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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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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5.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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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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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스펜 영지

DUMMY

아스펜 영지는 산을 병풍 삼아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읍의 느낌이 물씬 들었다.


마차는 성이 있는 중심가에 들어섰다.


중심가에는 잡화점과 대장간, 여관과 주점들이 보였다.


나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시골이라도 갖출 건 다 갖춘 느낌이었다.


“여기가 내 영지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전생에서는 집 하나 갖기도 벅찼던 내가, 영지를 다스리게 되다니.


영지 중심에 우뚝 선 작은 성이 보였다.


저것이 내 집이었다.


마차는 성 입구에 멈춰 섰다.


나는 그레이스와 함께 마차에서 내려, 마중 나온 튜니티와 인사했다.


“여기서 작별이네요. 튜니티.”

”제국의 영웅들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소.”


튜니티는 모자를 벗으며 인사하곤, 마차를 끌고 사라졌다.


“이제 가볼까?”


우리는 성의 입구로 향했다.


활짝 열려있는 성문에는, 나른한 표정의 병사 둘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열린 성문은 고사하고, 병사들의 태도가 몹시 태만스러웠다.


아무리 평화로운 시골 영지라고는 해도 경계를 책임지는 이들인데, 이런 모습은 꽤 아쉬웠다.


그러나 티는 내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경계병은 모험가 복장을 한 우리를 훑어보더니,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용건이 뭐요?”


난 대답 대신 금실로 봉해진 양피지를 건넸다.


경계병은 양피지와 금실의 재질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태도가 돌변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황급히 성안으로 들어가는 병사.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의복을 갖춘 노인 하나가 병사와 함께 뛰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정한 노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한스라고 불러주십시오! 가신으로서 제국의 영웅이신 위치 백작 나리를 모시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반가워요. 한스.”


그러자 한스가 진중히 덧붙였다.


“편히 하대하시지요. 어찌 한낱 가신이 백작 나리께 존칭을 듣겠습니까.”


나이 차가 있어 그게 자연스럽고 편했지만, 예법이 그러하니 생각을 고쳤다.


“알겠어.”

”감사합니다. 나리.”


그는 곧바로 그레이스를 돌아보았다.


“아! 정말 아름다우신 영부인님이로군요!”


영부인이라니.

하긴. 그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에게 정정하듯 말했다.


“이쪽은 그레이스. 내 친구야.”

”아.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그는 곧장 성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곱게 깔린 벽돌길과 잔디 정원이 나타났다.


“작은 성이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춰져 있습니다.”


그는 간단하게 성벽 내에 있는 시설들을 소개했다.


병사들이 훈련하는 연무장부터, 형형색색 피어있는 꽃밭과 잔디 조형물이 세워진 정원까지.


대도시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세련된 성이었다.


조각품도 상당한 것이 살짝 과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시골 영지임에도 이 정도 퀄리티라니.’


하지만 놀랄 건 따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성안으로 들어서니, 하녀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 소녀부터, 스무살 후반의 숙녀까지 각양각색의 미인들이었다.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그리 크지도 않은 성에 서른 명이 훌쩍 넘는 하녀들이 과연 필요할지도 의문이었다.


‘하렘도 아니고···’


내 반응을 살피던 한스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전 영주님께서 워낙 미녀들을 곁에 두고 싶어 하셨는지라···”

“크흠.”


그렇게 말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계속해서 안내에 따라 내부를 살폈다.


“여긴 서가입니다. 응접실과 식사 공간도 이쪽으로 가시면···”


겉보기엔 작은 성이지만, 마찬가지로 있을 건 다 있었다.


“이곳이 영주님의 집무실입니다.”


잘 정돈된 책상과 의자.

양피지가 쌓여있는 서랍장.

햇살이 들어오는 정원의 창가까지.


대기업 회장님의 집무실 못지않다.


나는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돈된 양피지와 잉크통에 꽂혀있는 깃펜을 만져보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때 한스가 다가와 말했다.


“전 영주께서는 영지와 관련한 모든 잡무를 제게 일임하셨습니다. 나리께서도 제게 맡기시는 게 어떠신지요.”

”글쎄. 난 내가 직접 처리하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뜻대로 하시지요.”


영주의 업무란 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영지에서 벌어지는 사업과 유지관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앞으로 진행할 일들에 대한 확인 서명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한스. 일단 전체적인 영지 상황에 대해서 듣고 싶어. 재산에 대해서도.”


