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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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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3,991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10 13:00
조회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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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곱빼기

DUMMY

저벅-


복도에서 바네사와 마주쳤다.


바네사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별다른 인사말 없이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 마력 단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


바네사치고는 참 요란한 반응이었다.

본래라면 고고한 표정으로 ‘아직도 마법에 미련을 못 버렸나요? 고장이 났다면 고장난 채로 사는 법을 배우세요.’라며 한마디 했을 텐데, 그냥 말없이 지나치다니.


‘민망해서인가.’


아무래도, 녀석이 내게 했던 말들이 창피하게 느껴져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고장난 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고장난 채로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


하지만, 녀석이 학생회 맴버인 이상 저 모습조차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내게 독을 먹였을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용의자였다.

이조차 연기일 수도 있었다.


‘뭐,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범인을 알게 되더라도 복수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훗날 있을 회색족의 침략을 대비해야 한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일이다.


‘회색족은 아주 강력한 종족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끝에 끝까지 발악해 같은 미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금 결의를 다지는 그때.


꼬르륵-


배꼽시계의 재촉에 식당으로 향했다.


####


기숙사 식당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식사를 주문하러 매대로 향하는데.


“앨런!”


누군가 경쾌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을 한 녀석이 서 있었다.


‘자히아.’


바네사와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학생회를 운영했던 녀석이자, 검을 단련하는 기사부 학생이었다.


‘기억하기로는 기사부 일등이었지.’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두 가지 과정이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학생은 마법부, 육체를 단련하는 학생은 기사부로서 학업에 임했다.


공통으로 배우는 과목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전공이 다른 것이다.


“추가 시험 합격했더라? 어제 저녁에 도착하자마자 학생 게시판에서 봤어!”


자히아가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다시 마법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거지?”

“그래.”

“하핫! 잘됐다!”


녀석이 본인 일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그 요란한 모습에 아침 식사를 하던 학생들의 이목이 잠깐 집중되었다.


‘이런 녀석이었지.’


자히아는 명랑한 성격이었다.

내가 고장난 마법사가 된 이후, 곁에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차갑게 변해버렸을 때, 말이라도 위로해줬던 몇 안 되던 녀석 중 한 명이었다.


“나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 일단, 먹으면서 얘기하자!”

“그래.”


나는 조금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히아가 범인일 수도 있지만.’


녀석은 나를 중독시킨 강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굳이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적대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적은 가까이 두는 게 좋았다.


자히아와 함께 식사를 주문하러 매대 앞으로 향했다.


“치킨샌드위치 곱빼기 주세요.”


나는 아침 식사로 치킨샌드위치와 커피를 선택했다.

치킨 토핑을 두 배로 추가한 치킨샌드위치였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고기를 넉넉히 먹는 게 유리했으니까.


“저는 우유랑 오트밀 곱빼기로 주세요! 그리고 햄 치즈 샌드위치도 곱빼기로 주세요! 그리고 에그타르트도 주세요!”


자히아는 대략 일반인 5인분 어치의 식사를 주문했다.

항상 그랬다.

자히아는 여리여리한 몸을 한 주제에 대식가였다.


‘그러니 기사부 일등을 하는 거겠지.’


육체 훈련량이 엄청나니 살이 안 찌는 것일 터였다.


“맛있게 먹어요 학생들.”


음식은 금방 나왔다.


탁-


받은 음식을 들고 빈 식탁을 찾아 녀석과 마주 보며 식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같이 먹는 건 오랜만이네? 졸업반으로 올라가기 전에는 학생회실에서 항상 같이 먹었었는데.”


자히아가 우유에 탄 오트밀을 떠먹으며 말했다.


‘기억이 안 날 수가 없지.’


나는 분명 거기서 중독됐을 테니까.

누군가의 악의에 의해.


“학생회비 지원받은 걸로 우리가 음식 재료 사고 우리가 요리해서 먹고 그랬는데···.”


우리는 개인 식기를 썼고, 매일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을 맡았었다.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나를 특정해서 독을 먹이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었던 것이다.


“참 그립다. 그치?”


그리워했었다.

내 삶에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끔찍한 기억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학생회 맴버 중 누군가가 내게 검은점박이꽃 독을 먹였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순간부터.


“그런데, 마법은 어떻게 다시 쓸 수 있게 된 거야?”


녀석이 입안의 오트밀을 오물오물 씹으며 물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 입을 열었다.


“검은점박이꽃.”

“응?”


녀석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검은점박이꽃이라고 알아?”

“아니? 처음 들어보는 꽃인데? 그런데 꽃은 갑자기 왜?”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다.


‘이게 연기라면.’


만약 녀석이 내게 장기간 독을 먹인 장본인이고 저 모습이 연기라면, 당장 극장에서 배우를 해도 대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됐어.”

“아이씨 뭔데! 왜 말하다가 말아?”


나는 알려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식사를 재개했다.


“하! 진짜 나쁘네! 너 플라티나 잡지에서 나온 세상에서 가장 짜증 나는 행동 1위로 뽑힌 게 뭔지 알아? 말하다가 마는 거래!”


우물우물-!


녀석이 오트밀을 거칠 게 퍼먹으며 화났다는 티를 잔뜩 내기 시작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다 큰 녀석의 어리광이지만 그다지 어색한 모습은 아니었다.


‘···.’


졸업반에 올라오기 전, 그러니까 학생회 생활을 할 때는 녀석들과 참 잘 어울렸다.

