 살처분을 시행했고, 조류독감의 유행은 막을 내렸다.


어쩌면 지금은 그런 결단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여태까지의 감염자와 좀비들을 눈앞에서 관찰한 바로는,

일단 감염 후의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난다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사흘 후에 좀비로 각성한 다음에는 더 이상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항바이러스제 따위를 투여한다고 해서 감염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만약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만들 수 있다면, 초기 1~2일 이내에 투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가 뇌를 완전히 장악하고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기 시작하는 시점 이전에 말이다.

그 시기를 놓친다면, 인간이었을 때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죽음을 주는 편이 가장 인간적인 배려가 될 것이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이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좀비와 감염자, 그리고 인간의 세 부류로 나눠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많은 나라에서 좀비와 감염자를 같은 부류로 분류할 것이다.

그러면 그들과 공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라들에서는 대대적인 살육이 벌어질지 모른다.

인류는 과연 이 문제에 대해서 상호 공통적인 윤리를 가질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암담한 부분이 바로 나타났다.

첫 번째, 중국 운남성에서 완벽한 출입통제가 이뤄지기 전에 주변의 베트남, 인도 등지로 빠져 나간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 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물론 운남성 내에서도 통행금지가 24시간 시행되고 있지만, 좀비로 각성한 이들에 의한 습격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아마 운남성의 통제는 끝까지 풀리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일본에서는 모리타워의 사무실에서 공격을 받았던 감염자들은 완벽히 격리가 되었다.

하지만 습격을 당한 사무실에서 포위를 뚫고 잠적한 두 명의 사원들은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아마 좀비에게 상처를 입었다면 각성할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모리타워 안에서 각성하여 습격자가 된 사업가들의 아내들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이들은 만약 그들이 머물렀던 운남성에서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었다면,

지금쯤 2차적으로 꽤 많은 감염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세 번째, 캐나다에서는 불필요한 희생자가 많이 났다.

운남성을 방문했던 두 부부는 결국 모두 목숨을 잃었고,

숀과 엠마 부부의 두 아이들은 다행히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증언에서도 숀의 각성 이전에 별 다른 일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로저스 센터에 있던 수많은 관중들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었는가가 핵심이다.


게이트를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어떻게 넘어가야 할지 아무도,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수만 명의 관중들을 억류한 상태에서 종횡무진 그들 사이를 누비던 좀비에게 누가 상처를 입었는지 어떻게 가려낸단 말인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찾아 자유를 구속한다면, 아마 상처를 어떻게든 가리고 빠져나갈 사람들만 양산할 것이었다.


그러나 전해 듣기로는 바로 그 때, SRU 분견대장인 테드가 장내 마이크를 잡았다고 했다.

“여러분 많이 놀라셨을 줄 압니다. 지금 벌어진 소동이 도대체 무엇인지 많이 궁금하실 줄 압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여러분의 안전을 위협하던 사람은 광견병 환자였습니다“

순간 관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광견병에 걸린 환자들도 즉시 그 병을 옮겨준 광견처럼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고, 테드는 그 틈을 이용했다.


“지금 환자는 제압이 되었지만, 만약 그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즉시 치료해야 합니다.

만일 당장 치료를 하고 항혈청 주사를 맞지 못한다면,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격받은 분들이나 상처를 입은 것 같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지금 게이트에 있는 저희 대원들에게 와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장내는 다시 시끄럽게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테드의 침착함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다니엘에게 공격을 확실히 받아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니엘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도 찜찜함을 이기지 못하여 서로 눈치를 보던 끝에 대원들을 찾아왔다.

테드의 침착한 대응을 망치지 않기 위해, SRU 대원들도 그들을 조심스럽게 앰뷸런스 차량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많은 약 30여명의 사람들이 자진해서 나왔고, 후송되었다.

그들은 왜 앰뷸런스의 창문에 쇠창살이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테드와 대원들은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이 끝나자마자 현장을 수습했다.

그리고 자진해서 나오지 않은 관중들 모두를 집으로 귀가시켰다.

혹시 몸에 이상한 증상이 있으면 즉시 연락을 달라는 안내도 빼놓지 않았다.

테드의 조치는 이상적이다.

하지만, 나도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피습자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로저스 센터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간 감염자가 있었다.


데릭은 테드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분명 블루제이스의 팀 스토어에 숨은 자신들을 공격해 온 습격자는 광견병 환자와 거리가 멀었다.

광견병 환자는 공격성이 높아지긴 해도 그 정도로 민첩해지지는 않는다.

그 습격자는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늑대인간의 현신처럼 재빠르고 강했다.

자신도 잠깐사이였지만 그의 이빨에 물렸고, 출혈이 있었다.

응급 처치를 간단히 했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먼저 갈 계획이었다.


광견병 예방주사는 맞았으니 만약 테드의 말이 사실이라면 걱정이 없을 것이고,

다른 급성 전염병이라면 테드의 말은 대책이 없는 공허함이 될 것이다.

만약 자신이 수의사가 아니었다면, 습격자가 광견병 환자라는 말을 온전히 믿었을 것이고

지금쯤 어느 수용시설로 가서 행방불명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데릭은 스스로 치료하는 길을 선택했고, 야구장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내 생각 안에서는 캐나다에서 격리된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지가 의문이었다.

