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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의 문: 마족환생기(魔族還生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3.05.20 23:10
최근연재일 :
2023.08.14 21: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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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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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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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간의 시대 <76> - 수구촌(壽九村)(4)

DUMMY

세익도 가슴에서 피를 흘렸지만 은령의 몸을 소령의 팔에서 떼어낸 후에 지혈하기 시작했다. 은령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은령아, 은령아.”


소령의 가슴에도 세하가 날린 소마검이 그대로 꽂혀있었다.


소령 역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은령의 뚫린 가슴에서 여우구슬이 빠져나왔다.

여우들이 고이 간직한 여우구슬이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은 여우가 구슬을 꺼내 싸워야 할 만큼 긴박하거나 아니면 여우가 죽을 때 뿐이었다.


은령은 처량하고도 애틋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힘겹게 손을 들어 세익의 뺨을 어루만지려 했다.

세익은 은령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어느새 세익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둘은 아무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세익은 은령의 손을 꼭 쥔 채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마치 너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은령은 아무말 못한채로 그대로 눈을 감았다.

비록 처음에는 서로 죽이기 위해 만났으나 동료가 되어 수많은 고난을 같이 헤쳐나간 사이였으니 세익은 은령과의 기억들이 만감을 교차하며 흘러갔다.


한편 소령은 은령의 몸에서 빠져나온 여우구슬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몸에 박혀있던 세하의 소마검을 몸 밖으로 밀어내었다.


챙그랑


세하의 소마검이 땅에 떨어지고 은령의 여우구슬을 삼킨 소령의 귀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급한대로 어쩔 수가 없구나, 금령, 은령은 나의 수족들이니 이 구슬도 본시 내 것이나 마찬가지야.”


은령의 구슬을 삼킨 소령의 얼굴이 여우요괴의 얼굴로 변해갔다.

이미 몸도 더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을정도의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변했다.


“싸움은 이미 끝났어, 저항하지 않는다면 고통정도는 덜어주마.”


세익이 은령을 눕히고 천천히 일어나 소령을 노려봤다.

이미 대부분의 여우들이 시체로 변하였고 살아있는 몇 몇 여우들도 부상을 입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에 반해 형제들은 사소하게 긁힌 상처외에는 큰 상처조차 없었다.


“형, 괜찮은거지?”


세하가 땅에 떨어진 소마검을 다시 줏어들며 세익의 가슴을 쳐다봤다.

“어, 은령이가 대신 막아준 덕에 그냥 살짝 긁힌 정도야. 어차피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으니까..”


소령은 형제를 쳐다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 조선땅에서 천년을 살면서 너희같이 무공이 고강한 자들을 본 적이 없다. 너희가 어떤 기연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진작에 너희를 치지 못했던게 한이 되는구나. 주상이 즉위하기 전에 너희 형제를 쳤어야 했거늘···”


이때 세하가 소령에게 물었다.


“너는 우리 집안에 칠성보주가 있다는 것을 어찌 알고 우리 집안을 노렸지?”


소령이 세하를 보고 비웃었다.


“어린 네가 장터에서 천방지축으로 매일 뛰어놀지 않았더냐? 내 우연히 저잣거리를 걷다 너의 몸에서 나오는 여의보주의 기운을 느꼈지. 그 옛날 신라시대에 동해에서 나는 우연히 청룡의 여의주를 손에 넣었다. 그 이후로 나는 엄청난 요력을 가지고 천년을 살게 되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어. 그런 내가 여의주의 기운을 모를 것 같아? 우리 여우들은 여의주의 기운이라면 백리 밖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럼 이 칠성보주를 빼앗으려고 부모님께 역모를 씌웠단 말이냐?”


“당연한 걸 계속 묻는구나, 꼬마야. 마침 너의 아비가 김종서의 부하였으니 엮기도 딱 좋았지. 주상은 걸림돌을 제거하고 나는 보주를 얻고.. 그런데 너희 놈들이 도망가면서 일이 꼬여버렸어. 내 빨리 함경도에 찾아갔어야 하는데 그 놈의 한명회 때문에···”


소령은 이제 어두워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서로 되돌릴 수도 없는 거야. 오늘 너희 형제가 죽던가 내가 죽던가 그것만이 남아있다.”


소령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하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소령의 머리위를 둥둥 떠다니던 소령의 보라색 여우구슬은 세익을 향해 강력한 공격을 가했다.


