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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이번 정류장은 마왕성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헌킬
작품등록일 :
2020.04.08 21:25
최근연재일 :
2023.12.15 22:47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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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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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글자수 :
787,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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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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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Chapter 11. 이번 정류장은 오만의 층입니다 (1)

DUMMY

“여기가··· 오만의 층···?”


이라기엔 여전히 눈앞에 보이는 것은 페로몬 숲이었다.


분명 절벽 아래로 떨어졌으나, 어느 순간 중력이 바뀌어 우리는 숲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구조가 어떻게 되먹은 세계인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만의 층은 마계에서 가장 넓다. 몇 일간은 날아가야 숲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거다.”


“으··· 빨리 침대에서 자고 싶은데···”


숲에서 먹고 산 지 한주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때문에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가 절실했다.


디자이어에서 너무 편하게 지내서 그런지 캠핑 생활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여왕의 침실이 좋긴 했지···


상상이라도 그 방의 향기와 포근함을 느끼며 잠시나마 여독(旅毒)을 잊고 있을 즈음이었다.


전방에서 마수 무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품속에 검은 돌을 찾았지만 미온이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넌 나서지 마라. 내가 해결하겠다.”


미온의 몸에서 순간 향긋한 냄새와 함께 분홍빛 마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방에서 접근하던 마수 무리는 어느 순간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더니 우회 비행을 하며 지나쳤다.


언제 봐도 대단하단 말이지···


종과 종족을 불문하고 상대를 유혹해 뜻대로 부릴 수 있는 그녀의 힘은 가히 특별하면서도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다만 한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그녀가 그 힘을 사용할 때면, 근처에 있던 내 역시 그녀의 능력에 노출 돼버린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매혹의 권능인 만큼, 최음의 효과가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는 모양.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미온의 신체를 만지다, 뒤늦게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나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만지다 내 행동을 알아채곤 황급히 손을 거둬들였다.


“미, 미안···!”


미온은 매번 그래왔듯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손동현. 그 정도로 일일이 사과하지 마라. 우린 이미 성기”


“그만.”


다음 대사가 예상이 되어 황급히 말을 잘랐다.


아무튼, 우리의 비행은 한밤중까지 계속되었다.


비행 자체는 미온의 역할이지만, 캠핑 장소를 찾는 건 내 몫이었다.


이 위험으로 가득한 마계라는 곳에서 인간이 쉴 수 있을 만한 장소를 찾는 건, 인간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미온은 내가 적당한 장소를 찾을 때까지 쭉 북진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북서쪽 전방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발견했다.


그 규모가 컸기 때문에 자연적인 현상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미온. 저쪽으로.”


“알았다.”


미온은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다가가니 거대한 불길이 주변 숲 지대를 모조리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선 사람의 비명과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이 있어···!”


거의 일주일 만에 들은 사람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내 목소리는 다급해졌다.


미온이 속도를 올려 검은 연기 속으로 파고든 순간, 불길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보인 건 입에 화염을 내뿜는 와이번들이었다.


놈들은 땅에 내려앉아 초가집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의 목을 물어 뜯으며 포식하고 있었다.


수인, 용인, 뱀인 등 다양한 종족들이 쟁기와 나무 몽둥이를 들고 저항했으나, 그들의 무기는 와이번의 피부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고 집들이 모두 불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나서기도 전에 미온이 내게 말했다.


“손동현. 나서지 마라. 저것들은 내가 돌려보내겠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검은 돌을 집어 든 상태였다.


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와이번을 용서할 수 없었다.


“저 녀석들은 대가를 치러야 해.”


“손동현! 잠깐!”


미온이 목소리를 뒤로하고 검은 돌을 가슴에 대는 순간 빠르게 악마화가 되었다.


나는 땅에 안착하자마자 칼날을 빼 들었다.


“너네들 다 죽었어.”


곧장 달려들어 주민들을 공격하는 와이번의 목을 빠른 속도로 베어나갔다.


눈에 밟히는 것만 스무 마리.


이미 이 작은 숲속 마을은 녀석들에 의해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살아남은 주민들도 그마저 대부분 와이번의 먹이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눈에 밟히는 와이번들을 모조리 죽이고, 마침내 가장 몸집이 큰 와이번과 마주했다.


전신에 온갖 상흔이 흉터로 남아 있는 모습으로 보아 놈이 우두머리로 보였다.


놈을 발견했을 때, 녀석은 주민 여럿을 한 번에 집어삼키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놈은 붉은 빛이 도는 짐승의 눈으로 잡아먹은 시체의 피를 입에 질질 흘린 채 나를 돌아보았다.


“역겨운 놈.”


나는 양손의 칼날에 피를 털며 놈의 공격에 대비했다.


녀석은 내 살기를 느꼈는지, 곧바로 입을 벌려 화염을 내뿜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우습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다.


나는 능숙하게 칼날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염 덩어리 째 베어내고, 동시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몸집이 3층 건물만 한 녀석이었기 때문에, 내가 다가갈 수록 놈은 고개를 떨어뜨리면서 화염 공격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분사되는 화염의 속도는 내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했다.


