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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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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3,997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19 12:25
조회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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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감기

DUMMY

확실히 운전면허를 딸 필요성은 있었다.

언제까지 열차나 택시로만 이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대륙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선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게 좋았다.


나는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하기 위해, 곧장 택시 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앨런 후배!”


몇 걸음 안가 뒤에서 소피아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전면허 교육 신청하러 가?”


선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운전 교육은 받을 필요 없어요.”

“필요 없다고? 왜?”


소피아 선배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전할 줄 아니까요. 바로 면허 시험을 응시할 거예요.”


내 말에 소피아 선배의 두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운전할 줄 안다고?”

“예.”


회귀 전, 본의 치 않게 여러 종류의 차량을 몰았었다.

운전은 이미 익숙했기에, 따로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교육받을 필요는 없었다.


“···에이, 뻥인 것 같은데···.”


소피아 선배가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사실, 꽤나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운전을 배우는 비용은 꽤나 비쌌으니까, 땅바닥에서 홀로 자라온 내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충분히 거짓말이라 생각할 법했다.


“어떻게 생각하던지 소피아 선배 자유니까요. 그럼 갑니다.”


그렇게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선배가 내 옆을 졸졸 따라 걸었다.


“같이 가.”

“선배도 운전면허 없어요?”

“응? 아니, 있는데?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서. 같이 가서 구경해줄게.”


뭘 구경해주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바람을 쐬겠다는 사람을 굳이 말릴 필요는 없을 터였다.


나는 소피아 선배와 택시를 타고 운전면허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


운전면허 교육장에 도착했다.

곧장, 접수 직원에게 가서 면허 시험 일자를 확인한 후, 가장 빠른 시험 날짜로 응시 신청했다.


[대형 1급 시험 수험표]


“수험표입니다. 까먹지 마시고 꼭 시험 날에 가지고 오셔서 시험관에게 제출해주세요.”


접수 직원으로부터 영수증 크기의 수험표를 건네받았다.


운전면허는 대형 1급으로 신청했다.

기왕 시험을 치르는 김에 가장 높은 등급으로 고른 것이다.


“···진짜로 교육 안 받고 바로 시험으로 신청했네.”


옆에서 소피아 선배가 내 손에 쥐어진 수험표를 보며 말했다.


“그럼 진짜로 신청하지 가짜로 신청합니까?”

“앨런 후배, 정말 운전할 줄 알아? 직접 운전해보면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를걸? 차폭감을 잘 익혀야 해. 안 그러면 큰일 나.”


내가 거짓말쟁이인 줄 아나 보다.

생각보다 의심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특별히 시간 내서 가르쳐 줄 수도···”


쿠르릉!


소피아 선배가 말하던 도중, 선배의 배에서 배꼽 시계가 우렁차게 울렸다.

살면서 들어본 배꼽 시계 소리 중에 가장 큰 소리였다.

선배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


“뭐, 뭘 봐! 내 소리 아니거든?”


소피아 선배가 식은땀을 흘리며 코흘리개 꼬마도 안 믿을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꼬르륵 소리를 부끄러워하다니.

다 큰 선배의 꼬마 같은 모습에, 조금 장난기가 들었다.


“선배.”

“으, 응?”

“지금 폭발 마법 쓰신 거예요?”

“포, 폭발 마법은 무슨! 차, 참나! 어이가 없어서!”


소피아 선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열이 오르는지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손으로 빠르게 부채질했다.


꾸륵-


“앗!”


부채질하는 와중에도 선배의 뱃속에 남아있던 꼬르륵 소리가 퍼졌다.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푸흡-


실수로 소리 내 웃었다.

불가항력이었다.


“너, 너 왜 웃니? 지금 하늘 같은 선배가 웃기니? 아카데미 학부 졸업할 때 최우수 학생 표창받았으면 다야?”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민망함을 넘어 진짜로 조금 화난 듯 보였다.

내가 비웃고 있는 줄 아는 것 같았다.

허나, 그런 건 아니었다.


꼬르륵 소리를 부끄러워하는 게 동생같이 귀여워 보여서 그런 것뿐이었다.

실제로 회귀 전의 나이까지 합하면 나보다 한참 동생이기도 했고.


‘아무튼, 사과해야겠군.’


