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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의 문: 마족환생기(魔族還生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3.05.20 23:10
최근연재일 :
2023.08.14 21: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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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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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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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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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의 시대 <78> - 운명(2)

DUMMY

“너도 눈 앞에서 가족을 잃는 아픔을 맛 보거라.”


복면사내는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아.. 안돼.. 제발.. 부디 살려다오. 그냥 나를 죽이고 가족을 살려다오. 나와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렇게 빈다. 제발··· 나를 죽여다오.”


양정이 검을 버리고 네 발로 기어와 무릎을 꿇고 간청한다.


정난공신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양정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 엉엉엉엉”, “대감 흑흑흑”


양정의 가족들이 얼싸안고 울고 있었다.


복면의 사내가 천천히 복면을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세익이었다.


“너··· 너는..? 유대감의 큰 아들?”


세익은 담담한 얼굴로 검을 높이 치켜들고 읊조렸다.


“지금부터 너와 너의 임금의 죄를 말하겠다. 저승에 가서도 잘 새겨라.”


세익은 무릎을 꿇고 덜덜떠는 양정의 가족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러나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첫째, 왕이 되기 위해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죄”,

“둘때, 왕이 되기 위해 충신들을 모함하고 비참하게 살해한 죄”,

“셋째, 그에 동조하여 역적의 누명을 씌워 후대도 비참하게 살아가게 만든 죄”,

“너희들의 죄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만약 이 조선이 나라로서 유지가 된다면 말이지만..”


“나라로서 유지가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


양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세익을 쳐다보았다.


“나는 지난 3년간 명나라에 다녀왔다. 명에는 이미 마족이 부활을 알렸다. 전 무림이 총력을 다해 한 번 막아냈다. 그 때 한 번은 막았지만 앞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야. 명이 멸망하면 조선도 오래가지 못한다. 요귀(妖鬼)의 수라면 조선이 결코 명에 뒤지지 않는데 조선도 얼마가지 못할 것이다.”


세익의 말에 양정은 아연실색했다.


“마족이라니? 대체 그게 무엇이냐?”


“마족은 전설에 나오는 불교 육도의 천상에 사는 천족을 의미한다. 그들이 수천년만에 지상에 인간의 몸을 빌어 현신하는 것이지. 비록 인간의 육체를 빌려 현신하기 때문에 그 능력은 백분의 일, 천분의 일로 봉인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다.”

양정은 깜짝 놀랐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


“믿건 믿지 않건 아무 상관이 없다. 이 모든것은 우리 형제가 명나라에서 직접 겪은 일이니까.. 명나라 무림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인들이 여럿 있다. 그들의 무력은 너희 같은 일반 무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이지. 하늘을 날고 산을 베는 그런 초인들이 마족 단 한 명을 막아내기 버거웠다. 궁금하면 네가 명나라에 사람을 풀어 12천존이 어찌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보거라.”


처음에는 와들와들 떨던 양정이 이내 안정을 되찾고 무릎을 꿇은채로 세익을 올려보았다.


우당탕탕,


“저 놈이다, 대감마님을 보호해라.”


이내 더 많은 숫자의 군관들이 뛰어왔으나 세익은 게의치 않았다.

이때 양정이 몸을 일으키더니 군관들을 모조리 물렸다.


“나는 괜찮으니 모두 물러가라. 내 이 청년과 빚을 청산중일 뿐이야.”


“하지만 나으리.”


“어서 물러가라지 않느냐!”


양정은 비록 정치깡패였지만 상남자였다.

나쁜 짓을 서슴치 않았지만 야비한 사내는 아니었다. 자기가 믿는 주군을 섬기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자였는데 성격이 괄괄하고 근본이 거칠다보니 권력을 등에 엎고 도가 지나친 바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이 죽을까봐 와들와들 떨었지만 세익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라가 어찌 될 지 모르는 중요한 이야기였다. 어차피 군관들 몇 명 더 몰려와서 세익에게 덤벼든다고 해 봤자 시체만 늘어날 뿐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이보게 자네, 내 청 하나 들어주겠나?”