나는 단숨에 녀석의 몸통 밑으로 뛰어들며 칼날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춤추듯 몸을 놀리며 갈지(之)자로 우두머리 와이번의 몸을 절단했다.


후두두둑.


토막 난 놈의 살덩어리가 공중에서 피 분수를 뿜으며 우수수 쏟아졌다.


녀석이 마지막 남은 와이번이었기 때문에 제자리에 서서 칼날에 뭍은 피를 털어냈다.


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살아남아 근처에 숨어있던 주민 몇 명과 눈이 마주쳤다.


“저기··· 이제 괜찮···”


내가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숲속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나는 멍하니 그들이 사라진 숲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미온이 날아와 내 옆에 안착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손동현. 공기가 나빠지고 있다. 벗어나지.”


“어, 응···”


미온은 내가 올라타자 곧바로 연기를 뚫고 날아올랐다.


매캐한 공기가 사라지고 차디찬 밤공기의 상쾌함이 느껴졌다.


---


---


“그러니까 마왕성으로 가려면 일단 도시를 찾아야 한다는 거지?”


“그래. 오만의 층은 넓다. 그만큼 마왕성으로 가는 길은 멀고 복잡하지. 여러 도시를 거쳐 가야 할 거다. 그러니 우리에겐 지도가 필요하다.”


미온은 오골계를 막대기에 꽂아 넣고 모닥불에 굽기 시작했다.


“난 당연히 너가 마왕성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을 줄 알았어.”


에마는 한때 마왕이었다.


그렇기에 딸인 미온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디자이어에서 나고 자랐다. 오만의 층에 대한 얘기는 듣기만 했지.”


“그렇구나.”


미온도 오만의 층에 대한 정보가 적은 만큼, 현지인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게 중요해졌다.


나는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던 주민들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은 왜 날 두려워했을까.


내가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 있으니, 미온이 오골계 다리를 뜯어 내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들고 아무 생각 없이 뜯어먹고 있는데,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손동현. 나는 네가 메이 공주의 마력을 사용하는 걸 자제했으면 한다.”


뜻밖의 말이었기 때문에 나는 미온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메이 공주의 마력은 사용자의 정신을 파괴한다. 파괴의 권능이 서려 있기 때문이지. 너도 아마 느끼고 있을 거다.”


그녀의 말대로 나도 알고 있었다.


그 힘을 처음 사용했을 때를 떠올려봐도 쉽게 알 수있었다.


드베르그 시의 지하에서 나는 이성을 잃었었다.


지금처럼 이성을 유지한채 악마화를 할 수 있었던 연유에는 레쉬메프의 푸른 빛의 힘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레쉬메프의 힘이 사라진 이상 그 힘의 보호 없이 악마화를 해야만했다.


어째선지 드베르그 때처럼 이성을 잃어버리진 않게 되었으나,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진 그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언제 문제가 터질지는 모를 일이었다.


미온은 그것에 대해 경고하는 셈이었다.


그제서야 매번 미온이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말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인간인 네가 받아들일 수 없는 성질의 힘이다. 이미 네 몸이 메이 공주의 마력에 익숙해져서 영향은 줄었을지 몰라도 언젠가 그 마력에 삼켜질 거다. 앞으로는 사용에 주의해라.”


그녀의 말에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검은 돌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와이번에게 달려들기 전 미온이 나를 말렸을 때, 나는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그때 내 머릿속은 와이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억누를 상황이 아니었다.


마치 검은 돌이 자신의 힘을 사용하게끔 사용자인 나를 부추기는 듯한 느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루빨리 마왕성으로 가서 엔에게 검은 돌을 돌려주어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버스에서 꺼낸 담요를 덮고 누웠다.


미온이 선언한 대로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내게 잠자리를 강요하지 않았다.


여왕으로서의 체통인 건지, 떠나는 날 잊기 위한 그녀 나름대로의 각오인 건지.


이유를 물어보지 않는 이상, 그녀는 답해주지 않겠지.


그렇다고 또 이유를 물어볼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언제고 존중할 테니.


미온은 나와 동떨어진 나무 위에 기대어 밤새 선잠으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마력을 느낄 줄 아는 마수면 알아서 피할 테지만, 가끔씩 무지한 하급 마수가 다가올 때가 있어 불침번은 필요했다.


나도 미온을 위해 불침번을 서고 싶었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절했다.


자신의 체력은 영향이 없지만, 내 체력은 소모될 것이라면서.


그것이 미안해서 가끔 자는 척 그녀를 지켜볼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미온은 조용히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오늘 밤도 같은 마음으로 누워있을 때였다.


샤샥.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불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흔들린 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온도 나무 위에서 내려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명백한 경계 태세.


나도 담요를 벗어 던지고 여차하면 악마화할 심산으로 검은 돌에 손을 올려두었다.


스으윽.


그때 수풀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숯처럼 거뭇거뭇한 뱀인이었다.


그와 가장 먼저 눈을 마주친 건 나였다.


그는 내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 짐과 동시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명백한 두려움의 표시였다.


또야.


