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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의 문: 마족환생기(魔族還生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3.05.20 23:10
최근연재일 :
2023.08.14 21: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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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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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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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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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의 시대 <77> - 운명(1)

DUMMY

형제와 일행은 다시 몇 개월이 걸려 드디어 함경도로 다시 돌아왔다.

부모님의 관을 선산에 이장하고 정성을 들여 제를 지냈다.


할머니 대모신녀는 많은 눈물을 흘렸고, 그 이후에 몸져 누웠다.


세익은 주영의 배가 점점 불러옴에 따라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무공수련과 아내를 돌보는 일에 치중했다.

집에는 주영의 어머니도 있었고, 대모신녀가 보내준 하녀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내사랑이 지극한 세익은 시종일관 아내곁을 떠나지 못했다.


세하와 영영은 대모신녀의 집에서 대모신녀를 간호하고 있었다.

영영은 세하가 명나라에 있던 시절부터 대모신녀의 집을 드나들며 귀신부리는 법을 몰래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가르쳐주던것이 영영의 재능이 워낙에 뛰어나던 탓에 1년남짓만에 대모신녀의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게 되었다.


다만, 영영이의 신분이 워낙 고귀한지라 겉으로는 무당의 주술을 배운 티를 내지 않고 지낼 뿐이었다.


“근데 영영아, 너는 어떻게 예전부터 우리 할머니랑 친해진거야? 한대감님이 아시면 노발대발 하지 않으시니?”


“응.. 그게···”


영영은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은 부모님께 약간의 섭혼술을 걸어놨어.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뭐든지 웃으면서 허락해주셔, 히히”


“섭혼술?”


“응, 그때 명에서 나랑 주영언니가 먼저 돌아왔을때 부모님이 난리가 나셨거든.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2년을 나갔다 왔으니까.. 너무 야단을 치니까 나도 화가나서 천룡안으로 약간 홀려봤는데 의외로 편하더라고, 그래서 섭혼술을 걸어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관여못하게 해 놨어. 헤헤.”


“괜찮은거야?”


“응, 뭐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니까, 그냥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이뻐보이고 화를 못내게 일종의 최면을 걸어둔 것 뿐이야.”


‘무서운 아이구나, 어떤 면에서 생각하면 영영이가 최강일지도..’


“오빠 지금 나보고 무서운 아이라고 생각했지?”


영영이가 찌릿하고 세하를 노려봤다.


“아휴.. 아니야, 얘는 진짜.. 무슨 사람 마음도 맘대로 읽고 그래?”

“읽긴 뭘 읽어? 누구나 보면 알지, 오빠는 표정에 다 드러난다고. 흥”


“알았어, 얼른 들어가자, 할머니 기다리시겠다.”


대모신녀는 그간 몸이 부쩍 쇠약해져 있었다. 이미 나이도 나이인 데다가 딸과 사위 부부의 시신을 보게 되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져 몸져 누워있는 일이 많았다.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와 친근하게 잘 지내던 세하는 명나라에서 돌아온 이후에 할머니와 살면서 병간호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 음식을 좀 더 드시고 기운을 내세요. 금방 괜찮아 지실거에요.”


“괜찮다, 이 할마이는 곧 가야지, 내가 괜히 대모신녀겠니?”


“할머니 무슨 그런 말씀이 있으세요?”


세하가 당황해서 대모신녀의 손을 꼭 잡았으나 대모신녀는 누운채로 온화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귀여운 우리 꼬독개지(강아지), 무슨 일이 있어도 니 형을 이해해야 한다, 알겠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언젠가 알게 될거야, 사람은 결국 각자의 운명대로 살게 되는 것이 순리니까.”


세하는 대모신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할머니와 형은 예전부터 껄끄러운 사이였다. 비록 다시 좋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서로간에 껄끄러운 감정은 남아 있는 듯 했다.

형은 어린시절 할머니가 엄마 아버지와 자주 부딛히고 자신을 쌀쌀맞게 대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형은 결혼을 하였지만 막대한 재산이 있는 대모신녀와 같이 살지 않고 주영의 홀어머니를 모신다는 이유로 처가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대모신녀는 세상을 떠났다.

