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영합니다

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3,992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20 12:33
조회
350
추천
11
글자
12쪽

고양이

DUMMY

소피아 선배와 식당 밖으로 나왔다.


“배부르다. 이제 기숙사로 돌아갈 거니?”


소피아 선배가 물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저은 후 입을 열었다.


“플라티나 의뢰소에 들렀다가 가려고요. 선배는 먼저 가세요.”

“···그래? 앨런 후배 참 부지런하네. 그럼 먼저 갈게.”


소피아 선배가 도로를 지나는 택시를 잡고 멀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플라티나 의뢰소를 향해 발을 옮겼다.


이곳과 의뢰소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체력도 단련할 겸 해서 택시를 잡지 않고 뛰어갈 생각이었다.


타닥-


그렇게 도시 플라티나의 여러 건물과 시민들을 지나쳐 달렸다.

고기를 많이 먹어 배가 빵빵했기에 처음에는 걷듯이 천천히 달리다가, 점점 속도를 늘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플라티나 도시숲 공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쯤, 녹색이 우거진 공원에 들어섰다.


우와아아아!


“나 숨는다!”

“숨어라!”


공원을 노니는 플라티나의 꼬마들과 그걸 지켜보는 어른들이 보였다.

플라티나 시에서 관리하는 공원으로, 숲을 테마로 조성한, 규모가 꽤나 큰 공원이었다.

이곳을 통과한 뒤 조금만 더 가면 플라티나 의뢰소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공원숲을 달려 가로지르는데.


냐아아아아!


어디선가 고양이의 앙칼진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푸짐하게 살이 찐 고양이가 비둘기를 쫓고 있었다.


이상하게 낯이 익은 고양이었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생각에 잠겼다.


‘···.’


생각났다.


‘의뢰지 사진에 있던 고양이군.’


[집 나간 우리 집 고양이를 찾아주세요] 의뢰지에 붙어있는 사진에서 본 고양이었다.

아무래도, 아직 아무도 고양이를 찾아주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 그럴 만했다.

플라티나는 상당히 넓은 도시였으니까.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었다. 도시 플라티나에서 고양이 한 마리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스륵-


나는 살찐 고양이를 향해 손을 뻗어 염력 마법을 사용해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녀석을 플라티나 의뢰소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냐아아아앙!


녀석이 뒤뚱거리며 거칠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허나, 내 마법에 벗어날 수는 없었다.


텁-


나는 염력 마법으로 가까이 당겨온 녀석의 목 뒷덜미를 잡았다.


냐아아아아!


[나비]


녀석의 목에 명찰이 걸려 있었다.

이름이 나비였군.


캬아아!


그때, 녀석이 내 얼굴을 향해 앞발을 휘젓기 시작했다.

나는 염력 마법으로 녀석을 다시 공중에 띄웠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치고는 꽤나 사나운 녀석이었다.


‘이 상태로 가야겠군.’


맨손으로 잡고 있다가는 손에 고양이 발톱 자국이 생길 것이다.

아무래도, 염력 마법을 유지한 채로 플라티나 의뢰소까지 가야 할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수련이 되겠지.’


움직이면서 마법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수준의 집중력이 필요한 행위였다.

훌륭한 전투 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움직이면서 마법을 쓰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한다.


타다닥!


그렇게 녀석을 마법으로 붙잡은 채로 다시 플라티나 의뢰소까지 달려가는데.


흐응. 흐응.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 편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자히아.’


함께, 학생회 생활했었던 자히아.

녀석이 콧노래를 부르며 숲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꽤나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도 조금 놀랐다.

숲공원에서 녀석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었으니까.


그때, 자히아가 입을 열었다.


“···어, 안녕?”


꽤나 낯선 모습이었다.

자히아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명랑한 녀석이다.

녀석답지 않은 맥없는 인사였다.


‘···.’


하긴, 지금 우리 상황에 밝게 인사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일 터였다.

나는 자히아를 내 삶을 망쳐놨던 강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었고.

자히아도 이젠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안녕.”


나는 짧게 답하고 녀석의 옆을 지나쳤다.

굳이, 억지로 말을 이어 나갈 필요는 없을 테니까.


“앨런.”


그때, 뒤에서 곧바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걸음을 멈춰 녀석을 바라봤다.


