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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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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002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0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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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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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담꽃 마을

DUMMY

치이이익-


서 플라티나 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예열하고 있었다.


‘....’


꽤나 그리웠던 광경이다.

지금은 열차의 운행이 일상적이지만, 회색족의 침략 이후에는 열차가 가동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뿜어 오르는 증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추가 졸업시험은 응시해야겠지.’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대륙에서 가장 명망 높은 아카데미 중 하나였다.

졸업만 해도 어디서든 대접받았다.


‘나는 아무런 배경도 없다.’


귀족도 부자도 아니었다.

평민에다 고아였다.

내가 명문 플라티나 아카데미에 재학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지닌 마법적 재능 덕분이었다.


명문 아카데미 졸업장이 있다면 앞으로 움직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몸을 회복한 이후 추가 졸업시험에 응시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자네.”


남자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갈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고집스러운 얼굴의 중년의 남자가 보인다.


“길튼 교수님.”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연금학 수업을 맡았던 길튼 교수였다.


‘길튼 교수가 마법 공학을 발견했었지.’


마법 공학은 참으로 대단했다.

열차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했으며, 마법 공학이 가미된 무구들은 회색족과의 싸움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였었다.


무거워 보이는 손가방과 한껏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아하니 다른 지역으로 출장이라도 가는 것 같았다.


“역시, 앨런 자네가 맞았군. 며칠 뒤에 추가 졸업시험이 있을 텐데 여기서 뭘 하는 겐가? 시험에 통과하려면 마력 운용 능력 수련을 바짝 해야 할 텐데?”


길튼 교수는 항상 내 몸 상태를 마력 단련을 게을리해서 생긴 문제라고 말했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마력 단련은 독을 먼저 해독한 다음에 해야 한다.

내 말에 길튼 교수가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추가 졸업시험을 코앞에 둔 자네에게 수련보다 우선시 되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취소하고 시험 전까지 수련에 매진이나 하게나. 자네 상태가 그렇게 된 것은 마력 운용 능력이 미숙해서 생긴 문제야.”


다시 말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만성적으로 중독된 상태다.

마력 단련이 아닌, 적합한 약을 찾아 달여 먹어 해독해야 하는 문제였다.


내 말을 들은 길튼 교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독초에 중독된 상태라고 했나? 그래서 마법을 제대로 못 쓰는 거고?”

“예.”


나는 검은점박이꽃을 주재료로 제조한 독에 당했다.


“그걸 누구에게 들었나.”

“우연히 만난 다힐 왕국 출신의 의사에게 들었습니다.”


회귀 전에 만난 사람이지만 굳이 그 사실은 말할 필요 없겠지.

교수가 잠깐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


“헛소리.”

“네?”


갑자기 헛소리라니?


“그 사람은 사기꾼일걸세. 그런 사람이 의사일 리가 없지.”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회귀 전에 이미 확인됐었다.


“나는 젊을 적부터 만물을 다뤄왔네. 매일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해왔지. 검은점박이꽃이 그런 용도로 쓰인다는 소리는 내가 처음 듣는 말일세. 먼 외딴곳의 조그마한 왕국 출신의 의사란 사람이 아는 걸 플라티나 아카데미의 연금학 교수인 내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길튼 교수와 말을 나누다 보니 회귀 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기 시작했다.

교수는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이 굉장히 강하고 그걸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수업 중에 나랑 많이 부딪히기도 했고.


“모든 걸 알면 교수가 아니라 신을 하고 계셨겠지요.”


내 입에서 다소 가시 돋친 말이 나왔다.


길튼 교수는 나를 원래 이런 개념 없는 놈으로 생각했었는지 미간을 잠깐 좁혔을 뿐, 불같이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긴.’


회귀 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건방진 학생이었다.


“지금 교수인 나보다 그 사람의 말을 더 믿는다는 겐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항상 교수님이 옳지는 않죠.”


길튼 교수가 아는 게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괴짜인 성격과는 별개로 학자로서는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었으니까.

허나,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독약에 대한 정보는 공유가 잘 안되지.’


독약은 음지의 물건이다.

지하 세계의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다면 모르는 게 당연했다.


치이이익-


그때, 열차가 증기를 뿜으며 앞으로 나왔다.

내가 탈 담꽃 마을로 향하는 열차였다.


“열차가 와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럼.”


길튼 교수에게 묵례하고 열차에 오르려는데.


“잠깐 거기 서 보게.”


길튼 교수가 나를 불러 세웠다.


“방금 자네가 했던 말들에 책임을 질 수 있겠나.”


길튼 교수가 정색하고서는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제가 왜 책임지지 못 할 말을 교수님께 하겠습니까.”

“그럼 한 가지 약속을 하세.”

“약속··· 말입니까?”


길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 졸업시험이 시작하기 전까지 자네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면 내가 실언했다고 고개 숙여 사과하도록 하지.”


꽤나 놀랐다.

그 고압적인 길튼 교수가 학생인 내게 사과하겠다 말한다고?

교수가 학생에게?


“하지만, 증명하지 못한다면 자네가 내게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걸세. 진심이 느껴지는 반성문과 함께.”


나는 교수의 말에 조금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기왕 하는 거 더 크게 하시죠. 개인적으로 사과도 하고 내기의 결과를 신문사에 제보하는 걸로.”


플라티나에서 신문을 보지 않는 성인은 드물다.

신문사에 제보한다면 이 도시 사람 대부분이 교수와 내가 한 내기의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길튼 교수가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조금 놀랐다.

설마, 진짜로 이 조건을 받아들일 줄이야.

이건 낙제생인 나보다 교수가 잃을 게 더 많은 내기였다.


