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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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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3,999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05 21:36
조회
915
추천
24
글자
11쪽

꿀밤

DUMMY

저벅-


담꽃 마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꽤나 가파른 산이다.

산 과일을 따러 온 사람들과 나무꾼들을 지나쳐가며 계속해서 산에 올랐다.


‘···.’


땀이 주르륵 흐른다.

조금 산 좀 탔다고 땀이 이렇게나 난다니.

역시, 회귀 전 전쟁터에서 굴렀을 때의 체력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앞으론 체력 단련도 열심히 해야겠군.’


전투 마법사에게는 마력 단련만큼이나 체력 단련도 중요했다.


‘체력은 마법에 영향을 준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마법도 불완전하게 시전 된다.

그렇기에 체력 단련을 등한시하면 곤란했다.


저벅-


이후로 한참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폭포를 옆에 끼고 있는 동굴이었다.

갈색 늑대 한 마리가 폭포에서 흘러 떨어진 물을 마시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으나 덤벼들지는 않았다.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나 보다.


‘서둘러 챙기고 돌아가야겠군.’


물이 있는 곳에는 짐승들이 꼬이기 마련이었다.

몸도 성치 못한 상태에서는 마법을 쓸 일을 최대한 피하는 게 좋았다.


동굴 앞에 다가서자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텁-


나는 가방에서 기숙사에서 가져온 비상용 손전등을 꺼내 동굴 안쪽을 비췄다.


저벅-


그리고, 오감을 집중한 채 동굴 안쪽으로 걸었다.

혹여나, 동굴 안에 맹수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손전등 불빛으로 바닥을 비춰가며 얼마나 걸었을까.


‘찾았다.’


해독약으로 쓰일 푸른 이끼를 발견했다.

동굴 벽의 갈라진 틈 사이에 듬성듬성 끼어 있었다.


뽕-


나는 곧장 가방에서 유리병을 꺼내 푸른 이끼를 손으로 긁어 담았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섭취하여 중독된 몸을 해독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푸른 이끼에도 독이 있으니까.’


막무가내로 먹었다가는 골로 갈 수 있었다.

해독약으로써 섭취하기 위해선 적절한 가공이 필요했다.


‘일단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어느덧 유리병에 푸른 이끼가 가득 담겼다.

나는 푸른 이끼를 담은 유리병을 가방에 넣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게 첫걸음이다.’


회색족의 인간 학살.

앞으로 다가올 끔찍한 미래를 바꿀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것이다.


‘회귀 전에는 너무 늦게 몸을 해독했었다.’


내가 마법을 정상적으로 못쓰게 된 원인이 독약 때문인지조차 몰랐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원인을 알고 해독약을 먹게 된 것이다.


‘마법에 손 놓고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지.’


하지만, 이젠 다르다.

강해질 시간을 얻었으니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곧 힘이 가장 중요해지는 세상이 온다.’


머지않아 무력이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날까지 할 수 있는 한 마법을 최대한 단련할 생각이었다.


저벅-


다시금 목표를 다지며 걸음을 옮겼다.


####


‘···.’


동굴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선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제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산의 밤은 위험하다.’


밤눈이 밝은 맹수들뿐만 아니라, 발을 잘못 디뎌 좋지 않은 곳으로 넘어질 위험도 있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담꽃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저벅-


한참을 신속하게 발을 움직이는데.


탕!


어디선가 격발음이 들렸다.

놀란 산새들이 날개를 퍼드득 휘저으며 하늘로 날아갔다.


나는 나무에 바싹 붙어 기척을 죽이고 주변을 살폈다.


‘신중해야 한다.’


아직은 마법을 정상적으로 쓸 수 없는 상태다.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나는 격발 소리가 난 방향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역시, 사냥하던 소리였군’


멀지 않은 곳에 축 늘어져 누워있는 곰 앞에서 총을 들고 모여있는 사냥꾼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검은 털모자를 쓴 사냥꾼이 눈에 띄었다.


‘식당 꼬마의 아버지인가.’


분명, 자신의 아버지가 검은 털모자를 쓴 개쩌는 사냥꾼이라 말했었지.


‘자랑할 만하군.’


잡은 사냥감이 평범한 곰이 아니었으니까.


‘껍질곰.’


껍질곰은 온몸 구석구석에 갑각류의 껍질이 갑옷처럼 붙어있는 곰으로, 껍질의 강도가 총탄을 가볍게 튕겨낼 만큼 단단했다.

웬만큼 베테랑 사냥꾼이 아니고서는 사냥할 시도조차 하기 힘든 맹수인 것이다.


‘...꼬마가 빨리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지만.’


전해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사냥에 성공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곧장 마을로 복귀할 테니까.

그렇게 사냥꾼들을 그대로 지나쳐 하산하려는데.


그워어어어!


갑작스레 풀숲 사이에서 껍질곰이 한 마리가 나타나 사냥꾼들을 덮쳤다.

숨어있던 껍질곱에게 기습을 당한 것이다.


“도, 도망가! 한 마리가 더 있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사냥꾼 한 명이 껍질곰의 앞발에 부딪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꼬마의 아버지로 보이는 검은 털모자 사냥꾼이었다.

들고 있던 총이 박살이나 부서졌다.

베테랑 사냥꾼답게 찰나의 순간에 총대로 껍질곰의 앞발을 막아내 충격을 최소화 한 것이다.


타다닷!


나는 껍질곰을 향해 달려갔다.

서비스로 먹은 소시지 두 개 값은 해야 할 테니까.


‘비록 마법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아주 잠깐. 그러니까 찰나의 순간 동안에는 마법을 발현시킬 수 있었다.