“말 해봐라.”


세익은 담담하게 검을 떨구더니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였다. 어차피 양정정도 베는 것은 언제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 흉악하게는 살았어도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 여기서 나를 처단하는 것을 유예해 준다면 내 한양에 올라가 내 죄를 씻겠네.”


“어떻게 죄를 씻겠다는 말이냐?”


“내 나중에 올라가서 자네 가문의 복권과 주상의 양위를 권하겠네. 자네 말대로 주상은 왕의 자격이 없어. 내가 양위를 권하면 당연히 난 죽임을 당하겠지. 나는 그렇게 죽는게 죗값을 치루는 길이라 생각하네. 그래도 조정이 마족에 대한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양정은 마음이 정리된듯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양위를 권하는 것은 임금에게 임금의 자리를 내놓으라는 소리였기에 대역죄인이 되는 엄청난 발언이었다. 실제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에게 양위를 권하는 것은 반란을 일으켜 왕을 포로로 잡지 않는 이상 없는 일이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내일 당장에라도 관군을 끌고 우리 형제를 습격할지 어떻게 아나?”


양정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그 자리에서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목을 베시게. 그 또한 피하지 않겠네.”


양정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고개를 내밀자 어린 양정의 아들이 엉엉 울며 양정을 감싸고 세익을 보며 외쳤다.


“나으리, 저희 아버지를 살려 주십시오. 저희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저희 아버지 때문에 나으리 가족이 피해를 입으셨다면 제 목을 드릴 것이니 저를 베어 주십시오.. 엉엉엉, 나으리, 제발 부탁드립니다.”


양정의 아들이 세익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메달려 운다.

기껏해야 열 살이 조금 넘었을까? 당시 울며 도망치던 세하와 비슷한 모습에 세익이 흔들렸다.


“마음대로 해라, 만약 내일 관군을 끌고 우릴 죽이러 온다면 그땐 관군모두를 싸그리 쓸어버릴 것이고 너희 가족도 처참히 죽을 것이다. 내 분명히 나와의 약조를 지키는지 지켜볼 것이야.”


세익은 차마 양정가족을 베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서 빠져나왔다.


함경도 절제사 양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세익이 사라진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세익은 며칠을 극도의 긴장속에서 보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행여나 걱정이 되어 거구귀 율령을 며칠 옆에 두었으나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관가의 모습도 그대로인 듯 했으며 특별히 달라진 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밤에 복면을 쓰고 양정의 뒤를 밟아도 보았으나 초췌해 보일 뿐 특별히 다른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다.


‘양정이란 사내가 약속을 지킬 모양이군.’


세익은 이 일은 세하에게는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세익은 이미 가문의 부흥이나 역적의 자식으로서의 삶같은 것은 모두 자신이 짊어질 생각이었다. 세하를 보고 미륵의 아이니 태양천골지체니 뭐니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 것 모두 잊고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병약했던 동생이 이제는 건강하게 되었으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더 바랄게 없었다.


세익은 아내에게 줄 한약재를 사러 갔다가 잠시 귀주사에 들러서 세하를 만났다.


“어.. 형, 오랜만이네?”


“그래, 가는 길에 네 얼굴이나 볼까해서 잠깐 들렀다. 스승님은?”


“아 법사님 영영이 데리고 잠깐 마을로 나가셨어, 볼일이 있으시다고.”


“그랬구나.. 오랜만에 같이 산책이나 좀 할까? 요새 몸은 어때?”


“응, 난 이제 완전히 괜찮아, 단주님이 고쳐주신 이후로···. 단주님 생각나니 슬프네.”


세하는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석단주의 폭사, 청명의 울부짖음, 연기로 변했던 바루자, 이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형, 우리 이제 괜찮은 걸까?”


“뭐가?”


세익은 세하의 의도를 알았으나 짐짓 모른 척 했다.


