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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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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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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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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엑자일 사이러스

DUMMY

실험실이라니.


이런 곳에서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한다는 말인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밖에서 보았던 괴기스러운 식물들이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자라고 있었다.


뇌주름처럼 생긴 꽃잎을 가진 식물부터, 환 공포증을 일으킬 것만 같은 무늬를 띤 식물까지 다양했다.


“내가 직접 키운 식물들이야. 귀엽지 않니?”


도대체가 어딜 봐서?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쓴소리했다가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직 엑자일을 신뢰하지 않는다.


날 보자마자 죽이려 들었던 마녀다.

아직은 방심할 수 없다.


그때 내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뱀이 혀를 낼름거리며 위협하는 듯한 쉿소리.

이윽고 날카로운 것들이 맞부딫치는 소리가 들렸다.


콰악!


돌아보니 장미를 닮았지만 꽃잎이 자라는 부분에 가시가 돋아난 거대한 식물이 살아있는 곤충을 질근질근 씹어먹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나는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하며 파들짝 뒤로 물러섰다.

앞서 걸어가던 엑자일은 뒤돌아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놀랄 것 없어. 와구와구는 작은 것들만 먹으니까.”


말로만 듣던 식충식물.

알게 되니까 더욱 가까이 하기 싫어진다.


”이름이 와구와구야? 무슨 꽃의 이름이 그래?”

”왜? 재밌잖아.”

”설마 너가 지은 이름이야?”

”그럼. 내가 직접 품종 개량해서 재배한 아이니까. 와구와구는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아이라구?”


엑자일은 키득키득 웃더니 덧붙였다.


”참고로 와구와구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애들은 전부 맹독을 품고 있으니까 주의하렴.”

”매, 맹독을 품고 있다고···?”


아주 소름이 돋는다.

나는 몸을 움츠리고 최대한 식물들에게서 떨어진 자세로 걸었다.


“이런 위험한 것들을 왜 기르는 거야?”

“내 연구에 도움이 되니까.”

”도대체 무슨 연구를···”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엑자일의 능력이 맹독을 이용한 공격이라는 것을.

우리를 향해 뿜어냈던 초록색 액체.

그것의 정체가 이런 식물들의 맹독이었던 건가.


맹독 식물로 가득한 정원은 꽤 넓었다.

마치 커다란 식물원에 와있는 듯하다.

별 희한한 식물까지 다 구경하고 나서야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나타났다.


엑자일이 유리 막대를 공중에 휘젓자 문이 열렸다.

그곳은 실험실이었다.


실험용 비커와 각종 고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선반.

책상 위에 놓인 영문 모를 액체들과 식물들.

사람 하나도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유리 시험관 안에 갇힌 동물들.


무엇보다 경악스러웠던 건, 사람의 형체를 한 동물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머리는 물고기였지만, 몸은 사람인 반인반어.

어인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사람도 있잖아!”

”당연하지. 못할 게 뭐 있어?”


엑자일은 화를 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저 안에 갇혀있는 게 뭐든 하나의 생물일 뿐이야.”


엑자일도 똑같다.

다른 마녀들처럼 사람의 목숨에 대해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사람은 안 돼!”

”왜 안 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답해야만 할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야!”

”윤리적? 그러고 보니 인간들은 그런 걸 따진다는 걸 책에서 본 적이 있네.”


엑자일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유리 막대를 손으로 두들기다 말했다.


“너가 이해해. 파이론. 아쉽게도 마녀들에게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윤리관은 없거든. 저 어인은 그냥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야.”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네가 저 유리관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 봐! 그래도 운이니 뭐니 그딴 소리 할거야?”

”그럼. 당연하지.”


역시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고집을 꺾을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엑자일을 믿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 거래했지? 넌 내 말을 잘 따라야만 해.”

”필요 없어! 너를 더는 믿을 수가 없어! 거래는 끝이야!”

”하! 한심하긴! 고작 저런 생명 하나에 너와 네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거래를 포기하겠다고? 그래. 그렇게 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엑자일은 유리 막대를 뽑아들었다.


“넌 몰라도 네 사람들은 전부 내 맹독을 들이켰지. 아까 그거. 다시 해도 상관 없겠지?”


화르륵!


나는 엑자일의 눈앞에 푸른 불꽃을 들이밀었다.


“너야말로 이런 식으로 나를 협박한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


엑자일은 눈 앞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빤히 바라보았다.


“해봐.”

”뭐?”

”그러려고 한 거 아니야?”


엑자일은 푸른 불꽃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날 죽이면 돼. 내가 너희들에게 하려고 했던 것처럼.”


나는 엑자일을 노려보았다.

허세로 이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정말 공격하면 그대로 소멸당할 셈이었다.


‘도대체 뭐야···’


방금 전까지 잡아먹을 듯 굴다가 갑자기 스스로 목을 내놓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종잡을 수가 없는 마녀였다.

도대체 이 마녀가 원하는 게 뭐란 말인가.


불꽃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그녀는 그대로 휙 돌아서 가버렸다.


---


---


“여기야.”


그녀는 시험관으로 가득한 장소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괴기스러운 생명체들.

나는 보자마자 이것들이 마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설마 여기에도 마수가 살고 있는 거야?”

”아니. 그럴 리가. 울타리는 물의 마녀 없이 건널 수 없다는 건 건너 봐서 알잖아?”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데려왔지. 이놈들은 멍청해서 아주 간단하게 납치할 수 있어.”


