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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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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007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14 11:45
조회
698
추천
19
글자
11쪽

선배들

DUMMY

대학원 기숙사 복도에서 바네사와 마주쳤다.


저벅-


바네사가 무언가 결연한 표정을 짓고서는 내게 다가왔다.

의외였다.

내가 다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이후로 녀석은 항상 나를 피해 다녔었으니까.


“앨런.”


다섯 걸음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온 바네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앨런에게 심한 말을 자주 하긴 했지만··· 전 아니에요. 앨런에게 독을 먹인 사람.”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왜 다가오나 했더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 다가온 것이었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

“···진짜로 믿는 건가요?”


바네사가 물었다.


“아니.”


사실, 녀석의 말을 온전히 믿지는 않는다.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그런데 상관없어.”

“···상관없다니요?”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따금씩 회색족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악몽을 꾼다.

함께 수많은 전선을 헤쳐 나갔던 동료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악몽을.


이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에 신경을 오래 두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말 그대로야. 할 말 다 했으면 간다.”


나는 멍하니 서 있는 바네사를 지나쳐 산책로로 향했다.


####


후우우웅-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다.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로지르며 플라티나 아카데미 산책로를 달렸다.


‘바네사.’


아우룸 왕국의 왕족이다.

플라티나 아카데미가 아닌, 밖에서 만났다면 경어를 해야 했을 터였다.


‘아우룸 왕국은 초기에 멸망했었지.’


회색족의 침략으로 빠르게 멸망한 왕국 중 하나였다.

아마, 그 과정에서 바네사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막아낸다.’


철저히 대비하여 회색족 놈들이 조금도 활개 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바네사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그래야, 놈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질 테니까.’


아우룸 왕국뿐만 아니라, 함께 싸울 수 있는 자들을 허무하게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제 슬슬 전투 마법사 활동도 해야겠군.’


꾸준한 단련과 해독약 복용으로 실력이 꽤나 많이 올라왔다.

물론, 아직 회귀 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렇게 배꼽시계가 울릴 때까지 한참을 달려 대학원 기숙사로 되돌아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처음 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반가워! 너가 앨런이지?”


여자가 또랑또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제가 앨런이 맞습니다만··· 누구신지요.”

“나는 소피아야. 길튼 교수님이 연구실 소개해주라고 말씀하셔서 왔어. 혹시, 지금 시간 되니?”


아, 길튼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 선배였군.

기억을 더듬어보니 얼굴을 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연구실 소개라···.’


굳이 미룰 필요는 없을 터였다.


“예, 시간 됩니다.”

“하핫, 그럼 가자! 따라와!”


소피아 선배와 함께 기숙사를 벗어나 연구동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소피아 선배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왜 길튼 교수님 연구실을 선택한 거야? 최우수 학생 표창받은 앨런 후배라면 가장 인기 있는 교육대학원에 입학할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골라서 갈 수 있었을 터였다.


“길튼 교수님이 하고 계신 연구에 비전을 봤어서요.”


모든 걸 말하기엔 너무 긴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기에 적당히 답했다.


“오올, 대단한데?”

“소피아 선배는요?”

“나? 헤헤··· 사실, 나는 당시에 받아주는 곳이 길튼 교수님 연구실밖에 없어서 왔어. 졸업 성적이 좋지 못했거든.”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헛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솔직한 사람이었다.


“여기가 우리가 쓰는 구역이야!”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덧 연구동에 도착했다.


[길튼 교수 연구실]

[대학원생 연구실]

[자재 창고]


이 세 곳이 길튼 교수가 관리하는 곳이었다.


“길튼 교수님 연구실은 잠겨있어. 조금 전에 출장 가셨거든. 자재 창고 먼저 보여줄게.”


자재 창고에는 여러 재료가 조금씩 보관되어 있었다.

여러 재료가 한데 모여 있어서인지 냄새가 썩 좋지 못했다.


“으으···. 냄새가 심하지? 얼른 닫고 우리 연구실로 가자.”


대학원 연구실로 향했다.

자재 창고 바로 옆 방이었다.


덜컥-


자재 창고만큼은 아니지만 실험 자제들이 선반 곳곳에 있었고 실험 도구들이 보였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부방도 있어. 논문을 쓰거나 개인 공부를 하는 곳이야. 도서관처럼!”


실험 공간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방이 하나 있었다.

중앙에 커다란 책상이 하나 있었고 벽에는 마법서와 연금학 서적, 그리고 논문이 가득 채워져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서류 파일들이 꽂힌 책꽂이가 줄줄이 차 있었다.


‘정말 도서관 같군.’


그렇게 공부방을 둘러보는데, 바닥에 이상한 게 있었다.


‘사람?’


한 남자가 이불을 덮고 안대를 쓴 채로 땅바닥에 웅크려 자고 있었다.


“야아! 자고 있으면 어떻게! 빨리 일어나! 최우수상 표창받은 후배님이 오셨어!”


소피아 선배가 쪼그려 앉아서 애벌레처럼 자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아이씨···. 최우수 학생 표창이 무슨 대수라고.”


남자가 안대를 벗고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덥수룩한 머리에 관리 안 된 수염.

꼴이 썩 좋지 못했다.


