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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의 문: 마족환생기(魔族還生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3.05.20 23:10
최근연재일 :
2023.08.14 21:35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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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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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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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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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의 시대 <80> - 운명(4)

DUMMY

세익도 다소 난감했다.

지금껏 세익은 눈 앞에 보이는 요괴나 마물들을 베어왔지만 원령들과 싸워 본 적은 없었다.

막연히 칠성귀검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법력이 없는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네 사람은 거의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해가 밝았다.


“말순아 너 지금 당장 귀주사로 가서 대청법사님과 세하, 그리고 영영이를 모셔오거라. 세하와 영영이도 아마 귀주사에 있을 거야. 어젯밤 일을 전하면 다들 달려올 것이야.”


“저 혼자 가나요?”

말순이가 주저하자 세익이 말했다.


“내가 가면 여인들 셋이서 더 불안 할 것이 아니겠느냐? 날이 밝아 요귀가 범접하기 어려우니 걱정말고 다녀오너라.”


이에 말순이 인사를 하고 귀주사로 떠났다.

주영의 어머니는 어제 받은 부적을 남은 방에 모두 붙였다.


“이왕이면 부엌에도 붙이면 좋을텐데.. 부엌에 붙일 부적은 없나?”


주영의 어머니가 묻자 세익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네 장모님, 어제 받은 부적은 그게 다입니다. 딱히 부엌에 붙이라는 말은 없었으니 영영이가 오면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영영과 세하가 도착했다.


“미안해요, 마을에 볼 일 보러 갔다가 늦게 알았어요.”


영영이 서둘러 들어와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흐음···”


영영이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자 세하가 물었다.


“영영아, 왜? 무슨 일인데?”


영영이가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일단.. 지금 이순간에는 적어도 내 눈에 보이는 요귀는 없어. 그 말은 집에 붙은 요귀는 아니라는 소리야.”


“다행이네.” 세하가 거들자 영영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집에 붙는 요귀가 아니라는 건 개인에게 붙는다는 거야, 더 질이 나빠. 집에 붙으면 최악의 경우 그 집을 버리면 되지만 개인에게 붙는건 따라다니니까..”


“그럼 누구에게 붙었다는 거야?”


세하의 말에 영영은 말 없이 세익을 쳐다본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주영은 세익의 손을 꼬옥 잡는다.


이런 일이 언젠가 생길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것들과 척을 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던 터였다.


세익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나에게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항마사로 된 속옷과 이 칠성귀검이 있으니까.. 눈 앞에 나타나면 요귀건 마물이건 베어 버리면 그만이다.”


“바로 그 칠성귀검이 문제에요.”


영영이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칠성귀검과 항마사의 궁합이 아주 안 좋아요. 두 오라버니 모두 항마사로 된 옷을 입고 계시고 부적도 지니고 있어서 어지간한 잡귀는 접근을 못합니다. 아마도 그것들 눈에 두 분이 보이지도 않을 거에요. 다만, 칠성귀검은 요귀를 베는 검, 귀신을 베니까 자꾸 잡귀를 불러들이고 요귀들이 홀린듯 칠성귀검 곁에 몰려듭니다.”


“일전에 은령이나 율령은 칠성귀검이 싫다고 옆에 안 오려고 했는데?”


세하의 물음에 영영이 다시 설명한다.


“요귀라도 은령언니나 율령이는 토착신 수준에 도달한 요귀라서 자신의 의지로 멀리 할 수 있지만 악령이나 잡귀, 영혼들은 또 달라. 그들은 불나방처럼 칠성귀검의 귀기에 이끌릴 수 있어. 게다가 저번에 천호들을 많이 베어서 그들의 원한이 이미 그때부터 달라붙었을 거야. 천호의 원령은 엄청나게 강해서 수많은 원령들이 끊임없이 세익 오라버니를 괴롭힐거야.”


영영의 담담한 설명에 주영은 툇마루에 주저앉고 만다.


“아이구, 얘야, 괜찮니?”


주영의 어머니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한다.

그 때 세하가 영영이를 보고 말한다.