처음에는 각자가 별도로 격리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안 카를로스가 기겁하여 한 방에 한명씩만 있어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고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든 분명 로저스 센터의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통제를 벗어나 빠져나간 감염자가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시에라리온의 경우는 전 과정을 듣기가 불편할 정도로 참혹함이 느껴졌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위험한 지역을 찾아간 취재팀의 열정은 가상하지만,

좀비의 습격과 관계없이 그들의 행동은 위험한 것이었고, 취재를 허가해준 방송국도 무책임했다.

안전요원 한 명 없이 책상물림의 사람들을 무법천지에 보내다니...


그런데 상황은 사실 시에라리온의 입장에서 보면, 공격자의 입장이 역전된 것이었다.

육체적으로 나약했던 싱가포르의 취재팀은 위험한 땅 시에라리온에 바이러스를 옮겨 주었다.

그리고 젊은 군벌 메이아 외에, 그들의 습격을 받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메이아의 부하 네 명은,

새로운 숙주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겨주고 있었다.

결국 그들도 동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 숫자의 몇 배의 감염자를 이미 만들어 놓은 뒤였다.


2014년 에볼라가 시에라리온에 유행했을 때,

이 궁핍한 내전의 땅은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도 500명이나 희생되었고,

그들 때문에 병원에서 내몰린 에이즈 환자들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일찍 생을 마감하는 2차적 피해를 만들었다.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가 5천명을 약간 밑돌았지만,

그 기간 동안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62만 명이었다.

에이즈로 인해 감염되었으리라고 보는 결핵 사망자도 12만 명을 넘었다.


에볼라의 후유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에라리온과 같이 피해를 봤던 나라들이 하필이면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당사국들이었던

라이베리아와 기니였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에볼라 환자 치료 때문에 산부인과 병동이 통째로 폐쇄되었고,

그 바람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들이 7만 명이 넘었다.

그때 살아남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생존자들도 아직 관절통, 우울증, 시력상실, 트라우마 같은 후유증을 앓고 있는 차에,

이번에는 더한 죽음의 바이러스가 통제불능인 채,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그리고 기니, 이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3개국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만약, 내가 카를로스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무렵에,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메이아가 소말리아로 건너가서 각성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모가디슈 전체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 카트재배를 단속하러 들어간 미군들이 습격당하는 일이 발생하고서야

소말리아에 바이러스 감염이 창궐한 것을 세계가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구급대원들이 감염된 한국에서는 불행한 사고가 이어졌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이 구조대만 아니었어도 하는 안타까움과 먹먹한 슬픔의 감정이 복받쳤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내 미리엄과 아들 니콜라스가 있는 나라에서

희생자는 여럿 발생했지만, 감염의 사슬이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다.

비행기로 하루 안에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 지구촌 시대에

이미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 감염자가 어떤 경로로든 유입되었을 수도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키트의 개발과 보급이었고,

그 전제조건이었던 바이러스의 항체를 찾아내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다만,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되기 전에,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 들을 모두 스크리닝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이었다.

감도가 얼마나 정확할지에 대한 실험을 통해 정밀도도 확인해야 했다.


바이러스 감염의 네거티브 대조군은 항상 내 혈액이 되었다.

내 혈액과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면 감염이 되지 않았거나,

감염이 되었어도 증식이 되지 않은 음성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왜 내 몸 안에서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았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가 손을 물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인간의 경계(1) +8 18.05.18 880 18 10쪽
34 산자와 죽은 자(14) 18.05.18 845 24 11쪽
33 산자와 죽은 자(13) +5 18.05.17 892 19 10쪽
32 산자와 죽은 자(12) 18.05.16 811 22 10쪽
31 산자와 죽은 자(11) +1 18.05.16 843 20 13쪽
30 산자와 죽은 자(10) +4 18.05.15 834 20 14쪽
29 산자와 죽은 자(9) 18.05.15 845 21 13쪽
28 산자와 죽은 자(8) +1 18.05.14 817 22 13쪽
27 산자와 죽은 자(7) +6 18.05.14 878 22 14쪽
26 산자와 죽은 자(6) +1 18.05.13 889 23 15쪽
25 산자와 죽은 자(5) +1 18.05.13 849 21 12쪽
24 산자와 죽은 자(4) +2 18.05.12 854 22 12쪽
23 산자와 죽은 자(3) +2 18.05.12 881 24 11쪽
22 산자와 죽은 자(2) 18.05.12 866 20 11쪽
21 산자와 죽은 자(1) +4 18.05.11 961 21 12쪽
» 적자생존(10) +2 18.05.10 973 22 12쪽
19 적자생존(9) 18.05.10 958 16 10쪽
18 적자생존(8) +2 18.05.09 1,053 16 10쪽
17 적자생존(7) +3 18.05.09 1,014 20 12쪽
16 적자생존(6) +4 18.05.08 1,041 22 11쪽
15 적자생존(5) +2 18.05.07 1,112 25 10쪽
14 적자생존(4) +4 18.05.07 1,224 25 10쪽
13 적자생존(3) +3 18.05.05 1,278 30 10쪽
12 적자생존(2) +10 18.05.04 1,331 30 10쪽
11 적자생존(1) +1 18.05.03 1,463 37 9쪽
10 좀비가 손을 물었다(10) +8 18.05.03 1,504 39 10쪽
9 좀비가 손을 물었다(9) +7 18.05.02 1,566 35 9쪽
8 좀비가 손을 물었다(8) +5 18.05.02 1,681 48 10쪽
7 좀비가 손을 물었다(7) +4 18.05.01 1,711 52 9쪽
6 좀비가 손을 물었다(6) +7 18.05.01 1,813 4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