파팟 챙


“어림없다, 사방찢기”


소령은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소령은 구슬로 형을 견제하는 사이에 약한 동생쪽을 먼저 제압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

세하도 아까 풍문의 절기인 천풍을 시전하느라 내공을 많이 소모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내공만 따지자면 세하쪽이 형인 세익보다 월등하게 우세했다.

소마단 최고수라는 소단주 청명에게도 내공만은 지지 않을 정도의 세하였으니 금새 힘을 되찾아 소령에 맞서고 있었다.


챙챙챙


세하의 검과 소령의 강철손톱이 부딛히는 쇳소리가 쉬지않고 울려퍼졌다.

소령은 빠르고 악랄한 손속으로 세하의 급소만을 노렸다. 손톱과 꼬리로 연달아 공격을 가했는데 인간의 무공과 같은 규칙성이 없다보니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세하는 온 몸에 호신강기를 두른채로 검강으로 소령의 손톱과 꼬리를 상대했다.

소령이 꼬리를 뻗을때마다 그 몇배에 달하는 검강이 쏟아지니 도무지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세익은 둘의 싸움을 냉정하게 지켜보며 소령의 구슬을 상대하고 있었다.

보랏빛으로 밝기 빛나는 구슬은 칠성보주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영롱하면서도 스산한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 천년을 산 여우의 구슬이란 말이지?”


챙챙챙


구슬은 처음에는 직접 날아와 칠성귀검과 몇 번 부딛히더니 더이상 날아오지는 않고 기공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역시.. 영물이라 그런지 칠성귀검과 부딛히는 걸 싫어하는구나.’


사실 세익은 세하보다 더 내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세익의 내공도 고강했지만 아까 대천자결을 시전한 이후 다리가 풀릴정도로 힘이 빠진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령의 급습에 은령이 대신 희생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세하는 괜찮아보이니 일단 거리를 유지하며 기운을 회복하는데 주력해야겠다.’


이때였다.


“하아앗, 받아랏”


세하의 기합소리와 함께 소마단 풍문의 비전절기들이 쏟아져들어갔다.


“제비칼날, 나선칼날”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검풍에 소령은 보호막이 박살나며 벽으로 몰렸다. 순간 세익을 공격하던 여우구슬이 황급히 몸을 돌려 세하에게 날아갔다.


“축지신풍”


세하의 몸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소령의 몸 앞으로 나타났다.


쉬이익 파파파파파파파팍


순간적으로 무수히 많은 검격이 소령의 몸에 쏟아졌다.


소령이 양팔로 막아보았으나 소용없었다.

이미 소령의 몸에는 수많은 바람구멍이 뚫려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컥.. 커컥.. 커헉”


소령이 몸을 비틀대며 세하에게 다가오려 했으나 세하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소령의 왼팔을 베어버렸다.


써억


“커헉”


쉬우웅 팟


날아오는 여우구슬을 세하는 아무렇지 않게 한 손으로 잡아버렸다.

세하의 손아귀에서 구슬이 요동쳤으나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령은 한 팔이 잘리고 온 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게 너의 구슬이다 이거지?”


세하는 화를 내며 구슬을쥔 왼손에 진기를 모두 모았다.


쩌.. 쩌저적


크아~~~~


타는 듯한 냄새와 함께 여우구슬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귀신의 외침같은 소름끼치는 비명이 마을에 울려퍼졌다.


“아.. 안돼.”


소령이 피를 토하며 외쳤다.


이때였다.


“유가12검 종식(終式), 유천파황(柳天波凰)”


소령의 머리위에서 세익이 떨어지며 유가 12검의 최종장인 유천파황을 시전했다.


써어억 툭 데굴데굴데굴


소령의 목이 그대로 잘려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아버지 유진성 대감의 닿지 않던 그 검이 드디어 아들 세익을 통해 소령에게 닿았다.


“형, 완전히 죽은거야?”


“응, 아마도..”

“형.. “ 세하가 울먹였다.

이제서야 부모님의 원한을 풀어드렸다고 생각하니 오만 감정이 올라왔다.


“이제 끝났어, 다···”


세익은 동생의 머리를 몇번 어루만져주더니 휘파람을 불어 밖에서 대기하던 일행을 불렀다.

세하도 칠성보주로 만든 결계를 해제했다.


“당신, 괜찮으세요?”


주영이 한달음에 뛰어와 세익에게 안겼다.


“그럼.. 나야 괜찮지,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뛰어?”


“걱정되서 그렇죠.”