놈이 아주 근접했을 때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하루 이틀은 앓아야겠지만.’


하여튼.

이미 결심이 섰으니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될 터였다.


구워어어어!


껍질곰이 달려드는 나를 보며 포효하기 시작했다.

표적이 검은 털모자 사냥꾼에서 내게로 변경된 것이다.

의도한 바였다.

내가 요란하게 놈에게 달려든 이유는 녀석의 시선을 내게 돌리기 위함이었다.


쿵!쿵!


녀석이 육중한 몸으로 지축을 뒤흔들며 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나는 제자리에 멈춰서서 녀석이 근접하길 기다렸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단 한 번의 공격 마법으로 껍질곰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피해서 연약한 살 부분을 공격해야 한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껍질곰은 베테랑 사냥꾼조차 쉬이 잡을 수 없는 강력한 맹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회색족 전사들의 강함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이보다도 위험한 상황을 몇 번이고 넘어왔었다.


그워어어어!


가까이 접근한 껍질곰 녀석이 고막을 때리는 포효를 내지르며 내게 몸을 던졌다.

덮침과 동시에 씹어먹을 속셈인 것이다.

허나, 녀석의 이빨과 발바닥이 내게 닿지는 못했다.


푹!


내가 만들어낸 얇고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녀석의 벌린 입안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즉사했군.’


얼음송곳으로부터 껍질곰 녀석의 죽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나는 곧장 마법을 해제했다.

그러자 껍질곰 녀석이 힘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쿵!


곧이어 묵직한 소리를 내며 껍질곰의 배가 바닥에 닿았다.


‘···.’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회색족 놈들과 싸울 때와 달리, 별다른 변수가 없는 전투였다.


“아이고, 마법사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껍질곰의 기습을 피해 도망쳤던 사냥꾼들이 내게 다가와 감사를 표했다.

꼬마의 아버지인 검은 털모자 사냥꾼도 몸을 털고 일어났다.


“으으···. 고맙습니다. 마법사님.”


조금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별말씀을요.”


소시지 두 개 값을 해서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마법사님?”


다리가 휘청거렸다.

몸이 뜨겁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중독된 상태에서 마법을 쓴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마법사님! 괜찮으십니까?”


털썩-


사냥꾼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정신을 잃기 전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


‘···.’


정신이 들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방안이다.

방안 탁자 위에 내가 매고 있던 가방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옮겨졌나 보군.’


사냥꾼들이 기절한 나를 산에서 이곳까지 데려왔나 보다.


슥-


나는 탁자에 놓여 있는 가방을 뒤졌다. 푸른 이끼가 담긴 유리병이 있었다.


‘이제 해독할 수 있다.’


이것만 있으면 나를 죽도록 괴롭혔었던 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뭐, 완벽히 해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테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열었다.


“헉!”


들어온 것은 식당 꼬마였다.

눈이 마주친 녀석이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아빠! 형아 일어났어!”


꼬마 녀석이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을 털모자 사냥꾼과 식당 주인아줌마와 함께 나타났다.


“학생, 몸은 좀 괜찮아?”


식당 아줌마가 말했다.


“예, 덕분에요. 고맙습니다.”

“어휴, 내가 뭘 했다고 고맙데?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 누군데. 하여간 학생 아니었으면 아주 큰 일 날 뻔했어.”


식당 주인아줌마와 대화하는데, 검은 털모자 사냥꾼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아내가 했던 것처럼 반말을 해야 하나, 아니면 자신을 구해줬던 마법사에게 경어로 말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것일 터였다.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검은 털모자 사냥꾼을 보며 말했다.


“흠흠. 자네가 도와준 덕에 살았어. 고맙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몸에 붕대를 칭칭 감기는 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기절한 겐가? 껍질곰에게 부상을 입은 줄 알고 깜짝 놀랐었네. 마을로 와서 확인해보니 아니었지만.”


검은 털모자 사냥꾼이 물었다.


“사실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닙니다.”


굳이 감출 필요가 없는 사실이었기에,

나는 내가 만성적으로 독에 중독되어 정상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 말했다.


그러자, 사냥꾼이 놀라 되물었다.


“그러면 한 번밖에 마법을 못 쓰는 상태였단 말인가?”

“예.”

“그런 몸 상태로 껍질곰을 상대하다니···. 사냥꾼으로 치면 총알을 한 발만 가지고 있는 셈이군.”


사실, 그보다 더 심했다.

지금 상태에서 마법을 쓰면 후폭풍이 꽤나 있었으니까.

아무리 가벼운 마법일지라도.


“플라티나 아카데미 학생들은 전부 자네 같이 대담하나?”

“대부분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플라티나 아카데미가 대륙에서 알아주는 명문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대다수가 실전 경험이 없는 풋내기들이었다.


‘나도 처음엔 풋내기였지.’


회색족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선을 넘어오며 경험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하핫! 형아 엄청 잘난척하네! 아악!”


꼬마가 크게 웃으며 말하자, 식당 주인아줌마가 꼬마에게 꿀밤을 먹였다.


“욘석아, 형은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잘난 거야.”

“이씨! 엄마는 나만 미워해! 맨날 꿀밤 때리고!”

“이씨? 너 욕했니 지금?”

“몰라! 엄마 바보!”


꼬마가 울먹이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식당 주인아줌마가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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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긍정 22.12.09 827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6 24 14쪽
4 보따리 22.12.06 901 23 11쪽
» 꿀밤 22.12.05 916 24 11쪽
2 담꽃 마을 22.12.05 999 23 12쪽
1 추가 졸업 시험 22.12.05 1,548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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