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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의 문: 마족환생기(魔族還生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3.05.20 23:10
최근연재일 :
2023.08.14 21:35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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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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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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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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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의 시대 <79> - 운명(3)

DUMMY

세익은 세하와 헤어져 집으로 갔다. 저녁때가 되자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영이었다.


“어? 영영이구나. 여긴 어쩐 일이야? 어서 들어오렴.”


그러나 왠일인지 영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릴게 있어서 왔어요.”


“줄 거라니? 뭐?”


영영이는 품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냈다. 부적이었다.


“이건 왠 부적이지?”


“이 부적들을 붙이세요. 오빠 부부의 방,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기거하는 방 모두와 여기 대문에요.”


“아··· 고마워, 하지만 부적이라면 집에도 붙어있는데?”


“아뇨, 그런거 소용없어요. 이걸로 붙이세요.”


영영은 다시 소매춤에서 빨간 종이를 하나 더 꺼내 주었다.


“이건 언니한테 전해주시고 품안에 꼭 품으시라고 전해주세요. 또, 예전에 신모님께서 주신 월하단검도 잘 보관하라고 전해주시고요. 오빠도 칠성귀검을 늘 손 닿는 곳에 두세요.”


신통력이 대단한 영영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세익도 돌연 불안해졌다.


“왜? 무슨 일이 있는거야?”


그러나 영영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만삭이니까 조금이나마 조심하고자 하는 것 뿐이에요. 언니한테 꼭 좀 전해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세익이 대꾸할새도 없이 영영은 식신의 등에 올라타고 날아가듯 사라져갔다.


‘이제 영영이는 식신을 그냥 말 타듯이 타고 다니는 구나, 귀여운 녀석.’


사실 영영은 그 오랜 세월 함께 다녔어도 세익과는 많은 대화를 해보지 않았다. 늘 세하를 좋아해서 쫓아다녔고 영영의 성격상 관심이 없으면 아예 말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익에 대한 건 늘 주영을 통해서 들으니 세익과 직접 대화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세익은 문을 닫고 들어오며 영영이 나눠준 부적을 일단 대문에 하나 붙였다. 그리고 나서 방에 들어오며 또 하나를 문지방 위에 붙였다.


“그건 뭐죠? 부적인가요?”

주영이 남산만한 배를 부여잡고 세익에게 물었다.


“아, 그대로 누워있어. 밖에 나가보니 영영이가 와서 부적을 주고 가더라고, 별다른 뜻은 아니고 그냥 조심하자는 뜻이래. 여기 남은 부적들이 있는데.. 아 참, 요 빨간건 당신이 항상 몸에 품고 있으라고 하네, 그리고 예전에 할머니께서 주신 월하단검 잘 보관하라고..”


주영이 부적을 받아들고 품안에 갈무리한다.


“영영이는 신통력으로 따지자면 아마도 조선제일일 거에요. 영영이가 그리 이야기하는데에는 뭔가 의미가 있겠지요.”


“응, 여기 남은 부적들은 장모님이랑 하녀 방에 붙여야 하는데 내가 하기엔 좀 그러니 당신이 나중에 가서 붙이라고 해.”


“네, 그럴게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았다.

힘든 여정을 함께 보내고 이제서야 고향에 터를 잡고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정말 평범하고 안락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고자 마음 먹었다.


한편 식신을 타고 마을을 내려가는 영영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세익 오빠는 천호(天狐)들을 너무 많이 죽였어. 천호는 하늘의 공무집행자라 해서 누구도 함부러 죽이지 않는 건데··· 세하 오빠도 마찬가지지만 두 사람은 여우의 원한을 너무 많이 사서 평생 괴로울거야, 절대로 여우들은 한을 품으면 그냥 죽지 않아.’


······························..


며칠 후 밤에 세익부부가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을때였다.


쾅쾅쾅쾅


쾅쾅쾅쾅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세익과 주영은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고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대문을 세차고도 다급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뉘신지요?”


새벽잠이 없던 주영의 어머니가 먼저 일어나 대문으로 향했다.

세익은 한동안 양정의 일로 신경이 쓰여 며칠 제대로 못 자서 이날은 유독 피곤함이 몰려들어 정신을 잘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문 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익아, 세익아, 어서 문을 열어다오, 이 에미가 왔다.”


쾅쾅쾅쾅


“세익아, 어서 문을 열어다오, 엄마야, 엄마가 왔어.”


주영이 먼저 깨 세익을 흔들며 말했다.


“어머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세익은 비몽사몽간에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머니? 어머니라니? 어머니는 나한테 반말을 하신적이 없는데?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잖아? 이게 뭐지?’


세익은 꿈인지 생신지 모르다가 갑자기 어떤 스산한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밖에서 주영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부인이라니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 안돼요, 문을 열면..”


세익이 방문을 열며 소리를 지르는 순간 한 발 앞서 주영의 어머니가 대문을 열고 말았다.


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


쉬이잉


지지지지지익 퍼억


갑자기 엄청난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함께 한줄기 바람이 세익의 열린 방문으로 휙들어오다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전기에 지져지는 듯한 형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장막에 맞고 다시 튕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꺄아악”


주영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여보 괜찮아?”


세익이 손을 뻗어 칠성귀검을 뽑아들고 주영의 앞을 막아섰다.


스르렁 위잉위잉위잉위잉


칼집에서 나온 칠성귀검은 푸른 귀기를 엄청나게 뿜어대며 웅웅거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칠성귀검이 유난히 더 우는 것 같아.”


주영의 말에 세익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얼른 대문을 닫으시고 이리로 들어오세요. 말순이도 얼른 이리로 와.”