“지금 명나라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난 그때 귀주의 하늘이 잊혀지지가 않아. 그 검은 하늘과 하늘에서 내려오던 검은 기둥들, 천지를 뒤덮던 궁기들과 야구자들, 지금쯤 명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익은 먼 산을 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신경쓰지마, 우리와 상관 없는 일이야. 그건 명나라의 일이고 우린 조선인이야. 우리가 신경쓸만한 소식이 생기면 이미 관에 그 소식이 먼저 전해져 올거야.”


세익의 말에 세하는 뾰루퉁해졌다.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나는 엄연한 소마단원이야, 풍문의 제자라고.”


그러자 세익이 세하의 어깨에 양 손을 올리며 말했다.


“세하야, 잘 들어. 네가 소마단원이 된 것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우린 충분히 그 값을 다 했어. 우리는 부모님의 유훈대로 함경도에서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해. 마족과 얽힐 생각 하지마, 설령 명나라가 마족에 의해 점령되었다고 해도, 조선에 마족이 부활한다 해도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야, 그건 관에서 나서야 할 일이야.”


“형도 봤잖아, 무림 12천존들도 못 막는데, 일자천검 같은 초인도 한 번에 죽임을 당하는데 관이 뭘 어떻게 할 수 있어? 무림맹 연합군 만 명이 반도 살아남지 못했어. 그냥 두면 다 죽을거라고.”


세하는 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족은 인류 전체의 문제이고 힘이 있는 인간이라면 빨리 이 사실을 알려서 한 명이라도 힘을 더 모아야 할 것 같은데 형은 항상 철저히 외면하려고만 들었다.


“네가 나설일이 아냐!! 네 말대로 무림 12천존도 청명이도 당해내지 못했어. 마족은 인간도 아니고 요괴도 아닌 뭔가 이질적인 존재야. 초인도 당해내지 못하는 존재한테 뭘 어떻게 하려고 그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어살면 돼. 그게 우리가 부모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야, 알았어?”


세익의 성난 표정에 세하는 차마 더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응, 알았어. 그냥.. 나는 지나간 모든 일들이 꿈같아.”


세익은 세하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래, 더이상 명나라 이야기는 하지 말자. 참 네 형수가 두어달 있으면 출산할 것 같아. 아이를 낳으면 그땐 너도 보러 오렴, 지금은 네 형수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응, 물론이지, 아이 낳으면 꼭 갈께.”


세익은 세하와 헤어져 집으로 갔다. 저녁때가 되자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영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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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인간의 시대 <79> - 운명(3) 23.08.10 129 1 10쪽
» 인간의 시대 <78> - 운명(2) 23.08.09 116 0 10쪽
78 인간의 시대 <77> - 운명(1) 23.08.08 1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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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인간의 시대 <74> - 수구촌(壽九村)(2) 23.08.04 124 0 10쪽
74 인간의 시대 <73> - 수구촌(壽九村)(1) 23.08.03 122 0 10쪽
73 인간의 시대 <72> - 귀환(2) 23.08.02 119 0 9쪽
72 인간의 시대 <71> - 귀환(1) 23.08.01 130 1 11쪽
71 인간의 시대 <70> - 마족강림(3) 23.07.30 126 0 11쪽
70 인간의 시대 <69> - 마족강림(2) 23.07.29 114 0 9쪽
69 인간의 시대 <68> - 마족강림(1) 23.07.28 1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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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인간의 시대 <64> - 제단(1) 23.07.23 125 0 9쪽
64 인간의 시대 <63>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4) 23.07.22 129 0 10쪽
63 인간의 시대 <62>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3) 23.07.21 125 0 10쪽
62 인간의 시대 <61>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2) 23.07.20 135 0 11쪽
61 인간의 시대 <60>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1) 23.07.19 128 0 10쪽
60 인간의 시대 <59> - 마교대전(6) 현천대사 대 독수마제 23.07.18 1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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