“그럼 나는? 나도 같이 천호를 베었는데? 형이 더 많이 죽이긴 했지만 나도 같이 베었어.”


“오라버니 한테는 칠성보주가 있으니까 원령이나 잡귀가 아예 접근을 못 해. 그 거대하고 영험한 기운에 잡귀들이 감히 다가올 엄두를 못 낼거야.”


그랬다.

칠성보주는 귀하디 귀한 전설의 응룡의 여의주, 전 세계에 다시 없을 영험한 보물이었다.


“그리고···.”


영영이 말을 이어가며 세익을 바라보았다.


“오라버니에겐 지금 몇 가지 저주가 붙어있어요. 아마도 세익 오라버니를 노리는 원령은 하나가 아닌 것 같아요. 그 저주가 지금은 항마사로 지은 옷 때문에 오라버니를 침식하지 못하지만 그 옷을 벗게 되면 아마도···.”


그러자 세익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옷을 빨지도 말고, 목욕도 하지 말라는 소리더냐? 하하”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입은 채로 그냥 씻으시는 거에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때 세하가 다시 영영을 채근했다.


“그 저주라는게 뭐야?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어?”


“나도 몰라, 나라고 다 아는건 아냐. 확실한 건 어떤 종류의 이질적인 저주 두가지 이상이 오라버니의 몸을 감싸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내 눈에는 아지랑이처럼 오라버니의 몸 밖에서 이글거리며 공간이 흔들리고 있어. 이 저주가 병을 일으키는 것인지 화를 불러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어.”


영영은 모두에게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아마도, 오라버니의 설명 대로라면 간 밤의 악령은 고수여칠(枯瘦如漆)이 아닐까 싶어. 아마 옷칠을 한듯 새까맣고 깡마른 하체만 있는 여자귀신일거야. 고수여칠의 퇴치법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악령이라면 기본적으로 소멸시키던가 구제해서 성불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어. 그리고, 또 하나의 악령은 무언지 모르겠지만 천호와 관련된 것이라고 봐야지.”


세하가 세익 가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 우리 집으로 다 같이 가자. 내가 칠성보주로 결계를 펼쳐놓을게. 그럼 악령이고 뭐고 못 들어올 거야. 어차피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 혼자 하인들과 사는데 그 큰집에서 외로워, 형이 집안의 장남인데 같이 살아야지? 들어와, 형수님 출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러나 세익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또 도망다니는 것은 지겨워, 또 집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 피하고만 살겠니? 명나라에서 사흉수라는 궁기와도 싸웠고 야구자도 베었다. 그깟 악령따위, 그깟 저주따위 두렵지 않아. 인간이 병이 나면 의원에게 가면 되고 의원이 못 고치는 병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보···”


주영은 남편이 걱정이 되어 앉은 채로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악령 따위한테 굴복하지 않아. 내 눈에 띄면 칠성귀검으로 베면 그만이야.”

영영이 세익에게 몇 마디 당부하며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고수여칠을 잡으려면 저녁때마다 밥을 한 그릇 더해서 주방에 가져다 놓으세요. 그녀는 항상 굶주려 있으니 먹을 걸 내놓으라고 난리일 겁니다. 주방에만 부적을 붙이지 않고 있다면 그녀가 와서 먹을 때 칠성귀검으로 베어버리시면 될 거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에요. 대청법사님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 법사님과 한 번 의논해 보세요.”


“그래, 영영아 고맙구나. 네 덕에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


“그리고 오라버니, 가급적이면 집 마당에서는 귀검을 사용하지 마세요. 아무래도 귀검은 영혼들을 끌어모읍니다. 저는 그럼..”


영영이는 식신을 타고 다시 가버렸다. 세하는 영영이를 큰 길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온다고 따라 나갔다.


‘그랬구나, 내가 무공연습한다고 집에서 매일 칠성귀검을 꺼내 흔들어서 그리 된 모양이구나.’


생각해보니 칠성귀검을 받은 이후로 주로 무공을 수련했던 장소는 귀주사 아니면 소마단 내부에서였다. 귀주사는 법력으로 가득찬 곳이었고, 소마단은 결계로 인해 외부와 아예 차단된 곳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머니가 어릴때 그토록 나한테 안 보여주시려던 이유가 있었구나.’