“···마법으로 고양이를 괴롭히면 안 돼. 불쌍하잖아.”


자히아가 손을 뻗어 내가 마법으로 붙들고 있는 고양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냐아아아아!


“앗!”


갑자기, 고양이가 발광하며 자히아를 향해 마구잡이로 앞발을 휘둘렀다.

자히아의 손등에 피가 흘렀다.


“이씨··· 나쁜 고양이었네.”


자히아가 울듯이 표정을 찡그리며 상처 입은 손등을 쓰다듬었다.

핏방울이 뚝뚝 떨어질 만큼 상처가 깊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히아.”

“아파라... 응?”

“바로 소독해야 해.”


쪼그마한 발톱이라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바깥 생활을 한 고양이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번질 수 있었다.


“소독약은 방에 있는데···. 기숙사로 돌아가서 약 발라야겠네. ···갈게, 앨런.”


자히아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 후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자히아.”

“응?”


내 부름에 자히아가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일단, 이걸 으깨 발라. 소독 효과가 있을 거야.”


나는 염력 마법으로 숲공원 바닥에 심겨 있는 식물을 뜯어 자히아에게 건넸다.

소독제의 재료로 쓰이는 루툴렌이라는 이름의 식물이었다.

나도 회귀 전에는 꽤나 많이 썼었다.


“이게 소독제야? 고마워!”


자히아가 공중에 떠 있는 루툴렌을 가져가 주먹을 꽉 쥐어 으깼다.

상처 부위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문지를수록 상처 부위가 녹색으로 물들었다.


“헤헤, 역시 앨런은 최우수 학생이라서 그런지 아주 똑똑하네.”


침울했던 자히아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그런데, 고양이는 왜 괴롭히고 있던 거야?”


으깬 루툴렌을 꼼꼼히 문지른 자히아가 허공에 떠서 바둥거리고 있는 고양이를 보며 말했다.

조금 전과 달리, 이번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지는 않았다.


“괴롭히는 게 아니야.”


내가 왜 쓸데없이 고양이를 괴롭히겠는가.

애타게 찾고 있을 주인에게 데려다주려는 거였다.


“아하! 해결사 일이구나? 부럽다··· 나도 파트 타임 대학원생 하고 싶은데.”


자히아가 웃으며 말했다.


‘···.’


문득, 함께 학생회 생활했던 때가 떠올랐다.

자히아와는 참 잘 놀았었지.

고장난 마법사가 되었을 때도, 나를 이전과 똑같이 대해줬던 몇 안 되는 녀석이었고.


나는 녀석을 친구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럼, 간다.”


저벅-


나는 자히아를 뒤로한 채, 고양이를 데리고 플라티나 의뢰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세 걸음쯤 걸었을까.


“앨런, 잠깐.”


뒤에서 자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아닌 거 알지? 우리 예전처럼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지?”


자히아가 조금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그런 자히아를 가만 보다가 입을 열었다.


“힘들겠지.”


회귀 전에, 독에 대한 사실을 막 알았을 때는 학생회 맴버 중에 있을, 내게 독을 먹인 녀석이 아주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회색족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인간을 학살하고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불태워 재로 만들었다.

앞으로 벌어질 회색족의 침략에 비하면 이것은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감정이었다.

내게 독을 먹였던 녀석이 또다시 나를 망치려 들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내어 복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원망의 감정이 흐려졌다고 해서 신뢰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고양이의 발톱에 긁힌 상처에 약을 발라 줄 수는 있어도, 이들과 등을 맞댈 친구로서는 지낼 수 없는 것이다.


‘···.’


자히아가 조금 충격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저벅-


자히아를 뒤로한 채 플라티나 의뢰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저벅-


한참을 걸어 플라티나 의뢰소에 도착했다.


냐아아아!


나는 고양이를 접수 공무원에게 보여줬다.

의뢰지에 있는 사진과 내가 염력 마법으로 붙들고 있는 고양이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수고하셨어요.”


접수 공무원이 염력 마법으로 능숙하게 고양이를 채갔다.

고양이는 자히아를 공격할 때처럼 발톱을 세우며 사납게 굴었지만, 녀석의 발톱이 접수 공무원의 얼굴에 닿지는 않았다.


저벅-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어느덧 붉게 물들어 있었다.