뜻하지 않게 오해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당분간 함께 생활해야 할 대학원 선배인데 사이가 나빠지면 조금 곤란했으니까.


“죄송해요, 선배. 비웃은 건 아니에요.”

“비, 비웃은 게 아니면 뭔데!”


꽤나 곤란한 물음이었다.

배꼽 시계 소리를 부끄러워하는 게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아무리 회귀 전의 나이를 합하면 내가 더 나이가 많다지만, 지금은 소피아 선배의 나이가 더 많았다.


“비웃은 게 아니라 그냥 웃은 거예요.”

“···비웃은 게 아니라 그냥 웃은 거라고?”

“예. 제가 하늘 같은 선배를 왜 비웃겠어요?”


내가 뱉어놓고도 썩 좋은 답변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소피아 선배의 기분이 조금 풀린듯해 보였다.


“헤헤, 그래, 하나밖에 없는 후배가 날 비웃으면 안 되지.”

“마침, 점심때 됐는데 식사나 하시죠.”


식사를 해결한 후, 밖으로 나온 김에 플라티나 의뢰소에서 적당한 의뢰를 수행하고 기숙사로 복귀하면 좋을 터였다.


“배고프니? 특별히 선배가 사줄게!”


저보단 선배가 더 배고프지 않아요? 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


“고깃집으로 가시죠.”

“고기 좋아하니?”


고기 맛을 좋아한다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고기를 선택했다.


‘고기를 많이 먹어야 체력을 키우는 데 유리하니까.’


몸에 근육을 붙이기 위해서는 밀가루보다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

먹는 것조차 단련이었으니 생각 없이 아무거나 먹어서는 곤란했다.


‘나는 빠르게 강해져야 한다.’


언제 또 갑자기 가시 여왕 마키나 녀석이 눈앞에 나타날지 몰랐다.

녀석을 능히 당해낼 수 있도록 빠르게 강해져야 한다.


소피아 선배와 근처 직화 구이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특유의 직화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는 직화 구이 스페셜 시킬게요.”

“직화 구이 스페셜? 이름만 들어도 양 많아 보이는데 다 먹을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답했다.

꾸준히 식사량을 늘린 덕분에 충분히 가능했다.


“앨런 후배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먹보였구나? 나는 쪽갈비 시켜야지.”

“쪽갈비 하나로 괜찮겠어요?”

“···그게, 무슨 의미니?”


평온하던 소피아 선배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소피아 선배는 놀리는 재미가 꽤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음식 주문할게요.”


음식을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가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내 몫의 접시였다.


“맛있게 먹어, 앨런 후배.”

“선배도 맛있게 드세요.”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부지런히 고기를 뜯었다.

쪽갈비 일 인분을 시킨 선배와 식사 속도를 맞추려면 꽤나 바쁘게 먹어야 했다.


그렇게 한참 식사하는데.


저벅-


직화 구이 식당에 남자 한 명이 걸어들어왔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앤디 선배.’


마지막으로 연구실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머리도 단정하고 수염도 짧게 깎아 깔끔해진 모습이었다.


‘···.’


앤디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소피아 선배도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앤디 선배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야, 팔자 좋게 대낮부터 고기를 잔뜩 먹고 있네. 그래, 거기에 있다간 평생 졸업도 못 할 텐데 잘 먹어서 때깔이라도 좋아야지.”


앤디 선배가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접시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아니거든? 길튼 교수님이 무조건 졸업시켜준다고 약속했어! 그러니까 너도 지금이라도 연구실로 돌아와서 같이 하자.”


소피아 선배의 말에 앤디 선배가 피식 웃었다.


“됐네요. 나는 이제 길튼 교수님은 못 믿어.”

“그럼 대학원을 아예 그만둘 거야?”

“아니? 내가 왜 그만두냐? 다른 교수님 연구실로 들어갈 거야.”

“뭐? 너 설마···.”

“그래, 전과할 거다.”

“진짜로 전과한다고?”


소피아 선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아직 전과 신청 기간이 남았으니까. 다른 어디를 가도 길튼 교수님 보단 낫겠지.”


꽤나 안타까웠다.

내 눈에는 앤디 선배가 굴러들어오고 있는 복을 있는 힘껏 걷어차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나는 앤디 선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앤디 선배.”