이번에야말로 이유를 듣고자 나는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최대한 살갑게 말했으나 오히려 역효과였는지, 뱀인은 히익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처해하던 차에 미온까지 가세하니 결국 그의 사타구니 쪽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벌벌 떨면서 엎드린 채 울먹였다.


“사, 살려주십시오! 다, 다시는 이민 따위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난데없이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그는 엎드린 채 떨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닥불의 불을 키우고 그를 그 근처에 데려갔다.


밤공기에 차갑게 식어있던 그의 피부가 노곤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에 다시금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런데 뱀인은 편안한 모습은커녕 갑자기 땀을 비 오듯 흘리기 시작했다.


분명 뭔가 불편할 법도 한데, 끝까지 한마디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던 그는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왜, 왜 그러지?”


내가 당황하는데, 지켜보고 있던 미온이 말했다.


“저 녀석의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뭐, 뭐라고?!”


놀란 내가 서둘러 모닥불에서 그를 떨어뜨렸다.


미온의 말대로 피부를 만져보니 불판처럼 뜨거웠다.


그제서야 이 뱀인의 피부가 뱀의 가죽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아챘다.


“맞아. 파충류는 변온동물이었지···”


변온동물은 말 그대로 외부의 온도에 따라 체내의 온도가 바뀌는 동물.


그만큼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모닥불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 버린 것이다.


모르고 모닥불에 불을 키운 나도 나지만, 이 뱀인도 너무 순종적이었다.


결국 두 사람이 만들어 낸 환장의 콜라보.


“온도가 내려가면 금방 괜찮아 질거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이거 참 난처하게 됐네.”


---


---


기절했던 뱀인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져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저, 저는 당신이 귀족인 줄 알았습니다.”


“귀족이요?”


“네··· 손이라고 하셨나요? 당신의 외모가 오만의 귀족과 너무 닮아서 오해했습니다···”


이건 도대체 또 무슨 말인가.


내가 오만의 귀족과 닮았다니.


도대체 오만의 귀족은 무엇이길래?


설마 인간이 오만의 귀족인 걸까?


하지만 그 의문은 뱀인이 금세 지워주었다.


“오만의 귀족은 대부분 뱀파이어입니다. 인간과 매우 흡사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낮이 되어도 멀쩡하신 걸 보니 진짜로 인간이 맞으시군요. 참 다행입니다.”


그렇다.


이 뱀인은 내가 햇빛에 노출돼도 멀쩡한 걸 보고 인간인 것을 확신해서 마음을 놓은 것이다.


그 증거로, 여전히 미온에게는 벌벌 떨고 있었다.


“제 이름은 락슨입니다. 크로크 시에서 도망쳐 나온 탈주민이지요. 페로몬 숲 깊숙한 곳에, 같은 탈주민들과 마을을 짓고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사라졌지만요.”


“어제 와이번의 습격을 받은 마을의 주민이시군요?”


“어, 어떻게 그걸···”


알다마다.


내가 그곳을 불태우는 와이번들을 모조리 죽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말을 했다간 락슨이 또다시 입에 거품을 물가봐 그 말을 삼켰다.


“혹시 크로크 시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 저희가 그쪽으로 가야 되서요.”


그 도시를 탈주한 탈주민한테 물을 만한 질문은 아니지만, 사실상 질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현지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크로크 시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마을이 흔적도 없이 타버렸으니까요.”


락슨 씨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혹시 거리가 어느 정도 될까요?”


“걸어가면 일주일은 걸릴 겁니다.”


그럴 시간은 없었다.


내가 미온을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펼쳤다.


“히, 히익!”


다시금 요란한 비명을 내며 바들바들 떠는 락슨 씨.


그를 미온에게 태우려 했는데, 이러면 태울 수가 없었다.


나는 최대한 구슬려서 왜이리 미온을 두려워하는지 물었다.


“그, 그야··· 이, 일곱 뿔을 가지셨으니까요··· 저, 저 같은 하급 마족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높은 분이십니다요.”


한숨부터 나왔다.


그도 이럴 정도면 앞으로 만날 모든 이들이 다 똑같이 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혹의 권능이라면 이러한 락슨 씨의 불필요한 감정을 제어할 순 있을 것이다.


미온도 그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런 강제적인 방법으로 락슨을 부리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매번 매혹의 권능을 쓸 순 없는 법.


나는 한가지 꾀를 냈다.


“미온. 그 뿔 좀 가려야 할 것 같은데.”


“난 상관없다.”


동의도 받아 냈겠다.


나는 버스를 소환해서 언제 한번 나이 든 등산객이 놓고 간 요란한 문양이 그려진 두건을 꺼냈다.


그녀에게 그 두건을 씌우니 조금은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뿔은 확실히 가려졌다.


“큭!”


“왜 웃지?”


“아니··· 생각보다 어울려 가지고···”


두건이 가져온 효과는 굉장했다.


뿔만 가렸을 뿐인데, 미온을 바라보는 락슨의 눈에서 두려움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그는 몇번이나 거부했지만, 결국 설득에 못이겨 미온의 등 위에 올라탈 수 있었다.


걸어서는 일주일이었지만, 날아서는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멀리 크로크 시의 전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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