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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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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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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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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라 고동의 마녀

DUMMY

에스파다가 끼어들었다.


“하하! 이 아이의 말은 못 들은 척 해주십시오. 가끔씩 허무맹랑한 말을 하거든요.”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다.

난 진짜로 마녀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아쿠아는 나를 빤히 올려다볼 뿐, 더 입을 열지는 않았다.


순수한 호기심.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에스파다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니까.


“저는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백작님. 하지만 이 배는 저만 지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선원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하게 해주십시오. 이건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전 머메이드 여관이라는 곳에 묵고 있어요. 결정 나면 그쪽으로 통보해 주실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는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레이스에게 오늘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하루 종일 배를 찾다가 우연히 해안가에서 에스파다의 배를 발견하고 그의 승낙을 받아낸 이야기.


묵묵히 듣던 그레이스는 아쿠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마녀라는 걸 알아챘단 말인가.”

”응. 날 쳐다보더니 마녀냐고 물었어.”

”흥미롭군.”


그녀는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


---


다음날 에스파다가 여관에 직접 찾아왔다.


”금방 오셨네요?”

“예. 다들 생각보다 결정이 빠르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만약 거절이라면 딱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다.


켈베로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를 건너고 있을 것이다.

정보길드나 셀레나에게 부탁하기엔 시간이 없다.


여차하면 돛단배라도 하나 구해서 가야 할지 모른다.


수천킬로미터 바다를 돛단배 하나로 횡단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에스파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지만 선원들도 미지의 바다에서 죽다 살아왔습니다. 모두들 그 뒤로 그쪽은 거들떠도 안봤죠. 두려웠던 겁니다. 모험을 하고 싶어 바다로 나왔는데, 정작 목숨을 잃을까 겁먹다니. 저희 얘기지만 참 한심하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마음 한켠에 미지의 바다에 대한 갈증이 있더군요. 애석하게도 모두 그때만큼 가슴이 뛰었던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말씀은···”

“예. 모두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해주었습니다. 다들 다시 한번 더 미지의 바다에 도전하고 싶어 합니다. 이건 백작님의 부탁 때문도 아니고, 폐하의 명이어서도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의 의지로서 미지의 바다에 도전하려 합니다.”


에스파다는 손을 내밀었다.


“백작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


---


우리는 에스파다와 함께 그의 배로 이동했다.


그레이스는 어제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둔 모양인지, 바다가 가까워져도 그리 내색하지 않았다.


배에 도착했을 때, 선원들은 출항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내일쯤 준비가 마무리될 겁니다. 식량을 비롯한 물자들을 구매해서 배에 실어야 하니까요. 거리가 거리인 만큼 넉넉잡아 한 달 치는 사둬야 합니다.”


돈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나는 이들에게 줄 삯을 꺼냈다.


“삯은 이 정도면 되려나요?”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꺼내자, 에스파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얼마 입니까···?”

”아마 100 골드는 넘을 거예요.”

”이 정도면 일 년 치 식량과 물자를 구하고도 남습니다. 너무 큰 돈을 주신 것이 아닌지···”


돈 주고도 못 구할 사람들이다.

이 정도는 아깝지 않다.


게다가 그에게는 큰돈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아니었다.

출장비로 받은 돈이 10 화이트니까.


골드로 환산하면 무려 일만 골드.


이미 혁대의 절반은 소분된 금화 주머니로 가득하다.


“원한다면 더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이건 의뢰가 아닙니다. 백작님. 저희들도 모험가로서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기 위해 떠나는 겁니다.”


눈앞의 재물보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그를 보니 더욱 신뢰가 간다.


그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뜩 그레이스를 떠올리고 시선을 돌렸다.


그레이스는 뱃전 위에 걸터앉은 아쿠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레이스가 아쿠아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지.


왠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 보니 두 사람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2미터 장신인 그레이스와 150CM도 안 되는 작은 키의 아쿠아는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


빨간색과 파란색 머리칼.


무심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그레이스와 호기심에 반짝이는 순수한 눈매를 지닌 아쿠아.