함경도 내에서 워낙 신망이 두터웠는지라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관가의 어른들보다 지역 유지인 대모신녀의 위세가 훨씬 강해서 신분 같은건 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무녀는 천한 신분이었지만 어지간한 양반들도 대모신녀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성대한 장례가 치뤄지고 형제가 상주를 맡았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릴때였다.


“어? 관찰사 어르신이다. 게다가 절제사 어르신도 같이 납시었다.”


신숙주와 양정이었다.

“관의 높으신 어르신께서 이리 친히 왕림해주시다니요.”


형제와 함께 상주를 자처하고 있는 대청법사가 나서 손님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형제는 젊으니 명망있는 고승이자 대모신녀의 수십년 지기인 대청법사가 관가쪽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신숙주가 입을 열어 말했다.


“내 비록 무속을 믿지는 않소만 대모신녀께서 함경도 일대에 워낙 위명이 자자하시고 주민들을 위해 평생 애쓰셨다니 어찌 와보지 않을 수 있겠소? 또 형제들에게 해 줄 말도 있어 왔소이다.”


“형제들에게요?”


“그렇소이다.”


신숙주와 양정은 세익과 세하 앞으로 걸어갔다. 두 형제는 신분이 신분인지라 긴장하였으나 담담하게 예를 갖추었다.


“네가 유세익이로구나, 그럼 넌 유세하겠구나.”


“그러하옵니다.”


두 형제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비록 지금 관직을 하고 있으나 너희 아버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유진성 대감은 참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어르신이었어. 너희 아버님 덕에 육진이 안정되어 여진족이 넘보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도 비록 산발적인 전투는 있으나 유장군덕에 함경도 일대가 평화를 누리니 내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내 언젠가 한양에 돌아가면 주상에게 너희 부모님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드릴 참이야.”


“정말이요?”


세하가 깜짝놀라 반문했다.


“그렇다마다..”


신숙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기뻐하는 세하와 달리 세익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누명을 씌워 역적을 만들때는 언제고 죽이고나서 존경한다 어쩐다 하십니까?”


세익의 말에 순간 주변의 공기가 싸해졌다.


양정이 나서 화를 내며 말했다.


“젊은 놈이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네가 누구 안전(顔前)이라고 함부러 떠드는 게야? 오늘 큰 맘 먹고 치하하려 왔으니 용서하겠다만 한 번 더 까불면 가만두지 않겠다.”


“가만있지 않으면 어찌하겠단 것이오? 상갓집에서 피라도 보시겠다는 거요?”


“혀엉..”, “세익아, 어찌 그러느냐? 자중하거라.”


세하도 대청법사도 세익을 말리기 시작했다.


양정도 불쾌했으나 상관인 신숙주가 옆에 있어 분을 삭히고 있었다.

양정이 말을 이어갔다.


“네 놈이 나라의 우환이 되는 여우요괴를 잡아 죽였기에 내 오늘 너의 소원을 들어주려 여기 왔는데 네 놈 꼬라지를 보니 소용이 없겠구나. 오늘 너의 목숨을 살려준 것으로 소원을 들어준 셈 치거라, 이 놈.”


양정이 울그락불그락 하면서 먼저 자리를 일어섰다.

신숙주도 형제와 대청법사에게 예를 표하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마침 세하를 보러 온 청의동자 율령과 마주쳤다.


“어? 너는?”


“나으리”


율령은 신숙주를 보고 허리를 굽혀 예를 갖췄다.


“오랜만이구나, 율령아. 어떻게 지냈느냐?”


“나으리, 저는 한양을 떠나 전국을 떠돌던 중에 세하를 만나 벗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함경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율령의 말에 신숙주는 기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너의 덕을 크게 봤다. 너의 도움으로 과거에 급제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신숙주의 말에 율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나으리는 앞으로 더 크게 되실 것이옵니다. 향후에 영의정까지 되실겁니다. 하나만 조심하신다면요.”


“하나?”


“네,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술을 좀 삼가셔야 합니다.”


“하하하, 그래 명심하도록 하마.”


