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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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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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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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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 시련(1)

DUMMY

8월이 끝날때까지 나는 14승 6패, ERA 2.44를 기록중이었다.


‘어지간해서는 방어율은 문제 없어, 1승만 채우면 된다.’


어차피 정규리그 마지막 한 달이다.

규정이닝도 거의 다 채웠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방어율 미션은 달성했다고 봐도 된다.


문제는 승수 였다.

승이라는 것이 내가 잘 던진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고, 건강때문에 로테를 많이 건너 뛰었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었다.


‘한 번만.. 한 번만 잘 던지면 돼.’


어차피 정상적인 로테이션대로라면 5번 정도의 기회가 있다.


그 중에 1승만 올리면 된다.



그리고 맞이한 대전원정, 이글스와의 경기

약체 이글스에 6회까지 2-1로 무난히 이기고 있었다.


투구수도 75개로 여유가 있는 상태.


“성운아, 그만 던지자? 충분히 잘 던졌어.”


경호헌 투수코치가 허벅지를 두드려주며 웃는다.


“1이닝 더 가죠. 아직 여유있습니다. 저 지난 로테도 쉬어서 괜찮습니다.”


열흘만의 등판이라 힘이 남아돌았다.


“야.. 그래도 무리하지마, 올해도 많이 던졌잖아? 규정이닝도 다 채웠는데..”

“어제 불펜 소진 많았잖아요? 한 이닝만 더 던질게요.”

“그래?”


어제는 치고받고 난타전이었다.

클럿코가 로테에서 빠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일단 기다려 봐, 감독님한테 보고 좀 하고..”

“넵”


그래도 국내파 에이스라고 확실한 대우를 해준다.

젊은 우리 감독은 최대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스타일이다.

에이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지간해서는 들어줄 거다.


“오케이, 라스트 깔끔하게 잡고 가자?! 응?”


경호헌 코치가 웃는다.


“네, 걱정 마십시오!”


‘한 점 차야. 내가 한 이닝 더 막은 상태에서 영우한테 물려줘야해.’


어제 성용이가 많이 던졌다.

그래서 내 투구수가 많지 않으니 7회까지 던지고 싶었다.


그리고 1점차라 남한테 맡기는 것보단 내 스스로 던지는게 더 좋았다.


그러나 상황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원아웃을 잡고 옷에 살짝 스친 사구(死球)가 나오면서 주자가 1루에 나갔고 병살타가 되었어야 할 타구를 오지훈 선배가 공을 펌블하면서 1사 1,2루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타자를 삼진잡고 투 아웃 상황에서 다시 볼넷.

투아웃 만루가 되어버렸다.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온다.


‘제기랄..’


심판에게 가서 공을 받아들고 올라온다.

이는 교체를 의미한다.


“코치님, 저 더 던질 수 있습니다. 제가 막게 해주세요.”

“진작에 바꿨어야 해, 너 이번회에 25개 던졌어. 100구 채웠다고.”

“코치님”

“성운아, 내려가자.”


경호헌 코칭의 표정은 단호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마운드로 뛰어올라오는 홀드 1위 셋업맨 정영우,

나는 영우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성운이 나이스, 나이스!!!”

“수고했어”, “수고했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나를 투수들이 하이파이브로 맞아준다.


6과 2/3이닝 1실점, 이번회만 잘 막으면 된다.


나는 수건으로 흥건하게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땀을 닦는 내 오른손은 또다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휴우”


“잘했어, 성우나. 그냥 믿고 봐. 괜찮아.”

헌수 선배가 내 허벅지를 두드려주고 간다.


“성운아, 너 팔 괜찮아?”

김종일 트레이너가 매의 눈으로 내 팔을 쳐다본다.


“아휴, 괜찮습니다. 멀쩡해요.”

나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시작되는 영우의 피칭

타자는 미완의 거포 노지환, 대전의 슈퍼스타 김대균 이후로 최고 주목을 받는 차세대 홈런타자다.

아직은 한자릿수 홈런에 불과하지만 3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포텐셜이 있다고 주목받는 타자.


“나이스!! 좋아,좋아!!!”


영우가 손쉽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자 더그아웃이 환호에 빠졌다.


“스트~~~라이크 투”

심판의 우렁찬 구호에 더그아웃은 신이 났다.


“야~~ 못쳐~ 못쳐~~”

“뽈 좋다, 뽈 좋다!!! 죽인다!!!!”


