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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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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001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05 21:35
조회
1,548
추천
22
글자
11쪽

추가 졸업 시험

DUMMY

오늘 연합군 제2군단 최고 지휘관이 되었다.

승진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전 최고 지휘관이 어제 있었던 전투에서 전사했기에 내가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전 지휘관 다음으로는 내가 가장 강했으니까.

반 회색족 연합에서 계급의 고하는 전투 실력순이었다.


“앨런! 놈들이 온다!”


동료 마법사가 말한다.


두두두두두-!


녀석의 말처럼 확실히 회색족의 군대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몰려오는 게 보인다.

회색족은 하나하나가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가진 존재들로, 미지의 땅 너머에서 건너온 학살자들이다.

놈들의 손에 인류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전투겠지.’


전날에 있었던 패배로 더 약해진 우리에게 승산은 아주 희박했다.

대부분 실력자들이 놈들에게 당한 것이다.


‘내가 잘해야 한다.’


현재 연합군 인원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내가 최대한 많은 회색족을 처리해야 실낱같은 승기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와아아아!


연합군이 성벽을 타고 내려가 회색족의 군대를 맞이했다.


쾅!


양쪽 군대가 뒤엉키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전투가 되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결연한 표정으로 처절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화륵-!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법 공학의 기술이 가미된 스태프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회색족을 제거해 나갔다.


연합군보다 침략자들의 숫자가 더 많다.

매 순간 마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로 싸운 지 얼마나 지났을까.


투둑-


화염이 위태롭다. 마력이 슬슬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앨런! 피해!”


그 순간 강렬한 기운이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검보랏빛의 가시.

익숙한 형태의 공격이었다.


‘마키나.’


삼악몽이라 불리는 녀석 중 한 명으로.

회색족 중에서도 최상위급 힘을 지닌 녀석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마력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콰직!


마키나의 공격이 내 실드를 깨뜨리고 뱃가죽을 뚫고 지나갔다.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터벅- 터벅-


녀석이 고고한 걸음으로 전쟁터를 가로지르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앨런! ···컥!”


주변에 있던 동료 마법사들이 녀석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키나는 대륙을 강타한 삼악몽 중 한 명이다.

어쭙잖은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터벅-


마키나가 내게 근접했다.

녀석의 몸은 동료들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마키나의 가시는 요란하고 파괴적이었다.


“이런 허접한 녀석에게 내가 당했었다니.”


마키나가 엉망이 된 자신의 왼쪽 팔을 슬쩍 쓰다듬으며 짜증 어린 말투로 말했다.

왼팔의 상처는 나와 전 지휘관이 함께 만든 상처였다.


“내가 당한 창피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큭!”


화륵-!


나는 순간적으로 마법 공학 스태프에 내장되어있던 마력을 폭발시켰다.

스태프 끝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마키나의 전신을 휘감았다.


“앨런의 마법이 성공했다!”


놓치지 않을 것이다.

삼악몽을 제거할 흔치 않은 기회였으니까.

내가 만든 화염 감옥에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타죽거나 질식할 것이다.


화륵-!


화염 감옥 안에서 비명과 함께 강한 저항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몸이 쥐어짜여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마력이 거의 바닥났군.’


스태프에 내장된 마력도, 몸에 남은 마력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허나,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생명력을 끌어 다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녀석을 제거할 것이다.


그렇게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데.

내 주변으로 넓게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앨런! 피해요!”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마키나를 붙잡고 있던 화염 감옥을 거두고 황급히 발을 움직였다.


쾅!


본래 서 있던 자리에 굉음과 함께 땅이 패었고 앞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의 진한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같은 인간에게 두 번이나 당하다니 한심하구나 마키나.”


먼지가 걷히고 거대한 존재가 나타났다.


‘거신 고르고.’


마키나와 마찬가지로 삼악몽이라 불리는 존재.


쿨럭!


“닥쳐!”


새까맣게 그을린 마키나가 기침하며 소리쳤다.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녀석의 주변에 검보랏빛 가시 수십 개가 생겨나 내게 쏟아져 나왔다.


황급히 실드 마법을 겹겹이 두르려는데.


쿨럭!


참기 힘든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입가를 닦으니 피가 묻어나왔다.


‘엉망이군.’


무리하게 마력을 사용하느라 속이 어떻게 됐나 보다.


푸푸푹!


결국, 실드 마법을 완성하지 못하고 녀석의 가시에 몸이 꿰뚫려 벌집이 되고 말았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터벅-


마키나가 바닥에 널브러진 내게 가까이 걸어온다.


“빌어먹을 놈! 편히 죽지는 못할 거다!”


녀석이 손을 뻗자, 내 몸에 박혀있던 가시가 멋대로 내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크윽-


빌어먹게 아프다.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이었다.


“애, 앨런!”


동료들이 다들 애쓰고는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삼악몽 중 하나인 고르고의 주먹 한 방에 몸이 터져나갔다.


쿨럭!


어느 순간부터인가 고통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눈이 조금씩 감겨오는 그때.