“예전의 내가 아니야, 걱정하지마.”


“어? 저 아이는.. 은령?”


“응, 나 대신에 죽었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자.”


주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익의 표정만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미 살아서 도망갈 수 있는 여우들은 모두 도망간 상태였다.

남은 몇몇은 쓰러져 죽어가는 여우들이었다.


“형, 저 여우들은 어떻게 하지?”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죽을거야.”


“그럼 저 소령의 시체는? 태워버릴까?”

“그래, 그러자.”


이때였다.


“내가 너무 늦었구나.”


모두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쳐다보았다.


융단같이 아름다운 검은 털을 가진 거대한 여우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세하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하아, 너는 또 뭐야?”


흑여우는 소령의 시체근처에서 걸음을 멈추고 형제를 보았다.


“이 아이를 이렇게 도륙낸 게 너희들이냐?”

세하가 앞으로 뛰쳐나가려던 때 세익이 어깨를 잡았다.

세익은 뭔가 기분나쁜 느낌을 받아 세하를 멈춰세운 것이다.


“그렇소, 당신은 누구요?”


세익이 흑여우에게 물었다.


“나는 삼기호신이다.”


“삼기호신?”


이때 율령이 나서 세익에게 말했다.


“형, 삼기호신은 전설상에 나오는 여우들의 신이에요. 몇 천년 이상을 산다고 알고 있는데 저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이때 세하가 나서서 외쳤다.


“그래서 뭐 어떡할건데? 그 죽은 여우가 네 자손이라도 되냐? 뭐 어쩔건데?”


으르릉


삼기호신이 아주 낮게, 아주 살짝 으르렁대더니 말했다.


“이 세상 모든 여우들은 다 내 후손들이다. 특히 이 아이는··· 아니다, 내 이 아이의 시신을 수습해 가야겠다.”


“그렇게 안 되겠다면?”


스르렁


세하가 다시 칼집에서 칼을 꺼냈다. 삼기호신이 세하를 잠시 노려보더니 세익에게 말했다.


“나는 싸움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하겠다면 네가 임신한 네 여자를 잘 지킬 수 있겠는지 생각해봐라.”


삼기호신의 말이 끝나자 소령의 잘려진 시체가 둥둥 뜨더니 팔과 머리가 몸에 붙은듯이 이어졌다.


세익은 감탄하며 물었다.


“(대단한 능력이다.저건 허공섭물 같은 수준이 아닌데?)그 여자를 데려가서 어쩌려는 것이오? 살리기라도 하겠다는 것이오?”


“내가 아무리 여우의 신이라도 죽은 아이를 살릴 수는 없다.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려는 것이니 그 정도 자비는 베풀어다오.”


삼기호신이 정중하게 말을 하고는 있었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어찌될지 모른다는것은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 알았소, 그리 하시오. 우리 형제는 이제 더이상 여우들과 얽히고 싶지 않소.”


삼기호신은 잠시 두 형제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사라져갔다. 소령의 시체도 옆에서 둥둥 떠서 같이 사라졌다.


율령은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전설의 삼기호신이 저러고 원한을 품고 갔고 천호들도 많이 죽었으니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부디 아무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세익이 모두를 보고 말했다.


“이제 다 끝났다. 오늘은 늦었으니 빈집에 들어가 쉬고 내일 부모님 묘를 파내어 함경도로 옮기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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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인간의 시대 <80> - 운명(4) 23.08.11 109 0 10쪽
80 인간의 시대 <79> - 운명(3) 23.08.10 128 1 10쪽
79 인간의 시대 <78> - 운명(2) 23.08.09 115 0 10쪽
78 인간의 시대 <77> - 운명(1) 23.08.08 125 1 10쪽
» 인간의 시대 <76> - 수구촌(壽九村)(4) 23.08.06 131 2 11쪽
76 인간의 시대 <75> - 수구촌(壽九村)(3) 23.08.05 117 0 10쪽
75 인간의 시대 <74> - 수구촌(壽九村)(2) 23.08.04 124 0 10쪽
74 인간의 시대 <73> - 수구촌(壽九村)(1) 23.08.03 122 0 10쪽
73 인간의 시대 <72> - 귀환(2) 23.08.02 119 0 9쪽
72 인간의 시대 <71> - 귀환(1) 23.08.01 1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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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인간의 시대 <69> - 마족강림(2) 23.07.29 1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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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인간의 시대 <60> - 십이신장 대 십이천존(1) 23.07.19 1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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