두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로 완전한 상극을 이뤘다.


허나 그 차이가 조화를 이루듯 서로를 돋보이게 했다.


선원들 역시 하던 일을 멈추고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레이스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파이론. 이 꼬마에게서 물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와 같은 마녀다.”


물의 기운. 마녀.


”그럼··· 아쿠아는 물의 마녀야?”

”그렇다.”


나는 아쿠아를 바라보았다.


물의 마녀들은 인간들을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아쿠아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오히려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지 않은가.


내심 아쿠아가 마녀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물의 마녀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에스파다와 선원들은 오죽하겠는가.


“백작 부인께서 농담을 조금 어렵게 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어떻게 아쿠아가 물의 마녑니까. 그저 노는 걸 좋아하는 어린애일 뿐입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레이스가 거짓을 말한 적은 없었다.


아쿠아가 물의 마녀라는 건 사실이다.


아쿠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정체를 이들에게 납득시키려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이 사람은 마녀입니다.”


내가 그레이스를 가리키자, 에스파다와 선원들은 의아할 뿐 도저히 믿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역시 뭐든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빠르다.


“그레이스. 원래 모습을 보여줄래?”

“흥. 귀찮군.”


화륵!


그레이스는 전신을 불태우며 순식간에 붉은 마녀복을 착용했다.


그 모습을 본 에스파다와 선원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무릎 꿇었다.


“마, 마녀님···!”


모두들 감히 그레이스와 눈을 마주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래서 웬만하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던 거다.


나는 모두에게 평소처럼 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물론 받아들여지지 못했지만, 적어도 숭배하는 듯한 기조는 사그라들었다.


“이제 아시겠죠? 그레이스는 마녀입니다. 마녀는 마녀를 알아보는 법이죠.”

”그렇다면 정말 아쿠아가···”


나는 아쿠아에게 말했다.


“이제 진짜 네 모습을 보여줄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아쿠아는,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녀의 형체가 불투명한 파란 액체가 되더니, 순식간에 마녀의 복장을 착용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아쿠아 레모네이디(2185124818).png



푸른 고깔모자에 푸른 빛 마녀복.


“나는 소라 고동의 마녀야아. 아쿠아 레모네이디라고 해에.”

”그게 네 본모습이구나.”

”으응.”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녀에게 묻고 싶은 말은 많았다.

이런 곳에서 뭘 하는지, 왜 정체를 숨겼는지 등등.


하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다.


그녀가 ‘물의 마녀’가 아니었더라면 분명 그런 이야길 했겠지.


“아쿠아.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뭔데에?”

”우리를 너의 고향으로 안내해 주지 않을래?”


미지의 바다에 가기로 작정은 했으나, 막상 그곳에 가더라도 물의 마녀들을 만날 방법은 없다.


그런 와중에 물의 마녀인 그녀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 아닐 수 없다.


그녀만 도와준다면, 다른 물의 마녀들도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싫어어.”


단호한 거절.


당황스럽다.


나는 재차 타이르듯 물었다.


“왜?”

”그냐앙. 싫으면 싫은 거야아.”

”이유라도 알려주면 안 될까?”

”이유는 없어어.”


아쿠아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화륵!


왼손에 푸른 불꽃을 피워 올렸다.


아쿠아는 그 불꽃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잘 보고 있어. 아쿠아.”


나는 그녀의 시선 앞에서 재빨리 불을 움켜쥐었다.


“어디 있게~?”

”여기이.”


아쿠아는 손가락으로 주먹 쥔 손을 가리켰다.


“땡!”


나는 오른손을 그녀의 머리 뒤에 가져다 댄 뒤에, 불을 피운 다음 그 손을 보여주었다.


“아쿠아 머리 뒤에 있었어.”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릴 수 있는 초간단 트릭이었지만, 아쿠아의 눈빛은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어떻게 한 거야아~?”

“고향으로 안내해 주면 알려줄게.”

”그건 싫은 데에···”


아까와 달리 주저하는 듯한 아쿠아의 모습.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아쿠아. 앞으로도 신기한거 많이 보여줄게.”