앤디 선배가 나를 쳐다봤다.


“길튼 교수님 연구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지금이라도 돌아오세요.”

“뭐? 참나··· 너는 아직도 그 소리냐?”


앤디 선배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그때.


저벅-


한 남자가 고깃집 안으로 들어왔다.

다소 통통한 외모의 중년 남자.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게릭 교수.’


마법식품공학 전공 교수였다.

학부 때 게릭 교수의 수업을 받은 기억이 있었다.


“앗, 오셨습니까 교수님.”


앤디 선배가 게릭 교수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전과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 식사 약속을 잡은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소피아 선배와 나도 게릭 교수에게 인사했다.

게릭 교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안쪽 자리로 예약해 뒀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앤디 선배가 게릭 교수에게 말했다.


“자네는 먼저 가서 앉아있게나.”

“네?”

“앨런 학생과 할 말이 있으니 먼저 가 있으라고 했네.”

“···알겠습니다.”


교수의 말에 앤디 선배가 구석 자리로 걸어갔다.


‘···.’


조금 의아했다.

나와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자네는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유일한 파트 타임 대학원생일세.”


게릭 교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유일하겠지.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파트 타임 대학원생은 사라지고 있던 제도였으니까.

나도 길튼 교수의 제안이 아니었다면 이 제도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을 터였다.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교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교수의 미간에 슬쩍 주름이 잡혔다.


“···파트 타임에서 풀타임으로 바꾸게나. 자네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네.”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라.


“정확히 누가 무슨 피해를 본다는 말씀이십니까?”


내 물음에 교수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자네는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 겐가? 자네가 홀로 파트 타임으로 대학원에 입학한 탓에 다른 학생들의 시간표가 엉망이 되지 않았나.”


나 때문에 시간표가 바뀐 것은 맞았다.

불만이 생기는 것은 이해하지만, 내게 따질 문제는 아니었다.


“파트 타임 제도가 싫으시면 대학원생인 제가 아니라 플라티나 아카데미 이사장님께 직접 요청하십시오.”


게릭 교수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래도, 바라던 대답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 자네는 이런 학생이었지. 계속 그런 식으로 해보게.”


휙-


말을 마친 게릭 교수가 앤디 선배가 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툭툭-


“애, 앨런 후배!”


소피아 선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속삭이듯 말했다.


“게릭 교수님 화난 거 같은데? 안 무섭니?”


무섭기는.

회색족과의 전쟁을 경험했던 내겐, 저런 감정어린 위협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후···. 게릭 교수님이 이번 일로 앙심을 품고 앨런 후배 시험 점수를 일부러 낮게 주면 어떡하지?”


소파아 선배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후배의 대학원 시험 점수까지 걱정해주다니.

참 착한 선배였다.

허나, 괜한 걱정이었다.


‘내게 대학원 시험 점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학원 학위는 앞으로의 행보를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었다.

교수가 앙심을 품고 내 시험 점수를 낮게 조작해봤자 큰 흠이 되지 못했다.


애초에,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교수 한 명이 멋대로 굴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곳이 아니기도 했고.


“선배는 걱정도 팔자네요.”

“너어! 걱정도 팔자라니! 높디높은 선배가 걱정해주고 있는데!”


할 필요가 없는 걱정이니 하는 말이었다.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두어 심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차라리 나중에 인터뷰에서 할 말을 생각해두세요.”

“인터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니?”


소피아 선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길튼 교수님 연구가 성공하면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려고 몰려들 테니까요. 미리 인터뷰 준비를 해두면 좋겠죠.”


마법 공학의 파장은 엄청났다.

길튼 교수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하는 소피아 선배와 나 역시 무수히 많은 관심을 받게 될 터였다.


소피아 선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앨런 후배. 정신과 의사 선생님 소개해줄까? 요즘에는 그런 것도 감기 같은 거래. 앨런 후배는 참 좋은 사람 같은데 가끔씩 망상이 너무 심한 것 같아.”


역시, 믿기지 않겠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일어나시죠. 선생님 소개는 괜찮아요.”


접시에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조각을 집어 먹은 후, 식당 밖으로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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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긍정 22.12.09 827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6 24 14쪽
4 보따리 22.12.06 901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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