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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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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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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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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글자수 :
437,541

작성
24.04.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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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회

DUMMY

기사 하멜은 짜게 식었다는 듯 검을 내렸다.

그리곤 마리엔을 향해 귀찮은 투로 말했다.


“지금쯤 황녀님은 ‘정화 의식’을 치르고 있을 것 아닌가. 보좌관인 자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저는 황녀님의 명에 따라 게이트로 넘어온 제국의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 왔습니다. 리버렌 경. 당신이야말로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요.”


하멜은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뭐라 반박하진 못했다.


”따로 일이 있어 잠시 들른 것뿐이네.”

“일이라니요? 황실 기사단장인 당신이 황성을 벗어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요?”

“내가 그런 것까지 자네에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는 화살을 우리 쪽으로 돌렸다.


“저놈들이 수도관을 공격했다. 형을 집행해야 하니 물러나거라!”


나는 마리엔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황성으로 가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이 녀석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우리를 막잖아.”

”하! 내가 언제 너희들을 막았다는 거냐? 거짓말 마라!”


이놈이 셀레나의 부하만 아니었다면 불맛을 보여줬을 텐데.


하지만 마리엔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는 제국과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리버렌 경. 제가 모시러 온 손님이 바로 저분들입니다. 그런데 환대는 못할 망정 문전박대를 하다니요.”


그녀는 앞서 하멜이 지껄인 말들을 전부 들었던 모양.


하멜도 그걸 알아챘는지 얼굴이 일그러질 뿐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어째서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려는지 이유를 들어봐야겠습니다.”


마리엔이 추궁모드로 들어가자 하멜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기세가 등등하구나! 황녀의 그늘아래 명맥만 이어온 마법 가문의 종자 주제에! 네 오만방자함을 가만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그는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마리엔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녀가 대꾸하지 않으니 하멜은 싱겁다는 듯 검을 집어넣었다.


“워터 제국이 이 땅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원탁의 기사들의 위업이라는 걸 깨닫거라!”


그는 마리엔의 어깨를 밀치며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을 봤나.


황실 기사단장이라고 하는 그가 이 모양이니, 다른 기사는 오죽할까.


워터 제국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한 느낌이었다.


“마리엔.”


혹시나 그녀가 상처 입었을까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했다.


“괜찮아. 사사로운 일일 뿐이야.”


살짝 놀랐다.


툭하면 괴팍하게 성질을 부리던 마리엔은 어디 갔는가.


지금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차분해 보였다.


테일러가 보면 경악할 정도로.


“너 마리엔 맞아?”

“뭐라는 거야? 이 멍청이는.”

“어. 돌아왔다.”

“돌아오긴 뭘 돌아와! 뜬구름 잡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크으. 역시 이게 마리엔이다.


마리엔이 우리를 안내하려 터널로 들어간 사이, 나는 그레이스를 불렀다.


“그레이스! 가자!”


그녀는 수도관이라 불리는 병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병사들도 긴장한 모습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따로 별일은 없었다.


뒤늦게 합류한 그녀에게 물었다.


“병사들은 왜 보고 있었던 거야?”

“켈베로스의 독기에 감염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그래서? 있었어?”

“없었다. 저들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오고 나서 마주친 모든 인간들은 독기가 없었다.”

“뭐지. 그럼 이곳은 아직 독기가 침범하지 못했다는 건가?”


이상하다.


켈베로스의 독기는 미드 대륙까지 퍼질 정도로 광범위했다.


아무리 워터 제국의 수도가 이스트 대륙의 북부에 위치한들 미드 대륙 보다는 가까웠다.


켈베로스의 독기에 이미 오래 노출되어 있었을 텐데 어째서일까.


그레이스는 알고 있는 눈치였다.


“물이다. 파이론. 이 도시 전체에 흐르는 물이 독기를 정화 시키고 있다.”


물이 독기를 정화한다니.


하지만 일리가 있었다.


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도시 전체에 흐른다.


이 도시 사람들은 이 물에 노출되어 있다.


이 물이 독기를 정화한다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독기에 감염되지 않는단 것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그러나 그레이스는 또 하나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하멜이라는 인간. 그자 만큼은 독기에 감염되어 있더군.”