우타자들은 영우의 공을 치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영우는 약점이 아주 많은 투수다.

왼손타자 상대로 약했고,

투구폼이 커서 도루자판기였으며,

타자에게 무슨 공을 던진다고 광고하고 던지는 투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째 리그를 대표하는 셋업맨이었다.

어떻게 투심 하나만으로도 홀드 1위를 질주하겠나?

그만큼 마구라는 소리다.


영우의 투심은 우타자 입장에서는 욕 나오는 마구였다.

푸이드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3년간 피홈런 제로.

최고 157km까지 나오는 미친 무브먼트의 투심이 몸 안쪽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우타자 입장에서는 맞추는 거 자체가 고역이었다.


‘영우가 내 청룡섬격을 익히면 어떻게 될까?’


간혹 그런 상상을 해 본적이 있었다.

청룡섬격의 가장 진화된 상태가 영우의 157 투심이었다.


이때까지 영우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14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투 아웃 만루였지만 투스트라이크 노 볼

포수 유강북 선배는 아예 홈플레이트에서 멀찍이 바깥으로 빠져앉았다.


제 3구



쉬이이이익


'위험해!!'


영우가 공에서 손을 놓는 순간 위험하다라는 걸 알았다.

강북이형이 두 걸음은 빠져 앉았음에도 영우의 투심은 바깥꼭 꽉찬 코스로, 심지어 높게 날아가고 있었다.


따악!!!!


이 말인즉슨 홈플레이트를 통과할때는 한가운데로 들어간다는 소리다.


노지환이 후려친 타구는 그대로 좌중간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 펜스를 맞고 떨어진다.


“아이 씨!! 왜 투나씽에서 한가운데를 던져!!”


더그아웃에서 누군가가 소리친다.

아마 투수는 아닐것이다.

투수는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3루주자 홈인

2루주자 홈인

1루주자가 홈에서 승부를 하지만 세이프


역전 싹쓸이 2루타가 되어 2-1이었던 점수는 4-2가 되었다.


‘후우.. 카메라가 지금쯤 나를 잡고 있겠구나.’


나는 부처님에 빙의해서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가장 온화한 표정을 짜내고 있었다.

이왕 맞은거니까 어쩔 수 없다.

선발투수가 역투하고도 가장 짜증나는 전개, 1년에 몇 번 안 나오는 그런 전개가 오늘 나왔다.

어쩔 수 없다.

노지환이 잘 친거다.

그나마 영우 공이 워낙 힘이 있어서 밀려 맞아 홈런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이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되었고, 그나마 에러가 끼어있던 탓에 방어율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뼈아팠던 것은 1게임이었던 1위 랜더스와의 경기차가 2경기차이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닝이 끝났을 때 영우가 화장실에 다녀와서 얼굴에 물이 흥건히 젖은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다.

같은 투수들은 안다.

저때의 기분을 모르는 투수는 없다.


나는 영우 옆에 가서 슬쩍 앉았다.

말 없이 그저 어깨만 두드려 줬다.


“죄송.. 합니다.”

“잘 했어, 잘 던졌어. 그냥 백만분의 1의 확률이 나온 거 뿐이야. 사고 당한걸 왜 사과를 해?”

내가 웃어주자 영우는 더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확실하게 뺏어야 하는데.. 제가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나는 잘 알고 있다.

이게 영우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구위에 워낙 자신이 있다보니 가끔 포수가 빠져앉아도 그냥 될대로 되라고 집어넣는다.

일부러 그렇게 던지는 건 아닌데, 맞으면 할 수 없지라는 심정으로 던지니 그렇게 된다.

코스가 가운데인게 문제가 아니라 공이 높았던게 문제였다.


“괜찮아, 괜찮아!! 잘 했어. 영우야, 형은 너 밀어내기 내 줬으면 화 냈을거야. 잘 던졌어. 오늘 져도 마지막에 우리가 이기면 되는거야, 알지?”

“네.”

“고맙다. 야!, 형은 네가 내 뒤에 있어서 든든해. 우리 투수들 다 똑같애, 알지?”

영우를 가볍게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화장실로 갔다.


‘그래.. 이렇게 인간되어 가는거지.’


내 스스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후배들도 챙기는 구나.

그냥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던 내가 사람도 챙기고, 위아래 연결도 하고, 그런 인간이 되어가는 구나 싶어서 조금은 뿌듯했다.


