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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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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5.23 22:20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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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9
글자수 :
388,930

작성
24.05.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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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블루홀

DUMMY

끊임없이 회전하는 거대한 소용돌이는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고오오오오―!

중심에서 들려오는 괴기스러운 울림.


마치 거대 괴수의 울음소리와 같다.


“곧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백작님. 배를 돌릴 수 있는 건 지금뿐입니다.”

“들어갈지 말지 선택해야겠네요.”

“예. 저희는 백작님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날 지켜보는 에스파다.

그 눈에서 깊은 신뢰가 느껴진다.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블루홀을 내려다보았다.


나선의 소용돌이 중심에 자리한 칠흑 같은 어둠.


그 검은 구멍 아래 무엇이 있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다.


만약 저 아래가 심해라면 물에 빠져 죽을 것이고, 천 길 낭떠러지라면 그 끝에 도달했을 때 추락해 죽을 것이다.


만약 울타리와 같이 물의 마녀 없이는 지날 수 없는 곳이라면··· 생각하기도 싫다.


“백작님.”


에스파다의 목소리가 상념을 깼다.


배는 어느덧 회전하는 물살의 목전에 다다랐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눈앞에 있는 건 새로운 세계의 문이 될 수도, 지옥으로 가는 문이 될 수도 있다.


이 결정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나는 에스파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모두의 목숨이 달린 일.

어찌 떨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잘못되더라도 저희는 백작님을 절대로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맞습니다. 어차피 아쿠아님 없이는 되돌아갈 수도 없지요.”

“미지의 바다를 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이미 목숨에 미련을 버렸습니다!”

“저도요! 저희들은 이미 미지의 끝에 있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가슴 뛰는 순간은 처음입니다!”

“백작님이 아니었더라면 저희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결정해 주십시오! 백작님!”


모두들 그 여느 때 보다 눈빛이 살아 있다.


모험을 위해 살아가는 괴짜들.


이들은 진정 모험가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둘러보며 결정을 내렸다.


“전진합시다.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닙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리는 소용돌이에 진입할 것이다! 돛을 접고 해류의 흐름에 배를 맡긴다!”


에스파다의 지시에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끼이이익. 기우뚱.

배가 괴로운 소리를 냈다.


뱃머리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해류를 따라 움직였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배는 회전하듯이 돌며 점차 소용돌이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이동 속도가 빨라졌고,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졌을 때, 우리는 블루홀의 중심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중심의 검은 구멍은 대형 범선 백척은 동시에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때문에 그 안으로 수천만톤의 바닷물이 일제히 폭포수처럼 나선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빛이 닿지 않는 구멍 내부에서는 물살이 서로 부딫히고 뒤엉키는 건지, 괴기스러운 굉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섬뜩하구만.”

“내 평생 이렇게 무시무시한 마을 입구는 처음 보는군.”


모두가 홀린 듯이 구멍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선장님! 전방에 암초가 있습니다!”


아티가 뱃머리 쪽에서 소리쳤다.


그 말대로 뱃머리 너머 물 위로 솟아오른 암초가 보였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소용돌이 곳곳에 괴물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자라난 암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암초는 오른쪽에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에스파다는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뱃머리를 왼쪽으로 돌려라!”


선원들은 모두 노에 달라붙었지만, 소용돌이는 시계방향이었기 때문에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대로면 암초에 부딫힐 것이다.


‘내가 해야 해.’


나는 뱃머리로 뛰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화륵―!


푸른 불꽃을 피워 올려 암초를 향해 방사했다.


화아아아아악―!


불꽃이 닿자 암초가 빨갛게 달아오르며 녹아내렸다.


그그극―!


배는 녹아내린 암초의 바닷속 단면에 긁혔지만, 큰 손상 없이 무사히 지나칠 수 있었다.


“역시 백작님이십니다!”


안심하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양쪽에 암초가 나타났다.


나는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주세요! 오른쪽 암초는 제가 처리할게요!”

“알겠습니다!”


화아아아악―!


푸른 불꽃은 오른쪽 암초를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선원들도 열심히 노를 저어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배는 아슬아슬하게 왼쪽 암초를 빗겨지나 오른쪽으로 나아갔다.


허나 뱃머리를 너무 급격하게 돌린 탓일까.


배가 균형을 잃고 시계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반대로 노를 저었지만 한번 틀어진 균형을 되돌릴 순 없었다.


그 와중에 검은 구멍에 근처까지 다다랐다.


콰아아아아―!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보이는 모든 바닷물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눈앞에서 보니 장관이었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 우리가 탄 배는 그저 티끌에 불과했다.


에스파다는 노를 잡고 있는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선창 아래로 내려가 추락에 대비한다!”


선원들은 회전하는 갑판 위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며 선창 아래로 내려갔다.


“백작님! 선창으로!”


에스파다는 선원들을 모두 선창으로 내려보내고 해치를 든 채 나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가 향한 곳은 선실이었다.


그레이스가 아직 그곳에 있다.


기우뚱!


갑판이 크게 기울었다.


배는 검은 구멍의 절벽 끝자락에 걸친 채 춤추듯 돌고 있었다.


“그레이스!”


그녀는 선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후욱―!


순간 중력이 사라지며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동시에 주위의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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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엑자일 사이러스 24.05.21 2 0 9쪽
72 엑자일 사이러스 24.05.20 4 0 9쪽
71 엑자일 사이러스 24.05.13 8 0 10쪽
70 블루홀 24.05.11 9 0 9쪽
» 블루홀 24.05.10 6 0 6쪽
68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9 8 1 10쪽
67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7 5 1 9쪽
66 미지의 바다로 24.05.06 6 1 8쪽
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12 0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9 1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11 1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0 1 13쪽
61 수습 24.04.29 15 1 15쪽
60 반란 24.04.27 15 1 13쪽
59 반란 24.04.26 12 1 9쪽
58 재회 24.04.25 16 1 8쪽
57 재회 24.04.23 15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3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2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2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2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3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2 1 11쪽
50 아스펜 영지 24.04.13 13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4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4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26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2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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