---


---


“하멜 반 리버렌. 제 2 황실 기사단인 엘레스트라 기사단의 단장이자 원탁의 기사 중 하나야.”

“평소에 이상한 점 못 느꼈어? 갑자기 눈이 빨개지면서 미친 행동을 한다던가.”

“뭔 소리야? 너 또 장난치려는 거지?”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은 별다른 모습이 없었나 보다.


나는 켈베로스의 독기에 대한 사실을 마리엔에게 알렸다.


마리엔의 표정이 한껏 심각해졌다.


“확실히··· 그도 그렇고 원탁의 기사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지긴 했어.”


그녀는 황성 내에 벌어지는 세력 다툼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발단은 황제께서 쓰러지시고나서 부터야. 제국의 국정은 황제와 7명의 원탁의 기사들 이렇게 총 8명으로 이뤄지는데, 결정권자인 황제께서 쓰러지시니 기사들 사이에서 내분이 생겼어.”


의견을 통합하던 황제가 사라졌기에, 국정에서 나온 안건은 기각이 대부분이었다.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제국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차기 황제를 누구로 할 것인가.


이에 원탁의 기사들은 둘로 갈라졌다.


유력한 차기 황제인 셀레나 황녀를 지지하는 황족파와 황제는 원탁의 기사들 사이에서 나와야 한다는 반황족파로.


워터 제국은 본디 마수토벌로 하나가 된 기사 제국.


차기 황제가 검 한번 잡아 보지 못한 여인이라니, 많은 귀족들이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에 반황족파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힐란 공작을 필두로 한 반황족파는 최근에 만들어진 세력이야. 만약 켈베로스의 독기가 개입해서 그들의 인격을 변화시킨 거라면 충분히 설명돼.”


하멜 역시 반황족파.


마리엔의 말이 사실이라면, 켈베로스는 독기의 힘을 이용해 워터 제국을 내부에서 무너뜨리려는 속셈이었다.


현재 원탁의 기사들 중 황족파는 단 2명.


에이허브 대공작과 벨라리온 백작.


반대로 반황족파는 주축인 힐란 공작과 하멜 백작을 포함한 5명의 원탁의 기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2대 5.


불리한 세력비.


대다수의 귀족들도 셀레나보다는 원탁의 기사가 황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


만약 이대로 세력 변동 없이 황제가 죽는다면 실권은 완전히 반황족파가 쥐게 될 것이다.


켈베로스가 노리는 것은 그 순간이고,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켈베로스는 반황족파를 이용해 셀레나를 비롯한 황족을 끌어내리고 제국을 분열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지.


셀레나도 물론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가 샐러맨더 마법 아카데미에 몰래 들어가 마법을 배운 것도 이 때문이다.


황실 마법사라는 신흥 세력을 키워, 반황족파 세력을 견제하는 것.


현재 워터 제국의 황실 마법사는 단 1명.


라이드 나 픽시펜슬이라고 하는 5위계 물 마법사.


“잠깐. 픽시펜슬이라면···”


마리엔 밈 픽시펜슬.


내가 돌아보자, 마리엔은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응. 내 아버지셔.”


워터 제국의 유일한 황실 마법사이자, 독학으로 5위계를 뚫었다는 노력형 천재 마법사 라이드는 마리엔의 아버지였다.


그녀가 어째서 4위계 물마법을 쓸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법사 세력은 갖추기엔 시간이 필요해. 아마 황녀님의 평생 과업이 되겠지.”


즉, 현재로선 켈베로스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리엔도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음에 한탄했다.


나는 셀레나가 걱정되었다.


제국 밖으로는 마수 침공이 일어나고 있고, 안으로는 독기에 감염된 기사들이 국정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녀가 어떤 심정일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기다려. 셀레나.’


그녀와 약속했다.


나만큼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러 갈 것이다.


---


---


쏴아아―!


황성의 주위엔 세차게 흐르는 거대한 강이 있었다.


성의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전부 여기로 쏟아지고 있었고, 황성 아린의 성문으로 향하는 다리도 이곳에 있었다.


“와··· 수증기···”


다리는 공기에 흩날리는 수증기로 안개가 낄 정도였다.


게다가 어찌나 추운지, 크리스탈로 조각된 거대한 성문엔 얼음 결정이 고드름처럼 매달려있었다.