“나랑 같이 연구실에 들어온 앤디야.”


대학원 선배였군.

그런데 왜 바닥에 자고 있던 거지?


“반갑습니다. 앨런이라고 합니다.”

“너 파트 타임이라면서? 도대체 어떻게 길튼 교수님을 구워삶은 거냐?”


꽤나 공격적인 말투였다.

아무래도 앤디 선배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뭐, 파트 타임으로 대학원 졸업할 수 있다고 혹해서 길튼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온 것 같은데. 나중에 분명 크게 후회할 거다.”


후회할 거라고?


“야! 귀한 후배님한테 왜 보자마자 그런 소리를 해?”


소피아 선배가 앤디 선배를 타박했다.


“지금이라도 도망가라고 하는 소리야. 길튼 교수님은 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거든.”

“안중에도 없다니요?”

“얼마 전에 연구를 그만둔다고 우리에게 통보했었어.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분명, 그런 일이 있었다.

나와 잡음이 있고 나서, 연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일이.


‘그땐, 나도 꽤나 당황했었지.’


길튼 교수의 연구는 성공해야 한다.

마법 공학은 회색족과의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그 소리를 듣고 소피아 얘는 펑펑 울었어. 길튼 교수님이 연구를 멈추면 우린 대학원을 그만두거나 다른 전공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야! 후배 앞에서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창피하게!”


소피아 선배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아무튼 도망가려면 지금 도망가는 게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길일 거다. 대학원 입학금은 아직 안 냈지? 그럼 돈도 아낄 수 있겠네.”


확실히, 나보고 도망가라 말할만했다.

이들이 어떠한 상황인지 대충 파악했다.


‘길튼 교수가 연구하느라 대학원생을 챙길 겨를이 없었나 보군.’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길튼 교수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으니까.

계속된 실패로 길튼 교수 자신 한 몸 가누기도 버거웠을 터였다.


그렇다고 좋은 행동이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안심시킬 필요가 있겠군.’


이 두 명의 대학원생들이 또 언제 연구실이 폭파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다.

허나, 내가 온 이상 쓸데없는 불안이다.


‘이건 연구가 성공하면 해결될 문제다.’


이 모든 게 길튼 교수의 연구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온 이상 머지않아 이 두 선배들은 졸업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아주 좋은 대접을 받겠지.’


길튼 교수가 하는 연구는 보통 연구가 아니었으니까.

마법 공학의 등장은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선배님들. 너무 걱정 마세요.”


내 말에 두 선배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걱정 말라니?”


소피아 선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앤디 선배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한 번 봐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내 얼굴을 응시했다.


“길튼 교수님의 연구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두 선배가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럴 만했다.

신입생이 하기엔 꽤나 건방진 말이었으니까.


이후, 한참을 침묵하더니 앤디 선배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이제 막 졸업한 풋내기 주제에.”


근거는 당연히 있었다.


‘내가 근거다.’


이미 나는 마법공학이 세상에 나온 시대를 살았었다.

마법 공학은 전투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인류의 삶을 바꿔 놓았다.

다만,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믿기 힘들 테니까.’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게 만들겠는가.

미친 사람이라며 정신병원에 신고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길튼 교수님께서 괜히 저를 대학원에 들이신 게 아닙니다.”


나는 길튼 교수의 권위를 빌리기로 했다.

대학원생들은 보통 담당 교수의 말이라는 껌뻑 죽었으니까.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래, 길튼 교수님께서 도대체 뭘 보고 파트 타임으로 너를 대학원에 들인 거냐? 집에 돈이 많아? 아니면, 최우수 학생 표창을 받아서 그런가?”


집에 돈이 많지도 않고, 최우수 학생 표창을 받아서도 아니었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이게 의문이다.

길튼 교수가 왜 파트 타임까지 제안하며 나를 대학원에 입학하길 바랐는지.


“그건, 길튼 교수님께 직접 물어보세요. 아무튼 제가 온 이상 반드시 연구는 성공할 겁니다.”


회귀 전보다 더욱 빠르게 성공할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난 어떤 마법 공학을 완성하기 위해 재료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


세세한 원리는 모르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건 길튼 교수와 선배들이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쳇-


“뭐, 멋대로 해라. 나는 이 개 같은 연구실 나갈 거니까.”


앤디 선배가 혀를 차며 거친 걸음으로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야! 어디가!”


소피아 선배의 물음에도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쾅!


연구실 문이 거칠게 닫히고.

나와 소피아 선배 둘만 남은 연구실에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았다.


“후우··· 미안해. 앨런 후배한테 못 볼 꼴을 보였네.”


소피아 선배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앤디 쟤 말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야. 우리 연구실은 사실 빈말로도 좋은 곳이라 말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좋은 곳이 될 겁니다.”

“응?”

“말했다시피 길튼 교수님이 해오던 연구는 곧 성공할 거니까요. 그렇게 나온 연구 성과는 학계에, 그러니까 대륙 전역에 굉장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선배도 조금만 더 힘내요.”


소피아 선배의 눈이 커졌다.

조금 놀란 것이다.


“너···.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이상한 애였구나?”


아무래도 소피아 선배에게 내 진심이 전해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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