평화로이 해가 지는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기숙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그간, 평소 하던 대로 전투 마법사로서 강해지기 위해 단련하고, 플라티나 내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의뢰를 수행했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는 창밖을 보며 가벼운 마력 운용으로 몸을 풀어주고 있는데.


Drrrrr-!


기숙사 방 전화벨이 울렸다.

이른 아침에 무슨 전화지?


-앨런 후배!


소피아 선배의 전화였다.


-오늘 대학원 입학식인 거 알지?


소피아 선배의 말처럼 오늘은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 입학식 날이었다.

정식으로 대학원생이 되는 날.

아마, 학생증도 오늘 발급되겠지.


“그것 때문에 아침부터 전화했어요?”

-앨런 후배가 까먹었을까 봐 그렇지!


입학식 가는 걸 까먹을까 봐 지금 시간에 전화했다고?


“누가 그런 걸 까먹어요?”

-나는 옛날에 까먹었었는데···.


그랬었군.

딱히, 알고 싶었던 정보는 아니었다.


“아무튼 고마워요.”

-그래, 앨런 후배.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마력 운용을 시작했다. 입학식까진 시간이 꽤나 남았으니까.


####


대학원 입학식장에 도착했다.

나와 함께 이번에 입학할 신입 대학원생들이 보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카데미 학부 입학 때와는 달리, 입학생의 수가 현저하게 적었다.

언뜻 보아하니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녀석들도 있군.’


바네사, 피터, 자히아.

함께 학생회 생활했던 녀석들도 보였다.

이따금씩 눈이 마주쳤지만 그뿐이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입학식이 시작되길 대기하고 있는데.


“앨런 쟤가 파트 타임이라면서?”

“어, 신문에도 나왔던데? 벌써 해결사 활동하고 있던데?”


뒤편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참나, 그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나도 파트 타임으로 했을 텐데.”

“그러게 말이다. 혼자서 대학원도 가고 직업 활동도 병행하고 아주 좋겠네.”

“나도 파트 타임으로 하고 싶다.”


수군거림이 강의실 전체로 퍼졌다.

그만큼 학업과 직업 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파트 타임 제도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이다.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 곧 입학식이 시작됩니다.”


입학식 진행 교수가 소란을 진정시키자, 그제서야 입학식장이 조용해졌다.


저벅-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들과 이사장이 입학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학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후, 곧바로 진행 교수의 인사말과 함께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식은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저는 응용화염마법을 가르칠 프레디입니다. 제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죠?”


대학원 수업을 맡은 교수들이 한 명씩 나와 짧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미, 대부분이 구면이었으니 자세히 소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법식품공학 대학원 과정을 가르칠 게릭입니다.”


내게 파트 타임을 그만두라 말했던 게릭 교수가 내 눈을 쳐다보며 자신을 소개했다.

썩 호의적인 눈빛은 아니었다.


그렇게 입학식 자리에 있는 교수들의 인사가 모두 끝나고.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희 아카데미는 자타공인 대륙 최고의···”


플라티나 아카데미 이사장이 앞으로 나왔다.


이사장은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 과정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길게 풀어 입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사장답게 플라티나 아카데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상당한 듯 보였다.


“아, 그리고 앨런 학생.”


한참을 말하던 이사장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내 이름을 불렀다.

갑자기 나는 왜 부르는 거지?

입학식장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잠깐 앞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이사장이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1 22.12.21 129 0 -
» 고양이 22.12.20 351 11 12쪽
17 감기 22.12.19 446 9 13쪽
16 손수건 +2 22.12.18 524 17 11쪽
15 분위기 22.12.17 582 18 10쪽
14 마키나 22.12.16 614 18 11쪽
13 등록 22.12.15 650 21 11쪽
12 선배들 22.12.14 698 19 11쪽
11 먼저 일어난다 22.12.13 745 23 10쪽
10 전공 +1 22.12.12 818 24 10쪽
9 최우수 학생 +1 22.12.11 811 24 12쪽
8 곱빼기 22.12.10 800 22 12쪽
7 긍정 22.12.09 827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5 24 14쪽
4 보따리 22.12.06 901 23 11쪽
3 꿀밤 22.12.05 915 24 11쪽
2 담꽃 마을 22.12.05 999 23 12쪽
1 추가 졸업 시험 22.12.05 1,547 2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