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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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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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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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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대양의 마녀

DUMMY

엑자일은 저들 몰래 우리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가만히 있으라는 뜻 같았다.


“제게 무슨 볼일이시죠? 평소에는 말 한 번 안 걸어주셨으면서.”


엑자일은 천연덕스럽게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목소리.

내심 엑자일의 표정이 궁금했다.

표정마저 자연스럽다면 연극에 소질이 있을 게 분명했다.


“캬핫! 너처럼 기분 나쁜 마녀를 누가 상대하겠어?”

”당신에게는 볼일 없습니다. 엑자일. 저희가 관심 있는 건, 당신의 옷자락 뒤에 숨은 인간들이니까요.”

”시치미 떼봤자 소용없어! 난 한번 물은 사냥감의 냄새는 놓치지 않으니까.”


엑자일의 연기가 어색해서라기보단, 샥스핀이란 마녀가 아티의 체취를 미리 구분해 놓고 저울질한 것이 틀림없었다.

물속에서 냄새를 맡다니.

역시 물의 마녀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존재들이다.


어쨌든 들켜버렸다.

엑자일은 우리를 덮은 망토를 치워버렸다.

우리의 모습이 드러나자 샥스핀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보았다.


“캬핫! 이거 봐라? 처음 보는 얼굴도 있잖아? 확 찔러버리고 싶은 얼굴인데?”


손에 든 작살을 던지는 시늉을 하는 샥스핀.

그 옆에 서 있는 차가운 인상의 웨델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가씨께서 귀찮은 일거리를 가져오셨군요.”


어렴풋이 느꼈지만, 침입자들을 처리하는 것이 이들이 맡은 역할인 모양이다.

샥스핀은 엑자일에게 작살을 들이대며 으름장을 놓았다.


“엑자일!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인간들을 순순히 넘기는 게 좋을 거야!”


웨델도 거들었다.


”인간들을 처분하지 않고 이곳까지 데려온 것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묻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인간들을 넘기시죠.”


저들에게 끌려가면 무조건 개죽음이다.

엑자일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그녀는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주었다.

그것을 계속 따라야 할까?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엑자일을 마냥 믿을 순 없다.

만약 엑자일이 우리를 저들에게 넘기려 한다면 그때는 움직여야 할 것이다.

여차하면 푸른 불꽃을 소환할 생각으로 신경을 집중했다.


“오션님께 점수 좀 따려고 했는데 아쉽게 됬군요. 어쩔 수 없죠. 두 분은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정찰대시니까요. 당신들에게 저항할 마음은 없습니다.”

”킥! 그야 당연하지!”

”뭐, 당연한 이야기네요. 당신의 판단. 기억해 두죠.”


엑자일을 노려보았다.

조금이라도 믿었던 내가 바보였다.

왼손을 들어 올려 마력을 집중했다.


그때 옆에 있던 아티가 날 잡았다.

아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녀석은 엑자일과 마찬가지로 손바닥을 내게 보였다.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

결국 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 타이밍에 엑자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인간들은 배를 타고 이곳에 온 모양입니다. 어떤 물의 마녀가 마음먹고 데려온 것 같은데, 이 두 인간을 빼고는 아쉽게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샥스핀과 웨델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귀를 쫑긋 세웠다.


”뭐? 인간들이 배를 타고 넘어왔다고? 그게 사실이야?”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죠?”

”울타리 근처에 살고 있는 어인들에게 물어보세요. 그들은 분명 배를 봤다고 답할 겁니다.”

”웨델. 거짓말은 아닌 거 같은데?”

”의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군요. 배도 없이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울타리를 넘어올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칫! 아가씨가 일을 제대로 벌린 모양이네.”


두 마녀는 자기들끼리 토의를 하다가 결론이 선 모양이었다.


”엑자일. 배는 어느 쪽으로 도망쳤나요?”

”라미니아 대산호 쪽으로 갔습니다.”

”2구역으로 향하고 있군요.”

”뭐라고?! 그럼 안 되잖아! 2구역 애들에게 실적을 빼앗길 거라고!”

”엑자일. 저들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즉시 오션님께 데려가도록 하세요.”


두 마녀는 순식간에 머리 위로 솟구치며 사라졌다.


“쿡쿡.”


엑자일은 황급히 사라지는 마녀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저들도 눈치가 대단했지만, 엑자일은 더 교활했다.


---


---


“아아~ 역시 우리 딸은 못 이기겠네~”

”일부러 져준 거지이?”

”그럴 리가~ 우리 딸이 잘하는 거지~”


두 사람 앞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진주 구슬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진주를 하나씩 빼, 먼저 산을 무너뜨리는 쪽이 지는 간단한 놀이였다.

그리고 오션은 벌써 15번째 패배를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아쿠아는 15승 전승.


“재미없어어. 맨날 내가 이기니까아···”

”그래? 그럼 우리 다른 놀이할까?”

”해봤자 어차피 또 내가 이길 거잖아아. 엄마아 놀이 너무 못해애.”

”우리 딸이 잘하는 걸 어떡해~”

”안 할래에. 엄마아랑 노는 거 재미없어어.”

”그래? 그럼 엄마가 선물 준비했는데, 그것도 안 받을 거야?”


선물이라는 말에 달라지는 아쿠아의 눈빛.

오션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손짓으로 물살을 조종했다.


“짜잔~!”