세익의 말에 장모는 대문을 걸어잠그고 하녀의 손을 잡고 부부의 방으로 들어왔다. 작은 방에 네 명이 모였다.


“말순아, 너는 아씨옆에서 아씨를 모셔라. 어머니도 옆에 앉으세요.”


세익은 칠성귀검을 든 채로 방 밖을 바라보았으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그 눈에 안 보이는 무언가는 아마도 부적의 결계에 맞고 밖으로 튕겨나간 듯 했다.


세익은 천천히 창문을 닫고 앉아 모두에게 설명했다.


“일단 이 방에는 영영이가 준 강력한 부적이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입니다.”


장모가 세익에게 물었다.


“이보게 유서방, 저게 대체 무엇인가?”


세익은 장모를 진정시키며 천천히 말했다.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좋은 것은 아닌 게 확실한 듯 합니다.”


“그럼 요귀(妖鬼)가 집안에 들어왔단 말인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허이구.. 이 일을 어째? 곧 있으면 아기가 태어날텐데..”


“일단 너무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형체를 드러낸다면 제가 이 칠성귀검으로 베어버리면 그만이니까요. 형체가 없는 요귀라면 행사할 수 있는 물리력에는 한계가 명확하니 너무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익은 놀란 세 명의 여성들을 애써 달래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 이게 각 방에 더 붙여야 하는 부적들입니다. 그러나, 이미 귀신이 집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방에서 나가면 위험합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일단 이 방에서 모두 같이 자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내일 동이 트면 이 부적들을 각 방마다 문지방 위에 붙여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아까처럼 어떠한 유혹이나 부름이 있어도 이 방을 나가시거나 문을 열면 안됩니다. 귀신도 이 방에는 부적때문에 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세익이 설명을 이어갈 때였다


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달그락

다시 그 달그락 소리가 방 밖에서 맹렬하게 나는 것이었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온 집안을 뱅글뱅글 도는 것 처럼 보였다.

세익은 순간 나가볼까 생각도 했으나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세 여인들이 공포에 질려 어쩔지 몰라 할 거라는 생각에 칠성귀검을 들고 방문 앞을 지킬 뿐이었다.


우당탕, 쾅, 쾅, 끼이이익


부엌에서 누군가가 요란하게 솥뚜껑을 여닫던가 찬장을 열어보는 소리가 들린다.


“에구머니나, 이를 어째.. 무섭습니다요.”


하녀 말순이가 벌벌 떨며 금새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러자 주영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얘는, 나를 보살펴줘야 할 아이가 되려 겁을 먹으면 어떡하니? 괜찮아, 이 방에는 요귀가 절대 들어올 수 없어.”


그때였다.


쾅, 쾅, 쾅, 쾅, 쾅


누가 방문의 문고리를 심하게 잡아당기며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잠근 문고리가 심하게 흔들렸으나 다행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세익아, 세익아, 착한 우리 아들, 얼른 문을 열거라, 이 에미가 배가 너무 고프구나.”


쾅, 쾅, 쾅, 쾅, 쾅


“네 이년, 썩 물러가지 못할까? 어디 감히 어머니를 참칭하느냐?”


쾅, 쾅, 쾅, 쾅, 쾅


세익이 차분하게 등 뒤에서 떨고 있는 세 여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저 잡귀는 방안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감언이설로 우리를 꼬여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방안에 들어올 수 있다면 이런 방문 문고리 정도는 쉽게 부수겠지요. 부적때문에 그게 안되니 저런 수를 쓰는 겁니다. 아마 제가 반응이 없으면 다른 사람으로 변할 겁니다. 세 사람 모두 절대 넘어가서는 아니 됩니다.”


셋 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였다.


“호호호호호호 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여러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멀어져갔다. 그리고, 이내 조용해졌다.


“여보, 귀신이 하나가 아닌가요?”


주영이 걱정을 하며 물었다.


“글쎄··· 아직 알 수가 없네. 내일 귀주사에서 스승님과 영영을 모셔와야겠어.”


세익도 다소 난감했다.

지금껏 세익은 눈 앞에 보이는 요괴나 마물들을 베어왔지만 원령들과 싸워 본 적은 없었다.

막연히 칠성귀검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법력이 없는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네 사람은 거의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해가 밝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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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인간의 시대 <80> - 운명(4) 23.08.11 109 0 10쪽
» 인간의 시대 <79> - 운명(3) 23.08.10 129 1 10쪽
79 인간의 시대 <78> - 운명(2) 23.08.09 115 0 10쪽
78 인간의 시대 <77> - 운명(1) 23.08.08 125 1 10쪽
77 인간의 시대 <76> - 수구촌(壽九村)(4) 23.08.06 131 2 11쪽
76 인간의 시대 <75> - 수구촌(壽九村)(3) 23.08.05 117 0 10쪽
75 인간의 시대 <74> - 수구촌(壽九村)(2) 23.08.04 124 0 10쪽
74 인간의 시대 <73> - 수구촌(壽九村)(1) 23.08.03 122 0 10쪽
73 인간의 시대 <72> - 귀환(2) 23.08.02 119 0 9쪽
72 인간의 시대 <71> - 귀환(1) 23.08.01 129 1 11쪽
71 인간의 시대 <70> - 마족강림(3) 23.07.30 126 0 11쪽
70 인간의 시대 <69> - 마족강림(2) 23.07.29 114 0 9쪽
69 인간의 시대 <68> - 마족강림(1) 23.07.28 123 0 10쪽
68 인간의 시대 <67> - 제단(4) 23.07.27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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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인간의 시대 <60>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1) 23.07.19 1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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