“자네는 한 번도 내 말에 토를 달지 않은 적이 없었지. 수업의 일환으로 자네에게 사람이 왜 항상 겸손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네.”


그렇군.

아무래도 교수가 내게 품고 있던 앙금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뭐, 겸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건 길튼 교수인 것 같지만.


####


치이이익-


달리는 열차 안.

나는 장지갑에서 열차표 영수증을 꺼냈다.


[계약서]


영수증의 뒷면에는 교수와 했던 내기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맨 밑에는 내 사인과 길튼 교수의 사인이 있었다.


‘이건 질 수가 없는 내기다.’


며칠 뒤, 내가 독을 해독하고 나타났을 때.

길튼 교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자업자득이지.’


그러니까 왜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이를 악물고 내기하자고 하는지.


‘뭐, 그만큼 내가 싫어서겠지.’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할 터였다.


치이이익-


그렇게 한참을 달려 담꽃 마을 역에 도착했다.

이곳 근처에 있는 산에서 내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어줄 해독약이 있을 것이다.


‘길은 알고 있다.’


회귀 전에 이미 와봤던 곳이니까.

나는 역에서 빠져나와 담꽃 마을 산을 향해 걸었다.


꼬르륵-


그때, 배꼽시계가 울렸다.


‘···.’


생각해보니 한 끼도 안 먹었었다.


‘배고픔에는 익숙하지만 일부러 굶을 필요는 없겠지.’


체력에 좋지 못했으니까.


[산아래 식당]


나는 주변에 있는 적당한 식당 하나를 찾아서 들어갔다.


점심이 지난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식사하는 손님은 없었다.


빈자리에 앉자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메뉴판을 가지고 다가왔다.


“지금은 소시지구이밖에 안 되는데 괜찮아요?”


당연히 괜찮았다.

지금 아주 허기진 상태다.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먹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네 하나만 구워 주세요.”


식당 주인이 조금만 기다리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탁-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가 나왔다.

접시 위에 소시지 세 개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었다.


‘···곤란하군.’


나는 소시지구이 세 개가 아닌 한 개를 주문했었다.

아무래도 주문한 개수를 잘못 알아들었나 보다.


‘세 개는 무리다.’


세 개 값을 치렀다가는 돌아가는 기차푯값을 사지 못한다.

그렇게 난감해하는 그때.


“두 개는 서비스.”


식당 주인이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청년 완전 해골이잖아. 많이 먹어야지.”


서비스라니.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회귀 전에는 식량이 아주 귀했었으니까.’


회색족의 학살이 시작된 이후, 인간들은 꽤나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렸었다.

먹을 게 너무 없어 인간 사냥꾼이 생겨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호의를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의 말처럼 지금의 나는 완전 해골이었다.

전투 마법사로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살을 찌워야 했다.

그렇게 소시지를 후후 불어가며 먹는데.


타다닥-


한 꼬마가 코를 훌쩍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소시지 맛있지? 우리 아빠가 사냥해온 동물들로 만든 거야. 우리 아빠가 개쩌는 사냥꾼이거든.”


듣자 하니 식당 주인의 꼬마 아들인 것 같았다.


“개쩌는?”

“하하핫! 형아는 외지인이라서 모르는구나. 우리 동네에서 유행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엄청나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돼!”

“그것 참··· 개쩌는구나.”

“그렇지? 그런데 형아는 뭐 하는 사람이야?”


꼬마가 코를 훌쩍거리며 물었다.


“학생이야.”

“학생? 어디 다니는데?”


나는 플라티나 아카데미라 답했다.


“허억! 거기 완전 좋은 곳 아니야? 형아 그렇게 안 봤는데 개쩌는 사람이었구나!”


꼬마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는 소란을 피웠다.

하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명문이었으니까.


“그런데, 플라티나 아카데미 학생이 우리 마을에는 왜 온 거야?”


꼬마가 꽤나 심심하나 보다.

질문이 끊이지를 않았다.


“담꽃 마을 산에서 구할 게 있어서.”

“진짜? 지금 우리 아빠 산에서 사냥하고 있는데! 이따가 아빠 만나면 빨리 오라고 말해줘! 검은 털모자를 쓰고 있어서 알아보기 쉬울 거야!”

“그래.”


조금 귀찮았지만 소시지 서비스도 받았겠다, 계속 꼬마와 어울려줬다.

그렇게 몇 마디 잡담을 더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접시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나른하군.’


배부르게 먹어서인지 조금 졸렸다.

허나, 게으름을 피울 생각은 없었다.


‘해가 지기 전에 푸른 이끼를 채취하고 온다.’


하루라도 빨리 중독에서 벗어나 마력 단련을 시작해야 한다.

나는 매대로 가서 계산을 마쳤다.


“잘 먹었습니다.”

“학생. 산에 간다고?”


주인아줌마가 물었다.

나와 꼬마가 했던 얘기를 들었나 보다.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담꽃 마을 산에는 위험한 맹수들이 많으니까 조심해서 가 학생. ···뭐, 명문 아카데미 학생이니까 알아서 잘하겠지만.”


식당 주인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표정과 반대로 목소리에서는 염려가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군.’


소시지도 두 개나 서비스로 더 주고, 조심하라며 걱정까지 해주다니.

이렇게 타인에게 호의를 넉넉히 베푸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았다.


‘···이곳도 회색족의 학살로 엉망이 되었지.’


놈들은 인간이 이룩한 모든 것을 보이는 족족 잿더미로 만들었다.


‘빨리 강해져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 전처럼 회색족 놈들이 이곳을 짓밟게 두지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산아래 식당을 뒤로하고 담꽃 마을 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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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꽃 마을 22.12.05 1,00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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