절차를 마치자 성문이 열리고,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안뜰이 나타났다.


푸르른 잔디밭.


그 위에 세워진 하얀 크리스탈 성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니 마리엔이 설명했다.


“리자문드 크리스탈로 지어져서 정말 아름답지.”


리자문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아몬드처럼 하얗게 빛나는 것이 굉장히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의 안뜰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떨어지는 폭포수에서 무지개 프리즘이 발생해 더욱 환상적으로 보였다.


마리엔은 저 폭포를 나이아드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한참을 구경하다 성 내부에 들어섰다.


내부도 아름다운 리자문드 크리스탈로 장식되어 있었다.


온통 하얗게 빛나는 유리 궁전.


이 아름다운 곳에 셀레나가 있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지금 셀레나 황녀님은 의식을 위해 목욕재계를 하고 계실 거야.”


마리엔은 우리를 응접실에 놔두곤 어딘가로 가버렸다.


의식이라니.


셀레나가 무슨 의식을 하고 있다는 걸까.


한참이 흐른 후, 마리엔이 시녀들과 함께 나타났다.


“가자. 의식이 끝났대. 셀레나 님께선 마무리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가는 게 빠를거야.”


쿵. 쿵.


심장이 뛰었다.


곧 있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해서였다.


크리스탈 궁전은 매우 거대했다.


우리는 나선형으로 지어진 크리스탈 계단을 끝없이 올랐다.


“의식은 어디서 해?”


그러니 마리엔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의식은 성의 꼭대기에서 치러져.”


그렇다면 매번 의식을 위해 이 높은 성의 꼭대기까지 올라야 한단 말인가.


마리엔과 시녀들은 익숙하다는 듯 묵묵히 계단을 올랐다.


힘듦을 잊기 위해 마리엔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안 거야?”

”너희들이 렉시벨 왕국의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워터 제국으로 온다는 사실을 정보길드에서 들었거든.”

”정보길드?”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정보까지 모두 다루는 기관이야.”


꼭대기에 도달하자 거대한 이중문이 나타났다.


양옆에 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 너머에 계서.”

”응.”


쏴아아아―!


문이 열리자, 눈앞에 거대한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마치 대중목욕탕처럼 보이기도 했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들어가자. 옷을 입고 계신 것 같아.”


옷을 입는다고?


그때 마리엔이 했던 목욕재계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그녀는 여기서 목욕을 한단 말인가.


나는 물웅덩이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을 이루는 크리스탈 타일이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그때 그레이스도 놀랐다는 듯 말했다.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이다.”


나는 웅덩이에 다가갔다.


찰랑이는 수면의 움직임만 없었더라면 물이 있다고 착각하기 힘들만큼 투명하고 깨끗했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수많은 시녀와 함께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나타났다.


“파이론.”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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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물과 기름 24.05.30 4 0 10쪽
78 다음 단계 24.05.28 5 0 11쪽
77 악연 24.05.27 5 0 10쪽
76 악연 24.05.25 6 0 16쪽
75 대양의 마녀 24.05.24 5 0 11쪽
74 대양의 마녀 24.05.23 7 0 9쪽
73 엑자일 사이러스 24.05.21 7 0 9쪽
72 엑자일 사이러스 24.05.20 9 0 9쪽
71 엑자일 사이러스 24.05.13 12 0 10쪽
70 블루홀 24.05.11 12 0 9쪽
69 블루홀 24.05.10 10 0 6쪽
68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9 12 1 10쪽
67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7 8 1 9쪽
66 미지의 바다로 24.05.06 9 1 8쪽
65 미지의 바다로 24.05.04 15 0 14쪽
64 미지의 바다로 24.05.03 13 1 12쪽
63 소라 고동의 마녀 24.05.02 14 1 12쪽
62 마르코 플란데 24.04.30 13 1 13쪽
61 수습 24.04.29 18 1 15쪽
60 반란 24.04.27 18 1 13쪽
59 반란 24.04.26 15 1 9쪽
58 재회 24.04.25 19 1 8쪽
» 재회 24.04.23 19 1 11쪽
56 워터 제국 24.04.22 17 1 10쪽
55 렉시벨 왕국 24.04.20 16 1 10쪽
54 렉시벨 왕국 24.04.19 1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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