한스는 서랍장에서 자료가 정리된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영지 환경, 가론들의 생태, 재산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아스펜 영지는 동쪽 변방의 시골 도시라 외부인의 왕래가 적다.


특산품과 같은 특수도 없어서 기본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기가 무척 어렵다.


이에 영지민들은 논밭에서 수확한 식량과, 산에서 사냥한 사냥감들로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외화벌이가 쉽지 않은 만큼, 세금은 돈으로 받지 않고 밀과 고기, 맥주 같은 식량으로 걷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금고도 텅텅 비어있다고.


“하지만 나한테 포상금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영웅 휘장을 받은 자에게 내려지는 포상금.


듣기론 일천 화이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한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


“그것이··· 지금까지 밀린 납세금을 갚는 데 모두 사용했습니다.”

”납세금?”

”저희 영지는 제국 변방에 위치해있습니다. 이에 국경을 지키는 국경 수비대에게 매년 일정 금액을 납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일천 화이트나 밀렸다고?”

”예···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영지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한마디로 찢어지게 가난해 빚까지 진 상황이었단 거다.

내 포상금으로 밀린 빚을 전부 갚았단 거고.


“죄송합니다. 포상금에 대해서는 나리에게 허락을 맡았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갚지 못하면 영지의 일부를 팔아야 하는 실정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음. 일단 알았어.”


영지가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게 되었으니 집무실에서 나왔다.


저녁 식사는 꽤 호화스러웠다.


큰 통구이 칠면조에, 고급와인과 각종 고기들로 한 상 가득했다.


돈은 없지만 식량은 풍족해서 이런 걸 누릴 수 있는 모양.


식사를 마치고 침실로 이동했다.


침실도 상당히 호화스러웠다.

킹사이즈 침대와 고급 가구들로 꾸며져 있는 것이 호텔 스위트룸 부럽지 않았다.


그레이스도 비슷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영부인의 방에 묵었다.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똑. 똑.


“들어와.”


한스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문이 열리자 하녀 세 명이 들어왔다.


속살이 다 비치는 그녀들의 옷을 보자마자 눈치챘다.


“돌아가.”


그 말에 그녀들은 당황해 했다.


“밤시중은 안 들어도 되니까 돌아가.”


내 단호한 목소리에 그녀들은 얼른 고개 숙이고 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워 조용히 생각에 잠들었다.


세련된 성과 과할 정도로 많은 하녀들.


사치스러운 조각품과 호화로운 가구들.


풍족한 식사와 밤시중까지.


전 영주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알 것만 같았다.


‘내일은 도시에 가보자.’


영지를 좀더 자세히 파악 하고 싶었다.


영지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영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떠나기 전에 고칠 건 고쳐놔야지.’


그게 영주인 내가 할 일이었다.


---


---


다음날 가볍게 아침을 먹고 시찰을 나갈 준비를 했다.


하녀들이 고급진 옷을 준비했는데, 나는 입고 왔던 모험가 복장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주님의 체통이···”


난처한 듯 말하는 그녀들에게 눈치껏 말했다.


“잠입 시찰이거든요.”

”아···”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하녀들.


내가 직접 옷을 입으려 드니, 그녀들은 한사코 자신들이 하겠다고 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전 영주가 쓸데없이 하녀들을 많이 고용해서 일손이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내가 옷까지 스스로 입어버리면 그녀들은 할 일이 더 줄어든다.


하는 수 없이 허락하자, 그녀들은 기쁜 얼굴로 옷을 입혀주었다.


남이 옷을 입혀주는 걸 지켜보는 건 참 어색한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레이스에겐 하녀들이 따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에게는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 명령을 들은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하녀들이 그녀를 두려워하는 점이 더 컸다.


잘 몰랐는데 그녀가 내뿜는 분위기가 여린 소녀들에겐 생각보다 강렬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하녀들이 그레이스에게 옷을 입히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문으로 나가니 한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옷이 있는데 어찌···”


그는 모험가 복을 입은 우리 둘을 보고 하녀들처럼 난처해했다.


”영주라고 티 내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그는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때 말 두 마리가 이끄는 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


겉이 화려한 마차였다.

영주라는 걸 광고하고 가는 꼴이나 다름없다.


“마차는 됐어. 그냥 걸어갈게.”


우리는 그대로 걸어서 도시로 나섰다.


마차에서 내려다볼 때는 잘 몰랐는데, 영지민들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다.


가난에 쪼들리는 사람의 얼굴 같달까.