사람들을 진정시킬 때 즈음 세하가 다시 돌아왔다.


“형, 정말 우리집 안 갈거야? 할머니 집이기도 하잖아. 형수 출산까지 두 어달만이라도 와 있어. 시종들도 많으니 편할거야.”


“그래, 그렇게 하세.”


장모까지 거드니 아내 생각은 안 할수가 없었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나는 그 고수여칠인지 뭔지를 잡아놓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나한테 붙은 귀신이라니까 내가 잡아야지. 세하 네가 여기 사람들 데리고 먼저 가 있어. 나는 3일안에 갈게. 만약 3일안에 귀신이 안 나타나면 그냥 갈 테니까 그런 줄 알고 먼저 결계를 쳐 줘.”


“여보, 당신을 두고 저 만 갈 수 없어요.”


주영이 황급하게 세익을 잡았으나 세익은 웃으며 손을 떼어냈다.


“걱정 마, 나도 낮에는 매일 찾아갈테니까, 딱 3일만 있어보지 뭐. 내가 누구야? 명나라 마교와의 전쟁에서도 살아남았는데 그깟 악령따위 아무것도 아냐. 응?”


주영은 걱정되었지만 낮에는 찾아온다는 말에 납득했다.

무공이 고강하고 요귀도 베는 칠성귀검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겠냐 싶었다.


“형, 이거 받아..”


하늘로 쏘아올리는 폭죽이었다.


“위급상황에서는 이걸 하늘로 쏴 올려. 그럼 내가 보주를 가지고 달려갈테니까..”


“이 녀석이 형을 뭘로보고.. 하하.. 그래 알았다.”


세익은 세하의 등을 쳐주며 폭죽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모든 식구가 내려가 대모신녀의 저택으로 피신해 가고 세익만 혼자 남았다.


그 날은 밤이 깊도록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 낮에는 아내를 보살피고 밤에 다시 빈 집에 돌아왔지만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씻어야겠다.’


혼자 남은 세익은 물을 받아 목욕을 시작했다.

순간 영영의 말이 생각났으나 이내 피식 웃고 옷을 모두 벗은 채로 나무 통 안에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다만, 칠성귀검은 언제든 손을 뻗어 잡을 수 있는 곳에 두었다.


천천히 몸을 씻고 일어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익은 옷을 다시 갖추어 입고 방에 자러 들어가다.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각


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


예의 그 소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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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인간의 시대 <81> - 운명(5) 23.08.12 113 0 11쪽
» 인간의 시대 <80> - 운명(4) 23.08.11 110 0 10쪽
80 인간의 시대 <79> - 운명(3) 23.08.10 129 1 10쪽
79 인간의 시대 <78> - 운명(2) 23.08.09 116 0 10쪽
78 인간의 시대 <77> - 운명(1) 23.08.08 125 1 10쪽
77 인간의 시대 <76> - 수구촌(壽九村)(4) 23.08.06 131 2 11쪽
76 인간의 시대 <75> - 수구촌(壽九村)(3) 23.08.05 117 0 10쪽
75 인간의 시대 <74> - 수구촌(壽九村)(2) 23.08.04 124 0 10쪽
74 인간의 시대 <73> - 수구촌(壽九村)(1) 23.08.03 122 0 10쪽
73 인간의 시대 <72> - 귀환(2) 23.08.02 119 0 9쪽
72 인간의 시대 <71> - 귀환(1) 23.08.01 130 1 11쪽
71 인간의 시대 <70> - 마족강림(3) 23.07.30 126 0 11쪽
70 인간의 시대 <69> - 마족강림(2) 23.07.29 114 0 9쪽
69 인간의 시대 <68> - 마족강림(1) 23.07.28 1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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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인간의 시대 <64> - 제단(1) 23.07.23 125 0 9쪽
64 인간의 시대 <63>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4) 23.07.22 1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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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인간의 시대 <61>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2) 23.07.20 135 0 11쪽
61 인간의 시대 <60>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1) 23.07.19 1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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