켈베로스는 자신의 마력의 씨앗을 생명체에 심어 퍼트린다.

마수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놈들은 분명 켈베로스의 마력을 품고 있을 것이다.


”켈베로스가 알아챘을지 몰라.”

”너도 켈베로스의 능력을 아는구나? 걱정 마렴. 블루홀 안에서는 마력 통제가 불가능하니까. 아무리 켈베로스 같은 대마수라고 해도 예외가 없지.”

”어째서?”

”오션이 그렇게 만들었거든. 그녀의 능력 중 하나야.”

”못 믿겠는데?.”

”그래? 그럼 시험해 볼까?”


엑자일은 시험관 옆에 있는 버튼을 조작했다.

그러자 마수의 입가에서 기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놈이 정신을 차린 것이다.


놈은 시험관을 깨트리려고 발광했지만, 시험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곧 시험관 내부의 물이 초록빛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방금 투입된 건 일전에 너희들에게 쏴댔던 맹독 큐보조아야.”


궁금하지 않은 정보였다.

곧, 마수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피부가 누렇게 변하면서 전신에 수포가 생겼다.


그리고.


퍽!


투명한 시험관 전체가 초록색 피로 물들었다.

마수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버린 것이다.


“큐보조아는 영양분을 다 먹고 나면 번식을 위해 팽창해 숙주를 터트려버리지. 어때? 멋지지 않니?”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하마터면 선원들도 이 꼴이 날뻔했다.


“역겨워.”

”어머. 칭찬 고마워.”


엑자일은 말을 이었다.


“켈베로스는 마력을 심어놓은 마수가 죽었을 때 반응해. 만약 그가 알아차렸다면, 여기 있는 다른 마수들에게 그의 의식이 연결됬겠지. 하지만 보다시피 반응은 없지. 여긴 켈베로스의 능력이 통하지 않아.”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오션은 바다를 관장하는 물의 대마녀야. 이런 일은 그녀에게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겠지.”


알면 알수록 오션이란 마녀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마수왕 켈베로스의 능력까지 차단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니.

이걸로 확신이 든다.

오션을 설득한다면 켈베로스를 섀도우 대륙으로 돌려보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란 것을.


“됐어. 이제 더 궁금한 건 없어. 나는 한시라도 빨리 오션을 만나야 해. 그러니 이제 뭘 원하는지 말해.”

”조급해 하지 마렴. 금방 만나게 해줄 테니까.”


엑자일이 손가락을 튕기자 어느 구석에 닫혀있던 문 하나가 열렸다.


“한가지 실험을 할 거야. 이 실험만 도와주면 오션과 대화할 수 있게 해줄게. 저 안으로 들어가 줄래?”


맹독을 품은 기괴한 식물을 기르고, 살아있는 건 뭐든 실험하는 이 끔찍한 마녀의 실험이라면 불안한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날 믿는다.

엑자일이 어떤 실험을 한들 푸른 불꽃으로 대응해 주리라.


나는 엑자일이 열어준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모든 벽면이 석회로 둘러싸인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엑자일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방에서는 내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

그때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동시에 석회 벽면이 발광하듯 환하게 빛났다.

새하얗게 빛나는 실험실의 모습에서 뭐든 놓치지 않고 관찰하겠다는 실험 정신이 엿보인다.


“아아. 내 실험장에 온 걸 환영해. 파이론.”


엑자일의 목소리가 천장에서 들려왔다.


“아까 봤던 마수들을 몇 마리 투입시킬거야. 실험은 간단해. 네 능력으로 마수를 제거하면 되지. 준비됐니?”


다짜고짜 마수를 죽이라니.

참으로 야만적인 실험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실험이 끝나는 대로 오션을 만나게 해줘.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네 능력에서 해방시켜 주고.”

”그거야 실험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 그럼 시작할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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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레비아탄 NEW 20시간 전 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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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안식의 폭포 24.06.13 5 0 11쪽
88 에테르 24.06.11 7 0 10쪽
87 시행착오 24.06.10 6 0 12쪽
86 원인 24.06.08 6 0 13쪽
85 선상 전투 24.06.07 7 0 12쪽
84 외양 24.06.06 6 0 11쪽
83 고민 24.06.04 6 0 12쪽
82 바다 송곳니 24.06.03 5 0 11쪽
81 크라운 피쉬 타운 24.06.01 6 0 13쪽
80 물과 기름 24.05.31 6 0 13쪽
79 물과 기름 24.05.30 5 0 10쪽
78 다음 단계 24.05.28 6 0 11쪽
77 악연 24.05.27 6 0 10쪽
76 악연 24.05.25 7 0 16쪽
75 대양의 마녀 24.05.24 6 0 11쪽
74 대양의 마녀 24.05.23 9 0 9쪽
73 엑자일 사이러스 24.05.21 8 0 9쪽
» 엑자일 사이러스 24.05.20 11 0 9쪽
71 엑자일 사이러스 24.05.13 13 0 10쪽
70 블루홀 24.05.11 14 0 9쪽
69 블루홀 24.05.10 11 0 6쪽
68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9 13 1 10쪽
67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7 9 1 9쪽
66 미지의 바다로 24.05.06 10 1 8쪽
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17 0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16 1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15 1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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