지나다니는 사람 중에 웃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민가를 돌아봐도 별것은 없었다.


한스의 말대로 대부분 농업이나 사냥을 해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 그나마 시끌시끌한 어느 주점에 들어섰다.


점심시간이라 새참을 먹으려고 들른 일꾼들로 한가득이었다.


테이블 하나를 잡고, 적당한 음식을 시킨 뒤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제 마차 한 대가 영주성으로 향하는 걸 봤네.”

”나도 봤어. 새로운 영주가 부임한 모양이야.”

”이번 영주도, 전 영주하고 똑같을까?”

”당연하지. 귀족 놈들은 다 똑같아. 알량한 권력으로 어떻게든 우리 같은 가론들을 쥐어짤 생각만 하지.”


거기까지만 들었을 때는, 그저 신분에 대한 푸념이라고 생각했다.


“다 그 한스 놈 때문이야. 전 영주도 처음에는 그렇게 악랄한 작자가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그 이방인 때문에 세금도 두 배로 늘었지. 매달 1골드라니.”

”그 때문에 다른 영지로 발품까지 팔아야 해.”

”그것 뿐인가. 지난주에 랄프의 하나뿐인 외동딸도 끌고 가지 않았나.”

”불쌍도 하지. 이미 망할 노친네의 밤시중을 들었을 거야.”

”그 악마 같은 놈은 언제 죽으려나.”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거짓말이었나.’


한스는 외화를 벌어들이기 힘든 구조라서 세금을 걷고 있지 않다고 말했었다.

거기다 하녀에 대한 것도 전 영주의 짓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따르면, 세금을 걷는 것은 물론, 지난주에도 하녀를 고용한 건 바로 그 였다.


그제서야 왜 그가 자신에게 잡무를 맡기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원하지 않았던 밤시중도 그가 주문한 것이겠지.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레이스가 말했다.


“말만 해라. 당장이라도 그놈을 죽여주지.”

”아니야. 그레이스. 아직은 일러.”


단순히 그를 쫒아내기엔, 그가 맡은 일은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 사람만큼 영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가 있다면 모를까.


성으로 돌아가서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웬 방랑 기사가 나타나 동네방네 행패를 부린다지?”

”이스트 대륙에서 넘어온 기사라던데.”

”세상 참 말세야. 말세.”


그때였다.


쾅!


문이 거칠게 열리며 갑옷을 걸친 사내가 들어왔다.


수염이 잔뜩 뻗친 채, 약간 눈이 풀려있는 젊은 남자였다.


“어이! 술 한잔 시원하게 내놔봐라!”


그는 다짜고짜 점원을 향해 소리쳤다.


“재수가 없으려니. 하필 말하자마자 등장하는군.”


일꾼이 말하는 이스트 대륙의 기사가 저 젊은 사내인 모양이다.


그사이 젊은 기사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잔을 냅다 벽에다 집어 던졌다.


콰직!


나무로 만들어진 맥주잔이 부서지며, 그 파편이 우리 테이블에도 떨어졌다.


“맛대가리 한번 더럽게 없네. 이런 걸 돈 받고 팔다니.”


그러면서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를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행동은 깡패 같아도, 그는 갑옷과 검을 찬 기사였다.


그런 그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우리를 제외하면.


“야. 돈 내고 가야지.”


정적 속에서 내 목소리는 또렷이 울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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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7 5 1 9쪽
66 미지의 바다로 24.05.06 6 1 8쪽
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9 0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9 1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11 1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0 1 13쪽
61 수습 24.04.29 15 1 15쪽
60 반란 24.04.27 15 1 13쪽
59 반란 24.04.26 12 1 9쪽
58 재회 24.04.25 16 1 8쪽
57 재회 24.04.23 15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3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2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2 1 8쪽
53 위치 영지 24.04.18 12 1 10쪽
52 아스펜 영지 24.04.16 13 1 10쪽
51 아스펜 영지 24.04.15 12 1 11쪽
» 아스펜 영지 24.04.13 13 1 13쪽
49 술먹은 그레이스 24.04.12 14 1 14쪽
48 아이 산맥 24.04.11 14 1 8쪽
47 아이 산맥 24.04.09 18 1 12쪽
46 여행 준비 24.04.08 12 1 10쪽
45 여행 준비 24.04.06 13 1 12쪽
44 여행 준비 24.04.05 15 1 12쪽
43 이별 24.04.04 13 1 10쪽
42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24.04.02 1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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