특히, 이 녀석과는 장난을 꽤나 많이 치고 놀았었다.


‘너는 아니겠지.’


이 모습이 거짓된 연기가 아니길 바라며 식사를 이어갔다.


####


이후로 며칠이 훌쩍 지나 졸업식 날이 되었다.


슥-


나는 윗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오른팔을 들어 알통을 만들었다.


‘확실히 살이 조금 붙었군.’


해골같이 마른 몸에서 살과 근육이 조금 붙었다.

매일 단련한 덕분이었다.


‘사실 마법보다는 체력을 기르는데 더욱 많은 시간을 보냈었지.’


마법보다 운동이 더 좋아서가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마법을 조금 사용하다 보면 몸에 열이 살살 올라오다 보니 단련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마력을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벗어놨던 다시 옷을 걸치는데.


-여어, 오랜만이다.

-너도 이제 도착했냐?

-아니, 나는 한 이틀 전에 왔지.


창밖이 소란스럽다.


-취업 자리는 정해졌어? 너 최근까지 결정 못했었잖아.

-역시, 공무원이나 도전해 보려고. 플라티나 소속으로.

-플라티나 공무원이라··· 합격하려면 아카데미 졸업해도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나와 마찬가지로 졸업반인 동급생들이었다.

곧 있을 졸업식을 치르기 위해 플라티나 아카데미에 복귀한 것이다.


‘회귀 전에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었지.’


추가 졸업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었는데, 어떻게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곧장 아카데미를 빠져나와, 먹고 살 방도를 찾아 헤맸었다.

주머니에 땡전 한 푼도 없었으니까.


‘많이 굶었었지.’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을 정도로 거의 아사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앞으로는 회귀 전과는 많은 게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미래를 반복하게 될 테니까.

결코 그렇게 흘러가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속으로 결의를 다지며 졸업식장으로 향했다.


####


졸업식장은 이번에 졸업할 학생들로 아주 빽빽이 차 있었다.


저벅-


나는 인파를 헤치며 내 이름표가 적힌 자리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앉을 자리는 사전에 고지가 되기 때문에 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야, 야. 저기 앨런이다.”

“진짜네. 이제 다시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다면서?”

“어, 추가 졸업시험 성적도 제일 좋았다던데?”

“헐... 진짜?”


나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제 막 내 소식을 접한 녀석들인 것이다.


“뭐, 그래봤자. 낙제생들 중에서 제일이란 뜻이지만. 일 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죽 쒔으니 실력이 예전 같지는 않을걸? 이젠 내가 이길 수 있을 지도?”

“하긴···. 마력은 안 쓰면 약해지니까. 그럼 나도 가능성 있겠네.”

“흠···.”

“뭔 흠이야 죽을래?”


마력은 안 쓰면 약해진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내가 매일 마력을 단련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빠르게 늘 거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나는 남들과 조금 달랐다.

괜히 마법부 기사부 통합 학년 최고 우등생이자 학생회장이 됐던 게 아니었다.


‘압도적인 실력.’


플라티나 아카데미 동급생 중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사실, 썩 좋지 못한 성격임에도 학생회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남보다 배는 앞서가는 실력 덕분이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최고 미덕은 인성이 아닌 실력이었으니까.


‘그리고 몸이 기억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전선을 넘어왔다.

중독된 상태만 해결된다면, 적어도 회귀 전의 실력은 빠르게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


[앨런]


이름이 적힌 좌석을 찾아 앉았다.

내 왼쪽 좌석에는 익숙한 얼굴을 한 녀석이 앉아 있었다.


“애, 앨런.”


저번에 내게 달리기 선수를 하라며 시비를 걸었던 녀석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니 이젠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나 보다.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녀석이 나를 괴롭혔었다고 복수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의 내게는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일이었으니까.

나는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텁-


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조용히 마력 운용 훈련을 하며 졸업식이 시작하길 기다렸다.


####


“플라티나 아카데미 학우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졸업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가 나와서 몇 마디씩 소감을 말했으며,

유명인이 단상 앞에 서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최우수 학생 표창장 시상 및 수여가 있겠습니다. 호명하는 학생은 앞으로 나오세요.”


최우수 학생.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학생이 가진 배경보다 실력을 대우해 주는 곳이었다.

그건, 마지막 졸업식 날까지 바뀌지 않았다.


‘이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자타공인 대륙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 중 하나였다.

그곳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것은 꽤나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신문에도 나오겠지.’


뭐,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나는 졸업반에 오르기 전까지는 학생회장에다가 일등을 놓친 적이 없는 최고 우등생이었지만, 독에 중독된 졸업반 내내 모든 실기 시험을 죽 쒔었다.


최우수 학생 시상에 내 이름이 호명될 일은 없을 터였다.


‘아마, 자히아가 호명되겠지.’


기억하기로 내가 고장난 마법사가 된 이후에는 자히아가 통합 성적 1등이었으니까.


“최우수 학생은 앨런입니다. 앞으로 나오세요.”


그런데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잘못 들은 줄 알아서 조금 놀랐다.


“앨런 학생? 앞으로 나오세요.”


허나,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사회자의 재촉에 나는 결국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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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빼기 22.12.10 800 22 12쪽
7 긍정 22.12.09 827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5 24 14쪽
4 보따리 22.12.06 901 23 11쪽
3 꿀밤 22.12.05 915 24 11쪽
2 담꽃 마을 22.12.05 999 23 12쪽
1 추가 졸업 시험 22.12.05 1,547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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