‘이제 나도 28살이니까.. 4번째 28살.’


회귀에 대해서도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남들은 젊음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모든걸 바치겠다는 사람들이 천진데 나는 무한히 20대만 살지 않나?

벌써 네 번째 20대말의 삶이다.


‘몸은 20대인데 마음은 60대네, 풋’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손이 다시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안면근육도 움찔움찔한다.


‘왜.. 왜이러지?’


“성운아!! 너 괜찮아?”


돌아보니 화장실 입구에 김종일 수석트레이너가 서있다.


“야, 성운아, 너 나 좀 봐봐.”

“네?”

“괜찮아? 왜 얼굴을 움찔거려? 아파?”

“아.. 아이데요.”

“너 발음이 왜 그래? 혀가 이상하니?”

“아.. 아임니..다.”


나도 순간 당황했다.

내가 왜 이러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성운아, 안되겠다. 나랑 병원가자. 일단 진단부터 받아보자. 응?”

“네.”


나도 무조건 뺄 일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과 단장, 나와 김종일 트레이너가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단장도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야, 성운아, 너 언제부터 그랬어?”

“그게.. 지난 겨울부터 조금씩 그랬습니다.”


“이 녀석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말을 해야지.”

“아. 그냥 뭐 아프거나 그런게 아니라서요. 운동을 열심히해서 근육경련이 일어나나? 생각했습니다.”


보통 이정도 장면에서 우리 단장 평소 스타일이면 농담으로 받아친다.

그런데 아무말없이 심각한 표정이다.

이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증거다.


“저, 일단.. 서울 먼저 올라가서 병원을 가지, 응?”

감독이 안절부절 못하고 나와 트레이너를 번갈아본다.


“네, 그럼 저희는 오늘 바로 서울 올라갈게요. 제가 내일 성운이 데리고 병원 가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김수석께서 좀 데리고 가 주세요.”


등판을 마친 나는 트레이너와 함께 서울로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성운아, 이녀석아, 뭐든 건강이 우선이야, 건강해야 운동도 하는거지.”

“수석님 뭐 짚이는 거 있으세요?”

“뭐가 있겠어? 정말 가벼운 탈수나 갑상선질환일수도 있고, 운동선수니까 근육떨림도 자주 올 수 있어. 그리고, 뭐 간혹가다 척추의 신경문제인 경우도 있고, 내가 의사가 아니니까 의사한테 가보자는 거지.”

“뭐 별거 있겠어요?”

“그래, 그냥 마그네슘 먹으라고 할 수도 있어, 그럼 다행인거고.”


사실 나는 담담했다.

그런건 문제가 아니다.

맨날 죽는데 죽으면 어떠한가?

어차피 길어봐야 30살까지의 삶이다.

이미 28살이니 종착역 근처에 와 있다.


문제는,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1승만, 제발 1승만 더하자. 그리고 우승만.. 그럼 회귀안해도 여한이 없어.’



****

다음날 나와 김종일 트레이너는 지정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의사에게 증상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명을 했다.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죠?”

“자각하기 시작한건 지난 겨울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전혀 없으셨고요?”

“아.. 운동선수니까 웨이트 트레이닝 격렬하게 하면 간혹 옵니다. 그건 네, 많이들 그래요.”

“네, 맞아요. 급격한 운동이후에 그럴 수 있습니다.”


옆에서 김종일 수석 트레이너가 거든다.

“혹시 짚이는게 있으십니까?”


의사가 빙그레 웃는다.

“짚인다고 막 진단 할 수는 없지요. 중요한 선수이니만큼 이런저런 정밀검사를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병원에 몇 번 오셔야 할 거에요.”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오늘 끝나는게 아니고요?”

“이런건 무슨 검사 딱 한번에 답이 나오는게 아니라서요.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듣는 그 순간에도 내 오른팔은 꿈틀꿈틀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지? 단순한 근육떨림인가? 아니면 내 죽음과 연관이 있나?’

어떻게든 빨리 15승을 만들어놔야 했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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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Not Fate - Playoff again(1) +4 24.05.07 147 10 15쪽
54 54. 흑룡잔영(黑龍棧影) +6 24.05.06 144 7 15쪽
53 53. 봉인 +6 24.05.05 164 7 16쪽
52 52. 한 여름밤의 벤치클리어링 +8 24.05.04 178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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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기자회견(1) +4 24.05.02 180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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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걱정 하나도 안 해 +6 24.04.27 20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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