”신기한 거어? 앞으로도오?”

”응. 우리 친구 하지 않을래?”

”친구우? 친구우!”


아쿠아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나를 힘껏 껴안았다.


“좋아아! 나 파이론 친구할래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 옷에 얼굴을 부비적댔다.


조금 얼떨떨하긴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럼 이제 우리 친구니까 부탁 들어줄 수 있지?”


약간 치사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엄. 신기한 것들 더 많이 보여줄 거야아?”

”물론이지.”


아쿠아는 방긋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알았어어!”


---


---


아쿠아가 물의 마녀라는 사실에 선원들은 충격을 먹은 듯 했다.


괴담에서 들었던 무시무시한 귀신이, 사실 내가 알던 여동생이었다.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래서 아쿠아와 어울려 지내던 소년을 제외하면, 선원들은 아쿠아를 완전히 다른 태도로 대했다.


아쿠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평소처럼 배 위를 뛰어다녔다.


한바탕 소란이 진정될 즈음.

에스파다가 다가와 배 내부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는 배의 선미루.

그러니까 배의 뒤쪽 갑판 위에 지어진 선실로 안내했다.


큼직한 해도와 나침반, 망원경을 비롯한 항해 도구가 놓인 탁자와 침대가 있었다.


이곳이 그의 침실 겸 선장실인 모양이었다.


“위치 백작님께선 제 방을 이용하시지요.”

”당신은 어쩌구요?”

”저도 물론 여기서 잘 겁니다.”


그는 하나뿐인 침대를 내게 양보하고, 자신은 해먹을 설치했다.


“그레이스도 여기 머물러도 되겠죠?”

”하하. 물론이지요. 이곳이 아니면 마녀님이 어디에 머무를 데가 있겠습니까.”


웃는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이진 않는다.


그도 그럴 게 하루아침에 두 명의 마녀를 손님으로 태우게 됬지 않은가.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선실 다음은 갑판 아래였다.

그는 이곳을 선창이라고 불렀다.


선창은 좁은 복도를 기준으로 양옆에 여러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


가장 가까우면서 제일 큰 방은 선원들이 모여자는 숙실이었다.


그 뒤로 식량 창고와 주방이 있었고, 그다음엔 대포와 포탄, 화약 등이 있는 무기고와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창고가 자리했다.


대충 구경을 마치고 다시 갑판 위로 올라왔다.


그레이스가 어디 갔나 했더니 뱃전에 몸을 기댄 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언제는 그렇게 바다를 싫어하더니.”


그레이스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우욱.”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보니 그레이스는 배멀미를 하고 있었다.


“그레이스. 괜찮아?”

”괜찮다. 이 흔들리는 느낌이 익숙하지 않을 뿐··· 우욱!”


구토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녀는 어지럽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녀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나는 내버려둬라. 적응해 볼 테니.”

”내버려두긴 뭘 내버려둬.”


나는 그녀의 팔을 어깨에 둘러 부축했다.


“어차피 출발은 내일 할 거래. 오늘은 여관으로 돌아가자.”

”아니. 난 내려가지 않을 거다.”


하여간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알았어. 선실에 침대가 있으니까 거기 누워 있어. 누워서 쉬다 보면 적응 될 거야.”


나는 그레이스를 침대에 눕혔다.


“어때? 괜찮지?”

”···. 나쁘지 않군.”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나는 이때 눈치챘어야 했다.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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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23 1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22 2 12쪽
»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22 2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9 2 13쪽
61 수습 24.04.29 24 2 15쪽
60 반란 24.04.27 25 2 13쪽
59 반란 24.04.26 24 2 9쪽
58 재회 24.04.25 28 2 8쪽
57 재회 24.04.23 3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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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렉시벨 왕국 24.04.20 24 2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23 2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23 2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24 2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25 2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2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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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아이 산맥 24.04.11 25 2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5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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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여행 준비 24.04.06 27 2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30 2 12쪽
43 이별 24.04.04 29 2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27 3 10쪽
41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1 35 2 12쪽
40 회생 24.03.30 4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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