신숙주가 자리를 떠나자 세하가 율령에게 물어봤다.


“율령아, 네가 모시던 어르신이라던게 저 관찰사 어르신이니?”


율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내 이름을 慄靈에서 栗鈴으로 바꿔주신 분이 바로 저 분이셔”


“그렇구나.. 괴기스러운 영혼에서 밤나무 구슬이라..”


3일장과 49제가 모두 끝났다. 형제들은 제사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세익은 무공수련과 함께 아내를 돌봤고, 세하와 영영은 귀주사에서 예전에 주영이 하던 것처럼 동네 아이들에게 글과 무술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함경도 절제사 양정의 집에 괴한이 들었다.


“왜··· 왠 놈이냐?”


검은 옷에 복면을 한 자는 첩을 끼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양정의 눈 앞에 나타나 칼을 꺼내들었다.


“검을 들어라. 조용하면 너 하나만 죽을 것이고 시끄러우면 이 집의 모두가 죽을 것이다.”


“무사들이 밖을 지키고 있을텐데 네 놈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것이야?”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더 이상 이야기하면 너의 식솔들도 모조리 죽는다.”


양정은 순간 밖의 무사들을 부를까 고민했지만 호위를 뚫고 숨어들어온 놈에게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스르렁


양정이 칼을 뽑아 들었다.

양정도 애시당초 무인 출신으로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무인이었다.


챙, 챙, 우당탕, 콰당


“이.. 이럴수가···”


양정은 두세합을 버티지 못하고 나뒹굴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 술을 마셨다고···”


이때였다. 소란한 틈을 타 호위무사들이 양정의 방에 들이닥쳤다.


“마님, 무슨 소리옵니까? 앗.. 자객이다.”


대여섯명의 호위무사가 삽시간에 복면자객을 감쌌다.


“이들은 네가 죽이는 것이다.”


슈우욱


복면자객이 검을 긋자 푸른 검강이 펼쳐져 그대로 호위무사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챙, 챙, 챙


호위무사들이 맞서보았지만 몇 합 겨루지 못하고 그대로 베어져 쓰러졌다.


“아악”, “으아악”


양정은 이틈을 타 도망가고 있었으나 복면 사내는 묵묵히,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따라갈 뿐이었다.


“안 채에는 너의 가족이 있겠지?”


우당탕


복면의 사내가 안채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자 양정의 아내가 있었고, 그 건너방에는 아이가 자다 깨 놀란 얼굴로 벌벌 떨고 있었다.


“너도 눈 앞에서 가족을 잃는 아픔을 맛 보거라.”


복면사내는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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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인간의 시대 <81> - 운명(5) 23.08.12 113 0 11쪽
81 인간의 시대 <80> - 운명(4) 23.08.11 110 0 10쪽
80 인간의 시대 <79> - 운명(3) 23.08.10 129 1 10쪽
79 인간의 시대 <78> - 운명(2) 23.08.09 116 0 10쪽
» 인간의 시대 <77> - 운명(1) 23.08.08 126 1 10쪽
77 인간의 시대 <76> - 수구촌(壽九村)(4) 23.08.06 131 2 11쪽
76 인간의 시대 <75> - 수구촌(壽九村)(3) 23.08.05 118 0 10쪽
75 인간의 시대 <74> - 수구촌(壽九村)(2) 23.08.04 124 0 10쪽
74 인간의 시대 <73> - 수구촌(壽九村)(1) 23.08.03 122 0 10쪽
73 인간의 시대 <72> - 귀환(2) 23.08.02 119 0 9쪽
72 인간의 시대 <71> - 귀환(1) 23.08.01 130 1 11쪽
71 인간의 시대 <70> - 마족강림(3) 23.07.30 126 0 11쪽
70 인간의 시대 <69> - 마족강림(2) 23.07.29 115 0 9쪽
69 인간의 시대 <68> - 마족강림(1) 23.07.28 1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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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인간의 시대 <63>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4) 23.07.22 1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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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인간의 시대 <61>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2) 23.07.20 135 0 11쪽
61 인간의 시대 <60>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1) 23.07.19 1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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