거대한 진주알이 두둥실 물살을 타고 아쿠아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아쿠아의 표정은 실망으로 일그러졌다.


“이거언 만년 조개의 진주알이잖아아. 이미 다섯 개나 있다구우.”

“그럼 이건 어때? 레인보우 잉어의 껍질!”

”이것도 있어어. 지난번에 줬던 거잖아아.”

”황금 상어의 이빨도 있지요~”

”받았던 거야아.”

”으응? 그래? 또 뭐가 있더라~”


오션은 계속해서 진귀한 보물을 보여주었지만, 아쿠아의 표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표정.

오션이 있는 동안에는 방에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션은 그런 아쿠아의 심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그녀가 만족할 만한 선물을 계속해서 꺼내고 있었다.

곁에서 수행원 역할을 하고 있던 오션의 비서.

타이드가 귀를 기울인 것은 그때였다.


“오션님. 엑자일의 방문 요청입니다.”


선물을 뒤적이던 오션이 심드렁한 투로 물었다.


”엑자일? 걔가 왜?”

”인간을 데려왔답니다.”


오션의 눈이 순간 차갑게 식었다.


“하는 꼬라지 하고는. 역시 사이러스의 딸 아니랄까 봐. 기분 나쁜 것.”

”돌려보낼까요?”

”아니. 들여보내. 무슨 속셈인지 들어는 봐야지.”

”대전으로 안내해 두겠습니다.”


타이드가 사라지자, 옆에 있던 아쿠아가 입을 열었다.


“엄마아.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에?”

”우리 딸. 엄마 말 잘 들어. 세상엔 엮여 선 안 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단다. 바로 인간이야.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해. 절대로.”


---


---


타이드라는 마녀의 인솔 아래 우리들은 넓은 대전에 도착했다.

패각으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은 아름다운 무늬를 띄며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대전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대왕 조개 아래 무릎 꿇었다.

긴 쇼파처럼 꾸며진 대왕조개 껍질 안에는 진한 코발트 빛 머리칼을 지닌 마녀가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다.

그녀가 물의 마녀의 수장 오션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내 면전에 인간을 보이다니. 엑자일. 너 미친 거야?”


생김새라든지 풍기는 분위기라든지 여러모로 편견을 깨부수는 거친 말투.

오션은 겉보기엔 바다의 여신 같은 외모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 품은 성질은 뒷골목 깡패 두목과 같은 노골적인 경박스러움이 한껏 묻어났다.


“머나먼 대륙에서 오션님을 뵙기 위해 여기까지 온 인간들입니다. 부디 대화 한 번 정도는 나눠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엑자일은 오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했다.

눈앞에 있는 마녀는 바다 전체를 관리하는 물의 마녀의 수장.

그저 존재만으로 압도적인 기세가 느껴진다.

그런 마녀를 상대로 태연히 할 말 다 하는 엑자일이 대단해 보였다.


“대화는 무슨 얼어 죽을 대화? 쳐다도 보기 싫구만. 엑자일. 솔직히 말해. 또 뭔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오션은 우리보다는 엑자일의 저의가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엑자일은 특유의 말솜씨로 적당히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엑자일에게서 원하는 말을 듣지 못한 오션이 마지못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 마주하자 절로 찌푸려지는 코발트 빛 눈.

거짓이 아니라 정말로 혐오스러운 것을 본 자들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인간을 싫어하는 거죠?”

”더럽고 불결한 종족이니까. 너희들은 전부 죽어야 마땅해.”


곧바로 되돌아오는 저주가 섞인 답변.

나는 거기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을 접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니까.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비호감인 상대가 도움을 구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오션에게 있어 비호감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상황.

그러니 간단한 부탁이라도 그녀는 거절할 것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녀에게 미리 밝혀둬야 할 사실이 있었다.


”저는 디메시아의 아들. 파이론이라고 합니다.”


오션의 입이 미묘하게 벌어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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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레비아탄 NEW 19시간 전 1 0 12쪽
90 타락의 우물 24.06.14 3 0 11쪽
89 안식의 폭포 24.06.13 5 0 11쪽
88 에테르 24.06.11 7 0 10쪽
87 시행착오 24.06.10 6 0 12쪽
86 원인 24.06.08 6 0 13쪽
85 선상 전투 24.06.07 7 0 12쪽
84 외양 24.06.06 6 0 11쪽
83 고민 24.06.04 6 0 12쪽
82 바다 송곳니 24.06.03 5 0 11쪽
81 크라운 피쉬 타운 24.06.01 6 0 13쪽
80 물과 기름 24.05.31 6 0 13쪽
79 물과 기름 24.05.30 5 0 10쪽
78 다음 단계 24.05.28 6 0 11쪽
77 악연 24.05.27 6 0 10쪽
76 악연 24.05.25 7 0 16쪽
75 대양의 마녀 24.05.24 6 0 11쪽
» 대양의 마녀 24.05.23 9 0 9쪽
73 엑자일 사이러스 24.05.21 8 0 9쪽
72 엑자일 사이러스 24.05.20 10 0 9쪽
71 엑자일 사이러스 24.05.13 13 0 10쪽
70 블루홀 24.05.11 14 0 9쪽
69 블루홀 24.05.10 11 0 6쪽
68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9 13 1 10쪽
67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7 9 1 9쪽
66 미지의 바다로 24.05.06 10 1 8쪽
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17 0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16 1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15 1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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