파앗!


“뭐, 뭐야!”


내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몸이 아니었다.


'반지.'


언젠가 고대인들의 유적에서 찾은 하늘색 보석이 박힌 반지.

그곳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눈이 시리지 않은 따스한 빛이었다.


크아아악!


하지만, 마키나에게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녀석의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의식이 빠르게 흐려졌다.


####


‘···.’


꿈을 꿨다.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학습했던 시절의 꿈이었다.

당시의 나는 아주 빛나던 학생이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장이었으며, 깐깐한 교수들에게조차 마법 신동이라 인정받을 정도의 재능을 뽐냈었다.

참으로 달콤한 나날들이었다.


‘···뭐, 좋은 날들만 있지는 않았지만.’


두 번 다시 겪기 싫은 끔찍한 상황도 아카데미 재학 중에 겪었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지만.

회색족과의 전쟁과 비교하자면 참으로 사사로운 것들이었···


휙!


나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창 전쟁 중이다.

자빠져서 꿈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음?’


놀랍게도 눈을 뜬 곳은 전쟁터가 아닌 깔끔하게 정리된 작은 방 안이었다.

책상 위에는 마법서 한 권이 펼쳐져 있다.


‘···기숙사?’


플라티나 아카데미 기숙사.

그립고도 익숙한 공간이었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하지만 너무 생생해.’


딛고 있는 마룻바닥의 감촉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책 냄새.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었다.


똑똑-


혼란스러운 와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앨런 학생. 안에 있나요?”


언젠가 들어본 듯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덜컥-


나는 조금 긴장한 채로 말없이 문을 열었다.

메이드복 차림의,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기억에 있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엠마.’


엠마는 플라티나 아카데미 졸업반 기숙사 관리인 중 한 명이었다.


“앨런 학생 앞으로 온 통지서에요.”


나는 얼떨결에 엠마가 건넨 서류 봉투를 건네받았다.


“···힘들겠지만 힘내요 앨런 학생. 그럼.”


엠마가 작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문을 닫고 사라졌다.


‘···.’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 있자니 기시감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이미 겪어본 상황이다.

봉투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툭-


나는 봉투를 뜯고 안에 있는 서류를 꺼냈다.

역시나 봉투 안에는 예상하던 게 들어 있었다.


[추가 졸업 시험 안내]


졸업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 적힌 통지서.


‘···이건 과거에 있었던 일이야.’


엠마를 통해서 추가 졸업 시험 안내서를 받은 일.

이건 내가 학생이었을 때 겪었던 일이었다.


‘···.’


혼란스럽다.


덜컥-


나는 황급히 옷장 옆에 있는 전신 거울로 향했다.

거울 속에는 젊은 시절의 내가 보였다.

흉터 하나 없는 뽀얀 피부다.


‘···내가 정말로 과거로 돌아온 건가? 어째서?’


분명 나는 삼악몽 중 하나인 마키나의 공격에 죽어가고 있었다.

놈은 나를 깔끔하게 죽이지 않았다.

가시의 능력으로 죽기 직전까지 내게 끔찍한 고통을 주었다.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반지에서 빛이 났었지··· 음?’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반지를 차고 있었다.

내가 왜 반지를 차고 있지?

이상한 일이다.

이건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한참이나 뒤에 얻은 물건이다.

지금 차고 있어야 할 물건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조금 다르군.’


색이 빠졌다.

분명 하늘색 보석이 박혀있어야 할 터인데, 유리잔처럼 색이 말끔하게 빠져 있었다.


'반지에 담겨있던 빛이 나를 과거로 돌려보내 준 건가.'


믿기 힘들지만 정황상 그랬다.

나는 반지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내가 정말로 과거로 회귀한 거라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다.


'나만이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머지않은 미래에 회색족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학살자 놈들은 지금 더러운 속내를 감춘 채 인간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대비해야 한다.’


회색족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혹한 미래를 반복하게 될 터였다.


스륵-


나는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 삼아 마력을 운용해봤다.


‘역시, 정상이 아니군.’


금세 피가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만성적으로 독에 중독된 상태인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내 삶이 꼬였었지.’


독으로 인해 플라티나 아카데미 최고 우등생이었던 내가 마법을 제대로 못 쓰는 몸이 되었었다.

당시에는 독이 원인인 줄도 몰랐다.

회색족의 학살이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났을 때 만났던 다힐 왕국 출신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마법을 정상적으로 못쓰게 된 원인이 검은점박이꽃으로 만든 독을 장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회 맴버가 내게 독을 먹였다.’


지금까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함께 생활했던 학생회 맴버 중에 내게 독을 먹인 녀석이 있을 것이다.

내 음식에 장난을 칠만큼 가깝게 지냈던 것은 녀석들 뿐이니까.


‘해독이 우선이다.’


힘을 되찾아야 한다.

다행히 약으로 쓰일 식물의 위치는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이미 몇 번이고 방문했었으니까.


‘담꽃 마을.’


그곳에 내가 찾는 약이 있었다.

나는 곧장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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